토종꿀·사양꿀·야생화꿀… 헷갈리는 벌꿀 종류 정리해 드립니다!
더농부별 스토리
토종꿀·사양꿀·야생화꿀… 헷갈리는 벌꿀 종류 정리해 드립니다!© 제공: 뷰어스
벌꿀, 넌 누구냐?
꿀벌 종류·밀원지(꿀을 따오는 식물)·만드는 과정마다 다른 벌꿀
음식을 만들 때는 자연 향신료, 술 마신 다음날엔 숙취해소제, 몸이 쳐질 땐 피로회복제···
꿀의 효능입니다. 그런데 이 꿀도 천연꿀, 토종꿀, 사양꿀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립니다. 꿀은 꿀인데 도대체 무슨 꿀인지 헷갈리는 여러분을 위해 오늘 더농부가 꿀 이름에 대해 정리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정식으로 도입되는 ‘벌꿀 인증제’를 살펴봅니다.
토종꿀·사양꿀·야생화꿀… 헷갈리는 벌꿀 종류 정리해 드립니다!© 제공: 뷰어스
재래꿀벌은 양봉꿀벌에 비해 몸집·날개가 작은 것이 특징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겉보기에는 다 같은 꿀이지만 어떤 꿀벌이 만들었는지, 어떤 꽃에서 땄는지에 따라 조금씩 이름이 다릅니다. 먼저 ‘토종꿀’과 ‘양봉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꿀은 크게 두 가지 종류의 꿀벌이 만들고 있는데요. 고구려 건국 초기(기원전 37~19년)에 한반도로 건너온 ‘재래꿀벌(Apis cerana Fabricius)’, 그리고 1910년대에 한반도로 건너온 유럽산 ‘양봉꿀벌(Apis mellifera Linnaeus)’ 혹은 ‘서양꿀벌’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꿀벌들이 만들어낸 꿀의 명칭을 각각 ‘토종꿀’과 ‘양봉꿀’로 부르는데요.
종이 달라도 결과물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 두 꿀벌은 꿀을 모으는 과정, 그리고 머무르는 장소가 다르기에 서로 다른 꿀이 만들어집니다. 꿀벌 농부들이 꽃이 피는 시기·기온에 따라 꿀벌들이 모인 벌통을 이리저리 옮기면, 서양꿀벌은 도착한 곳에서 만개한 꽃들로부터 꿀을 따죠. 다양한 소재의 꿀이 섞인 ‘잡화꿀(야생화꿀)’과 벚꽃·아카시아·밤 등 한 가지 종류로만 이루어진 꿀이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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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꿀벌의 장점은 부지런함에서 비롯되는 생산력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강한 노동력이 서양꿀벌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데요. 또 서양꿀벌은 재래꿀벌보다 몸집이 더 크고 집단 사육에도 잘 적응하기 때문에 더 많은 꿀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시중에 나온 벌꿀 대부분이 ‘양봉꿀’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죠.
반면 토종꿀벌은 한 곳에만 머무르기를 더 좋아합니다. 벌통을 옮기지 않고, 거주지 주변에 퍼져 있는 다양한 꽃에서 꿀을 따오죠. 그래서 토종꿀벌이 만드는 꿀은 대부분 잡화꿀입니다. 수확 시기에도 차이가 있는데요. 양봉꿀은 시기별로 저장된 꿀이 달라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꿀을 따줘야 합니다.
하지만 토종꿀은 양도 적고, 숙성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11월 하순, 딱 한 번 토종꿀을 채밀하죠. 그렇다고 벌들이 모아놓은 꿀을 다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벌들이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꿀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토종꿀이 귀하고 가격도 높은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토종꿀 농사의 1년 성적표를 받아드는 농부들의 마음은 어떨지,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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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은 어떤 꽃에서 땄느냐에 따라 맛과 향 색깔이 달라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금까지 벌의 품종에 따라 달라지는 토종꿀·양봉꿀을 살펴봤습니다. 앞선 설명 곳곳에서 꽃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꿀 종류에 대한 힌트도 찾으셨나요? 여러 꽃에서 모아온 꿀이 한데 섞이면 ‘잡화꿀(야생화꿀)’이 됩니다. 한 종류에서만 꿀을 모아온다면 ‘벚꽃꿀’, ‘아카시아꿀’, ‘밤꿀’, ‘유채꿀’ 등으로 불립니다.
국어사전 상 ‘잡화(雜花)’의 뜻은 ‘이름도 모르는 여러 가지 대수롭지 아니한 꽃’인데요. 잡화꿀이라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 가지 꽃 종류만 있다고 해서 품질이 대단히 월등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꿀벌이 어디서 열심히 활동했는지 차이가 날 뿐이죠. 그래서 최근에는 ‘잡화꿀’이라는 말의 부정적 어감을 피하고자, ‘야생화꿀’이라는 명칭이 더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꿀은 색깔·맛·향이 조금씩 다릅니다. 밤꿀의 경우 밤 껍질의 짙은 갈색이 꿀에서도 잘 드러나는데요. 다른 꿀보다 달콤함은 적어, 식용보다는 약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옻꿀은 일반 꿀보다도 선명한 황금색을 띱니다. 꿀은 이처럼 종류별로 각양각색의 쓰임새·개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토종꿀·사양꿀·야생화꿀… 헷갈리는 벌꿀 종류 정리해 드립니다!© 제공: 뷰어스
마트 등에 진열하는 벌꿀 제품은 천연벌꿀·사양벌꿀 등 제조 관련 정보를 표기해야 한다. ⓒ식약처
마지막 꿀 종류를 알아보기 위해서 여러분의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마트에 진열된 꿀의 성분표시를 보다가 ‘사양벌꿀 100%’라는 표시를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여기서 ‘사양꿀’이라는 건 ‘천연꿀’과 대조되는 개념인데요. 먼저 천연꿀은 앞서 설명한 아카시아꿀·옻꿀·밤꿀처럼 꿀벌의 ‘자연스러운’ 활동, 즉 자연으로 나가 채취한 것으로 만들어진 꿀을 뜻합니다.
양봉업 또한 여타 농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개화 시기·날씨 등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벌들이 외부 활동을 줄이고 동면 준비에 들어가면 천연꿀을 많이 생산하기 어려워지는데요. 이때 자연에서 채취한 당이 아니라 설탕물처럼 인위적인 당을 먹이면, 그 당분으로도 벌들이 꿀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것이 바로 ‘사양꿀’이죠.
사양꿀의 강점이라고 하면 계절이라는 변수를 신경 쓰지 않고 사시사철 꿀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꿀이 상대적으로 덜 생산되는 시기에 안정적으로 꿀을 공급하는 일도 가능한데요. 이러한 사양꿀 재배는 양봉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방식 중 하나인데요. 신기한 점은 사람이 사양꿀·천연꿀을 구별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영양소·수분량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꿀벌조차도 사양꿀과 천연꿀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토종꿀·사양꿀·야생화꿀… 헷갈리는 벌꿀 종류 정리해 드립니다!© 제공: 뷰어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표기 의무를 위반한 업체들을 주기적으로 적발·처벌하고 있다. ⓒ식약처
문제는 이런 사양꿀의 특성을 악용하는 몇몇 판매자들이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사양꿀과 천연꿀을 섞었는데 ‘100% 천연꿀’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사양꿀만 들어있는 제품을 통째로 천연꿀로 둔갑시키거나 하는 식입니다. 천연꿀이 시장에서 훨씬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에 소비자와의 신뢰보다 이득을 선택해버린 것이죠.
2020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사양꿀로 이루어진 제품에는 ‘설탕을 먹여 키운 벌을 통해 만든 꿀’이라는 문구를 12포인트 크기 글자로 명시하는 의무 표기 규제를 시행해 왔는데요.
벌꿀도 등급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미 햇수로만 따지면 10년째입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시장 개방으로부터 국내 양봉업계를 보호하고 경쟁력을 증진하기 위해 2013년 12월 30일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관련 부처·사업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지 않아 시범 사업만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2021년부터 점차 합을 맞추면서, 빠른 속도로 등급이 일원화되고 세부 사항도 정리가 됐습니다.
토종꿀·사양꿀·야생화꿀… 헷갈리는 벌꿀 종류 정리해 드립니다!© 제공: 뷰어스
벌꿀등급제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주도하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관리하는 등급제입니다. ▲수분 ▲과당/포도당비 ▲히드록시메틸푸르푸랄(HMF) ▲향미 ▲색도 ▲결함 ▲탄소동위원소비 총 7가지 기준으로 등급을 판정합니다. 등급은 3가지로 1+등급(Premium), 1등급(Special), 2등급(Standard) 순이죠.
예를 들어 아카시아꿀이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으려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수분 함량 20% 이하 ▲과당/포도당비 1.5 이상 ▲HMF(㎎/㎏) 3 이하 ▲색도 1∼3 사이 ▲불쾌함 없는 일반적 향미, 품질 영향 주는 결함 X ▲탄소동위원소비 –23.5‰ 이하. 여기서 ‘탄소동위원소비 –23.5‰ 이하’는 사양꿀과 천연꿀을 구별하는 핵심 기준이기도 합니다.
토종꿀·사양꿀·야생화꿀… 헷갈리는 벌꿀 종류 정리해 드립니다!© 제공: 뷰어스
박병홍 축산물품질평가원장(오른쪽)이 한국양봉협회의 연구소를 방문해 검사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다만 벌꿀등급제는 아직 ‘필수’가 아닙니다. 축산물이 필수 인증인 것과 달리, 아직은 양봉농가의 10% 정도만 참여하는 자율등급제죠. 품질검사기관도 한국양봉농협·한국양봉협회 두 곳뿐이라 앞으로 참여 농가가 늘어갈 경우 수용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벌꿀등급제의 핵심은 결국 ‘소비자’입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믿음직한 벌꿀’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얻을 수 있겠죠. 등급제 안착을 위해 양봉 업계 안팎으로 적극 홍보에 나설 타이밍입니다. 꿀벌이 만들어내는 균형 잡힌 육각형 벌집처럼, 벌꿀등급제가 꿀벌 농가의 새로운 ‘집’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더농부 인턴 유승재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
농민신문, <‘벌꿀등급제’ 9월 시행 전망…국산 꿀 신뢰도 높아질 듯>
푸드아이콘, <[특별기획] 천연벌꿀에만 ‘등급’ 표시...사양꿀과 구분>
중앙일보, 한국경제, 한겨레,
대한데일리, <[50+멤버스] 벌꿀 등급제를 아시나요>
매일경제, <[더 테이블] 1년에 딱 한번의 달콤함, 토종꿀>
신앙신보,
소셜타임즈, <“제주 야생화 100%” 천연벌꿀이라더니... 설탕 먹인 ‘사양벌꿀’>
조선일보,
한국양봉신문, <‘벌꿀등급제’ 시범사업 10년 만에 정식 눈앞>
축산경제신문,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축산물품질평가원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