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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는 추위나 더위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 장식을 위한 것,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것이 있다. 베레모béret帽, 비니Beanie, 야구모자, 밀짚모자, 비레따Biretta, 전투모, 헬멧Helmet, 중절모Soft hat, 터번Turban 등 종류도 다양하다. 외에도 갓, 패랭이, 삿갓도 일종의 모자다. 군인과 광부는 안전을 위해 철모나 안전모를 쓰기도 한다.
보통 챙Brim이 있는 모자를 햇Hat, 챙이 없거나 눈 윗부분에만 달린 모자를 캡Cap이라고 한다. 햇이든 캡이든 통칭 모자라고 하며 구별하지 않는다. 캡은 햇과 달리 챙이 거의 없어서 바람에 날려갈 위험이 적고 행동이 자유롭다. 따라서 스포츠와 같은 육체 활동에 널리 이용된다.
여름에는 ‘볼캡Ball cap’ 겨울에는 ‘니트비니knit Beanie’를 많이 쓴다. 볼캡은 대중적으로 야구모자 또는 캡모자 등으로 불리며 브림Brim이 없는 모자로 챙이 부드럽게 곡선으로 휘어진 디자인의 모자다. 니트비니는 남녀노소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양하게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쉽게 벗겨지지 않아 겨울철에 좋고, 스포츠를 즐길 때나 헬멧 속에 착용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모자를 갖추어 쓰며 예의를 중요시했다. 삼국지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에 의하면 옛 부여扶餘 사람은 모자를 금·은으로 장식하였고, 고구려에서는 대가주부大加主簿는 무후책無後幘(일종의 두건)을, 소가小加는 절풍변折風弁(뾰죽모자)을 착용하였다고 한다. 신라에서는 유자례遺子禮라고 하는 관冠과 흑건黑巾을 썼다. 통일신라 시대에는 남자는 복두幞頭와 소립素笠을, 여자는 관冠을 썼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보인다. 고려 때에는 면류관冕旒冠·조건皂巾·사모紗帽·고정립高頂笠 등의 모자를 썼고, 군인들은 복두幞頭·투구兜鍪를 썼다고 고려도경高麗圖經과 고려사高麗史에 기록되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왕을 비롯하여 서민에 이르기까지 계급에 따라 다양한 모자를 썼다는 기록과 유물이 전해지고 있다. 그 시대에는 면류관冕旒冠·원유관遠遊冠·익선관翼善冠·통천관通天冠·탕건宕巾 등을 썼다. 관직에 어울리지 않는 모자를 착용하다 걸리면 유배형에 처했다. 개화기 이후에는 서구의 모자가 도입되었고, 남자의 모자는 단발령으로 머리에 상투를 틀지 못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기관이나 학교에서 양복이나 제복을 착용함에 따라 서구식의 모자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일반 복식에는 양복과 한복을 막론하고 서구식 해트류Hat類(테가 있는 모자)를 착용하였다. 당시에 유행한 모자로는 파나마햇Panama hat(밀짚모자의 일종)을 비롯해 중절모·중산모 등이 있다. 1960년대 서구에서는 남자들의 모자 착용이 줄어들었지만, 우리나라는 1970년대까지도 노인들이 한복에 중절모를 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1980년대 중·고등학생의 교복이 폐지됨에 따라 일제식 교모도 사라졌다.
오늘날에는 군인·경찰 등의 제모制帽와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헬멧Helmet, 방한모, 각종 운동모 등이 주로 사용되지만, 예의를 갖추기 위해 모자를 착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자의 모자는 1899년 서양에서 양장과 함께 들어왔다. 서구문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특수층에 한하였다. 여성관의 변화로 일반 여성들은 외출 시에 착용하던 장옷이나 쓰개치마를 벗을 수 있게 되었고, 대신 조바위(부녀자들의 방한모)·아얌(부녀자들이 겨울에 나들이할 때 추위를 막으려고 머리에 쓰는 물건) 등을 착용하였다. 그러나 양장 착용 인구가 증가하면서 조바위나 아얌도 사라졌다.
한때 모자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바로 일제강점기에 순사들이 쓰고 다니던 모자였다. 소위 말하는 도리구찌다. 서구에서는 '헌팅캡'으로 알려진 것인데, 도리(새)의 구찌(주둥이)같이 생겨서 '도리구찌'라고도 한다. 이 모자는 새 주둥이와 같이 생겨 ‘새 잡는 사냥꾼의 모자’이라도 한다. 도리구찌를 쓰고 거들먹거리는 순사들은 공포였다. 특히 당꼬바지(위는 펄렁하고 밑은 단추 등으로 여미어 딱 붙게 한 바지)에 홈스팡 자켓Homspang jacket(홈스방 무늬의 자켓)은 시대의 앞잡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풍겼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옛말이고 요즘은 연세 지긋하고, 머리숱이 적거나 머리가 벗어진 분들이 '도리구찌'를 쓰며, 이때 차림새는 점잖고 중후하여 품위 있는 실버들은 멋쟁이로 보이기도 한다. 격세지감이다.
모자는 신체 부위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장소와 시간에 따라 썼다가 벗는다. 모자가 스스로 뒤집히는 경우는 없다. 바람이 세차게 불거나, 걸인들이 돈을 구걸하는 때가 아니면 모자는 머리 위에서 점잖다. 하지만 영원히 지속해 쓸 수 있는 모자는 없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모자를 쓰고 벗기를 반복한다. 모자가 예기치 않게 훌렁 벗겨져 나갈 때, 함께 벗겨진 위엄은 황당함에 젖기도 한다. 황급히 주워 머리에 써도 이미 들킨 모습은 어쩔 도리가 없다.
또한 모자는 신분을 상징한다.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의 실크햇이 챙보다 높이를 말한다면, 조선 시대 양반이나 선비들의 갓은 높이는 물론 챙의 넓이까지 두루두루 고려했다. 양반이나 선비들은 갓끈에 장식까지 달았으니 멋도 소중한 것이었다. 이 시대, 평상시에는 신분에 따라 엄격히 구별됐으나 예외는 있었다. 서민에게도 사모의 착용이 허용된 것은 경건한 축하 의식인 혼례 때였다. 경직된 신분 사회 속의 작은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모자의 유용성은 또 있다. 그것은 패션이다. 어떤 모자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상과 분위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T셔츠에 진Jean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야구모자를 썼다면 매력적인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발랄하고 역동적으로 보인다. 요즘은 모자 스타일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 모자가 신분과 권위의 상징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기능과 패션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삶의 질이나 속도와 무관하지 않다. 모자는 획일화된 군중이다. 특정 단체를 표시하기 위해 같은 모자를 쓰기도 한다.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라는 표시이자 개별 행동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다. 단체로 모자를 쓰는 집단은 학생(요즘은 쓰지 않지만)과 군인이다. 학생은 공부라는 같은 목표로 군인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상징한다. 맥아더 장군의 각이 없는 금테 모자와 패튼 장군의 빛나는 은색 철모, 몽고메리 장군의 찌그러진 블랙 베레모Black béret帽는 그들의 신분과 지위에 걸맞은 카리스마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럴 뿐만 아니라 모자는 위장의 기술이다. 암 투병 중이어서 머리가 빠진 사람이나, 대머리가 되어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 임금 인상을 위해 머리를 밀어버린 사람, 갑자기 외출해야 할 경우 부스스한 머리를 감추고 싶은 사람에게 모자는 유용하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나,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앞에서는 모자를 벗는다. 그것은 모자의 기본 예의다. 남자가 모자를 벗어 가슴에 댄 채 공손히 머리를 숙인다면 그는 단번에 신사로 인정된다. 예의를 갖춰 벗어야 할 자리에서 모자를 쓰고 있다면 버르장머리 없다고 비난을 받는다. 아니면 피치 못할 사정이 있나 보다라고 동정의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여자들은 예외다. 실내에서 모자를 써도, 모자를 쓰고 식사를 해도 용서가 된다.
인간은 모자를 만들고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람이 모자를 만들지만, 모자가 신분과 품위를 말해준다는 뜻이다. 이런 점은 모자의 의미와 역할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모자는 뙤약볕 아래서 일하는 농부나 공사판에서 공사를 하는 인부나, 등산객은 물론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필수품이자 실용품이다.
나이를 먹은 사람은 학창 시절에 쓰고 다니던 교모를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당시에 중학교에 입학할 때 사 쓴 교모를 3년 내내 쓰고 다녔다.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새로 사 썼다. 몇 년을 쓰고 다닌 교모는 땀에 절어 냄새가 나고 때도 묻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로 진학한 기념의 의미도 있었지만, 머리통이 커져 교모를 바꿔야 했다. 모자챙 위에는 희거나 노란 한자로 된 모표帽標가 있었다. 중학생 모자에는 ‘中’ 고등학생 모자에는 ‘高’자였디. 금속으로 된 모표는 모자 주인의 자존심을 살려주기도 하고 기를 죽이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일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자랑이자 자부심이며 긍지였지만 삼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모자를 접어, 주머니에 꽂고 다니다가 담임선생님이나 훈육 선생님에게 걸려 혼찌검이 나기도 했다. 지금은 한 도막 추억으로 아른거릴 뿐이다.
그 시절 어머니의 모자는 ‘쓰개’였다. ‘쓰개’는 세수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것으로 일명 ‘머릿수건’이라고도 했다. ‘쓰개’를 쓴 어머니는 부엌으로, 들녘으로, 때로는 면 소재지에 열리는 장을 오갔다. 저녁때가 되면 고단한 하루를 툴툴 떨어내는 어머니의 ‘쓰개’는 멋이 아니라 순전히 실용에 바탕을 둔 ‘실용모實用帽’였다.
요즘 시중에는 노인들을 위한 중절모나 도리구찌 등 많은 모자가 나와 있다. 예전에 주를 이루던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 회색을 비롯한 노랑, 파랑, 카키색은 물론이고 빨강 등 다양한 색깔과 예쁜 디자인으로 된 것들이 많다. 하지만 노인들은 모자를 쓰면 폭삭 늙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선뜻 모자를 사 쓰지 않는 경향이다.
모자를 쓰면 겨울엔 코트 하나를 입은 것같이 따뜻하고, 여름엔 햇빛으로 인해서 이마가 타 허물이 벗겨지는 것을 막고, 시원함과 깨끗함을 덤으로 얻는다. 운동하러 갈 때면 비니Beanie, 점잖은 자리에 갈 때는 페도라Fedora(중절모)라고도 하는 정장모, 등산할 때는 등산 모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헌팅캡 등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 분류이다.
군인은 항상 모자를 써야 하는 직업이다. 이는 머리를 보호해야 하는 직업 특성 때문이다. 또한 경찰관, 소방관 등도 현장 출동 시에는 모자를 착용한다. 그런가 하면 요식업 종사자들도 식자재에 머리카락이 들어가는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토크Toque 일종인 위생 모자를 착용한다.
모자를 많이 쓰면 대머리가 된다는 속설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는 대머리인 사람이 머리를 감추기 위해서 모자를 즐겨 쓰기 때문에 생겨난 속설이다. 모자는 직사 일광 및 자외선을 차단해 주고 보습을 유지해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다만 모자를 쓰고 다니면 가끔 모자를 벗어 환기만 해주면 그만이다. 특히 고령자가 모자를 쓰면 웬만한 보약 먹는 것보다 좋다. 모자를 쓰지 않은 ‘맨머리’는 뚜껑 없는 밥솥에 비유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은 야구모자를 비롯한 '운동모’를 쓰고 강의실이나 식당을 스스럼없이 출입한다. 어떤 젊은이는 실내에서 모자챙을 올려 쓰거나, 챙이 뒤로 가도록 돌려쓰거나, 챙을 옆으로 해서 쓰기도 한다. 이런 일은 튀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성향이며, 유행의 한 조류가 아닌가 한다. 중년층이나 노인들은 모자를 쓰는 경우가 드물다. 모자를 쓰면 탈모를 촉진한다는 미신이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모자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많은 젊은이가 모자를 쓰고 다니지만, 노인들은 의외로 모자를 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또한 모자를 쓰는 자체를 쑥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날에도 ‘맨머리’로 거리를 활보하는 노인이 많은 것을 보면 보는 사람이 더 걱정된다.
그렇다면 몇 살부터 모자를 써야 하는가? 물론 정해진 나이는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는 65세 이상이면 노인으로 분류가 된다. 특히 노인들은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다. 겨울철이 되면 혈관이 추운 날씨에 수축하면서 평소보다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목과 머리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절모, 운동모, 벙거지, 도리구찌 가릴 필요 없다. 노인들이 모자를 쓰면 건강에도 좋고 폼도 나고 일거양득이다.
나이가 들어 노인의 반열(?)에 들면 그 많던 머리도 숱이 희박해진다. 언제부턴가 머리가 시리다. 모자帽子를 쓰는 철학과 미의식은 제각각이지만, 모자를 써도 괜찮을 나이가 된 사람은 눈치코치 보지 말고 모자를 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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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이 들면 모자가 안전하고, 건강에도 좋고, 폼도 나고,
일거다득이군요..
친정 아버지 어르신께서는 모자 전문가 신가 봐요 ㅎ
나는 모자를 쓰고 싶어도 두통이 심해서 못 씁니다..
모자帽子를 써도 괜찮을 나이
친정나버지님 감사히 즐감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