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팀으로 나와 첩보극을 진행한 것은 기억하기로 미녀삼총사 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오랜만에 여성만으로 구성된 팀 활극을 본 셈입니다. 그 점이 특이사항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이 있다면, 그 팀이 다국적으로 이루어진 점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요즘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임에도 이 극에서는 함께 적을 타파해내는 우군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한 팀으로 엮어져야 했는지 아주 잘 짜져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만날 때는 서로 적인 줄 알고 격한 충돌을 하기도 하는데 따지고 보니 서로 협력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됩니다. 잘 알듯이 돈이 목적이라면 아마도 그들 사이에서도 배신이 껴들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인류 구원이라는 대의가 서로에게 통합니다.
보태어 말한다면 격렬한 싸움 중에도 여성의 가족애는 남성이 나타내는 가족애와는 조금 다른 맛의 애틋함을 보여줍니다. 이 첩보원들, 대단한 실력자들 사이에 한 평범한 여성이 역시 어쩔 수 없이 껴들게 되어 극의 묘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그리고 전심으로 도망가고 싶은 상황입니다. 절대 그런 지경에 어울리지 않는 신분의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을 맞닥뜨린 것입니다. 빠지고 싶은데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 게다가 가족의 목숨까지 극한에 몰리게 됩니다. 실제 사건이라면 상황이 모두 끝나고 나서도 그 사람은 오래도록 트라우마로 힘든 삶을 살아가리라 생각합니다. 마치 동창회라도 가질 듯이 끝나지만 과연 그들과 서로 만날까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럴만한 여유도 없을 것입니다.
처음 첩보극이 나올 때는 국가 간의 경쟁이고 싸움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특히 진영 간의 대립이 첨예하였기 때문입니다. 소위 이데올로기 전쟁이었으니 말입니다. 대표적인 이야기가 ‘007 위기일발’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원제도 ‘From Russia with Love'였습니다. 러시아는 구소련이지요. 그렇게 첩보극이 유행하면서 차츰 이야기가 세계화됩니다. 그리고 땅을 차지하려는 전쟁이 아니라 돈을 차지하려는 싸움으로 바뀌어갑니다. 땅은 움직이지 않지만 돈은 마음대로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세계 어디서나 사용 가능합니다. 그리고 대적도 한 나라의 적이 아니라 인류의 적으로 확대됩니다. 돈은 누구나 어느 나라나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대단한 무기가 개발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상상의 산물이지만 과학의 발달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니 정말 나타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말 그대로 가공할만한 무기입니다. 앉아서 공중에 날고 있는 비행기를 추락시키고 한 도시를 암흑으로 덮으며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시키고 혼란시킵니다. 어떻게 되겠습니까? 일단 전자 상거래나 금융거래가 혼란에 빠지면 세계적인 파탄을 맞게 될 수 있습니다. 혜성이 지구로 돌진하는 사태로 한방에 끝나는 일은 아니지만 극심한 혼란에 빠져 그 고통을 한동안 견뎌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딴 얘기가 된 듯싶은데 그만큼 강력한 무기입니다. 악의 무리에게 넘어간다면 세상 돈을 모두 가지려 하겠지요.
‘손바닥만한 드라이브 한 개’ 그것이 주인공입니다. 그것을 차지하려고 눈들을 부릅뜹니다. 목숨을 겁니다. 한 쪽에서는 그것으로 장사하여 돈을 챙기려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 위험을 알기에 찾아서 없애려 하는 것입니다. 인류를 구원하느냐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느냐 달려있는 문제입니다. 그에 따라 주변에서 사람들이 죽음으로 몰립니다. 유능한 정보원들이 쫓아다닙니다. 이것은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악의 무리에게 넘어가면 이 나라 저 나라 할 것 없이 모두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 뛰다가 협력하기로 마음을 모은 것입니다. 나라는 달라도, 인종이 달라도, 종교가 달라도 살아야 하는 목적은 같습니다. 그래서 한 마음 되어 싸웁니다.
수자로만 된 영화 제목은 매우 드뭅니다. 생각나는 것은 ‘300: 제국의 부활’이란 영화입니다. 보듯이 부제가 따라붙습니다. 그냥 ‘300’이 아니지요. 그런데 여기서는 그냥 수자로만 되어 있습니다. 찾아보니 미국 독립 전쟁 당시 전설적인 활약을 펼친 실제 여성 스파이의 코드네임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름을 따서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을 기리며 또한 그와 같은 활동을 하고 싶어서 붙였을 것입니다. 그 때는 한 사람의 활동이었지만 여기서는 팀으로 활동합니다. 물론 그만큼 활동범위가 매우 커지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당시는 첩보 활동에 그쳤겠지만 오늘은 대단한 활극까지 펼쳐야 합니다. 격이 다릅니다. 어쩌면 그렇게 여성의 활동도 대단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류의 이야기 속에 감초처럼 들어가 있는 내용은 바로 ‘배신’입니다. 분노를 일으키는 요소 중에서도 매우 강력합니다.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이라니, 얼마나 충격이겠습니까? 또 하나 이런 검은 돈 속에는 권력자가 껴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큰돈을 일반 사람들이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동네 조폭 정도 가지고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액수인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재미를 증폭시켜줍니다. 영화 ‘355’(The 355)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아침 복된 하루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