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 : https://m.dcinside.com/board/napolitan/52464
아, 계시는군요.
비명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괜찮나요?
괜찮으시다면 다행이에요.
두 분이신가요?
발소리가 두 개네요.
아하, 두 분이 맞으시군요.
저처럼 갑자기 이 미궁에 떨어지신 거네요.
당황스러우신 마음 이해해요.
제 눈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이 미로 안의 불빛이 너무 희미하잖아요.
오래 헤메이다 보니 눈이 점점 안 보이더라구요.
이제는 불빛이 밝은 정도만 간신히 구별 가능할 정도가 됐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대신 이 근방은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정도로 훤히 꿰고 있으니까.
함정이 있는 곳도 다 피해갈 수 있을 정도로요.
제가 그야말로 눈 감은 장님이니까요, 하하.
…농담이 재미 없으셨나요?
죄송해요.
제, 제가 사람하고 말하는 게 너무 간만이라…윽!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저 길을 알아요! 나가는 길을 알아요!
웩, 우웩, 커헉.
*길게 토하는 소리*
거, 거짓말 아니에요.
벽을 짚고 다니다가 문을 만졌던 위치를 기억하고 있어요.
저는 눈이 안 보이니까, 그 너머에 뭐가 있을지 무서워서 열어보질 못했을 뿐이에요.
눈이 보이시는 분들이라면 문제 없으실 거에요.
이 미궁은 넓으니까, 저 없이 혼자 돌아다니시려면 너무 오래 걸릴 거라구요.
…데리고 가주신다구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가장 가까운 문부터 가보시면 어떨까요.
얼마나 걸리냐구요?
제가 시간감각이 없어서…윽! 때리지 마세요!
그, 미로 불빛도 세기가 주기적으로 달라지거든요.
저는 불빛이 세질 때를 낮, 약해질 때를 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걸 기준으로 3일 정도 걸려요, 헤헤.
악! 진짜에요!
그게 제일 가까운 문이에요!
이 근처에서 그거 말고는 계속 빙빙 돌거나 막힌 길 뿐이에요!
요,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기, 길을 안내할게요.
그, 거기가 탈출구면 저도 같이 데려가주셔야 해요…?
뭐, 뭘 줄 수 있냐구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게요.
돈이요? 고아라서 집에서 줄 수 있는 돈은 없는데…아윽!
*뚜벅이며 걷는 소리, 한참을 이어짐.*
네? 아, 배가 고프시다구요…
그, 이 미궁에서 생물이라곤 쥐랑 벌레밖에 없거든요.
저도 그걸 먹으면서 버티고 있는데…그나마 쥐가 제일 맛있어요. 따뜻하구요.
쥐가 잘 나오는 곳에 함정을 깔아놨거든요.
저 쥐잡이 함정 잘 만들어요. 돌멩이로요.
아직 덜 상한 쥐 있는데 드실래요, 헤헤.
쿨럭! 웨엑! 때리지 마세요, 제발 때리지 마세요…
자, 잠은 불빛이 좀 모여있는 곳에서 자면 돼요.
거기가 그나마 따뜻하거든요.
아, 거기 제일 따뜻한 자리…아, 아니에요. 거기서 주무세요.
전 좀 멀리서 잘게요.
*긴 침묵*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작은 분이시군요.
발소리가 좀 작으신 걸 보니.
처음부터 계속 말이 없으셨죠.
<도망 가>라구요? 어…
저는 보폭도 좁고, 지구력도 없는 말라깽이라서 도망쳐봤자 금방 붙잡힐 거에요.
눈도 안 보여서 피해다닐 수도 없어요.
게다가 어차피 여기서 탈출하려면 눈 보이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걱정 감사해요. 그래도 익숙하니까요, 맞는 것도, 굶는 것도…이렇게 웅크려 자는 것도.
당신은 안 도망치시나요?
아, 저와 같은 이유군요. 길도 잘 모르시고.
저 큰 분은 원래부터 알던 분이신가요?
아하.
어쩔 수 없죠, 정말 혈연이란.
어쩔 수 없죠.
돈 빌려달라고 찾아오셨다구요.
아…원래부터 좀 폭력적인 분이셨나 보네요.
모든 게 다 잘 풀리시길 바랄게요.
꼭 나가실 수 있을 거에요, 여기서.
…아.
따뜻하네요. 감사합니다.
사람의 품은 정말…따뜻하군요.
*긴 침묵*
아야! 아, 알겠어요. 일어났어요.
그, 말씀대로 오늘은 최대한 빨리 가볼게요.
밖으로 나가면 쥐나 벌레는 안 드셔도 될지도 모르니까요, 헤헤.
그런데, 빨리 가려면 좀 모퉁이를 많이 돌아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저는 눈이 보이지 않아서 옆에 누가 계신지를 몰라요.
혹시나 저를 놓치시면 큰일날 수도 있어요.
여긴 한 번 돌면 계속 이상한 데로 빠지거든요.
손을 잡으신다구요? 좋은 생각이네요…아야!
그렇게 세게 잡지 마세요.
손가락 부러져요.
…네? <어젯밤 저 년이랑 속닥거리는 거 다 들었다>구요?
추워서 저희끼리 조금 붙어서 잤을 뿐이에요.
선생님께서 불빛 들어오는 데를 다 차지하셨잖아요…윽!
아, 알겠어요. 손 잡고 가요.
그런 말씀 안 하셔도 버리곤 안 갈 거에요.
절대로요.
*긴 침묵, 기나긴 걸음소리.*
자, 여기서부턴 아까 말씀드린 모퉁이 많이 도는 구간이에요.
제 손 꼭 붙잡으시구요.
그리고 이상한 곳 누르시면 안 돼요.
이 미궁은 모든 타일이 다 안전한 건 아니거든요.
아시다시피 말예요.
저는 항상 밟은 타일만 밟아요.
안전한 곳은 외우고 있어요.
선생님들이 다른 타일을 밟으시면 거기가 안전하다고는 장담할 수 없어요.
<알겠으니까 빨리 가라>구요?
…알았어요. 제가 먼저 갈게요.
모퉁이를 왼쪽으로 다섯 번 돌고, 오른쪽으로 여섯 번 돌고, 다시 왼쪽으로 여섯 번 돌 거에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경로가 바뀌어요.
그러니까 좀 빨리 돌아야 해요.
그럼, 갈게요.
왼쪽, 왼쪽, 왼쪽, 왼쪽, 왼쪽.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
왼쪽, 왼쪽…윽! 너무 빨리 오셨어요.
제 발뒤꿈치를 밟으시면 위험-.
위험해요!!
*쿠르릉! 콰광, 하고 벽 무너지는 소리*
*길고 날카로운 비명소리, 단말마와 같은.*
*낮고 고통스러운 신음*
서, 선생님, 괜찮으세요?
이런, 벽이 무너지는 함정이었네요…
너무 빨리 걸으셔서, 제 발뒤꿈치랑 같이 제가 밟은 타일 뒤를 밟으셔서 함정이 작동했나 봐요.
…<제가 갑자기 느리게 걸어서> 그렇다구요?
…이런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지기는 좀 어려울 것 같네요.
선생님, 제 힘으로는 선생님 다리 위로 무너진 벽을 옮기기는 힘들 것 같아요.
보시다시피, 전 말라깽이잖아요.
팔도 이렇게 가늘구요.
일단 저 무너진 벽 파편 건너편에 있는 작은 분을 먼저 데리고 올게요.
두 명이면 같이 힘을 합쳐서 옮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네.
금방 다녀올게요!
천천히 쉬고 계세요.
*긴 침묵*
*무언가 소근거리는 소리*
*낮고 고통스러운 신음, 긴 침묵*
*키득대는 소리, 긴 침묵*
*고통과 분노에 찬 사람의 고함소리*
*다시 긴 침묵.*
서, 선생님.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해요…작은 분이 도망가버리셔서요.
함정이 작동한 것 때문에 겁에 질리셨는지 비명을 지르시며 도망가셔서, 쫓아갈 수가 없었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눈이 안 보이니까요, 네?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구요?
어…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아,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무섭잖아요.
선생님, 지금 다리 상태가 어떠세요?
아이고…보라색으로 변했다구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다리가 괴사된 것 같네요.
죄송해요, 제가 무너진 벽을 치울 수 없어서.
대신에 좋은 걸 가져왔어요.
날카로운 주먹도끼에요.
제가 미궁 여기저기에 숨겨둔.
쥐 가죽을 벗길 정도로 날카롭고, 뼈를 부숴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요.
이걸로 선생님 다리를 조금 가볍게 만들 수 있을 거에요.
저, 저를 욕하셔도 어쩔 수 없어요.
저는 돌을 치울 수 없으니, 선생님을 데리고 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생각했을 뿐인데.
아니면 여기서 굶어죽으실 수밖에 없다구요.
저는 쥐를 2인분 잡지는 못하니까요.
그리고 이 주먹도끼로 아무리 무너진 벽을 내리쳐봤자, 저나 선생님 힘으로는 이 파편에 조그마한 흠집 정도밖에 못 낼 거에요.
어떡하실래요? 선택은 선생님께 맡길게요.
…현명한 선택이세요.
*퍽, 퍽, 퍽, 하고 둔탁한 무언가를 내리치는 소리*
*짧고 날카로운 비명, 신음소리, 아프다고 울부짖는 소리*
*퍽, 퍽, 퍽 하고 내리치는 소리*
*뱃속에서부터 끌어내는 듯한 목 긁는 신음소리*
*퍽, 퍽, 퍽, 퍽, 퍽, 퍽, 우지직*
*긴 비명.*
선생님, 정말 잘 참으셨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걱정 마세요.
제가 옷으로 잘 싸매서 지혈했으니까요.
지네 가루가 또 상처에 잘 들어요.
그래도 피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났네요.
아무래도 무릎 위쪽 허벅지 혈관이 좀 컸나봐요.
어쩔 수 없죠, 그렇죠?
저는 선생님을 버리고 가지 않을 거거든요. 절대로요.
<길이 바뀌지 않았냐>구요?
아, 시간이 지나면 모퉁이 길이 바뀐다는 걸 기억하고 계셨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길이 바뀌면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이 헤멘다는 거에요.
저는 이 근방은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정도로 훤히 꿰고 있거든요.
시간이 지나서 바뀐 모퉁이 길도 찾아갈 수 있고, 함정이 있는 곳도 다 피해갈 수 있고, 남이 함정을 밟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요.
제가 그야말로 눈 감은 장님이니까요, 하하.
…안 웃겨요?
*쿠당탕, 하고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
팔에 힘 주지 마세요, 선생님. 아프잖아요.
너무 아파서 부축하던 선생님을 놔버릴 정도로요.
<미안하다>구요?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
음, 작은 분께서 이 말을 들으셨어야 할 텐데요. 아쉬워요.
작은 분은 지금쯤 나가셨을 테니까, 아마 들리지 않겠네요.
네? <출구를 알고 있었냐>구요?
그럼요.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이 근방은 훤히 꿰고 있다구요.
문을 알고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어요.
그 너머에 있는 것들도, 물론 알고 있죠. 눈이 멀어도 비명소리는 들리고, 피냄새는 나잖아요.
그런 위험한 요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바깥 냄새가 나는 문도 물론 알고 있었어요.
두렵잖아요, 이 꼴로 나가기가.
저도 알고 있어요.
제 모습은 이젠 아마 인간이라고 보긴 좀 어렵겠죠.
미궁에 얼마나 있었는지 이젠 잘 모르겠어요.
무서워서 탈출구를 찾지도 못하고, 물방울 떨어지는 곳에서 잡히는 쥐를 먹으며 시간이 흐르다가, 계속 시간이 흐르다가…
제 안에서 무언가 변한 순간, 미궁이 전혀 무섭지 않아졌죠.
대신에 무서워졌어요.
이렇게 변한 저를 바깥 세상이 받아줄지.
출구로 가는 문은 알게 됐지만, 그 너머에 저를 기다리고 있을 시선이…너무 무서워서 열어보질 못하겠어요.
그래서 눈이 보이는 분들을 통해서, 조금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아까 그 작은 분은 저랑 같이 나가자고 하시더라구요.
고마운 말씀이지만, 글쎄요. 망설여지더라구요.
아직 바깥을 좀 더 <엿봐야>겠어요.
나가기엔 자신감이 없네요.
그리고 선생님이 아직 남아계셨잖아요.
저는 누구 한 사람도 미궁에서 버리지 않을 거거든요.
선생님이 아무리 쓰레기여도 절대로 버리지 않을 거에요.
미궁 구석에 절 버린 제 부모님처럼은 되고 싶지 않으니까.
아, 도착했어요.
출구냐구요?
아니에요. 선생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이 상처로는 출구까지 가실 수 없으세요.
안내해줄 생각도 물론 없고.
여기는 제 창고에요.
미궁에서 헤메이다가 크게 다치셨거나, 도저히 바깥으로 나가실 수 없는 분들은.
여기서 저랑 영원히 함께 하시게 되는 거죠.
네, 저는 누구 한 사람 버리지 않거든요.
뱃속에 들어가면 영원히 함께잖아요.
부모님도 지금 제 안에 함께 계시답니다.
어쩔 수 없죠, 정말 혈연이란.
…아, 제 몸이 좀 부풀어오르고 있나요?
사실 좀 웅크리고 있었거든요.
사람처럼 보이려고.
근데 긴장을 풀면 이렇게 되네요.
이제 선생님 목소리가 밑에서 들리네요.
선생님을 내려다보게 될 정도로 커졌나요?
알려주세요.
사실 저도 지금은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요.
예전의 기억만 있어서요.
알려주세요.
좀 더 가까이서.
제 입 안에서 보셔도 괜찮아요.
부탁드릴게요.
알려주세요.
제가 눈이 잘 안 보여서요.
첫댓글 주딩이 콱 꼬메고 싶다 말개많네!!!
ㅠ따뜻한 작은 분 잘 살아
자기한테 친절한 사람은 보내주는 굿 인외엿잔아.. 잡아먹힌건 남한남이 지랄한 탓
사람가리네 굿
작은분 무사탈출해서 다행이야 ㅠㅜㅠㅠ
인외옵
ㅋㅋㅋㅋㅋㅋ 아 어이없어
역시 친절한 사람은 살아남는구나
아,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무섭잖아요.
안보인다는 것도 거짓말이잔아 다른건 짐작으로 알아도 표정을 아는건 보이는거잔아
키득대는 소리, 긴 침묵은 뭐였을까..!!
착하게 살아야지
너무착하당
굿 착한 눈감은 장님!
아이 너무 착하신분 ㅠ
아씨 작은분은 착해서 밖으로 보내줬구나 ㅠ
굳쟙
굿 나쁜 ㅅㄲ 폭력 좀 그만 써라
키키 굿굿~~
강강약약
감동적이다
권선징악 굿
착한 사람 살려주는 거 너무 좋다 미궁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