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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엽기 혹은 진실 (세상 모든 즐거움이 모이는 곳) 원문보기 글쓴이: 빚과 송금
출처: http://pann.nate.com/talk/4315130
원출처: 웃대 건방진똥덩어리님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name&sk=%EA%B1%B4%EB%B0%A9%EC%A7%84%EB%98%A5%EB%8D%A9%EC%96%B4%EB%A6%AC&searchday=all&pg=1&number=45899)
좀 긴데요(심지어 미완)
그래도 진짜 독특하고 재밌습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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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운 음식에 맛을 들였다.
모처럼 강원도에 출장 갈 일이 생겨, 어제 밤에 맛 집을 한 번 검색해 보았다.
검색어는 ‘강원도의 매운 요리’.
[매운연탄갈비, 화진매운순대국, 천곡매운순대국, 정말매운집]
몇 가지가 검색 되었다.
그 중 눈에 띄었던 것이 춘천시 후평동 소재의 ‘정말매운집’이라는 곳이었다.
심상치 않은 가게 이름이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인지 출장지에서 일 하는 내내 그 음식이 떠올라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음식에 대한 호기심만은 정말 참을 수 없었다.
그런 나에게 남 들은 ‘타고 난 미식가’라며 혀를 차곤 했다.
오전 업무를 조금 서둘러서 마무리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움직였다.
좋은 요리는 함께 즐겨야 제 맛이기 때문에,
매운 음식은 질색이라고 정색하는 오주임을 억지로 끌고 갔다.
생각보다 멀고 외진 곳이어서 억지로 끌려가는 오주임의 표정에 불만이 가득했다.
“아. 거, 얼굴 좀 펴! 내가 사면 될 거 아냐.”
내가 산다는 말에 오주임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대리님, 가게는 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 여기는 사람이 다니는 길도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유명한 집 맞
아요?”
“원래 정말 맛있는 집은 이렇게 외진 데 있는 거야.”
반은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돌아다녀본 결과로 보면 말이다.
“어 저기 있다. 저거 맞죠? ‘정말 매운 집’ 그렇죠?”
외진 곳에서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낡은 기와집 두 채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구멍가게였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정말 매운 집’이었다.
볼품없이 허름한 외관이었지만 오히려 이 모습이 나는 만족스러웠다.
물론 오주임의 표정은 보기 좋게 찌그러졌지만 말이다.
“아! 대리님! 이런데서 어떻게 밥을 먹어요. 되려 돈을 준다 해도 안 먹겠다!”
“야, 뭐 어때서 그래. 갖출 건 다 갖췄잖아, 옆에 매점도 있고.”
-꼬르르륵
그 때 오주임의 배에서 밥 달라는 소리가 울린다.
민망했는지 오주임의 얼굴이 약간 붉어진 듯한 느낌이다.
“아, 알았어요. 일단 어서 들어가죠. 배고파 죽겠다고요.”
-드르르륵
미닫이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자,
외관보다 더 볼품없는 내관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저기 갈라져 검은 때가 잔뜩 낀 나무 테이블이 네 개 정도 있었고,
통나무를 아무렇게나 잘라 만든 의자가 테이블마다 세 개씩 비치되어 있었다.
벽에는 시커먼 낙서들로 가득했고,
전등이 불규칙하게 깜빡이며 어둠과 가까스로 싸우고 있었다.
나와 오주임은 가장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건 그렇고 손님이 왔는데 주인은 인사도 없고, 얼굴도 안 비친다.
얼마나 음식에 자신 있는지는 몰라도 응대 면에서는 빵점이었다.
“저기요~ 주문 좀 할게요.”
소리를 내자,
주방 쪽에서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아줌마 한 분이 느릿느릿 걸어 나온다.
표정은 심드렁했고, 전체적으로 펑퍼짐한 모습이었다.
“두 개 주면 되나?”
주인이 말 했다.
그것도 반말로.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도 얼굴에 미소를 잃지는 않았다.
“아, 저기 인터넷 보고 왔어요. 여기가 그렇게 맵다면서요?”
“두 개 주면 되나?”
당황스러웠다.
아까부터 다짜고짜 두 개를 주겠다는 말만 한다.
“예? 메, 메뉴... 없나요?”
“여긴 메뉴가 한가지뿐인데.”
말을 하며 주인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무렇게나 벽에 붙어있는 누르튀튀한 종이가 눈에 들어온다.
조악한 글씨로 ‘연탄 갈비’라고 적혀 있었다.
그 외에는 메뉴가 적혀있지 않았다.
“아, 예 연탄 갈비만 하는군요. 저걸로 주세요. 소문처럼 매운 맛 기대할게요.”
내 말이 끝나자,
주인이 대답 없이 고개만 한 번 끄덕이더니 다시 주방으로 들어간다.
“아 진짜. 맛 집이고 뭐고, 여기는 손님 맞을 자세가 안 돼 있네요.”
말없이 앉아있던 오주임이 불쾌한 듯 말을 꺼냈다.
나 역시도 불쾌했지만 요리만 맛있다면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오주임, 너가 뭘 몰라서 그래. 서비스 좋은 곳 치고 참 맛을 아는 데가 별로 없어. 이런 데서 먹어야 입
이 고급화가 되는 거라고.”
지지난주에는 김해에서 불닭을 먹었고,
지난주에는 제주도까지 가서 갈치조림을 먹고 왔다.
이 정도면 음식에 대해 남에게 왈가왈부할 수준은 된다고 생각했다.
“아, 알았어요. 대리님이 사주시는 거니까 참고 먹죠 뭐.”
10분쯤 기다리자 요리가 나왔다.
특이한 건,
주방에서 고기를 미리 굽고, 자르기 까지 해서 나왔다는 점이었다.
주인이 고기가 든 접시를 테이블 가운데에 놓고는 익숙한 솜씨로 밑반찬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콩나물, 김치, 절인 양파가 끝이었지만.
마지막으로 놋쇠그릇에 담긴 공기 밥 두 개를 테이블에 놓고 주인은 주방으로 돌아갔다.
“아, 잘 먹으란 말도 안 하네. 정말 뭐야 저사람.”
오주임은 주인의 태도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뭐, 일단 음식부터 먹어보자고. 맛있으면 다 용서가 되는 거야.”
두툼하게 토막 난 고기에서 연탄 특유의 향이 허연 김과 함께 올라온다.
향을 빼고는 일반 고기와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색깔도 평소에 구워 먹던 고기처럼 검었고.
그렇게 내가 음식을 관찰하는 사이,
오주임이 먼저 젓가락을 들이댔다.
“일단 먹고 보자더니,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 먼저 먹습니다.”
큼직한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한 입에 넣는 오주임.
배가 많이 고팠는지 난폭하게 턱을 움직이며 씹기 시작했다.
“음, 음, 이런 건 쌈에다 싸서...”
오주임이 말을 하다 멈춘다.
그리고 점점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아, 아, 아, 아아아악!! 매워! 매워!!!”
오주임이 소리를 지르며 씹고 있던 고기를 식탁에 뱉는다.
그리고 황급히 물을 들이키기 시작한다.
내 물까지 마시고도 성에 안 찼는지,
혀를 내밀고 손으로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두 눈에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아니, 그렇게 오도 방정 떨 정도야? 내 살다 살다. 하하하.”
애당초 매운 음식을 싫어한다고는 했지만,
다 큰 어른이 되어 가지고 어린애가 청량 고추라도 씹은 마냥 오버를 하는 게 웃겼다.
“하아, 하아, 대, 대뤼뉨이 머거 보쉐요”
오주임이 내 말에 기분이 조금 상했는지, 혀를 내민 채 억지로 대꾸했다.
나는 오주임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오른 쪽 어금니로 조심스럽게 두어 번을 씹자,
연탄 특유의 향과, 고기의 육즙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히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내심 ‘별것도 아니네’ 라는 생각을 하며 씹는 속도를 조금 높였다.
한 일곱 번쯤 씹었을 때일까.
어금니가 약간 얼얼해진 느낌이 나더니 갑자기 혀끝에 강렬한 통각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더 이상 고기를 씹을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입 안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으악!!!”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정말 엄청나게 매운 맛이었다.
지난주에 먹은 갈치조림보다,
지지난주에 먹었던 불 닭보다 몇 배는 더 매웠다.
나는 “쓰읍”하고 입 안에 바람을 한 번 집어넣은 다음, 씹다만 고기를 다시 씹기 시작했다.
씹을수록 매운 맛은 더욱 강해졌고 어느새 내 이마는 땀으로 흥건했다.
“꿀꺽, 으으윽...”
간신히 삼키는데 성공했는데,
왠지 목구멍이 타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거봐요. 맵죠? 이거 어떡할 거예요.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오주임이 아까보단 조금 나아진 얼굴로 내게 말했다.
“뭐가? 난 오주임처럼 뱉지도 않았는데. 마, 맛있기만 하구만 뭘.”
허세를 부렸지만 사실 한 조각을 삼킨 것만으로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래요? 그러면 남기지 말고 다 드셔야 돼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오주임이 장난 섞인 말투로 말 했다.
“그래 내가 다 먹을 거다. 커리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쯧.”
그리고는 다음 고기를 향해 젓가락을 움직였다.
물론 이를 악 물고 말이다.
......
......
“아주머니 여기 얼마에요?”
계산을 위해 주인을 불렀다.
결국 고기는 반도 못 먹었지만 오주임은 그것만으로도 놀랍다는 눈치였다.
“만오천원.”
여전히 주인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이봐요, 아줌마. 무슨 장사를 그렇게 해요. 너무 불친절한 거 아니에요?”
오주임이 아까부터 주인의 태도에 불만을 갖더니, 드디어 폭발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주인은 오른 손만 내민 채 말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아, 예. 여기 있습니다. 정말 맵네요.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주인이 내민 손에 돈을 올리며 내가 말했다.
그러자 돈을 받은 주인이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돈을 꾸겨 넣었다.
그리고 식탁을 치우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주인에게 오주임이 말을 걸었다.
“아줌마. 여기 뭐, 껌 같은 거 없어요? 이렇게 매운 걸 팔면서 입가심이라도 있어야지.”
거슬리는 말투였지만 맞는 말이었다.
아직도 입 안이 매워서 미칠 것만 같았는데,
달짝지근한 껌이라도 하나 씹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 그래요 아주머니 혹시 껌 있나요?”
내가 말했다.
그릇을 한쪽으로 치우고, 막 수건로 식탁을 닦던 주인이 불현듯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우리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껌?”
주인이 짧은 한 글자를 내뱉고는 표정 없이 우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요 껌. 없죠? 있을 리가 있나. 에휴.”
오주임이 말했다.
그리고 더 이상 상대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눈짓을 보냈다.
밖으로 나가자는 신호였다.
막 몸을 돌리려는 순간,
“있어.”
주인이 말했다.
막 몸을 돌리던 차여서 우리는 어정쩡한 자세가 되고 말았다.
“아, 그래요? 있으면 하나만 주시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러지.”
주인이 대답을 하더니 갑자기 왼 팔 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팔꿈치까지 올려서 소매를 고정시켰다.
“갑자기 소매는 왜..... 엇?”
오주임이 말을 하다 순간 입을 다물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주인의 팔 여기저기에 살점이 뜯어져 나간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살점이 뜯어져 나간 곳에 하얀 뼈까지 보였다.
불쾌한 표정을 짓는 우리에게 주인이 우리 쪽으로 팔을 올렸다.
“자, 껌이야. 떼서 씹어.”
자신의 팔을 씹으라는 주인.
입가에는 엷은 미소까지 비친다.
우리는 잠시 벙 찐 채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다가 오주임이 몹시 흥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장난해 지금? 이 가게 신고할 줄 알아! 대리님 나가요. 언능!”
오주임이 씩씩거리며 문을 나섰다.
“정말 불쾌하네요. 다시는 오지 않겠습니다.”
물론 나 또한 기분 나쁘긴 마찬가지여서 적잖이 인상을 써주고 밖으로 나왔다.
문 밖에는 오주임이 우두커니 서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기분 풀어, 오주임. 그나저나 정말 매웠어. 캬~”
오주임의 어께를 두어 번 두드리며 내가 말했다.
“저는 고기 한 점 먹었습니다. 그것도 먹다 뱉었죠. 이게 뭐에요 정말!”
오주임이 사납게 쳐다보며 말했다.
“아, 알았어! 밥 한 번 더 사면 될 거 아냐. 남자가 이런 체험도 해 보고 해야지. 허허, 안 그래?”
“하아. 저기서 껌이나 한 통 사 주셔요.”
오주임이 체념한 듯 한숨을 쉬며 말 했다.
우리는 음식점 바로 옆에 있는 허름한 구멍가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기요~ 저..콜록, 콜록”
문을 열자마자 먼지가 먼저 우리를 반겼다.
음식점만큼이나 청결하지 못 한 내부였다.
“어엉? 손님? 워매 이게 얼마만이나?”
백발이 무성한, 7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주인이 우릴 맞이했다.
“손님들 뭐 사실 거드래요?”
음식점 주인 보다는 손님 맞는 자세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저기, 껌은 어디 있나요? 지금 너무 매운 음식을 먹어서 많이 단 껌이면 좋겠는데.”
내가 말했다.
그러자 주인이 자신의 뒤 쪽에 있는 선반 윗부분을 뒤적뒤적 거리며 고개를 갸웃 거린다.
“어디 보자. 푸라보노, 하이트이, 티스마일, 음... 단 껌은 없는데.”
무설탕 껌 위주로 비치를 한 모양이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거라도 달라고 말 하려는 참에,
오주임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할아버지, 그 앞에 하얀 통은 뭐에요. 그 안에, 껌 같은데. 그거 껌 아니에요?”
오주임의 눈길을 따라가 보니 과연 하얀 통이 보였다.
둥그런 타원형의 통이었는데 뚜껑이 열려 있어서 내용물까지 보였다.
약간 볼록한 정사각형, 흔히 씹는 껌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려는데 그 앞을 주인이 막고 섰다.
“이건 안 돼. 껌이지만 껌이 아니네. 이건 안 돼.”
“아~ 그거 한 번만 보게 해 주시면 안 돼요? 그러니까 괜히 궁금하잖아요.”
괜히 호기심이 발동한 내가 말했다.
하지만 주인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쳇, 뭐야 파는 게 아니면 어디 숨겨놓던가. 음식점 주인은 자신의 팔이 껌이라지 않나. 참 이상한 동네
네 여기.”
오주임이 툴툴거렸다.
순간 주인의 눈이 부릅떠지는 것이 보였다.
“이보서! 아까 전에 무얼 봤나?”
호령에 가까운 주인의 소리에 오주임이 화들짝 놀란다.
“에, 예? 무, 무슨...?”
“봤나? 옆 집 주인 팔 봤나?”
오주임은 그제 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아. 봤어요. 혹시 껌 있냐고 물어봤더니, 자기 팔이 껌이라고 떼먹으라고 하더라고요. 나 참.”
그 말을 들은 주인이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는다.
“할아버지. 그냥 푸라보노 한 통 주세요. 오백원이죠?”
내가 말했다.
왠지 요상한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아 어서 나가고 싶었다.
“아니다. 그냥 이 껌 줄게. 이 껌이 무지 단 껌은 맞다.”
주인이 말하며 흰 통에서 껌을 한 웅큼 움켜쥐고는 우리에게 내밀었다.
나와 오주임은 얼떨결에 그 껌을 손에 받았다.
“괜히 이러시니까 오히려 씹기 싫어지잖아요. 그냥 푸라보노 주세요.”
선뜻 내키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했지만 주인이 내 말을 무시한다.
“그 껌, 절대 삼키지 말고 단 물 빠지면 뱉어. 이것만 명심하면 된다.”
“아니 그냥 푸라보노...”
“아, 이거 진짜 단데요. 대리님? 매운 맛이 싹 가시네. 와, 이 껌 뭐야.”
내 말을 끊고 오주임이 말했다.
이미 껌 하나를 입에 넣은 모양이었다.
“오주임! 지금 할아버지가 이상한 말 하는 거 못 들었어?”
“대리님도 그냥 그거 씹으세요. 푸라보노보다 백배는 낫겠다.”
나는 한숨을 쉬며 다시 주인을 바라보았다.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껌 씹기를 권하는 표정이었다.
내키진 않았지만 어차피 공짜로 받은 껌이니만큼 나도 하나를 입에 넣었다.
-아그작,
껌을 깨무는 것과 동시에 입 안 가득 단 맛이 퍼진다.
포도 향 같기도 하고, 사과 향 같기도 한 청량한 맛이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입 안 가득 단 맛이 가득 찼고, 어느새 입 안을 지배하던 매운 느낌도 싹 사라졌다.
“명심해야 돼. 절대 삼키면 안 된다.”
정신없이 껌을 씹는 우리에게 주인이 재차 경고의 말을 해왔다.
뭐 충분히 알아들었고, 껌을 삼키는 취미도 없었다.
“예 알겠어요. 저희 그럼 가볼게요. 껌,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가게를 나왔다.
조금 수상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정말 기똥차게 단 껌인 것은 분명했다.
달다. 달다. 달다.
씹을수록 단 맛이 빠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점점 단 맛이 강해진다.
껌이 아니라 사탕을 먹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탕과는 달리 그 부피가 줄어들지 않는다.
실로 놀라운 껌이었다.
일터로 돌아가는 동안 우리는,
이 신기한 껌을 음미하느라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저 언젠간 단물이 빠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각자의 턱만 바쁘게 움직였다.
대체 무엇으로 이런 껌을 만들어냈단 말인가?
나는 속으로 연신 감탄만을 내 뱉을 뿐이었다.
우리가 그나마 대화다운 대화를 시작한 것은 일터에 도착해서 부터였다.
“아, 아. 와. 이거 정말. 미치겠네요, 이 껌. 대박이네.”
오주임이 말했다.
황홀감에 빠져있는 목소리였다.
“질겅, 질겅, 응. 이건 진짜. 질겅, 질겅, 와, 말을 못 하겠네. 질겅, 질겅.”
정말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내 턱이 그것을 허락 하지 않는다.
내 몸 자체가 이미 껌에 푹 빠져있는 모양이었다.
마치 마약과도 같은 단물이 씹는 족족 흘러나온다.
미식가라고 자부하던 내가, 구멍가게에서 우연찮게 얻은 조그만 껌 따위에 매료될 줄이야.
괜한 위화감 때문에 이 껌을 끝내 거절했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대리님, 음, 음, 몇 개에요? 저는 열 두 개인데.”
아까 받은 껌의 개수를 묻는 모양이었다.
쥐고 있던 손을 펴 껌의 개수를 헤아린다.
“음, 열 두 개. 나도 열 두 개네.”
내 말과 동시에 오주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또 다시 서로가 침묵을 지켰다.
단지 일정한 리듬의 껌 씹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영원할 것만 같은 단 맛에 취하며 우리는 각자의 업무를 시작했다.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찌나 껌을 씹었는지 턱이 아파올 정도였다.
잠시 기지개를 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장실이라도 갔는지 오주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불현듯 껌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퉤!”
손바닥에 껌을 뱉었다.
그런데 뱉자마자, 껌을 달라고 아우성치듯 입 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조금 있으니 현기증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런 상태가 점점 몸 전체에 퍼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오한에, 발열 증상까지 오는 것 같았다.
결국 살펴보는 것을 포기하고, 황급히 뱉었던 껌을 다시 입에 넣었다.
이쯤 되자 무서운 기분마저 들었다.
혹시 마약이라도 들어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 중에는 오주임도 있었다.
내가 느낀 불안감을 오주임에게도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아 오주임, 이 껌....”
하지만 끝까지 말을 잇지는 못했다.
오주임과 함께 들어온 두 명도 뭔가 씹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오주임, 너 설마... 껌 줬어?”
내 말에 오주임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줬어요. 아까 전에 오부장님이랑, 박대리님한테도 줬답니다. 다 들 난리가 났어요. 하하.”
오주임과 함께 들어온 두 명은, 오주임의 입사 동기인 양주임과, 이주임이었다.
셋이서 자주 뭉쳐 다니는 편이었다.
“와, 이거 진짜 끝내줘요. 어떻게 이런 껌이 있을 수 있죠?”
방금 내게 말을 꺼낸 사람은 양주임이었다.
덩치가 아주 컸고, 파마머리를 하고 있다.
“오주임. 이 껌 혹시 뱉어봤어?”
내가 물었다.
나와 같은 증상을 겪었다면 그렇게까지 낙천적일 수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아뇨. 아직 뱉은 적은 없었어요. 아, 삼킨 적은 있어요. 곧바로 새 껌을 입에 넣었지만.”
오주임이 말했다.
순간,
그 구멍가게에서 주인이 한 말이 떠오른다.
-명심해야 돼. 절대 삼키면 안 된다.
“오주임! 아까 그 주인이 삼키지 말라고 했던 거 기억 안 나?”
오주임이 멀뚱히 나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짧은 탄식을 내뱉는다.
“아~ 맞다. 그랬었죠, 하하. 뭐 그런데 별 일 있겠어요? 그래봐야 껌인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왠지 심각하게 생각한 내가 바보인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거는 있어요. 씹다 보면 진짜 미친 듯이 삼켜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거 말이에요. 식도
를 넘어갈 때는 어떤 느낌일지, 위 안에서도 계속 단 맛이 생겨날지, 괜히 막 느껴보고 싶더라고요.”
마치 신앙 간증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확실히 오주임은 이 껌에 깊이 빠진 것 같았다.
물론 나 역시도 삼키고 싶은 욕망은 있었다.
그 때 나를 막아준 것은 다름 아닌 미식가로서의 자존심이었다.
그러니까 음식의 요구사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었다.
라면은 절대 생 라면으로 먹지 않고, 게 요리의 껍질은 반드시 벗겨서 먹어야 한다.
그런 것처럼 껌은 씹어서 단물을 즐기는 음식일 뿐,
절대 삼켜서는 안 된다는 게 내 법칙이었다.
“그럼 몇 개나 남은거야?”
오주임에게 물었다.
여기 저기 뿌리고 다녔으니 이제 많이 줄어들었겠지.
“여섯 개 남았어요. 이건 다른 사람 안 주고 저만 먹으려고요. 히히.”
“어? 그런 게 어디 있어. 적어도 우리한테는 하나씩 더 줘야지!”
이주임이 말 했다.
비교적 덩치가 작고, 피부가 검은 친구였다.
“하는 거 봐서 줄게. 크큭.”
“알았어. 잘 할 테니까 하나만 줘. 나 방금 삼켰단 말이야!”
양주임이 애원하듯 말한다.
그러자 오주임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껌 하나를 그에게 건 낸다.
“아아아, 고마워 으읍, 질겅, 질겅, 질겅.”
껌을 받자마자 양주임이 게걸스럽게 씹기 시작한다.
산만한 덩치가 껌 하나에 집착하니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여전히 마음속에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지만 별 일 없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껌을 삼킬 마음은 없지만 말이다.
......
......
퇴근시간.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시계를 확인한다.
“아, 오주임. 먼저 올라갈 테니까, 이부장님 말 잘 듣고, 마무리 잘 해. 다음 주에 보자고.”
당일치기 출장이었기 때문에 저녁 기차를 타고 바로 서울로 가야했다.
같이 내려온 사람들 중 나만 그런 거였다.
다른 사람들은 앞으로 3일이나 더 있다가 올라온다.
이것은 순전히 가위 바위 보에서 내가 진 까닭이었다.
“헤헤헤, 대리님 피곤하시겠어요. 내일 오전에 바로 출근 하셔야 할 텐데.”
오주임이 웃으며 얘기한다.
“얄밉기는, 하여튼 난 간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문을 나서려는 순간,
“아, 대리님 잠깐만요.”
오주임이 나를 부른다.
“저, 껌 하나만 주고 가시면 안 돼요? 어느새 바닥이 나 버려서...”
“응? 그 많은 걸 벌써 다 씹었다고?”
“아 뭐, 제가 네 개 쯤 삼키고... 사람들 나눠주고 하니까 벌써 바닥 나 버렸어요. 지금 입 안에 있는 게
마지막이에요.”
나는 처음 씹었던 껌을 여태 씹고 있었는데 오주임은 벌써 껌이 바닥난 모양이었다.
역시 미식가와 일반인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가볍게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주머니에서 껌 한 개를 꺼냈다.
“혹시 말이야. 껌이 다 떨어진다고 새벽에 전화하거나 하지는 마. 나 오늘 엄청 피곤할 것 같으니까.”
말을 마치고 오주임에게 껌을 휙 던졌다.
오주임이 활짝 웃으며 그 껌을 받는다.
“예, 그럼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예요. 히히. 대리님 수고하셨슴다!”
껌 한 개에 저렇게 천진난만한 모습이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빨리 도착해도 밤 10시는 훌쩍 넘길 것 같았다.
막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주임과, 양주임에게 작별인사를 한 다음 밖으로 나왔다.
쌀쌀한 가을 공기가 물씬 느껴진다.
그리고 껌을 씹는 턱은 더 빨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
......
“여보세요? 어 나야. 그래 지금 차 기다리고 있어. 은비는? 숙제는 다 했대? 그래, 어 바꿔줘.
음... 어, 은비니? 그래 아빠야. 숙제는 다 했니? 그래. 착하다 우리 딸.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치킨?
밤중에 기름진 거 먹으면 별로 안 좋은데. 아, 그래, 그래 알았다. 아빠가 치킨 사 갈게, 대신에 아빠
조금 늦게 들어가도 엄마랑 같이 기다리고 있어야 해. 그래그래, 우리 딸 아빠가 최고로 사랑한다.
아, 은비야 지금 기차왔다. 아빠 끊을게. 이따가 봐요~”
......
......
달리는 기차 안에서 내다보는 창밖의 야경이 아름답다.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몸이 축 쳐지는 느낌이 든다.
아마 곧 잠이 들겠지.
서서히 눈꺼풀이 감겨온다.
그 순간,
불현듯 오늘 오후의 일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아줌마는 왜 자기의 팔을 껌이라고 한 걸까?’
‘그 할아버지는 왜 껌을 삼키지 말라고 한 걸까?’
......
'BBQ를 사 갈까, 교촌을 사 갈까.'
하지만 이내 내 마음은 딸에게 사 줄 치킨을 생각하고 있었다.
첫댓글 지우지마 내일 일어나서 읽을래ㅠㅠㅠ
주작같은데 실화임?
그냥 ㄱ공포괴담 같은데
오 나 새벽 달린다
아 주인공 왜케 호기심 많아ㅠㅠ 답답
삼키지 말라면 삼키지말아주라...
존나 잘난척 오지고 존나 답답해 ㅠㅠㅠㅠㅠㅠㅠ와저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