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직장(숲속에사과) 25-9, 아저씨 봄방학 제안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고 춥네요. 갑작스럽고 일방적이기는 한데요, 2월 말까지 아저씨가 봄방학을 했으면 합니다. 아저씨께는 오늘 말씀드렸습니다. 정확히 이해하셨는지는 몰라도 수긍하셨습니다. 특별한 사정은 아니고요, 아이들이 봄방학인데 우리가 일하러 나오면 집에 아이들끼리만 있습니다. 그럴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지금은 농원 일이 한가해서 이럴 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저는 일하러 오지만 아내는 아이들과 집에 있으려고 하더군요. 요즘 하는 일은 가지치기가 전부인데 아저씨께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아내가 안 올라오면 출퇴근도 그렇고, 와서 할 일도 그렇고, 먹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2주 정도 아이들과 함께 아저씨도 봄방학을 했으면 합니다.’
오전에 대표님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전송된 날짜가 어제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늦었지만 답글을 보냈다.
‘네, 알겠습니다. 아저씨께서 꽤 적적하긴 하겠으나 서로 사정이 있으니까요. 저는 아이들이 모두 성장했지만 돌이켜보면 아이들과 보낸 시간만큼 소중한 게 없더라고요.’
‘복지사님,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시죠? 아저씨께는 미안합니다. 자주 전화 드리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아무 일도 없습니다. 항상 대표님 내외분께 감사한 마음으로 삽니다.’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사실 걱정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이상호 대표님이 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전화는 왜 받지 않았는지 걱정했다는 문자를 보낸 경위를 다음날 11시쯤에야 알았다.
어제 자정이 넘도록 휴대폰에 이상이 있었다는 걸 사실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처럼 문자를 보내도 확인하지 않자 전화까지 했다는데, 그것마저 불통이었다.
아저씨를 만나고서야 대표님이 왜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 이해가 됐다.
“이사하고 짐 정리도 해야 하는데, 애들도 방학이라서 집에 있으니까 사모님이 바빠서 농원에 못 간다고 그카대요. 사장님은 새벽에 가는데 출근 시간이 안 맞아서 어쩔 수가 없대요.”
“그러셨구나. 아저씨도 매해 농한기에는 쉬셨잖아요. 2월은 날도 차갑지만 바람이 심하니까 바깥에서 일하는 게 더 힘드실 거예요. 휴가라 생각하시고 댁에서 쉬면서 한의원에도 가시고 영양제랑 보약도 좀 드시고 따뜻한 침대에서 등도 좀 지지시고 가끔 영화도 보면 어떨까요. 그래야 또 3월부터 열심히 일할 수 있잖아요.”
“그래야지요. 나도 좀 쉬야지요. 대표님은 어떨란가는 몰라도 사모님이랑 애들하고 영화 보만 어떻겠노 싶은 생각이라요.”
“대표님께 여쭤보는 게 좋겠네요. 어차피 전화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걱정 안 하시게요.”
백춘덕 아저씨는 대표님의 봄방학 제안에 따라 2월 말까지 휴가다.
그래서 한방치료 받고 귀갓길에 약국에서 칼슘 성분이 첨가된 종합영양제와 상처에 바르는 연고, 일회용 밴드를 샀다.
아저씨 댁에서 돌아온 늦은 오후에 이상호 대표님과 소식했다.
나는 어제 상황을 설명했고 대표님은 자녀들과 농원 사정을 이야기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통화 가능하신지요?”
“네, 가능합니다. 지금 퇴근하는 중입니다.”
“대표님이 보낸 문자를 오늘에서야 확인했습니다.”
“복지사님 건강이 안 좋은 건 아닌지 사실 좀 걱정했습니다. 연락이 안 된 건 처음이라서요. 어젯밤에 아저씨께 전화해서 여쭈니 아무 일도 없다고 해서 안심이 되긴 했지만요.”
“잠자리에 들어서야 휴대폰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메시지는 오늘 오전에 확인했고, 전화하신 것도 전혀 몰랐습니다. 아저씨께서도 대표님 댁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계셨어요. 이사 소식은 아저씨께 들었습니다. 이사한다고 많이 힘드셨지요?”
“짐은 저희가 옮긴 게 아니라서 힘든 건 없었는데, 아이들이 봄방학이라 아내가 이것저것 챙기고 신경 쓸 게 워낙 많은가 봐요. 애들이 개학할 때까지는 농원 일은 좀 쉬고 아이들하고 짐 정리하면서 집에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아저씨도 2월은 쉬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댁에 계셔도 할 일이 많으니까요. 몸도 좀 보해야 하고 쉬면서 기력 충전을 해야 봄부터 다시 일하시죠. 아저씨 출근 못 하는 것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리고 대표님, 작년에 쓴 글이 책으로 발간되었어요. 3월에 드려도 되는데 좀 빨리 전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대표님 글이 표지에 실리다 보니 사실 대표님께 가장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일요일에는 예배 마치고 북상 고모님 댁에 다녀왔는데 책 보여드리면서 대표님이 쓴 편지글을 읽어드렸어요. 물론 아저씨와 찍은 대표님 사진도 보셨고요. 고모님께서 무척 좋아하셨어요. 대표님 인상이 워낙 좋은데 글도 너무 잘 쓰는 분이라면서요.”
“아, 그러셨구나. 좀 부끄러운데요. 저도 빨리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저씨께서 이번 주나 다음 주에 대표님 가족과 영화 보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어요. 업무 중에 전화하면 안 받으실까 봐 대표님 퇴근 무렵에 연락해서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혹시 영화관에서 뵙게 되면 그때 책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가족도 영화 보는 것 좋아합니다. 집에 가서 아내와 아이들하고 의논해보겠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바빠서 무얼 해도 물어봐야겠더라고요.”
“의논 후에 연락 주시겠어요? 운전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네, 복지사님도 아저씨도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요.”
2025년 2월 18일 화요일, 김향
백춘덕 아저씨께서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자상한 아저씨! 신아름
봄방학 사정이 귀하고, 봄방학에도 영화 보고 차 마시며 함께할 여지가 있으니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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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각자의 사정을 쉬이 말하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주며 업무 조율하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겠죠. 사장님 가족의 사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백춘덕 아저씨의 생각과 말을 보며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