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딸, 세살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유시민 강연
기다리던 유시민의 신간이 나왔단다.
아빠가 아발론 연대기를 읽고 있어서,
산 지는 꽤 되었는데, 늦게 책을 들었구나.
유시민은 아빠를 잘 모르지만,
아빠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 중에 한 명이란다.
시대를 보는 눈, 역사를 보는 눈을 맑게 해 준 사람이지.
그래서 아빠는 늘 그에게 고마움을 느껴.
그가 정치에 몸을 담고 있을 때,
그로 인해 세상이 바뀌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지.
그리고 다시 글쓴이로 돌아온 유시민..
그의 새책은 언제나 아빠의 기쁨을 주고 있단다.
이번에도 출간되자마자 주문을 했고,
인터넷서점에서 출간기념 저자특강 강연이라는 이벤트가 있어서
신청을 했는데, 그 신청한 것이 되어서,
아빠가 유시민 선생님의 강연을 직접 보고 왔단다.
아빠가 유시민 선생님을 만난 게 두번째인데,
이번에는 같이 마주앉아 사진도 찍었단다.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구나.
강연은 책에서 다룬 이야기 중에 여섯가지 주제를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고,
나중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단다.
그 강연이 있던 전날이 보궐선거였는데,
그간 우리나라 정세로 보았을 때 야권이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참패를 했단다.
사실 아빠는 좀 예상은 했단다.
왜냐하면 최근의 선거들은 아무리 여권에 불리한 환경에서도
모두 여권이 이기는 이상한 세상이 되어버렸거든.
선거 전에는 야권이, 아빠가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늘 결과는 상심하게 했어.
이번에도 그래서 기대는 안했단다.
그리고 평일에 하는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이기기는 쉽지 않았거든.
유시민 선생님도 강연에서, 그냥 기분나쁜 일 중에 하나라고
너무 마음에 두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단다.
아빠는 이젠 아빠가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리고 아빠가 지지하는 정당은 유시민 선생님이 당원으로 있는 당과
환경 운동에 앞장서는 녹색당이기 때문에,
제1야당의 패배가 크게 슬프지는 않구나.
우리나라도 얼른 소선거구를 버리고,
모든 국회의원을 정당 지지율대로 모두 나누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워낙 기득권 세력이 밥그릇을 놓치 않으려고 하니,
바뀔 수가 없을 것 같고.. 답답하구나.
1. 그만의 한국현대사
유시민은 그 이전에도
거꾸로 보는 세계사,
나의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이야기 등 역사관련 책을
그 전에도 썼단다.
그 책들에서도 언급을 했었는데,
역사란 것이 역사를 저술한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 깊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역사는 누가 저술했는지 꼭 봐야한다는 거야.
그러면서, 최근 논란이 일었던 역사교과서에 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면 돼.
그러니, 같은 역사에 대해서 사람마다 전부 다르니,
그 내용 또한 모두 다르겠지...
그래서 이 책에서 유시민은
저자 유시민이 어떤 사람이란 것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는 자신을
“프티부르주아 계층의 대구·경북 출신 지식 엘리트로서
젊은 나이에 이름을 알리고 출세를 했지만
결국 정치에 실패한 후 문필업으로 돌아온 자유주의자.”
라고 이야기했어.
그의 건전하고 자유로운 사상이 아빠는 너무 마음에 든단다.
...
이 책의 부제는
'1959-2014, 55년의 기록'이라고 되어 있어.
한국의 현대사라고 하면 보통 해방 이후부터를 이야기하는데,
이 책은 왜 1959년일까?
그것은 바로 유시민이 태어난 해가 1959년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그냥 한국현대사가 아니고,
'나의 현국현대사'인거야...
유시민이 태어났을 때부터 오늘날까지의 이야기...
그 시절을 이야기하다보면
그 시절에 영향을 그 이전의 이야기도 나올 수 밖에 없겠지...
그리고 그가 청소년 시기를 거쳐 사회를 보는 눈을 뜨고 나서는
우리나라 사회에 대해 반항하며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써 삶을 고스란히 책에 적어놓았단다.
이 책을 보면서,
이와 같은 형식으로 아빠도 살아온 날을 우리나라 역사와 빗대어
적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글솜씨가 없어서 관두자...
그리고 아빠는 모순된 대한민국에 대해 행동하지 못한 부끄러움도 있고...
...
2. 경험이 곧 현대사
다른 현대사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유시민이 자라면서 보고 경험한 것으로
역사를 대신하고 있단다.
예를 들어 지난 55년간의 경제 발전의 경우,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자신이 생활했던 모습,
이웃과 친구들이 살아온 모습을 이야기해주는데
그것이 곧 우리나라 경제사의 발전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단다.
...
그리고 그가 대학을 입학한 1978년부터
그가 대학을 다니면서 경험한 이야기가
곧 1978년부터 우리나라의 역사였단다.
서울대에 입학한 그는 학생운동 한가운데 있었고,
그로 인해 감옥도 다녀온 이력이 있었어.
이번 강연에서도 그렇게 행동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이 있었는데,
그는 양심이 걸려서, 아무 행동하지 않고 세월이 지나고 나면 양심의 가책을 심하게 느낄 것 같아서
그는 그렇게 행동했다고 하는구나.
1980년 봄 서울역 앞에서 시위를 할 때는
언제 탱크가 몰려와 포를 쏠 지 모른다는 무서움 또한 있었대.
그리고 1987년 6월항쟁.
드리어 민주주의를 쟁취해낸 대한국민 국민들..
그렇게 얻어낸 민주주의...
요즘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있는데,
유시민은 후퇴는 했지만, 위기는 아니라고 이야기한단다.
그래도 투표로 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하고픈 말 인터넷 등에 자유로이 할 수 있다는 예를 들면서 말이야...
선거 패배도 그렇고, 민주주의 위기에 관한 의견도 그렇고,
유시민도 스스로 또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주려고,
좋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3. 욕망의 역사
우리나라 한국현대사의 줄기는
아빠가 얼마전에 읽은 박세길의 <다시쓰는 한국현대사(3권)>을 보면 될 것 같아,
오늘을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단다.
...
우리나라 현대사와 왜 이렇게 흘러왔는가?
해방 이후 이승만 독재에 거쳐
419 혁명이 일어나고, 5.16 구데타가 일어나고..
긴 군사독재가 이어지고...
왜? 이렇게 흘러왔는가?
유시민은 이 원인을 '욕망'이라고 봤어.
그 어떤 역사가도 역사책에서 역사의 원인을 '욕망'이라고 한 것을 본 기억이 없는데,
유시민은 독특하게 '욕망'이라고 이야기했단다.
그는 국가의 진화를 '욕망의 위계'를 반영한다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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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발생 이후 호모 사피엔스가 생물학적 진화를 이루었다는 증거는 없다.
1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동일한 위계를 가진 동일한 욕망을 품고 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생리적 욕망’부터 충족한 다음 더 고차원적인 욕망을 충족하려고 한다.
인간 공동체인 국가도 ‘생리적 욕망’의 충족을 도모하는 데서 출발해서
안전, 자유, 존엄이라는 차원 높은 욕망 충족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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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19, 5.16 도 모두 욕망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고,
유시민이 자신이 4.19를 좋아하고 516을 싫어하는 것도
바로 4.19를 만들어낸 욕망과 4.19가 만든 변화를
5.16을 일으킨 욕망과 5.16이 만들 변화보다 훌륭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어.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역사들도 결국 욕망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그는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의 이야기가 수긍이 갔단다.
결국 박정희가 일으킨 쿠데타, 전두환이 일으킨 쿠데타..
그것 또한 그들의 권력에 대한 욕망 때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구나.
....
갑자기 얼마전에 읽은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욕망'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이야기했더라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 책을 꺼내들고 '욕망' 부분을 보니 재미있는 구절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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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을 추구하고 슬픔을 피하려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사는 것이다.
물론 그럴 때 우리의 안위는 위태로워지고,
우리 자신은 사회의 지탄이나 저주, 심지어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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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구절이 자신의 권력의 욕망을 위해 살았던 무소불위의 권력자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것 같구나.
...
사실 아빠가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읽을 때 '욕망' 부분에서는
위 부분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래와 같은 구절이 아빠에게 교훈을 주었는데,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를 일고 다시 보니,
윗 구절이 딱 욕망의 부작용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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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자신이 진정으로 욕망하는 것을 행하고 죽는 것,
그것이 더 커다란 행복이니 말이다.
기쁘면 기쁘다고 표현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표현하자.
그것이 바로 욕망을 긍정하는, 쉽지만 녹록지 않은 방식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인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신의 욕망을 긍정하고 복원하는 유일한 방법이다.(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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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인용한 스피노자가 이야기하는 욕망은 이렇다구나.
참고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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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란 인간의 본질에 주어진 감정에 따라 어떤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이다.
........ 욕망은 자신의 의식을 동반하는 충동이고,
충동은 인간의 본질이 자신의 유지에 이익이 되는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가의 본질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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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또 기다리며....
앞으로 더 늙기 전에는
글쓴이나 읽는이에게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을 쓰겠다고
강연에서 이야기했단다.
그런데 아빠의 바램은 그가 소설 같은 것도 한번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젊은 시절에 도망자 시절에
필명으로 방송국 드라마 시나리오를 쓴 이력도 있으니,
충분히 소설도 쓰지 않을까 생각하거든...
그리고 몇년 전에 쓴 <청춘의 독서> 속편을 더 냈으면 하는 바램이란다.
그는 글도 재미있게 잘 쓰지만,
그가 추천한 책들도 재미있었거든...
무슨 책이 되었든,
그의 신간이 또 기다려지는구나.
세월을 무심히도 소리없이 정말 빨리 흘러가고 있으니,
곧 그의 신간 소식도 들려오겠지....
책제목 : 나의 한국현대사
지은이 : 유시민
펴낸곳 : 돌베개
페이지 : 420 page
펴낸날 : 2014년 07월 07일
책정가 : 18,000원
읽은날 : 2014.07.29~2014.08.03
글쓴날 : 2014.08.0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