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 대한 제재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이번에는 금감원 직원들에 대한 특별상여금 지급 문제를 놓고 또다시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가 최근 공개한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5월26일 열린 9차 회의에서 금감원의 특별상여금 운영 문제를 지적했다. 금감원으로부터 ‘2010회계연도 금감원 예산심사시 논의사항에 대한 보고안’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이 내년 금감원 예산을 편성하면서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특별상여금 부분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 특히 금감원이 공공기관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금감원은 직원들에게 기본급과 기본급의 600% 규모인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설, 추석 명절과 연말 등 세 차례에 걸쳐 기본급의 50%씩, 총 150%를 특별상여금으로 주고 있다.
이중 금융위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특별상여금 부분이다.
특별상여금은 성과급 성격이 강한데도 금감원은 성과와 상관없이 매년 기본급의 150% 한도를 채워 지급해왔으며, 직원간 차등 폭도 미미해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이같은 문제는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금감원 기관운영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업무성과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특별상여금 제도는 차등지급이 원칙인데도 금감원이 정액지급제를 고수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특별상여금이 기본급화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특별상여금에 대한 차등지급 원칙을 분명히 하고 이를 내년 금감원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경우 매년 기관평가에 따라 특별성과급 총액이 달라지는 것처럼 금감원도 매년 성과를 보고 특별상여금 총액 규모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금감원은 금융위나 감사원의 문제제기가 특별상여금 제도 도입 취지를 오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초 특별상여금을 도입한 목적 자체가 성과급보다는 명절이나 연말 고정상여금 성격이 강했다는 것. 단지 특별상여금을 기본급의 100%에서 150%로 늘릴 때 50% 부분에 대해서만 성과급 성격을 부여했고 이에 따라 연말에 지급하는 특별성과급은 47~53% 범위 내에서 차등 지급해왔다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감사원 등의 지적이 잇따르자 금감원은 직원 평가를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특별상여금 명칭을 성과상여금으로 바꾸고 전체 지급액도 최저 기본급의 136.5%에서 최대 163.5%까지 폭을 넓혀 차등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감독업무 성격상 차등 폭을 더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감독업무가 영업실적처럼 딱 부러지게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얘기다.
특히 특별상여금 제도를 축소하거나 차등화를 심하게 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임금 삭감 등으로 저하된 직원들의 사기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2008년 임금을 동결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임금 동결과 함께 5%를 반납했으며, 올해는 임금의 5%를 아예 삭감했다. 신입사원의 경우 임금의 20%나 줄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감독업무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우수한 인재 유치의 필요성도 커졌다”며 “지속적인 임금 축소로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감사원의 지적도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특별상여금 운영 문제를 반드시 개선한다는 방침이어서 2011년도 금감원 예산편성 과정에서 양기관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에 앞서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권을 놓고도 충돌한 바 있다. 올 상반기 금융위가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권을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는 내용으로 은행법과 자본시장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자 금감원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양 기관의 갈등은 일단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더 논의하자는 선에서 봉합됐지만 금융권에서는 제재권을 둘러싼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