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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오 주삼
혼탁한 세상살이가 깊게 잠들었던 밤에서
잊을 것이나
버릴 것은 이미 다 버려지고
잘 다듬어진 꿈이거나 환상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맑은 미소로
돋아나고 깨어나
모험을 하여야 할
묵묵히
헤쳐나가야 할
세상으로 뜀박질할 태세다.
13. 미련.(기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희뿌연 안개의
강줄기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마음은
끝도 시작도
알 수 없는
마지막 같음에도
굳이 돌아올
인연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살다가
비웠던 것임에도
떠나는
그 순간까지
빈 곳을 꽉꽉 채워 넣는,
방아!, 방아!(기타)
돌리는
연자방아
디디는
디딜방아
벼 껍질 찧고
벗기며
방아!, 방아!, 해보세!
언어!
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미생물처럼
끝없이 진화하던 네가
격하게 잦아들면서
무릇 자라나
슬픔과
기쁨을 곁들이며
사라졌다 나타나더니
메아리가 될지언정
가슴에 맺힐지언정
누구에게도
결코 머무르지를 않네!
꽃이 웃고 있다.
꽃줄기가 제풀에 마른 후
바람을 타고
사라진 넝쿨을 잊은 채
천지를 뒤덮었던
화려함을
함께 하였던
제 꽃무리를 아는바 없다하네!
꽃병에 담긴 물을 마시면서도
꺾여 본 적은 없으며
물들거나
시들지도 않았기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하네!
노란 장미꽃들이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진실 아닌
그들만의
진실이 진실이라며
괴괴한 웃음을 짓고 있다네.
떠나시는
봄으로 가야만 하는데
찬바람의 제 모습인 듯
휘날리던 흰 눈이
많이도 내려서 쌓이고 쌓였습니다,
사리 줍느라 뒤적이지 말라며
입고 있던 승복 그대로
즐겨 눕던 작은
대나무 침상에 눕혀서
화장을 해 달라는 그가 떠났습니다,
산천초목을 따뜻하게 덮고 있던
그토록 아름답던 흰 눈이
제 모양 갖춘 그대로
녹으면서
사라지는 그 순간에
가진 것 없고
남긴 것 없는 그도 떠났습니다.
태양은 살아 있다.
휘어지는 바람에 억새풀이 흩날리는 계절,
붉은 잎사귀가
떨어지는 호숫가에서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노라니
보푸라기도 한 점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 하나가
제 빛깔에
전혀 부끄러움도 모른 채
한 나절을 휘휘 싸돌아다니더니
저녁놀을 만난쯤에서야
뜨겁게 끓어오르던
벌거숭이의 몸에서
실낱같은 핏줄이 퉁퉁 돋아나는.
그랬다면!
나를 위하여
내가 살기 위하여
지금껏
사랑을 하였다면
이젠 사랑을 그만하자!
나를 위한
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겠는가?
그래 이제는
사랑다운 사랑을 해보자!
나를 의식하지 않고
나 이외의
다른 그들을 위하여
사랑다운 사랑을 해보자!
그렇잖다면 사랑을 하지 말자!
그리움은.
내가 어렸을 적에
초가집
아궁이에서
장작불이 타고 있었지
찬바람 뒤엉켰던
온돌방이
따뜻해지면
발꿈치를 꿰맞추어
곤하게 잠들곤 하였는데
새벽쯤에는
온돌방이 차가워지고
발꿈치를 뒤척이면서
따뜻했던 흔적을 찾았어!
그래 맞았어!
그때부터
그리움은 그렇게
자라기 시작하였던 거야!
말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탱탱하게 살찐 나는 말이다.
친구!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분명한 것은
변변한 신발 한 짝
옷가지도 없던 그 시절
꾀죄죄한 얼굴로
콧물까지
훌쩍거리던
그 시절이 엊그제인데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다
주름살뿐인
낯선 애들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널 알겠는데
너는 날 몰라보나 …" 한다.
마음이란!
가슴을 펼쳐보면
황홀하게
불타오르는 설렘이어라!
보이는 것은
간절하면서도
아니 척
기다리는 네 눈빛이어라
바보처럼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뜨거운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다고
사랑이라고 말하지 마셔요!
이별이 뭔지도 모르면서
네 곁을 떠났다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이별이라고 말하지 마셔요!
사랑이나
이별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대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흑백의 삶
(1)
그대의 마음이 희고
나의 마음은 검다 '하니
그러려니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밤새껏
가슴을 친다 할지라도
흰 것과
검은 것은
변하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2)
세상이 아무리 넓다 하여도
정해진 판에서만
제 놀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조금이라도
그 판을
벗어난다면
사석의 값어치로
분명한 값을
치르게 되는 것도 알았습니다,
(3)
눈이 없을지라도
보실 곳을
꼭 보시겠다면
꼭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발이 없더라도
가실 곳을
꼭 가시겠다면
한 걸음씩 따라가겠습니다,
(4)
곧이곧대로
가질 것이라고 갖는다거나
줄 것이라고
꼭 줘야 할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눈길이 보면 보는 대로
발길을 두면 두는 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진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5)
갖는 쪽이 많으면
잃는 쪽도 많다는 것과
갖는 쪽이
한 알의 반쪽만
더 가진다 할지라도
잃은 쪽은 모두를
잃게 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갖지 않았다면
잃은 쪽도 없는 것이겠지만
갖지 않을 수 없기에
가진 것만큼
내어 주는 것이
갖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들꽃
나름의
꽃과
열매가 있거늘
밟혔다고
풀죽을 필요가 있으랴!
눈길
한번을
받지 않았다고
제 향기를 양껏
피워내지 않을 수 있으랴!
버섯
오색치마를 두른 것이
영락없는 여인이건만
결코, 여인은 아니로다.
거시기 쑥 내민
분명한 사내이건만
정녕, 사내는 아니로다.
씨앗도 아니요
새끼도 아닌 것이
더구나 알도 아닌 것이
쑥쑥 태어나고 자라더니
싹이나 꽃을
피우는 것도 아니면서
피어나고 피어나더니
열매도 아닌 열매를 맺는구나.
형체이거나
냄새도 없는
불멸의 질투는
응어리진 가시의 침 되어
약이나 독이 되기도 하면서
천 가지 향내에 섞이고
만 가지 입맛을 곁들인
온갖 균사의 자아만 자라나
한없는 사랑에 푹 빠져 버리더니
누군가가
네 귀한 신비스러움을
소리도 없이 퍼뜨리고 말았구나.
구제역으로 가는 길
(1)
그래도 우리 때문에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만들어 준 밥을 먹고
뒤룩뒤룩 살이 쪘거나
큰 눈망울까지 껌벅이면서
그런대로 한가로이 살아왔던 우리가
단지 몇몇의 동료가 아팠을 뿐인데
그들의 곁에 있었다는 죄로
아픈 증세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사람들이 내린 판결문에 따라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오로지 한 길뿐이란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
사람들이 만들어둔 짧은 길
다른 길로 빠져나간다거나
결코 되돌아설 수도 없는 그 길….
(2)
엄동설한에 흰 물결이 출렁이는데
참새 몇 마리가
하얀 열매가 매달린
나뭇가지에서 그날의 운세를 본다,
마을을 지키던
대 여섯 마리의
개가 울부짖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하늘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언 땅을 깊게 파낸
제복의 몰이꾼들이 길목을 지킨다,
굳게 잠겨 있던 문은 열리고 ….
지난날에
골목길을 찾아들면
희미한 불빛
흔들리는 지하 동굴에
항아리에 든 막걸리를
통째로
마셔버리겠다며
끈질기게 모여 들었던
나름의 꿈을 나누며
한껏 두드렸던
젓가락이 튀고
그 애절함을 덧칠하면서
뜨거웠던 세월까지
묶어두었던
지난날이 가득 찬 그 자리!
향기.
“내 마음에
들어 와~와!” `라는
노래가 흐르는 빵집으로
동그란 안경을 낀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 왔다,
쟁반과 집게를 들고
과일 케이크와
식빵이 있는 곳을 지나
납작한 피자와
둥근 도넛을 요리조리 살핀다,
하나 둘 쟁반에 담고서
흰 우유를 꺼내고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던
초콜릿을 고른 후에
핑크빛 포도주와
아이스크림까지 집어 들었다,
한 꾸러미를 들고 나서는데
버터와 꿀로 범벅이 된
고소하고도 향기로운
빵 냄새가 따라 나가고 있었다.
2 밤
별빛은
강 물결에
담겨서 찰랑대고
달빛은
잔물결에
얹혀서 일렁일 때
우리의 애틋한 사연 가락으로 흐르네.
4. 꽃.
솟아난
맑은 샘물
바람을 만나더니
머무는
곳곳마다
피어난 꽃이기에
저마다 향기로운 꽃 심었다네! 가슴에.
피지도 못한 청청한 꽃들이
숨져 간 순간임에도
결코,
웃을 일이 아니라
웃어서는 안 될 것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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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엇이 후배 새벽잠을 깨웠는지
연말모임들이 지치게한들 가야할 길이라면
한가닥 희망 가지고 가야하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