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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08
S#1. 매장 앞
7회와 연결해서...
화난 얼굴로 은성 팔목 잡은 환과 놀란 얼굴로 그런 환, 보고 있는 은성.
환 : (팔목 더 잡아당기며 잡아먹을 듯) 너 할머니가 너한테 유산 준다니까 그거 믿고 까부나 분데, 까불지 마!
은성 : (벙해서) 할머니가 나한테 유산을 준다구요? (놀라 눈 커지는) 지금 유산이라 그랬어요?
환 : (안 믿는, 알면서) 그래 모른 척 해야겠지.
은성 : (황당한)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팔목 탁 빼며 어처구니없는) 할머니가 왜 나한테 유산을 줘요?
환 : 너 나 불쌍하다며? 나만 내가 불쌍한 거 모른다며!
은성 : 그 얘기하고 유산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환 : (자기 입장에서 계속하는) 왜, 내가 유산 못 받을 거 같냐? 그럼 할머니가 진짜 너한테 유산 줄 거 같애서 내가 불쌍해?
은성 : (답답한) 아니 할머니가 왜 나한테 유산을 주냐구요!
환 : (할머니와 모종의 계약이 있다고 믿는) 오리발 전문, 내가 너한테 또 속을 거 같냐?
은성 : 진짜 나 모르는 얘기에요. (말도 안 된다는) 말이 되는 소릴 해요.
환 : (안 믿는) 니가 알건 모르건 상관없고, 경고하는데, 꿈도 꾸지 마! 내가 가만있을 거 같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은성 : 이봐요! 대체 무슨 말인지는 설명해주고 가야죠?
환 : (힐긋) 왜 관심 가냐?
은성 : (황당한) 뭐라구요?
환 : 할머니한테 물어봐! (들어가는)
은성 : (도대체 영문 모르겠는 얼굴로 보고)
S#2. 매장
화난 얼굴로 들어오는 환. 수재, 은숙과 서서 뭔가 지시하던 점장, 환 본다. 셋, 환이 오는걸 알고 있는 상황.
환 : (막상 들어왔지만 점장 보고 멈칫 서는)
점장 : (다가오며) 항상 첫날부터 지각이군.
환 : (재회가 죽을 맛이다. 외면하는)
점장 : 빨리 탈의실 가서 옷 갈아입고, 물품 받아. 배송 트럭 곧 올 시간이다.
환 : (왜 반말이야? 홱 쳐다보는데)
은숙 : (쪼르르 달려오며 호들갑) 어머어머 이게 누구셔? 지난 번 가게 때려부신 부점장님 아니셔?
수재 : (모른척 같이 꼬는) 점장님, 오늘 새로 알바 온다드니 설마 이분은 아니죠?
은성 : (막 들어오는)
점장 : 일단 인사들 하세요. 언제 또 그만둘지 모르지만, 오늘부터 일할 파트타임 직원입니다.
환 : (으유... 열 받아 고개 돌리면)
은숙 : (비꼬는) 인사만 받고 또 그만두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이번엔 부점장님 아니니까, 잘해봅시다 선우환씨!
수재 : (따라서) 잘해 봅시다, 선우환씨!
환 : (울컥하지만 누르는, 힐긋 보고 탈의실 쪽으로 휙 가고)
은성 : (어유 저 인간, 인사도 안하고 가버리는 환 한심하게 보는)
S#3. 탈의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슈트 들고 두리번거리고 있는 환.
수재 : (문 빠끔히 열고) 빨리 나오라는데요?
환 : (수재 보는) 이리 와.
수재 : 왜요? (문 열고 슬금슬금 오면)
환 : (슈트 탁 주며) 안 구겨지게 걸어놔. (나가는)
수재 : (황당한) 아니 왜 나한테 이딴 걸 시켜! (옷보는, 눈 커져) 와- 죽인다...
S#4. 본점 주차장
서있는 배송 트럭 뒤에서 배송 직원이 내려주는 설렁탕 육수 박스 받아서 수레에 싣는 수재.
환, 짐 싣는 바퀴 수레 잡고 떨떠름하게 서있다.
수재 : (적당히 쌓이면) 자, 가요!
환 : (인상 쓰고 수레 밀려는데 예상보다 무겁다. 끙 힘써서 서툴게 밀고 가는)
S#5. 주방
주방 밖에서 육수 박스 들고 들어오는 환, 안 해본 일이라 힘들다.
은숙 : (냉장고 문 열어주며) 냉장고 들어가기도 전에 육수 다 쉬어버리겠네. 아 무슨 남자가 이깟거 들고 오는데 한나절이야?
환 : (은숙 홱 보며) 아줌마!
은숙 : 엇다 대고 아줌맙니까? 선우환씨! (강조하는) 주임님!
환 : (으유... 냉장고에 넣는, 탁 돌아서는데)
점장 : (다가오며) 끝났으면 계단 청소 해.
환 : (또? 쳐다보면)
점장 : (두 번 말도 안하고 돌아서 가는)
환 : (감정 담아) 직원끼리 존대 사용이 원칙이라면서!
점장 : (휙 돌아보면)
환 : 왜 반말 합니까?
점장 : (망설임 없이) 니가 존대 써 가며 존중해줄 우리 진성 직원이냐?
환 : 파트타임은 직원도 아니다?
점장 : 점장 지시에 일언반구 대꾸 안하는 직원 없어, 우리 진성에는.
환 : (멈칫하는)
점장 : 니가 손님 앞에서 웃는 얼굴 할 수 있게 되면, 직원으로 존중해 준다. (가는)
환 : (한방 먹고 열 받아 쏘아보는)
S#6. 계단
대걸레 들고 나오는 환, 계단 쳐다보고 대걸레 본다.
도저히 못하겠는 환, 대걸레 한쪽에 탁 밀치듯 던지고 계단 내려가다 멈칫 선다.
<프래쉬 백-7회 62씬 중에서>
할머니 : 들어온 거 받아는 준다만, (강조하는) 일 안하는 사람은 이 집에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환 : (현재,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악물고 다시 돌아서 오는, 대걸레 집어 들고 계단에 신경질 적으로 휘두르고)
S#7. 매장
2시 35분 가리키는 시계. 점심시간 지나 손님 없는 매장.
환, 입 꾹 다물고 한쪽에 팔짱 끼고 서있다.
은숙, 다른 테이블에 직원들 점심 식사 차리고 있고 은성과 수재, 테이블 닦고 있다.
은숙 : 자- 2팀 이제 점심 먹읍시다!- 은성씨! 수재씨!
은성, 수재 : (일손 놓고 다가오는)
점장 : (다가오며 환에게) 점심 먹지.
환 : (막 지나치는 은성에게) 여기서 꼭 밥 먹어야 된다는 규칙이라도 있냐?
은성 : (멈칫) 그런 건 아니지만,
환 : (말 끝나기도 전에 그대로 밖으로 나가는)
점장 : (자기 무시하는 환 괘씸한 듯 보는)
은성 : (놀라 혼잣말) 돈도 없으면서... (기막혀 환, 보는)
S#8. 옥상
올라오는 환, 애써 눌렀던 열 토해내듯 아- 소리 지른다. 한쪽에 놓인 긴 의자로 가서 벌렁 눕는 환, 눈 감는다.
S#9. 흙침대 매장 앞
매장 보이는 맞은편에 차 세워놓고 매장 지켜보고 있는 백성희, 손에 수첩 들고 있다.
매장에 들어가는 50대 여자 둘 보고 얼른 수첩에 표시하는 백성희, 수첩에 완성 된 正 자 세 개 있다.
백성희 : (눈 반짝이며) 정말 불황 안타네... (안도의 미소 짓는)
S#10. 형진 공사현장 앞
고평중, 얼 만큼 떨어진 곳에 등 돌리고 서있고 준세, 형진과 얘기하고 있다.
형진 : (고평중 힐끔 보고 투덜대는) 형 진짜 별일 없는 거지?
준세 : 야간작업 겨우 이틀 쓰면서? 그날 일당 드리면 끝인데 일 생길게 뭐 있어?
형진 : (불안한) 이름을 못 밝힌다니까 그러지? 범죄 저지르고 숨어 다니는 거 아님 이름을 왜 못 밝혀?
준세 : 이름 못 밝히면 다 범죄자냐?
형진 : 아 몰라 몰라. 무슨 일 생기면 형이 책임져.
준세 : (아유, 웃고) 알았어 임마. (형진 끌고 고평중 쪽으로 가며) 아저씨!
고평중 : (돌아서는, 다가오고)
준세 : 말씀 드린 제 후배 놈이에요.
형진 : (떨떠름) 이형진임다.
고평중 : (꾸벅 인사하며) 이거 폐를 끼치게 됐습니다.
준세 : (얼른) 잘 부탁한다, 형진아.
형진 : 오지랖 형, 우리 바쁘니까 빨리 가시지.
준세 : 그래. 아저씨 저 가 볼게요, 수고하세요.
고평중 : (꾸벅하며 진심) 정말 고맙소.
준세 : (웃으며) 제 전화번호 외우셨죠? (꾸벅하고 가는)
고평중 : (뭉클... 고맙게 보는)
S#11. 환 집 거실
지친 기색으로 에구구... 하며 들어오는 영란.
표집사 : (주방 쪽에서 나온다) 이제 오십니까, 여사님.
영란 : (징징대듯) 표집사, 이러다 내 팔뚝, 오른 팔만 강호동 팔뚝 되겠어.
표집사 : (안쓰러움 감춘) 오늘도 무만 써셨습니까?
영란 : (멈춰서며 발끈) 무에 미음자도 끄내지 마! 나아, 앞으로 펴엉생 무로 만든 건 쳐다도 안볼 거니까
밥상에 깍두기 생채 내놓지 마!
표집사 : 총각김치는요?
영란 : (멈칫하는)
표집사 : 소고기 무국, 무 쌈, 무 조림에 홍어무침, 여사님이 좋아하시는 음식인데요.
영란 : (그러네? 갈등하다) 내놓지 마! 꼴도 보기 싫어!
표집사 : 저녁으로 생태 탕에 무 조림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영란 : (솔깃해서) 무조림? (부아 나는) 아니 표집사는 무슨 요리사가 무 들어간 거 아님 할 줄 아는 게 없어?
표집사 : 무에는 디아스타제라는 소화 효소가 들어 있어서 소화에 아주 좋습니다. 어르신하고 여사님 두 분 다 위가 약하시구요.
영란 : 무가 그렇게 좋은 거였어?
표집사 : (심침 뚝 떼고) 그래도 여사님이 안 드시겠다고 하시면,
영란 : (얼른) 내가 언제 안 먹는다 그랬어? 안쳐다본다 그랬지!
정 : (현관 문 열고 들어오는, 표정 화색 돌아) 엄마 엄마 엄마!
영란 : (돌아보면)
정 : (발 아파 약간 절룩이면서도 후다닥 다가와 엄마 팔 잡으며) 엄마 엄마 우리 돈 생길 구멍 있어.
영란 : (놀라) 돈?
정 : (뒤늦게 표집사 보는) 아니 그게 아니라, (잡아끌며) 내 방으로 가.
표집사 :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저러나... 걱정스럽게 보는)
S#12. 정 방
침대에 명품 가방 몇 개 꺼내놓고 앉아있는 정과 영란.
영란 : (놀라) 이걸 판다구?
정 : (신났다) 어, 전에 티비에서 명품 중고 매장 나오는 거 봤는데, 이런 신상은 반값은 받는데.
영란 : 반 값?
정 : 그러니까 엄마도 가방 하나 팔아. 택시만 타고 출퇴근해도 그게 어디야?
영란 : (반색하는) 어머 정말 하늘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있다드니, (하다 퍼뜩 생각난) 정아 그러지 말구 그거 팔자,
이번에 환이가 귀국하면서 사온 니 시계. 그건 새 거라 꽤 받을 거 아냐?
정 : (펄쩍) 시계? (타박) 엄마 그건 우리나라엔 들어오지도 않은 한정판이야!
영란 : 너 시계 많잖아?
정 : 엄마가 그 반지 목걸이 팔아! 엄마 패물 많잖아?
영란 : (얼른 반지 낀 손으로 목걸이 감싸며) 어머 안 돼 얘!
정 : 엄만 그러면서 왜 나한테 시계 팔래?
영란 : 아우 지난번에 가방들 괜히 다 버렸다. 그거 다 팔았음 일년치 택시비는 나왔을 텐데.
정 : (또 펄쩍 뛰는) 일 년? 일 년을 일하라구?
영란 :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다 심란한) 아휴, 환이가 빨리 할머니 맘을 풀어드려야 우리가 사는데...
S#13. 매장
한쪽에 서서 4시 59분 지나치는 손목시계 초침 들여다보고 있는 환, 한 손으로 유니폼 조끼 단추 풀고 있다.
카트에 김치 통들 싣고 다니면서 테이블에 빈칸에 김치 통 넣고 있는 은성.
점장 : (다가와) 은성씨 퇴근해요.
은성 : 네 점장님. 이거 마저 하구요.
은숙 : (얼른 다가와서) 점장님, 저 꼴통 좀 보세요.
점장, 은성 : (돌아보는, 환 보고 기막힌데)
은숙 : 아주 100미터 달리기 할려구 초를 재는구나, 초를 재.
환 : (초침 정각 가리키면 곧바로 탈의실 쪽으로 가는)
은성 : (한심하게 보는)
S#14. 탈의실
슈트로 갈아입고 이쪽저쪽 주머니 뒤지는 환, 동전 한 닢 없다.
S#15. 매장 앞 버스 정류장
팔짱 끼고 어떡해야 하나... 왔다 갔다 하고 있는 환. 걸어오던 은성, 환 보고 어? 멈춰 선다.
은성 : (혼잣말) 저 인간 왜 여기 있어? (다가가는데)
환 : (동시에 은성 보는, 얼른 멈춰 서서 자세 딱 잡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은성 : (설마? 또 나한테?... 수상하게 보며 다가가면)
환 : (그 시선에 차마 말 안 나온다. 쌩 외면하고)
은성 : (아닌가?... 정류장에 서서 버스 오는 척 쳐다보는)
환 : (다시 은성 뒷모습 본다) 아우... (말 안 나와 죽겠는데)
저만치서 버스 다가오고 은성, 버스 쪽으로 간다. 따라 타려고 한걸음 내딛는 환.
은성, 돌아보면 자기도 모르게 걸음 멈추고 싹 외면하는 환. 그런 환, 보며 날 기다렸구나... 알겠는데 버스 와서 선다.
은성 : (모른 척 버스 쪽으로 가는)
환 : (자존심에 도저히 따라 탈 수 없다. 혼자 화나서 인상 쓰고 서있는)
은성 : (타려다가, 돌아보는, 타박하듯) 안타요? (버스에 오르고)
환 : (얼른 따라 타는)
S#16. 버스 안
은성, 교통 카드 두 번 찍는데 버스에 오르는 환, 모른 척 은성 지나쳐서 빈자리에 털썩 앉는다.
은성, 그런 환 기막힌 듯 보면서 환 뒤쪽 대각선 자리에 가서 앉는다.
모른 척 팔짱 끼고 창밖 내다보는 환.
<시간 경과>
창밖 보다가 내릴 정류장 되자 환 쪽 보는 은성. 팔짱 끼고 꼿꼿이 앉아있는 환 뒷모습 보인다.
은성 : (혼잣말) 고맙단 말 한마디 없이, 인간이 저렇게 뻔뻔하냐...
일어나서 문으로 가던 은성, 그 자세로 자고 있는 환 본다. 환에게 다가가서 가방으로 팔꿈치 팍 치고 문 쪽으로 돌아서는 은성.
은성 기세에 팔꿈치 풀리면서 머리 허공에 찧는 환, 놀라 번쩍 눈뜨고 뭐야?... 인상 쓰고 둘러보면 버스 서고 은성 막 내리고 있다.
얼른 일어나서 후다닥 뒤따라 내리는 환.
S#17. 동네 길 버스 정류장
버스에서 내리는 환. 몇 걸음 앞서 걷는 은성 본다.
성큼 걸어 모른 척 은성 지나쳐 앞서 가는 환. 그런 환 미운 듯 보는 은성.
S#18. 환 집 거실
퇴근해 들어오는 환. 영란 맞이하고 섰다. 소파에 앉아있는 할머니.
영란 : 어서 와 울 아들, 고생 많았지? 종일 뭐했어? 뭐 시키디? 다리 아프지?
환 : 밥부터 먹구.
영란 : (놀라) 점심 안 먹었어?
할머니 : (소파에서 돌아보는)
환 : (적당히 꾸벅하며) 할머니 나 왔어.
할머니 : 그래.
영란 : (환 팔 잡고 주방으로 가며) 아니 왜 점심을 안 먹었어?
환 : (할머니 들으라는 듯) 거기서 먹겠어? (주방으로)
은성 : (들어오는) 다녀왔습니다.
할머니 : (웃으며) 오냐, 오늘도 수고 했다!
환 : (은성에게 다정히 대하는 할머니 돌아보는)
S#19. 2층 거실
은성, 올라오는데 정, 욕실에서 나오다가 은성 본다.
정 : 야!
은성 : (멈춰서 보면)
정 : (다가오며) 내가 진짜 며칠 동안 눈도 못 뜨게 피곤해서 못 물어봤는데, 너 준세 오빠랑 어떻게 알어?
은성 : 그냥 아는 사람이야.
정 : 그냥 어떻게, (캐듯)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난 건데?
은성 : (멈칫, 준세가 뭐라고 했는지 모른다) 박준세씨한테 들었을 거 아냐.
정 : (타박처럼) 그 오빠가 나한테 시시콜콜 그런 거 말하니? 자기 후배에 후배였다 그러드라.
은성 :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그래 후배에 후배였어. (보면 ‘박준세’ 떠 있다)
정 : (소리) 근데 왜 나 보자마자 도망 가?
은성 : (핸드폰 보다가 정 보는)
정 : 준세 오빠한테 너 뭐 거짓말한 거 있지? 그래서 찔려서 도망갔지?
은성 : (핸드폰 다시 가방에 넣으며) 아니? (보며) 니 말처럼 니네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그런 좋은 레스토랑 드나드는 거
들켜서 도망쳤어.
정 : 뭐?
은성 : 됐지? (자기 방 쪽으로 올라가는)
정 : (벙해서 보다가 알아채는) 저게?
S#20. 준세 레스토랑
한쪽에 서서 연결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된다는 안내 듣고 있는 준세. 삐- 소리에 뭔가 말하려다 만다.
핸드폰 끊으며 답답한 듯 후- 하는 준세.
S#21. 주방
허겁지겁 밥 먹는 환. 영란, 앞에 앉아 기막힌 얼굴로 보고 있다.
영란 : (맘 아파 죽겠는) 세상에 그럼 하루 종일 굶은 거야?
환 : (대답 대신 한 숟가락 가득 넣는)
정 : (씩씩대며 들어오다 놀라 멈춰서는) 와- 허기 앞에 장사 없다드니, 천하에 선우환도 별 수 없구나?
환 : (먹다가 확 째리는)
영란 : 여태 아무 것도 못 먹었댄다.
정 : (다가오며) 오빠 그래도 이번엔 절대 그만두면 안 된다? (엄마 옆에 와 앉으며) 할머니가 잠근 돈 통 다시 열 때까지
절대 그만 두면 안 돼?
영란 : (미안하지만) 그래, 쫌 힘들어도 엄마랑 정이 생각해서, 응?
환 : 얼마면 될 거 같은데?
정 : (눈 커져) 오빠 숨겨놓은 돈 있어?
환 : 얼마나 버티면 될 거 같냐구. (다시 먹는)
영란 : (가늠 안 되는, 갸웃하며) 글쎄 한... 두 달?
환 : (먹다가 멈칫, 두 달? 쳐다보면)
영란 : 아니아니 한 달! 한 달만 니가 본점 근무 버텨내면 (주방 밖 눈치 보며) 할머니 맘 싹 풀어지실 거야.
(동조 구하듯) 그치 정아?
정 : 오빠가 한 달만 버티면, 할머니 당장 강산 변한 줄 아실 걸? (하다) 근데 그 전에 은성이 쟤가 없어져야지.
영란 : 작게 말해, 할머니 들으셔.
환 : 할머니랑 분명 계약 맺고 들어왔는데 나가겠냐?
정 : 아우, 쟤 진짜 재수 없어! 준세 오빠랑도 아는 사이드라니까?
환 : 준세 형?
정 : 진짜 수상한 애야. 어떻게 내 주변 사람들하구 다 엮일 수가 있어? 오빠, 할머니, 준세 오빠까지!
환 : (정말 이상한, 갸웃하고)
S#22. 은성 방 (저녁)
씻고 들어오는 은성, 화장대에 앉아 스킨 꺼내 바르다가 멈칫한다.
환(E) : 너 할머니가 너한테 유산 준다니까 그거 믿고 까부나 분데, 까불지 마!
은성 : (안되겠다. 서둘러 얼굴 매만지고 일어서는)
S#23. 환 방 (저녁)
지친 걸음으로 들어오는 환, 침대 쪽으로 가며 슈트 윗도리 벗어 소파에 휙 던진다.
침대에 털썩 걸터앉아 셔츠 단추 푸는데 안하던 노동에 너무 피곤하다.
그대로 침대에 고꾸라지듯 눕는 환, 저절로 눈 감긴다.
S#24. 할머니 방 (저녁)
할머니 앞에 앉아있는 은성.
할머니 : 이상한 얘길 들었다니?
은성 : (괜히 난처한) 그게 말씀드리기도 그런데요... 할머니 혹시 저한테 유산 준다고 하셨어요?
할머니 : 환이가 그러디?
은성 : (놀라지 않는 할머니 반응에)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할머니 : (대답 대신) 너한테 유산 준다는 게 그렇게 이상했어?
은성 : (당연하다는) 이상하죠? 할머니 손자 손녀 있으신데, (말도 안 된다는) 무슨 저한테 유산을 주세요?
할머니 : 그렇구나,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어.
은성 :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 왜 그렇게 말씀하신 거예요?
할머니 : 은성아.
은성 : 네.
할머니 : (의미 있는) 너는, 이 할미가 믿는 사람이야.
은성 : (영문 몰라) 믿는... 사람이요?
할머니 : 그래, 너는 내가 믿는 사람이고... (강조하는) 나한테 꼭 필요한 사람이다. 그저 그렇게만 알아 둬.
은성 : (나름대로 짐작했던 듯 끄덕이며)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할머니 : (알기는?) 알겠어?
은성 : (어쩔 수 없는 험담이라 조심스런) 손자분이 할머니만 믿고 너무 대책 없이 사니까,
손자 철들게 할려고 그러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에요?
할머니 : (자조적인) 맞아... (원인은) 그 놈 때문이지. 환이하고 진작에 엮여 보드니 아주 훤하구나.
은성 : (민망한) 죄송해요...
할머니 : (말 돌리는) 유산을 너한테 준다고 했다가 아니라니, 좀 서운하진 않구?
은성 : (말도 안 된다는) 에이 할머니 저 그렇게 안 순진해요. 제가 설마 할머니가 정말 저한테 유산 주실 거라고 믿었을까 봐요?
할머니 : (농담처럼) 안 믿었담서 왜 물어봤어? 혹시 하고 물어본 거 아냐?
은성 : (긴장 풀린, 투정처럼) 할머니! 그건 할머니 손자가 그 핑계로 또! 저 못 살게 굴까봐 확인한 거죠?
(하다 정색하고) 일확천금은 없다, 노리지도 바라지도 마라! 우리 아빠 평생 신조였어요.
할머니 : (끄덕이며) 니 애비, 너 참 잘 키웠어.
은성 : (웃으며) 잠깐이지만 두근두근은 했어요.
할머니 : (보다가) 미안한 김에 부탁 하나 더 해도 되겠냐?
은성 : 부탁이요?
할머니 : 나는, 환이가 내가 한말 고대로 알고 있었으면 해.
은성 : (놀라) 할머니 유산을 정말 제가 받는 것 처럼요?
할머니 : 해줄 수 있겠냐?
은성 : (난감한 얼굴로 잠시 할머니 보다가 끄덕) 그렇게 할께요.
할머니 : 환이나 나머지 식구들한테 제법 시달릴 텐데, 괜찮겠어?
은성 : 시달려도... 해야죠. (이제 다 짐작 간다는) 할머니 그래서 우리 은우 찾아주시는 조건으로
저한테 꼭 집에 들어와야 한다고 하신 거잖아요.
할머니 : 꼭 그런 건 아니고.
은성 : (앞으로 걱정되는 듯 후- 하며) 맘 크게 먹어야겠다. (걱정 담긴 미소 짓는)
S#25. 뜰 (저녁)
찻잔 놓고 앉아서 표집사 보고 받고 있는 할머니.
표집사 : (걱정 담긴) 저 아가씨에 대한 확신은 있으신 겁니까?
할머니 : 이놈아, 세상에 백 프로가 어딨어? 열아홉에 과부돼서 맨몸뚱이 하나로 이 무서운 인생 살아낸 직감으로 가는 거지.
표집사 : (얼른) 예, 어르신.
할머니 : 은성이하고 살면서 겪어보는데... 애가 품성이 참 맑드라구. 고운 게 아니라, (강조하는) 맑아!
이런 애라면, 이런 애라면... 자꾸 그 생각이 드는데, 내 직감 한번 믿어보자 싶어, 그래서 집에 들였어.
표집사 : 그래도 그런 큰 결심까지 하시는 게... 어르신 정말 보통 분은 아니세요.
할머니 : (쓸쓸한) 우리 애들한테는 희망이 없고, 나한테는... 시간이 없잖냐.
표집사 : (짠하게 보는데)
할머니 : 그래 은성이 동생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
표집사 : 서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설 보호소까지 다 뒤져봤는데 없어서 어제부터 수도권 지역 뒤지고 있습니다.
할머니 : (예상 밖) 서울에서 잃어버렸는데 서울에 없어? 몇 명 가동 시켰어?
표집사 : 열 세 명입니다.
할머니 : 당장 두 배로 늘려! 동생 핑계로 붙잡아 앉힌 애야. (단호한) 은성이 동생만 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찾아줘야 해!
(표정 다지고)
S#26. 일식집 (밤)
회 접시 놓고 술자리하고 있는 백성희, 박 변, 박변 친구 이사장. 서너 순배 술자리 돌은 분위기.
백성희, 오랜만에 마신 술에 취기 올라 있다.
이사장 : (백성희 잔에 따라주며) 자! 그럼 다시 한 번 건배합시다.
백성희 : (정말 힘든) 아우 제가 술을 잘 못하는데...
박변 : 야 야 이 사장, 그만 권해.
이사장 : 왜? 이제 우리 회사 가맹점주 되신 축하 건배하자는데.
박변 : 니가 상대하던 여사장들처럼 대하면 안 돼, 임마. 집에서 얌전히 살림만 하시든 분이야.
백성희 : (막아주는 박변 든든하다. 새삼 다시 보는)
박변 : (정색하고 친구에게) 이거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워낙 술을 좋아해요.
백성희 : 네.. (머리 아픈 듯 이마 짚는)
S#27. 승미 아파트 앞 (밤)
장본 비닐봉지 들고 걸어오던 승미, 저만치 아파트 입구에 세워진 차에서 박변이 열어주는 뒷좌석 문에서 내리는 백성희 본다.
어? 놀라 멈춰서는 승미. 내리다 취기에 중심 못 잡는 백성희 팔 잡아 내려주는 박변의 뒷모습,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확 굳어서 보는 승미. 멀리서 괜찮다고 인사하고 들어가는 백성희 바라보다 차에 타는 박변의 뒷모습.
S#28. 승미 집 거실 (밤)
술기운에 힘든 듯 소파에 와서 털썩 앉는 백성희, 머리 아픈 듯 찡그리는데 승미 들어온다.
백성희 : (보는) 어 승미야.
승미 : (장바구니 놓고 다가와서) 누구야? 같이 술 마시고 온 남자 누구에요?
백성희 : 봤어? 어, 엄마 사업 때문에,
승미 : (o.l, 예민한) 엄마 그새 남자 생겼어?
백성희 : (멈칫해서 보면)
승미 : (앉으며) 설마 또 재혼할 생각은 아니지?
백성희 : (그 말에 울컥하며 승미 보는) 재혼? (그런 말 듣는 자신이 서글프다)
승미 : (두려움 담긴) 또 할 거야?
백성희 : 안 해! (술기운에 딸 앞에서 안 꺼낸 감정 꺼내놓는) 한번 하고 두 번 해봐도 번번이 날 도로 제자리에 갖다 놓는 남자들
지긋지긋해!
승미 : (멈칫하는)
백성희 : (메이는) ...미안해, 이런 엄마여서.
승미 : (처음 보는 모습에 놀라) 엄마...
백성희 : (눈물 어려) 너 이런 엄마가 싫지? 나도... 이런 내가 싫다.
승미 : (당황해) 왜 그래요?...
백성희 : (자조적인) 니 나이엔 나도... 내가 이런 모습일줄 몰랐어.
내 딸 앞에서, 이렇게 초라하고 볼품없는 엄마가 될 줄... 몰랐어.
승미 : (눈물 어려) 아니야, 내가 말이 심했어요.
백성희 : (눌렀던 감정 터지는) 남들은 한번 결혼으로도 딸한테 좋은 환경 주는데... 난 왜 그게 안 되니?
(미치겠는) 넌 나처럼 살게 안 하려고 그렇게 기를 썼는데 왜 그게 안되냐구...
승미 : (마음 아픈, 엄마 손 잡으며) 그러지 마요, 나 엄마 덕에 큰 고생 안하고 자랐어요.
백성희 : (승미 얼굴 만지며) 우리 이쁜 딸...
승미 : (울컥해서 엄마 안는) 미안해, 엄마 마음 몰라줘서 미안해요.
백성희 : (승미 안고 머리 쓰다듬는) 넌 엄마처럼 살지 마... 니가 원하는 남자도 뺏기지 말구, 보란 듯이 살어 승미야...
엄마가 꼭 그렇게 살게 해줄게.
S#29. 승미 집 안방 (밤, 백성희 꿈)
전 씬의 취기 어린 상태로 옷장 앞에 서서 잠옷으로 갈아입은 백성희, 돌아서 침대로 가는데 문 벌컥 열리고 고평중 확 들어온다.
백성희 : (기척에 돌아보다 헉! 놀라는)
고평중 : (둘러보는, 비아냥) 집 좋네?
백성희 : (기겁해서) 다 당신... 어떻게, 여길 어떻게 알고...
고평중 : (분노로) 우리 애들 찾으러 왔어! (원망으로 번뜩이며 다가오는) 은성이 은우 어딨어!
(백성희 팔 확 잡으며) 우리 은우 엇다 버렸어!
S#30. 승미 집 안방 (밤, 현재)
침대에서 자다가 ‘몰라!’ 하며 벌떡 일어나 앉는 백성희, 사색돼서 보면 아무도 없다. 꿈이다...
악몽에 놀란 가슴 떨리는 손으로 짚고 불안한 눈으로 방 둘러본다.
S#31. 은성 방 (밤)
스탠드만 켜고 자려고 누워서 생각에 잠겨있는 은성.
<프래쉬 백-8회 1씬에서>
환 : (팔목 더 잡아당기며 잡아먹을 듯) 너 할머니가 너한테 유산 준다니까 그거 믿고 까부나 분데, 까불지 마!
은성 : (당할 일이 끔찍하다. 으... 찡그리는)
할(E) : 너는 내가 믿는 사람이고... 나한테 꼭 필요한 사람이야.
은성 : (이해된다는 듯 끄덕이는데 졸려서 눈 감긴다. 늘 그래왔던 듯 목걸이 꺼내 입 맞추며) 은우야 잘 자... 미안해...
S#32. 천사들의 집 방 (밤)
장애우들 사이에서 새우처럼 웅크리고 누워있는 은우, 코고는 소리 시끄럽게 들리는 속에서 잠 못 들고 혼자 눈뜨고 있다.
속을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 깜빡거려서 더 슬퍼 보이는 은우.
S#33. 공사 현장 (이른 새벽)
5층 정도 규모의 아직 어둑한 공사 현장. 고평중, 등짐 지고 계단 오르고 있다.
S#34. 환 집 뜰 (다음날 새벽)
현관에서 나오던 은성, 옆에 세워진 자전거 본다. 잠시 보다가 그냥 나간다.
S#35. 대리점 앞
은성, 우유 수레 끌고 나오는데 차 옆에 서있는 준세, 은성 보고 ‘은성아’ 하는데
형진 차로 알고 있던 준세 차보고 기막힌 듯 준세 보는 은성, 싹 외면하고 배달 길 간다.
보다가 성큼 성큼 따라와서 은성 앞 가로막는 준세.
은성 : 저 지금 우유 배달해야 하거든요?
준세 : 그럼 배달 해. 일 방해 안 되게 얘기만 할 테니까 넌 귀만 열어줘.
은성 : 무슨 말 할 지 다 아는데 뭐하러 들어요? (막 비켜서 가려는데)
준세 : (그대로 선채 따지듯) 내가 너한테 죽을 죄 지은거지?
은성 : (뜻밖의 반응에 멈칫, 바로 옆에 선 준세 확 쳐다보면)
준세 : (은성 쪽으로 돌아서며 타박하듯) 사형수도 사형 당하기 전에 마지막 한마디 할 시간은 준다드라!
은성 : (준세 어조에 더 화나는) 그러세요? 그럼 마지막 말 하고 가세요!
준세 : (마지막이란 말에 화난 듯) 너 나 다시 안 볼 거야?
은성 : (멈칫하면)
준세 : 화나면 화를 내! 원망하고, 욕하고 왜 그랬냐고 따져! (은성이 했던 말 고대 로 하는) 미리 말 못해 미안하다,
말할 기회를 놓쳤다, 동정은 아니었다! 내가 수없이 해야지, 말해야 되는데! 그러면서 못했던 말들, 그렇게 가볍게 해대고
가버리고는 전화도 안 받고 사과할 기회도 안주는 거, 그거지? 박준세, 넌 내 인생에서 아웃이다.
은성 : (적반하장이다. 기막혀) 지금 나한테 화내는 거예요?
준세 : (더 화내듯) 나한테 화내는 거야!
은성 : (무슨 소리야? 순간 벙해서 보면)
준세 : (타박처럼 마음 토로하는) 너 이럴까봐 말 못했어! 다시는 나 안 본다 그럴까봐!
은성 : (뭔가 느껴지는 느낌에 멈칫하는)
준세 : (자기 자신에 대한 화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인데, 남 속이는 내 자신이 싫어서 거짓말 안하는데
너한테는 말이 안 나왔어!
은성 : (뭔가 전달되는 느낌 있지만 긴가? 민가 혼란스러운데)
준세 : 너 지금처럼 이렇게 나한테 실망하고 상처 받고 돌아서버릴까 봐... 겁이 났다구!
은성 : (예상 못했던 준세 마음에 놀라서 보는)
준세 : (은성 놀란 눈길에 정신 차리는, 어조 낮추며) 그런데 결국 이렇게 만들어 버린 내 자신한테... 정말 화가 난다.
은성 : (상황 당혹스러워서 뭐라 말 못하고 보는)
S#36. 환 집 뜰
심란한 표정으로 현관으로 가던 은성, 자전거 보고 멈칫 선다.
<7회 42씬 중에서>
혜리(E) : 준세씨가 널 속였든 말을 못했든 간에, 그 사람이 지금까지 너한테 했던 모든 걸 부정할 자신 있어?
은성 : (자전거 보며 생각에 잠기는)
S#37. 승미집 주방
싱크대에 해장국 냄비 끓고 있고 식탁에 놓인 3단 도시락 통에 김밥과 주먹밥 등 예쁘게 담겨있다.
식탁 앞에 서서 무쌈 도시락에 넣고 있는 승미.
잠 설쳐서 피곤한 얼굴로 들어오는 백성희, 승미 보고 놀라 멈춰선다.
승미 : (기척에 돌아보는, 밝게) 엄마 일어났어? 내가 해장국 끓여놨어.
백성희 : (뜻밖인) 해장국? (식탁보며) 이건 다 뭐야?
승미 : 환이 오빠, 어제부터 본점에 출근한대요.
백성희 : 환이가?... (표정 펴지는) 할머니 작전이 먹혔구나... (하다) 그래서 환이 도시락 싸다주게?
승미 : 오빠 매장 직원들하고 점심 안 먹을 거 같아서.
백성희 : 니가 뭘 할 줄 알아서, (무쌈 하나 집어 먹어보는, 놀라) 제법이네?
승미 : 인터넷 보면 만드는 법 다 나와 있는데 뭐.
백성희 : (순간 뿌듯한, 웃으며) 암튼 우리 딸, 머리가 좋으니까 뭘 해도 잘한다니까?
승미 : 메뉴를 짜야겠어, 오빠 안 질리게. (도시락 통들 닫는데)
백성희 : (멈칫, 예전 차분함으로 돌아온) 날마다는 하지 마.
승미 : (닫다가 보면) ?
백성희 : 남자한테 지나친 정성들이는 거, 여자가 제일 하지 말아야 할 짓이야.
해줄수록 습관 되고, 어느 순간부턴 알아주지도 않아.
승미 : (기막혀) 알아 달라고 하는 거 아냐.
백성희 : 특히 환이처럼 떠받들려 받기만 해본 남잔 더 모르지.
승미 : 언젠 환이 오빠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라며?
백성희 : 말로 눈으로 웃음으로 하면 되지, 것두 적당히.
승미 : (못마땅한) 내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백성희 : (승미 말 무시하고 하고 싶은 말 계속하는) 해보지도 않은 애가 솜씨가 좋아?
(타박처럼) 여자, 너무 손끝 여물면 그 손 놀려서 살 팔자 돼!
승미 : (속상해서 엄마 보는데)
백성희 : (도마며 칼등 식탁에서 집어 싱크대로 가며) 영란이 봐라, 지 몸 씻고 바를 때 말고는 손에 물 묻히고 살디?
승미 : 좋아하는 사람 위해서 물 묻히는 게 어때서? 오빠 가뜩이나 은성이 싫어하는데 점심까지 같이 먹고 싶겠어?
백성희 : (그 말에 멈칫) 뭐? (놀라 돌아보며) 환이가 은성이랑 같이 일하는 거야?
S#38. 환 방
어제 차림 그대로 잠들어있는 환 흔들어 깨우고 있는 영란.
영란 : (안타깝지만) 환아, 일어나. 출근해야지.
환 : (눈뜨는)
영란 : (기막혀) 세상에 몇 시간을 잔거니?
환 : (그제야 정신 차리고 끙 몸 일으키다 자기 차림새 내려다보는) 나 이러구 잔거야? 씻지도 않구?
영란 : 그르게 얼마나 피곤했는지, 흔들어도 꿈쩍을 안 하드라.
환 : (그런 자기 모습 기막힌)
S#39.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할머니와 환. 환, 경찰서 일 계기로 할머니에게 완전 꺾인지라 전에 비해 약간 기세 죽어 있다.
환 : 할머니, 날 꼭 매장에서 일을 시켜야겠어?
할머니 : 무슨 소리야?
환 : (약간 선심 쓰듯)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본사로 나가께.
할머니 : (보다가) 너 뭐 착각하나 본데, 일부러 너 매장 일 시키는 거 아냐. 본점에 남자 파트타임 자리 비었길래 넣어준 거지.
환 : 본사로 나간다잖아.
할머니 : 본사엔 자리 없어, 상반기 본사 직원 모집 끝난 지가 언젠데?
환 : (예상 밖) 할머니.
할머니 : (정색하고 여지 안 주는) 본사 일하고 싶음 하반기 때 원서 넣든가.
우리 매장 일이 그렇게 싫으면, 니가 알아서 다른 일 구해.
환 : (여지없는 모습에 멈칫)
할머니 : (협탁에 뒀던 만원 한 장 집어주며) 자.
환 : (할머니 속을 알 수가 없다. 답답하게 보는)
S#40. 환 집 앞
걸어가는 환. 은성, 저만치 뒤에서 자전거 타고 온다.
은성 : (환 보고 달려와서 환 옆에 끽 서는)
환 : (흠칫해서 보면)
은성 : 77만 5,900원이에요.
환 : 뭐?
은성 : 나한테 강탈해 간 술값 50만원에 밟아 뭉갠 핸드폰 27만원, 어제 택시비 5천원에 교통 카드 버스비 900원까지,
저한테 갚을 돈 77만 5,900원이라구요.
환 : 그래서?
은성 : 우선 5천 900원 주세요.
환 : (만원 있는데) 5천 900원?
은성 : 준다면서요? 아니 당연히 줘야죠.
환 : 만원 받은 거 뻔히 알면서 그 돈을 달래냐?
은성 : 만원 빼기 5,900원 빼기 오늘 왕복 차비 2천원 빼면, 그래도 2,100원이나 남아요.
환 : (더 버티기 치사하다.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툭 내밀면)
은성 : (얼른 받고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네 장과 100원 동전 꺼내 주는) 4,100원이에요, 세 봐요.
환 : (뭘 세봐, 툭 받아 채면)
은성 : 나머지 77만원은 월급날 받을 게요.
환 : 뭐?
은성 : (모른 척 출발해서 달려가고)
환 : 아우... (4천원 보고 멀어지는 은성 얄미워 보는)
S#41. 본점
유니폼 입고 점장 앞에 서있는 은성, 환, 은숙, 수재 외 직원들.
팔짱 낀 환, 여전히 점장 안보고 시선 다른 곳 보고 있다.
점장 : 오늘 하루도 진심으로 고객을!
모두 : (환 제외, 모두 크게) 진심으로 고객을!
환 : (소리에 놀라 인상 쓰고 이쪽저쪽 쳐다보는데)
점장 : 아 그리고 고은성씨, 선우환씨 매장 교육 시키세요.
환 : (뭐? 은성 확 돌아보는)
은성 : (헉! 환 보는)
점장 : (환은 무시하고 은성 보고 얘기하는) 오늘 또 출근했는데 허드렛일만 시킬 수는 없고, 지금 이 상태론 절대 홀에 투입은
못하니까 은성씨가 철저하게 손님 응대 교육 시키세요.
은성 : (일단) 네, 점장님. (하고 후... 작은 한숨 내쉬는)
S#42. 휴게실
회의 겸 식탁 대용 테이블 한쪽에 놓여있고 소파와 티비 놓인 휴게실. 남녀 탈의실로 향하는 문 두 개 있다.
테이블에 매뉴얼과 컴플레인 사례집, 노트 등 놓고 마주 앉아있는 환과 은성.
은성, 환 교육시키고 있다. 환, 상한 자존심 누르고 팔짱 끼고 앉아있다.
은성 : 손님 오실 땐 어서 오세요, 가실 땐 안녕히 가세요! 꼭 해야 하구요,
깍두기 김치 접시 두 개하고 물통, 물 컵 기본 제공이에요.
환 : (해야 되는 내용이 기막히다)
은성 : 절대 대걸레 만진 손 안 씻고 바로 주문 받으면 안 됩니다. (하다) 듣고 있는 거예요?
환 : 귀먹었을까봐.
은성 : 휴식은 하루 40분 정도 상황에 따라 쉬는데, (미리 단속하는) 절대 매장 밖에 나가면 안돼요. (강조하는) 대기 개념입니다.
환 : 이거 언제 끝나냐?
은성 : (보다가 안 되겠다) 일어나세요.
환 : (됐다는 줄 알고 일어나서 나가려면)
은성 : 어서 오세요, 해보세요.
환 : (돌아보는) 뭐?
은성 : (손님 대하듯 웃으며 인사하는) 어서 오세요- (바로하고) 해보라구요.
환 : 너 지금 장난 하냐?
은성 : 점장님 지시 못 들었어요? 내가 선우환씨 완벽하게 교육 못 시키면, 아마 점장님이 하실 걸요?
환 : (점장은 더 싫다. 자리에 털썩 앉으며) 해, 계속해 봐.
은성 : (앞에 둔 두툼한 매뉴얼 책자 가리키며) 매장 근무 매뉴얼이에요.
환 : (보는, 그 두툼함에 놀라는데)
은성 : (A4 반 크기 노트 주며) 내가 따로 요약정리 한 거에요. 내일 출근 때까지 다 외워 오구요,
오늘은 홀에서 주문 배식 퇴식하는 거 까지만 교육할게요.
환 : (죽을 맛이다)
S#43. 안방
팔짱 끼고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겨있는 백성희.
승미(E) : 할머니가 오빠한테 본점으로 출근하라고 하셨대요.
백성희 : (본능적인 느낌으로 석연치 않은) 노인네 왜 환이를 은성이 옆에 붙여? (하다 멈칫, 굳어지는, E) 집에 불러들인 건
유산 핑계로 필요했다 치는데, 매장까지?... (할머니 의중 캐내려는) 이 양반 무슨 딴 생각 있는 거 아냐?
(잠깐 머리 굴리다가 뭔가 생각난 듯 돌아서는, 서둘러 안방으로 가는)
S#44. 음식점
급하게 식사하고 있는 영란 기막힌 듯 쳐다보고 있는 백성희.
영란 : (그런 시선 느끼고 쳐다보는) 점심시간 1시간 칼이야. 안 지키면 공장장에 주임이 어찌나 잔소리를 해대는지,
(하다) 그러니까 왜 전화도 없이 왔어?
백성희 : 너 이 고생한지가 며칠인데 못 들여다봤잖아. (기막힌 듯) 세상에 너까지 이게 무슨 고생이니?
영란 : 내 말이! 그래두 이제 환이 손에 틀어쥐셨으니까 우린 곧 풀어주시겠지.
백성희 : 그래 환이 본점으로 출근한다며?
영란 : (다시 먹으며) 응.
백성희 : 앞으로 회사 운영하려면 본사 일을 배워야지 왜 본점 일을 시키셔?
영란 : 요새 우리 어머니 속, 아마 어머니도 모를걸? 환이가 본점 싫다고 그렇게 펄펄 뛰는데도 기어이 보내시드라니까?
백성희 : (본론) 본점에... 느이 집 들어와 있는 그 아이도 있다면서?
영란 : 그러니까, 어? 우리 환이가 걔 얼마나 싫어하는데? (의미 없이) 집에서도 고은성, 출근해서도 고은성,
미운 정 들일 작정 아니면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니?
백성희 : 미운 정? (혹시 했던 생각이 더 커지는, 굳어지고)
S#45. 매장
2시 15분 가리키는 매장 벽시계. 은숙과 수재, 점심 차리고 있다.
휴게실 쪽에서 나오는 은성. 환, 짜증스런 얼굴로 뒤따라 나온다.
은숙 : 은성씨하고 꼴통은 왜 안 와?
수재 : 오네요. 근데 오늘은 우리랑 먹을까요?
은숙 : 안 먹는다에 3천원 건다.
환 : (점심 상 보는데 배고프다)
은성(E) : 5,900원 주세요.
환 : (확 돌아보는, 은성 쏘아보는)
은성 : (가다가 돌아보는) 점심 안 먹어요?
환 : 됐거든! (하면서도 망설이는)
은성 : 2,100원으로는 김밥 한줄 밖에 못 사먹어요.
환 : 약 올리냐? (하는데 핸드폰 울린다. 얼른 꺼내서 보면 ‘승미’ 떠있다)
S#46. 매장 앞
은성이 볼까봐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도시락 든 쇼핑백 메고 서있는 승미.
혜리와 인영, 매장 향해 걸어온다. 막 슈트 갈아입고 나오는 환.
인영 : (눈에 띄는 환 보고 고개 돌아가는데)
환 : (승미 쪽으로 걸어가는)
인영 : (환 쫓다가 승미 보는) 어? 쟤 승미 아냐?
혜리 : 승미? (보면 정말 승미다. 놀라서 보는데)
승미 : (돌아보다 환 보고 웃으며) 오빠.
환 : (반가운) 본사 직원은 낮에 막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냐?
승미 : 아냐, 이번 주는 시장 조사 교육 기간이라 외근이라서 오빠 점심시간에 맞춰 온 거야.
혜리, 인영 :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들어가는)
S#47. 매장
앉아있는 혜리와 인영 앞에 설렁탕 놓아주는 은성.
은성 : 근데 어떻게 둘이 같이 왔어?
혜리 : 너 여기 출근하고 한 번도 못 와봐서 오늘 올려구 나서는데 (떨떠름하게 인영 쳐다보며) 얘가 전화했드라?
너 일하는데 어디냐구.
인영 : (안됐다는) 너 진짜 힘들겠다. 손님 많은 음식점 알바 진짜 힘들던데.
혜리 : (수저 들며) 세상에 안 힘든 일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라. 내가 좀 해보게.
은성 : 먹어, 우리 설렁탕 진짜 맛있어.
<시간경과>
설렁탕 비우고 차 마시며 얘기하고 있는 셋.
혜리 : 그래서 은우 찾아주는 대신 들어오란 거였구나? (흉내 내는) 니들 철 안 들면, 이 천애고아 고은성이란 애한테
유산 다 줘버릴 줄 알어! 이거였어?
인영 : (자세한 상황 모르고 들은 터라) 할머니가 완전 너 이용하는 거네?
은성 : 이용까진 아냐. 은우 찾아주셔, 취직 시켜주셔, 생활비 안 들어. 윈윈이지.
혜리 : 그래 어쩐지 너한테 너무 후하다 했다. 세상에 공짜, 절대 없지.
은성 : 난 할머니가 왜 이렇게 하시는지 이해되고도 남아. 나라도 저런 손자 있으면, 어떡하든 버릇 고치고 싶었을 거야.
왜 저 지경이 되도록 지금까지 방치하셨지는 이해 안 되지만.
인영 : 방치? 저 지경? 대체 어느 정도 길래?
혜리 : 천하에 안하무인 싸가지 말종에 완전 무 개념 인간. (절레절레하는)
인영 : 야 그 정도면 그 남자가 은성이 너 잡아 죽일라 그러겠다.
은성 : 날 죽여? 내가 죽여줄 거야.
혜리 : (웃으며) 니가?
은성 : 내가 그 사람 교육 담당이거든. 할머니 마음으로 버릇 좀 고쳐 줄려구.
인영 : (둘러보며) 근데 누구니? 나두 재벌 후계자 얼굴 좀 보자.
은성 : 니들 들어올 때 나갔어, 우리랑 매장에서 밥도 안 먹어.
혜리 : 우리 들어올 때? (인영 보며) 혹시 아까 걔 아냐? 승미 만나던.
은성 : (놀라) 승미?
S#48. 공원
돗자리 대신 얇은 천 깔고 앉아서 도시락 먹고 있는 환과 승미, 거의 다 먹었다.
승미 : 그래도 용케 잘 버티네?
환 : 별수 있냐? 할머니하고 1차전에서 내가 완패했는데. 할머니 마음 가라앉을 때까진 버텨야 돼.
승미 : (은성 생각에 걱정스런) 근데 왜 또 본점이야? 지난 번 점장님하고 일도 있고, 고은성하고도 불편할 텐데.
환 : 내 말이! 점장도 죽을 맛인데, (기막힌) 스파이한테 교육까지 받는다, 내가.
승미 : 은성이, 아니 은성씨가 오빠 교육을 시켜?
환 : 점장 지신데, 분명히 할머니가 시켰어.
승미 : (편치 않은 상황이다) ...
환 : (젓가락 놓는) 잘 먹었다! 물 없냐?
승미 : (삐죽하며) 오빠 다 먹을 때까지 맛있단 말 한마디 안 해주네?
환 : 음식이 거기서 거기지.
승미 : (서운한) 이거 내가 다 만든 거야.
환 : (그래?) 진작 말을 하지! 맛있었어. (씩 웃으며) 다 컸네, 요리도 하구.
승미 : (웃음에 풀어지는, 웃으며 보온병 꺼내드는) 차도 만들어왔어.
환 : (처지가 힘든지라 승미 배려 와 닿는다. 찡해서 보는)
S#49. 매장
3시 35분 가리키는 시계. 환, 들어온다.
테이블 닦다가 환 보는 은성, 행주 든 채 환에게 다가간다.
은성 : 지금 몇신 줄 알아요? 점심시간을 한 시간 반을 쓰면 어떡해요?
환 : 내가 몇 시에 들어오든! 니가 점장이야?
은성 : 신입 교육 끝날 때까지 선임이 책임자에요.
환 : 선임? 여기가 군대냐?
은성 : 그쪽이 자리 비우면, 다른 직원들이 더 일해야 돼요! 왜 남한테 피해를 줘요?
환 : (욱하지만) 휴식시간 안 쓰면 될 거 아냐.
은성 : 당연히 쓰면 안 되죠. 빨리 유니폼 갈아입고 나와요, 오후 배송 물품 받아 야 돼요. (다시 가서 하던 일하는)
환 : (쏘아보는)
S#50. 중고 명품 매장
쇼핑백 하나씩 들고 들어오는 영란과 정.
직원 : 어서 오세요.
영란 : (이런 경험 처음이라 민망해서 쭈뼛거리는)
정 : (쇼핑백에서 가방 꺼내 쓱 내밀며) 이거 얼마 받을 수 있어요?
S#51. 준세 레스토랑 뜰
은성과의 일 때문에 늦게 출근하는 준세, 우울한 얼굴로 들어서다 한쪽에 세워진 은성 자전거 보고 멈칫 선다.
어? 하고 보면 분명히 은성 자전거다. 놀라 둘러보면
뜰 한쪽에서 직사각형 화분 두 개 앞에 앉아 원예 삽으로 손질하고 있는 은성 뒷모습. 옆에 물 조리개도 놓여있고.
준세 : (뜻밖이고 반가운, 다가가며) 은성아.
은성 : (안 돌아보고) 사장이 지금 출근하면 어떡해요? (돌아보며) 주인이 있는 거 하고 없는 거 하고 천지차인 거 몰라요?
준세 : (풀었나? 조심스런) 뭐해?
은성 : (일어서며)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었대요.
준세 : 루꼴라 심는 거야?
은성 : 뉴욕에서 올 때 가져온 거예요. 아빠가 샐러드 좋아하셔서 베란다에 심어 드릴려구요. (물 조리개 드는)
준세 : (멈칫하는, 풀었구나) 고맙다, 봐줘서.
은성 : (물 뿌리며 타박처럼) 레스토랑 관두고 배우하지 그래요? 연기 잘 하든데.
준세 : 연기한 게 아니라, 말을 못했던 거라니까?
은성 : 치, 봐주니까 살아나서는?
준세 : (장단 맞추는 척 하지만 본심, 두 손 번쩍 들며) 살았다! (손 내리고)
은성 : (준세 마음 느낀지라) 전에 그랬죠? 어디서 오빠 하나 뚝 떨어졌다고 생각하라구.
준세 : (웃다가 멈칫)
은성 : 그럴래요. 아빠가 하늘에서 오빠 떨어뜨려주셨다고 생각 할려구요.
준세 : (거리 두는 은성 느끼지만 얼른 웃으며) 그래, 그거 좋다! 하늘에서 떨어진 오빠. (하지만 쓸쓸해지는)
은성 : (그런 표정 보는, 미안해지는)
준세 : (얼른 분위기 돌려주는) 자전거 타고 여기까지 왔어?
은성 : 내가 철인 3종 선수에요? 역무원 아저씨 몰래 지하철에 데리고 탔죠.
준세 : (농담) 난 또 매정하게 자전거까지 돌려주러 왔나 덜컥했다.
은성 : 으유, 자전거 보자마자 나 풀린 거 알았으면서?
S#52. 환 집 앞 (밤)
와서 서는 택시. 영란과 정, 택시에서 내린다.
영란 : (웃으며) 아유 이렇게 편한걸.
정 : 그럼 엄마 우리 약속한대로 잘 말해야 돼? 난 취직자리 알아보러 다닌 거고,
엄마는 공장 일 서글퍼서 아빠 산소 갔다 온 거야?
영란 : 걱정 마.
정 : 아 참, 우리 같이 들어가면 의심 받으니까 내가 먼저 들어 가께.
영란 : 내가 먼저 들어 가께.
정 : 엄마는 너무 순진해서 할머니한테 다 티 난단 말야. 10분 있다 들어와?
S#53. 거실 (밤)
소파에 앉아서 신문 보고 있는 할머니. 정, 들어온다.
정 : (소파로 다가오며) 할머니 나 왔어.
할머니 : (힐긋 보는) 돈도 없을 텐데 4시 퇴근해서 어디서 뭐하다 이제 와?
정 : 취직자리 알아보러.
할머니 : (뜻밖인) 취직자리?
정 : 꼭 할머니 회사 아니라도 어디서든 일만 하면 된댔잖아.
할머니 : (뭔가 이상한) 그랬지, 그래 구했냐?
정 : (뾰로통한) 취직이 그렇게 쉬워?
할머니 : (그럴 리가 없는데? 갸웃하며) 에미는?
정 : 엄마? (모른 척) 엄마 아직 안 들어왔어?
영란 : (현관 문 살짝 열고 조심스레 들어오는, 배 아픈 듯 인상 찡그리고)
할머니 : (힐긋 보는) 들어왔어.
정 : 엄마가? (그럴 리가 없다, 무심코) 할머니 이제 막 헛 거까지 봐? 엄마가 어떻게 나보다 먼저 들어와?
영란 : (이크, 멈춰서는)
할머니 : (딱 느낌 온다, 핸드백만 든 정 손 보며) 니 엄마 집에 왔다니까?
정 : 에이 할머니이, 무섭게 왜 그래? 엄마가 귀신이야?
영란 : 정아, 엄마 왔어...
정 : (헉! 돌아보는)
할머니 : (넘겨짚는) 에미 취직자리 알아보러 다녔다면서?
영란 : (그게 아닌데) 네? (했다가) 아 네...
정 : (얼른) 엄마 오늘 아빠 산소 간다 그러지 않았어?
영란 : (당황하는) 어? 어 그래 맞아 그랬지, 그랬는데...
할머니 : 니들 이리 와 앉어.
영란, 정 : (서로 눈치 보며 와서 앉으면)
할머니 : (손 내밀며) 내놔.
정 : 할머니 뭘?
할머니 : (손 거두고) 나, 니들 물건들까진 안 뺏어. 하지만 그걸 팔아서 현금화 시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영란 : (찔끔하지만 버텨보는)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할머니 : 출근할 땐 쇼핑백 하나씩 들고 나가드니 들어올 땐 왜 빈손이야?
정 : 어, 그거는... (뭐라 둘러댈 말 생각 안 나는)
할머니 : 가방 뒤져 돈 나오면, 지금 바로 이 집에서 퇴출이야. 니들 그 많은 명품에 패물들 팔아가며 살아!
둘 : (헉! 동시에 후다닥 가방 열어 지갑 꺼내놓는)
할머니 : (한심스럽게 보는)
S#54. 은성 방 (밤)
표집사와 마주 서서 얘기하고 있는 은성.
은성 : (영문 몰라) 우리 은우 다른 사진이요?
표집사 : 그동안 머리가 짧아졌을 수도 있고, 자폐아들은 대화가 잘 안되니까 가족 사진을 보여주면서 반응을 보게 하려구요.
은성 : (몰랐던) 집사님이 우리 은우 찾고 계셨던 거예요?
표집사 : 직접은 아니고, 사장님 지시로 동생 찾는 일 관리를 하고 있어요.
은성 : 아... (꾸벅하며) 감사합니다.
표집사 : 아직 찾지도 못했는데 감사는 무슨. (따뜻하게) 사장님이 전국을 이 잡듯 뒤져서라도 꼭 찾아내라고 하셨으니까,
믿고 기다려요.
은성 : (눈물 어려 메이는, 말 못하고 끄덕이는)
S#55. 2층 거실 (밤)
속상해서 투닥 대며 올라오는 영란과 정.
영란 : 아우 어뜩하니? 그게 어떤 돈인데 뺏겨?
정 : 누구 때문인데? 10분 있다 들어오라니까 그렇게 금방 따라 들어오면 어떡해? 그러니까 할머니가 눈치 챘지.
영란 : 그럼 어뜩해? 갑자기 배가 막 아픈데.
정 : 배 아프다면서 화장실은 왜 안가!
영란 : 어머 정말. 할머니 호령에 쏙 들어갔나 봐.
정 : 아우 몰라! 엄마 땜에 들켰으니까 책임지고 나 준세 오빠 레스토랑에 취직 시켜줘. 진짜 할머니 눈치 구백구십단이야.
표집사 : (3층에서 내려오는)
영란 : (보고 놀라) 어머 표집사, 왜 은성이 방에서 내려와?
표집사 : (표정 무덤덤) 볼일이 있어서요.
정 : 아저씨가 은성이 방에 무슨 볼일이 있어?
표집사 : 쉬십시오, 쉬어라. (내려가는)
정 : (눈 커져) 엄마 엄마. (의혹으로 엄마 보는)
영란 : 설마? (하면서도 의심스럽고)
S#56. 승미 집 안방 (밤)
침대에 앉아서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는 백성희, 복잡하다.
영란(E) : 집에서도 고은성, 출근해서도 고은성, 미운 정 들일 작정 아니면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니?
백성희 : (아니라고 고개 흔드는) 설마... 노망든 거 아니면 말이 안 되지. (일어서다 멈칫하는)
<프래쉬 컷- ‘우리 은우 엇다 버렸어!’ 하던 꿈속의 고평중>
백(E) : 꿈도 불길하고.... 왜 이렇게 불안하지... (흔들리는)
S#57. 공중전화 (밤)
짧은 영어로 국제전화하고 있는 고평중.
고평중 : (놀란, 영어로) 2년 전에 학교를 그만 뒀다구요?
원어민(F, 여) : 네, 기록에 2007년 3월 학기부터 등록을 안 한 걸로 나와 있어요.
고평중 : (충격 받는, 수화기 내리며) 은성이가 학교를 그만 두다니, 그럴 리가 없는데...
S#58. 진성 본사 외경 (다음날)
S#59. 진성 본사 사무실 / 본점 매장 (다음날)
책상에 앉아서 관련 자료 보고 있는 승미, 핸드폰 진동으로 울리자 집어 든다.
‘은성’ 발신자 표시 보고 긴장하는 승미, 얼른 일어나서 한쪽으로 가면서 받는다.
승미 : (편치 않은) 어 은성아...
은성(F) : 어 승미야, 전화해서 미안한데 부탁이 있어서.
승미 : 부탁?... (잠시) 앨범하고 은우 사진?... (이하 커트 백)
은성 : (카운터에서 전화하는) 어 우리 은우 찾는데 필요해서 그래.
승미 : (관심 가는) 그래? 알았어. 은우 찾는데 필요한 거면 빨리 갖다 줘야지.
S#60. 본점 매장
카운터에서 핸드폰하고 있는 은성.
은성 : 그래, 그럼 낼 퇴근하고 만나자. 고마워... (끊는데)
점장 : (다가오며) 은성씨, 선우환씨 어딨어요?
은성 : 창고 정리하고 있지 않아요?
점장 : 30분 전부터 창고에 없어요. 전화도 안 받고.
수재 : (쪼르르 다가와서) 제 생각엔 가버린 거 같애요.
은성 : 제가 찾아볼게요. (나가며) 진짜 이 인간 이러면 안 되는데...
S#61. 옥상
올라오는 은성, 환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안 보인다.
없나? 돌아서려다 멈칫 하는 은성, 다시 돌아보면 에어컨 물탱크 사이로 환 다리 보인다.
그 쪽으로 돌아가 보면 의자에 앉아 다른 의자에 두 다리 올린 채 귀에 엠피쓰리 이어폰 꼽고 잠들어 있는 환.
은성 : (기가 차다) 이봐요!
환 : (못 듣고 자고 있고)
은성 : (발로 의자 탁 차며) 이봐요!
환 : (의자 밀리면서 다리 툭 떨어지는, 놀라 화들짝 눈뜨며 몸 일으키는)
은성 : 창고정리 다 했어요?
환 : (은성이 그랬구나, 열 올라 벌떡 일어서며) 야!
은성 : 창고정리 다 했냐구요?
환 : 했어.
은성 : (기막혀) 그게 한 거예요?
환 : 내 식대로 했어. (어쩔 거야? 보는)
은성 : 그럼 매뉴얼은 다 숙지했어요?
환 : 했어.
은성 : 퇴식할 때는 어디를 보고 해야 돼요?
환 : (모른다. 멈칫하는)
은성 : 손님 오시면 기본으로 제공해 드리는 게 뭐에요?
환 : 물, 컵!
은성 : 또요?
환 : (안 틀렸다는) 수저통은 테이블에 있잖아. 김치 깍두기 통도 있구!
은성 : 손님들이 김치는 어디다 덜어 먹어요?
환 : (또 멈칫하는)
은성 : 기본 중에 기본도 모르면서 일하다 말고 여기 와 잠을 자요? 정말 사람이 왜 그래요?
환 : (확 기분 나빠지는)
은성 : 손님 오셨을 때, 나갈 때 인사 해봐요.
환 : 너 날 바보로 아냐?
은성 :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말로 말고 몸으로 해보라구요.
환 : 니 앞에서 하겠냐?
은성 : 내 앞에서 못하면 손님 앞에선 할 수 있어요?
환 : 할 테니까 신경 꺼.
은성 : (기막힌) 대체 나한테 왜 이래요?
환 : (황당한) 몰라 물어?
은성 : 모르겠어요. 가방은 어쨌든 그쪽한테 무사히 돌려줬어요. 그럼 가방 때문에 생긴 오해도 풀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환 : 니가 우리 집 들어와서 내가 이 고생하잖아!
은성 : 그게 왜 내 탓이에요? 아 유산 때문에? 내가 할머니한테 유산 달라 그랬어요?
환 : (버럭) 누가 주기나 한 대?
은성 : 안준다고 믿으면서 왜 나 못살게 굴어요?
환 : 너만 없었음, 피곤하게 이런 일 안 겪었을 테니까! 너 나타나기 전까지 조용 했으니까!
가방부터 시작해서 수상한 짓만 하드니, 너 왜 내 인생에 끼어들어 휘저어! 니가 뭔데!
은성 : (기막혀 오르는) 내가 그쪽 인생을 휘저어? 그러는 그쪽은 내 인생에 어떤 짓 했는지 알아요?
환 : 니 인생에 관심 없거든?
은성 : (터진다) 그렇겠지, 그게 너란 인간이니까! 자기만 알고! 남은 안중에도 없는 인간이니까!
환 : 니가 나에 대해 다 알아?
은성 : (못 참는다, 증오로) 넌 우리 아빠한테 마지막 인사도 못하게 한 사람이야!
환 : (황당하다는) 뭐?
은성 : (떨리는) 니가 가방 돌려준단 핑계로 나 이리저리 뺑뺑이 돌리던 날, 우리 아빠 돌아가셨어.
환 : (흠칫 놀라는)
은성 : (눈물 어려) 너, 하루아침에 아빠가 눈앞에서 사라져본 경험 있어? (메이는) 그게 어떤 건지 알아?
환 : (아빠 얘기에 굳어지는)
은성 : 마지막 모습이라도 봤으면, 이제부터 다신 아빠 저 얼굴을 못 보는구나, 아빠가 저 눈으로 웃어줄 일도 없구나
알기라도 하지. 웃으면서 손 흔들고 돌아선 아빠가 (눈물 흘리며) 그냥 사라진 기분 알아?
환 : (정말인가? 충격으로 보는)
은성 : 그게 너 때문이라구 이 자식아! 너한테 끌려 다니느라고 아빠 마지막 얼굴 도 못 봤다구!
(왈칵 눈물 쏟으며, 있는 대로 원망 담아) 너 때문에!
환 : (울컥 찔리는, 뭔가 말 하려는데 입 안 떨어진다)
은성 : (감정 가누며 바들바들 떨며 보다가 휙 돌아서 가는)
환 : (당혹스럽게 보고 섰다가) 그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구?... (당황스럽고)
S#62. 계단
눈물 참으며 급하게 계단 내려오는 은성, 멈춰 선다.
은성 : (후회) 내가 미쳤지, 저런 인간한테 아빠 얘길 뭐 하러 해... (눈물 닦으며 감정 수습하는데 핸드폰 울린다.
훌쩍 눈물 삼키며 안 보고 받는) 여보세요?
백(F) : 은성아, 나야.
은성 : (뜻밖의 목소리에 멈칫하는)
S#63. 승미 집 거실
핸드폰하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부드럽게) 같이 저녁 한 끼 먹자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S#64. 계단
계단 밑쪽에서 핸드폰 받고 있는 은성.
환 : (막 계단 코너 돌아서는데)
은성 : (좋게 거절하는) 그냥 안 뵙는 게 서로 좋을 거 같아서요.
환 : (통화하고 있는 은성 보고 멈칫 서는)
은성 : 승미 생각해서도 그렇구요.
환 : (승미란 말에 어? 놀라는)
은성 : (만나기 불편한) 죄송하지만 꼭 만나야 할 일 있으신 거 아니면, 안 뵙고 싶어요.
환 : (은성 통화 내용 묘하다. 대체 뭐야... 보는)
S#65. 승미 집 구석방 (저녁)
허드레 짐들 쌓여있는 방.
퇴근 차림 그대로 고평중 다이어리와 수첩, 앨범들 들어 있는 박스 내용물 확인하고 있는 승미,
앨범 확인하고 뚜껑 닫다가 멈칫한다.
은성(E) : 은우 제일 최근에 찍은 사진 있으면 꼭 좀 챙겨줘.
승미 : 2월에 은우 장애우 콩쿨 때 찍은 사진 있는데? 엇다 뒀지? (일어서는)
S#66. 안방 (저녁)
서류 등 넣어두는 서랍이나 벽장 앞에 앉아있는 승미, 앞에 건강보험 증서 등 잡다한 서류 등 꺼내놓고 다른 서랍 뒤지고 있다.
승미 : 분명히 안 버렸는데... (하다 멈추는) 엄마가 은우 사진을 갖고 있을 리가 없지... (바닥에 꺼내놓은 서류며 잡동사니들
다시 넣으려고 추리다가 뚝 멈추는, ‘등기 권리증’ 써있는 봉투 집어 든다) 등기 권리증? (안에서 권리 증 꺼내서 보면
‘유승미’ 써있다. 어? 하다 권리증 펼쳐보면 지금 아파트 주소 적혀있다. 영문 몰라) 이게 왜 내 명의야?
(하다 충격에 뚝 굳어지는)
<2회 40씬 중에서>
승미 : (다가오는, 따지는) 엄마 이제 말 좀 해봐. 이 집 뭐예요? 돈 없다며?
백성희 : (소파로 가며 핸드폰 하는) 겨우 빌려 얻은 거야.
승미 : (현재, 다시 권리증 날짜 보면 2007년 *월 *일 날짜다. 모든 상황 파악하고 경악하는, 손 덜덜 떨리고)
S#67. 고기 집 룸 (저녁)
어색한 얼굴로 종업원에게 주문하고 있는 백성희 보고 있는 은성.
백성희 : 한우 제일 좋은 걸로 줘요.
종업원 : 네. (인사하고 나가면)
은성 : (왜 또 만나자고 했는지 의아한 얼굴로 보면)
백성희 : 어쩜 너는 저녁 한 끼 같이 먹자는데 그렇게 싫다 싫다 그러니?
은성 : 말씀 드렸지만, 승미 생각해도 그렇구요.
백성희 : 너무 그러지 마. 승미 때문에 억지로 타인 행세하긴 하지만 한번 엮인 인연이 무 자르듯 잘라지니?
은성 : (뜻밖인 듯 보면)
백성희 : 내가 이제야 취직을 했거든. 친구가 하는 대리점 매니저 일 하기로 했어. 얼굴 사장인 셈이야.
은성 : (괜히 미안해지는) 네...
백성희 : 그동안 너 그 집에 두면서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안 좋았는지 몰라. 쓸 만한 원룸이라도 얻어주고 싶었는데,
내가 무슨 능력이 있어야 해주지.
은성 : (뜻밖인) 원룸이요?
백성희 : 그래서 일자리 생기자마자 만나자 그런 거야. 은성아, 내가 원룸 하나 얻어 줄 테니까 그 집에서 나와.
은성 : 아뇨 저 그런 거 필요 없어요.
백성희 : (좋게 달래듯) 나와. 뭐 하러 남 눈치 보면서 얹혀살아?
(미안한 듯) 그 집 식구들도 너 땜에 불편한 게 말이 아닌 거 같드라.
은성 : 알아요.
백성희 : 알면 잘 됐네. 승미 아파트 대출 신청 할 테니까,
은성 : (o.l, 말리는) 그러지 마세요!
백성희 : (멈칫 보면)
은성 :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 그 집에선 못 나와요.
백성희 : 못 나오다니, 왜?
은성 : 은우 때문에요.
백성희 : (은우 소리에 덜컥하는) 은.. 우?
은성 : 저, 은우 찾을려고 그 집에 들어간 거예요. 할머니가 은우 찾아주신다고 하셔서요.
백성희 : (놀라) 뭐?
은성 : 할머니가 은우 찾아주는 대신, 저한테 집에 들어와 살아야 한다고 하셔서 그렇게 약속했어요.
백성희 : (사색되는) 할머니가... 은우를 찾아 주신다구?
은성 : 네, 지금 사람 찾는 전문가들 풀어서 찾고 있어요.
백성희 : (전문가란 말에 더 놀라는)
은성 : (그래도 가족이었던지라 하소연조로) 은우... 서울에는 없대요. 서울 시내 사설 보호소까지 다 찾아봤는데 없어서,
지방 쪽 찾고 있어요.
백성희 : 지방? (충격에 떨리는 손 얼른 상 밑으로 내리는)
은성 : (감정 누르며) 서울에 없다는 게 불안하지만, 할머니가 꼭 은우 찾아주신다 고 하시니까 믿고 있을려구요.
(희망적인) 찾는 사람들도 몇 십 명으로 늘리셨대요.
백성희 : (헉, 더 놀라는데서 엔딩)
<8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