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예순 [신동욱 앵커의시선]
https://www.youtube.com/watch?v=sxp42diB-b0
조회수 33,989회 2023. 8. 4.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여름 숲에 쥐다래 덩굴이 진분홍 잎을 드리웠습니다. 보잘것없는 꽃 대신 벌, 나비를 꾀려고 잎을 붉게 바꿨습니다. 쥐다래 사촌 개다래는 이렇게 하얀 빛을 띠지요. 꽃도 아닌 것이 꽃 흉내를 내는 안간힘이 안쓰럽습니다.
그런데 20세기 초 독일 화가 렌바흐는 변화와 적응을 한사코 거부했습니다. 자신을 비롯한 가족이 카메라를 매섭게 쏘아보며 사진을 찍어 그림으로 옮겼지요. 사진에게 존재를 위협받던 초상화가가 마지막까지 적개심을 뿜어낸 작품입니다.
19세기 혼돈의 과도기에 집권했던 멕시코 대통령 코몬포르트는 개혁을 위해 희대의 '셀프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자신을 대통령에 옹립했던 집권세력이, 시대를 거스르는 입법과 정책을 밀어붙이자 군사를 일으켜 그들의 본부를 장악한거지요. 그는 스스로를 해임하고 스스로 추방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개혁 정치가 후아레스를 대통령에 앉히고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그는 개혁의 덕목을 행동으로 유감없이 증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떻습니까?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여론의 압박을 못 이겨 결국 나흘 만에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사퇴 요구는 일축했습니다.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 갑니다"
그런데 '혁신'을 말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말을 했습니다. "이제 곧 예순인데, 교수라 철없이 지내서,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깊이 숙고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철없는 예순' 이라는 얘기가 듣기 민망하고 불편한 건 저 뿐만이 아닐 듯 합니다.
논란 와중에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한 건, 대통령 비하보다 자기 비하에 가까웠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함께 임명된 금감원 부원장 세 명은 윤 정부 출범 후 물러났지만, 그만은 연봉 3억 원이라는 부원장 임기를 다 채웠습니다. 그러고 나서 치욕이라니 대체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설화는 요란하게 일으키면서 정작 쇄신은 잠잠합니다. 1호 혁신안 '불체포 특권 포기'는 의총에서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토를 달아 유명무실 해졌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군말 없이 넘어갔습니다. '체포동의안 기명투표'는 '이재명 대표 방탄'이라는 반발에 흐지부지합니다.
이낙연 전 대표를 정면 공격한 것도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래저래 '혁신 주체가 아니라 혁신 대상' 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습니다.
아홉 시간 만에 물러난 첫 혁신위원장에 이어 그를 모셔오면서 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지요. "우리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내유 외강에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중국의 문호 루쉰이 "이전에 세력을 떨치던 자는 복구되기를 원하며 지금 세력을 잡고 있는 자는 현상 유지를 원한다"고 했다는 데 결국 그들이 원한 건 혁신이 아니라 현상 유지 였을까요.
8월 3일 앵커의 시선은 '철없는 예순' 이었습니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