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함께 이 땅에서 기독교도 함께 탄핵됐다. 지난 대선기간 한국교회는 무속과 극우 유튜브에 미치고 이단 신천지와 손잡은 윤석열을 지지함으로써 기독교의 종교성이 정치집단의 이데올로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서서히 몰락해가던 개신교회가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과정에서 그와 함께 몰락이 가속화된 것이다. 이젠 윤석열의 탄핵과 함께 기독교도 탄핵됐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자신이 탄핵됐다는 사실을.
교회가 어떻게 몰락하고 있는지 현실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없다. 특히 대형교회들은 교인의 숫자에 취해 교회 전체의 방향과 흐름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세상이 변화하고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지 못한다. 그래서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신학교에서 교회성장론과 전도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현실 인식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회들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끊어졌는데, 그 원인을 모르고 ‘다음세대’ 타령만 하고 있다. 무지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당나라에서 번창했던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경교)가 권력과 유착하여 세력을 확장했다가 농민봉기에 의해 탄핵되어 역사에서 증발한 일에 관심을 가졌다.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 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윤석열 탄핵 과정에서 시민들이 보인 분노의 밑바닥에 기독교에 대한 혐오가 깔려 있는 것을 예언자적 통찰력을 가진 분들은 살 떨리게 느꼈으리라. 사태가 급박하고 엄중하기 때문에 모든 초점이 윤석열에게 맞추어져 있지만 사태가 진정되는 과정에서 한국 교회는 서서히 살을 저미는 듯한 탄핵의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교회가 구원의 기관이 아니란 것을. 이제 사람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교회만이 하나님을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어쩌면 교회에서 말하는 구원이 허구일 수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아니라 한 사회집단 전체가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NS에서 그들의 속삭이는 귓속말을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 고대에도 중세에도 근대에도 그런 회의와 의심의 논리를 펴는 사람들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이 아니라 한 사회 전체가 그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흐름이 안 보이는가?
하지만 나는 여전히 예수를 사랑한다.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그분과의 영적 교감을 놓을 수 없다. 교회는 탄핵 당했지만 예수는 탄핵당할 수 없다. 제도로써의 종교는 역사에서 탄핵당하고 사라질 수 있지만 인간의 심연에 있는 존재의 물음과 절대자를 향한 갈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고유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교회가 탄핵 당한 다음을 생각하고 준비한다. 내 머릿속에서 하룻밤에 기와집을 열두 채도 더 짓고 부순다. 설계도는 다 그려졌다. 교회의 생명력이 끝나는 이 즈음에 교회 아닌 교회, 기독교 아닌 기독교를 만들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 어쩌면 실패로 끝날 수 있다. 이상은 거창하지만 나 같은 흙수저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나면 누군가 내 그림을 보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오늘도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교회는 탄핵당했다. 제도로서의 교회가 아니라 예수가 답이다.
첫댓글 교회가 탄핵당할 때 예수님의 진정한 구원의 메세지가 드러나게 되네요. 그러니 예수님은 모든 교회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확실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