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눈물! 보통의 한국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 표현에 미숙한 편입니다. 삶의 희노애락을 지나오면서 속내를 섣불리 표현했다가 손해 본 경험이 있는 이라면 더더욱 표정관리에 유의하게 됩니다. 유교적 문화가 강했던 경북 북부지역 출신이기에 어린 시절부터 은연중 받아 온 교육 2가지가 “남자가 정지(부엌)에 들어가면 거시기가 떨어진다.”와 남자는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였습니다.(부모상외에)” 지역별로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기성세대 남성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남자는 웬만한 일을 겪어도 타인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임을 강요받고 자랐던 세대들은 울 수 있는 장소도 없거니와 슬퍼하는 것은 사치일 수 있습니다. 더욱이 부름받아 나선 이몸이라는 찬송을 부르며 신학교를 나선 목회자들의 대다수는 치열한 목회 현장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현실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면 강단에서 소리 죽여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매달릴 것입니다. 가난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한 길만을 바라보며 걸어가야 하는 삶이 당연하고 또 소명과 사명이라는 짐을 기쁨으로 짊어지고 살아가겠노라며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젊은 시절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살아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뜻하지 않는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면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목회자로서의 부르심에 자괴감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그러한 감정이 드는 현실적 어려움 중에 제일 큰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일 것입니다. 보통의 소시민도 마찬가지이지만, 무엇보다 목회자들은 갑자기 목돈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 되었을 때 직계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그야말로 고립무원(孤立無援) 신세입니다. (물론 여호와 이레를 경험할 때도 있지만, 일반적 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근래에 개척교회 목사 부인의 수술 사실을 알리며 사랑과 온정의 손길을 호소했었습니다. 그 이후 열흘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일 동안 하나님께서 까마귀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설명할 길이 없는 도움의 손길들을 경험했던 지인 목사가 감사의 인사 글을 제게 보내 왔습니다. 그 글을 읽으며 그분만의 이야기가 아닌 작은 교회를 섬기는 많은 목회자들이 한두번은 느꼈을 감정일 것 같아서 공개합니다.
(혹시라도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시는 신자 분들께서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내가 건강검진 받았는데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으라는 권고를 통해 유방암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겁과 걱정이 많은 아내인지라 암 초기 진단이라는 결과는 매우 충격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본인이 이 십여 년 동안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면서 아직도 뒷바라지를 해야 할 아이들의 모습에 걱정 어린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못해 저려왔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아직까지 이 소명에 깊은 후회와 한탄을 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으로 목회로의 주님의 부르심에 대한 한탄스러움이 물 밀 듯이 밀려왔습니다.
가장으로서 재정적인 모든 짐을 아내에게 떠맡기듯이 옮겨주고 실제적인 아무런 도움을 못주는 나의 처지가 너무나 비참하게 느껴졌습니다. 무능력한 못난 남편을 만나 고생한 현실의 대가가 참담할 정도로 다가왔습니다. 다행히 전이되지 않는 악성이 아닌 암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수술 후에 다만 며칠이라도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이라도 할까 싶어 시골에서 목회를 하시는 오랜 지기이자 형님 같은 목사님께 연락을 드려서 좋은 곳이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요청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목사님께서 계좌 번호를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후에 형님 목사님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에서 주님의 이름으로 헌금이 들어왔습니다. 저희들에게는 적지 않은 헌금이라서 놀랐습니다. 저희의 사연을 오지랖 넓은 형님 목사님께서 늘 하시던 대로 올리신 것이었습니다. 이 사연을 듣고 주님의 사랑을 전해주신 분들로 인해 아내와 나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주님의 큰 사랑과 위로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전혀 알지 못하시는 분들이지만 주님 때문에 고생하신다는 생각에 십시일반 헌금해 주신 손길을 통해 주님의 마음을 만지게 되었습니다.
전혀 뜻하지 않고 생각지도 않은 주님께서 보내신 천사들의 손길이 나로 하여금 주님 앞에서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주님의 사랑은 잠시나마 사역에 대한 한탄과 비참 속에 웅크리고 있던 나를 따뜻하게 녹여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저희들에게 주님의 사랑으로 헌금을 해주신 이름 모를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풍성하게 갚아주시길 빕니다.> 이 글을 읽으며 들었던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분명했던 것은 원치 않는 어려움에 직면한 이의 손을 잡아 주고자 했던 오지랖 사역의 방향성은 틀리지 않다는 점입니다.
내게 있는 향유 옥합을 깨뜨려 주님께 드린다는 귀한 마음으로 섬겨주시는 분들을 붙여 주시는 동안이라도 이 일을 신실하고도 지속적으로 감당하면, 수혜받는 분들을 위로할 수 있고 일으켜 주는 촉매제가 될 수 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지난 한해와 새해 벽두부터 심히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내용의 글이었음에도 관심가져 주시고 섬겨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해 여러분 모두의 가정과 하시는 생업위에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은혜주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꾸뻑^-^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