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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1 (금)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 그는 누구인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2013년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내뱉은 이 한마디는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국민들의 기존 정치권 환멸이 극에 달했던 시기, 그의 이 발언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검사 윤석열'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지시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시절 벌어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에 임명된 윤석열 지청장은 상부 승인 없이 팀장 전결로 국정원 직원에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압수수색을 했다가 직무에서 배제됐다. 이후 두 번의 고검 발령으로 좌천 길을 걸었던 윤석열 당선인은 2016년 국정농단 특검을 거쳐 2017년 5월 문재인정부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활했다. 국정·사법농단 수사 등 박근혜·이명박정부를 겨냥한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한 윤석열 당선인은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조국 사태'라는 시험대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불법투자·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한 윤석열 당선인은 오히려 청와대·여당의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3월 임기 만료를 넉달 앞두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겠다"며 검찰총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렇게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지 118일만인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제1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 윤석열은?
윤석열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두번째 검찰총장이었다. 그는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고검장을 지내지 않은 첫 총장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서울 출신이지만, 조부와 부친의 고향이 충남 논산이어서 '충청' 출신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실제 윤석열 당선인은 주요 정치이벤트 때마다 '충청행'을 택하며 상징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충청 출신의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됐을 때 △대선을 100일 앞뒀을 때 △ 여론조사 지지율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선거전이 시작됐을 때 △윤석열 열차와 전국투어 일정이 시작될 때 △ 사전 투표 마지막 날이자 대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 등 모든 '시작점'을 충청에 뒀다. 주요 변곡점마다 충청을 방문해 교두보 마련의 기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 9수 끝 사시 합격한 '신림9동의 신선'… 검찰 떠난 적도
윤석열 당선인은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다. 충암고를 졸업한 윤석열 당선인은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대학 2학년 때 서울법대 동아리 형사법학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의형사재판에서 재판장을 맡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가 석달간 외가인 강릉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부친의 영향으로 교수를 꿈꿨던 윤석열 당선인은 졸업을 앞두고 사법시험 1차에 처음 합격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사시 합격자 수가 100명에서 300명으로 늘자 "사시를 붙고 유학에 가야겠다"며 사시를 준비했으나 이후 2차 시험에서 연거푸 떨어지면서 9수 끝에 1991년에야 합격했다. 주변에 친구들을 몰고 다녔던 윤석열 당선인은 숱한 일화를 많이 남겼다.
수험생 시절 후배들과 토론을 즐기며 술과 사람을 아껴 '신림9동의 신선'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사시 9수를 하면서도 상을 당한 친구를 위해 상여를 멨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강골 검사였던 윤석열 당선인도 2002년 한때 검찰을 떠난 적이 있었다. 김대중 정권 말기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는 항상 검찰을 그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 같은 법인에 있던 이명재 변호사가 검찰총장으로 복귀하면서 같이 검찰로 돌아왔다. 수사 감각이 있고, 뚝심이 있는 데다, 검찰에 애정이 있었던 윤석열 당선인을 옆에서 지켜봤던 이명재 총장이 복귀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화려한 복귀
검찰로 돌아온 윤석열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사로서 절정기를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검 검사이던 그를 검사장으로 승진시켰고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2005년 이후 줄곧 고검장이 맡아오던 자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인사 배경에 대해 "지금 현재 대한민국 검찰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라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검사가)그 점을 확실하게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국정농단 사건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까지 주요 적폐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청와대의 신임을 얻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은 다스(DAS) 의혹, 사법농단 의혹 수사로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며 전직 행정부 수장과 전직 사법부 수장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산하 '민간인 댓글부대', '세월호참사 유가족 사찰' 옛 국군기무사령부,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 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사건을 수사했다.
◇ 여권과 멀어지는 윤석열
2019년 7월 취임한 윤석열 당선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등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면서 여권과 급격히 멀어졌다. 윤석열 당선인이 정권 눈엣가시가 된 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계기였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중론이다. 조국 전 장관 사퇴 뒤에도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을 겨눈 수사를 이어갔다. 결국 윤석열 당선인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재임기엔 검찰 인사 협의나 주요 사건 수사 지휘에서 배제됐고, 지난해 11월엔 현직 검찰총장으론 처음으로 직무정지·징계를 당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일 서울행정법원이 윤석열 당선인의 직무집행 정지 처분 효력 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윤석열 당선인은 그날 오후 다시 출근했고 이날 "헌법정신·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야인 윤석열, 대선 출마
윤석열 당선인은 결국 지난 3월 4일 전격 사퇴했다. 임명된 지 588일 만이었다. 임기 142일을 남기고 있었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은 사직서 제출 1시간 15분 만에 사의를 수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발탁했지만 그는 당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반발하며 여권을 향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된다)"이라는 직격탄을 날리고 떠났다. 그렇게 윤석열 당선인은 6월 29일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고,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마침내 대권의 꿈을 이뤘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 5년만에 정권교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고, 같은 해 6월 29일 정치 참여를 선언한지 254일 만에 대통령에 당선 된 것이다. 유례없는 박빙 승부로 펼쳐진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개표 내내 접전을 벌였다. 3월 10일 오전 4시 39분 99.22%의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48.59%(1627만9874표)를 얻어 47.79%(1601만2749표)를 얻은 이재명 후보를 0.80%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두 사람의 격차는 26만7125표로 헌정 사상 가장 적은 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 속에 치러진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7.1%로 집계됐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 이익만을 위한 정권교체”를 강조했던 윤석열 당선인은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앞세운 이 후보와 초접전을 펼쳤다. 개표 초반 이재명 후보에게 뒤졌던 윤석열 당선인은 3월 10일 0시 32분 경 개표가 51.1% 진행됐던 시점에서 처음으로 역전했다. 이후 1위를 계속 유지하며 마침내 당선을 확정지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번 대선 승리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최초의 ‘0선’ 대통령이 됐다. 윤석열 당선인의 선출직 선거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기에 첫 검사 출신 대통령, 첫 서울대 법대 출신 대통령도 윤석열 당선인이 세운 최초의 기록들이다. 또 대한민국의 13번째 대통령이 될 윤석열 당선인은 첫 서울 출생 대통령이다.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윤석열 당선인은 3월 10일 오전 3시 56분 경 서초동 자택을 나섰다. 주변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에게 윤석열 당선인은 “주무시지도 못하고 이렇게 나와 계신 줄 몰랐다”며 “정말 그동안의 응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을 찾아 의원,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사전투표 직전인 3월 3일 전격적으로 윤석열 당선인과 후보 단일화를 택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상황실에서 윤석열 당선인을 맞았다.
윤석열 당선인은 “오늘 이 결과는 저와 우리 국민의힘, 그리고 우리 안 대표와 함께 한 국민의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위대한 국민의 승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제 당선인 신분에서 새 정부를 준비하고,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 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선 레이스를 함께 했던 이재명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며 “두 분께도 감사드리고, 결과는 이루지 못했지만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우리 모두 함께 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싶고 두 분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진 대국민 감사인사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최우선으로 국민통합을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진보 보수 진영이 각각 대대적으로 결집하며 이번 대선이 헌정 사상 가장 치열했던 만큼 통합에 각별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윤석열 당선인은 “우리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빠른 시일 내 합당 마무리를 짓고, 더 외연을 넓히고, 국민의 지지를 받고, 고견을 경창하는 아주 훌륭하고 성숙된 정당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고 저도 많이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당선 확정 직후 윤석열 당선인이 빠른 합당 의사를 밝히면서 안철수 대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3월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윤석열 당선인은 이후 당 핵심 관계자들과 함께 인수위 인선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대선 승리로 국민의힘은 탄핵 정국과 이어진 2017년 대선 패배로 내줬던 정권을 5년 만에 되찾아오게 됐다. 또 2016년 총선부터 시작됐던 국민의힘의 전국 단위 선거 4연패도 끊어냈다. 1987년 이후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10년 주기로 번갈아 집권했던 것과 달리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은 5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마지막까지 윤석열 당선인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당선인보다 먼저 소감을 밝혔다. 그는 3월 10일 오전 3시 34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선을 다했지만 부응하지 못했다”며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며 “당선인께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선에서 2.37%를 얻은 심상정 후보는 주요 정당 후보 중 가장 먼저 패배를 인정했다. 심상정 후보는 3월 10일 0시 44분 “저조한 성적표가 솔직히 아쉽지만 저와 정의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인 만큼 겸허히 받들겠다”며 “비호감 선거로 격화된 진영 대결 가운데 소신 투표해 주신 지지자 여러분들의 깊은 뜻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尹-李 득표차보다 큰 무효표 '30만'… 막판 安 사퇴 영향?
20대 대통령 선거 개표가 10일 완료된 가운데 무효표가 30만여표에 달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표차보다 6만표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각각 국민의힘, 민주당과 막판 단일화를 하면서 후보직을 사퇴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대 대선 개표는 개표 시작 10시간 만인 이날 오전 6시18분 마무리됐다. 총선거인이 4419만7692명이었던 이번 대선에는 3406만7853명이 참여했고, 그중 무효투표수는 30만7542표로 집계됐다.
19대 대선 당시 무효표인 13만5733표, 18대 대선 당시 무효표인 12만6838표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많고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간 득표 차도 넘어서는 수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의 최종 득표율은 48.56%, 이재명 후보는 47.83%다. 윤석열 당선인은 1639만4815표를, 이재명 후보는 1614만7738표를 얻었다. 득표 차는 24만7077표다. 이는 기호 4번, 9번으로 대선 출사표를 던졌던 안철수 대표, 김동연 대표가 투표용지 인쇄 뒤 각각 단일화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는 현장에서 바로 투표용지를 인쇄해줘 두 사람 이름 옆 기표란에 검은 글씨로 '사퇴' 표시가 됐지만 본투표 때는 미리 인쇄된 투표용지를 배부해 이같은 표시가 없었다. 또 지난달 2월 23~28일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두 사람을 찍은 무효표가 나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연 대표는 3월 2일, 안철수 대표는 3월 3일 각각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한 바 있다. 한편 이번 대선 기권 수는 1012만9839표로 집계됐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 '87년 체제' 첫 5년만의 정권교체
3월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10일 오전 4시께 98% 개표를 완료한 가운데 48.58%, 1천592만표를 얻어 사실상 당선을 확정 지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7.81%, 1천567만표를 얻었다. 득표차는 0.8%포인트, 25만 표에 불과하다. 개표 중반까지 이재명 후보가 우세한 흐름을 보였지만 개표율 51% 시점에 윤석열 후보가 처음으로 역전하면서 0.6~1.0%포인트의 격차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개표율 95%를 넘어설 때까지도 당선인을 확정 짓지 못하는 초접전 양상이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오전 3시 50분께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며 패배를 선언했다. 곧바로 윤석열 당선인은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지지자들 앞에서 "밤이 아주 길었다. 그동안 응원에 감사드린다. 고맙습니다. 시민 여러분"이라며 간략한 소감을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은 차량에 탑승해 당 개표상황실이 차려진 국회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1∼2위 후보 간 격차가 가장 작았던 선거는 1997년의 15대 대선이었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40.27%의 득표율로 38.74%를 얻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신승을 거뒀다. 표차는 39만557표, 득표율 차는 1.53%포인트였다. 두 번째로 격차가 작았던 선거는 1963년 5대 대선으로, 당시 박정희 민주공화당 후보가 윤보선 민정당 후보를 1.55%포인트 격차로 눌렀다.
이번 대선은 유력한 제3후보가 없는 가운데 사실상 보수와 진보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면서 진영결집이 극대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이념 갈등뿐만 아니라 세대·젠더 갈등까지 사회갈등의 골을 깊어진 것은 새 정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여소야대 의회지형 속에서 '협치'와 '통합'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민심이 표출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궤멸 위기로까지 내몰렸던 보수진영으로선 이번 대선으로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이로써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로 보수와 민주 진영이 10년씩 번갈아 집권했던 '10년 주기론'은 깨지게 됐다. 2년째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되레 집권세력 심판론으로 민심의 무게추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 본인으로서는 '장외 0선' 출신으로서 처음으로 대권을 거머쥐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작년 6월 29일 정권교체를 기치로 내걸고 정치참여를 공식화하며 대선도전을 선언한 지 불과 8개월 만이다.
앞선 13∼19대 전·현직 대통령들이 국회의원직을 최소 1차례 이상 경험했고 대부분 당대표까지 역임하며 여의도 정치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것과 달리, 의회정치 경력이 전무한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에 파격 발탁된 '엘리트 검사'로서 되레 정권교체의 기수 역할을 맡은 것도 역설적이다. 무엇보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출범한 진보정권을 교체하면서 정치·외교,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분야에 걸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촉발된 경제·안보 위기 상황 속에서 새 대통령 당선인이 맞닥뜨린 도전과제는 만만치 않다. 윤석열 당선인은 3월 10일 오전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당선인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총 선거인수 4천419만7천692명 가운데 3천407만1천400명이 투표해 77.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77.2%)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율이 36.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정작 본투표 열기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탓에 투표율 '80%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권역별로는 진보와 보수의 '텃밭'으로 각각 불리는 호남·영남이 투표율 상위권을 휩쓸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월 10일 "오늘 이 결과는 저와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와 함께한 국민의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위대한 국민의 승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날 대선 승리가 확정된 뒤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을 찾아 "함께 애써주신 국민의힘 당직자, 의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참 뜨거운, 아주 열정적인 레이스였던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선거운동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며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건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이런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은 경쟁자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향해 "두 분께도 감사드리고,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우리 모두 함께 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제 우리의 경쟁은 일단 끝났다"며 "모두 힘을 합쳐서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당선인 신분에서 새 정부를 준비하고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빠른 시일 내에 합당 마무리를 짓고 더 외연을 넓히고 더 넓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국민들의 고견을 경청하는 아주 훌륭하고 성숙한 정당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고 저도 많이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한편, 대선과 함께 실시된 5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사실상 석권했다. 서울 종로에서는 최재형 후보, 경기 안성에서는 김학용 후보, 충북 청주 상당에서는 정우택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서울 서초갑에서는 국민의힘 조은희 후보의 당선됐다. 국민의힘의 귀책사유로 무공천한 대구 중·남구에서만 무소속 임병헌 후보가 당선됐다.
제20대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 5개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뽑는 재보궐선거는 대선에 가려 큰 관심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해당 5개 지역구 중 3곳이 더불어민주당, 2곳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것이 사실상 5곳 모두 10일 모두 사실상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가면서 수적으로 열세였던 국민의힘은 일단 의석수에서 힘을 얻게 됐다. 우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일 오전 1시 기준으로 개표율이 45.2%인 가운데 최 전 원장이 46.6%를 얻으며 1위를 기록했다. 무소속인 김영종 후보가 34.9%를 얻어 최 전 원장 뒤를 이었다. 최 전 원장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 종로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하며 민주당 후보가 아닌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와 혈투를 벌였다.
최재형 전 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6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꾸준히 법복을 입고 판사생활을 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감사원장으로 발탁됐지만, 정부가 조기 폐쇄 결정을 한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해 감사하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정부와 대립했고, 결국 작년 6월 감사원장직을 사퇴했다.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의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10월 컷오프에서 탈락했고, 이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경선에서 지지하기도 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당의 종로 전략공천 방침에 따라 출마를 결정하게 됐다.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조은희 당선인은 재선 서초구청장 출신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5개 서울시 구청장 중 24곳을 싹쓸이한 가운데 유일한 야당 구청장으로 당선돼 상징적인 의미도 컸다. 하지만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를 위해 구청장 임기를 남겨두고 지난해 말 자진 사퇴했다. 이 때문에 당의 공천 과정에서 ‘5% 감점’ 페널티를 받았는데도 당원 50%·여론조사 50%로 치러진 경선에서 과반을 획득해 결선 없이 후보로 확정됐다.
조은희 당선인은 신문사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998~1999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 비서실에서 행사기획·문화관광 비서관으로 일했다. 2007년엔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거쳤다. 이후 2008~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재임기에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정무부시장으로 근무했다. 특히 여성으로선 최초의 서울시 부시장으로 발탁됐다. 2014년부터 구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파라솔 형태의 그늘막, 조명을 매립한 활주로형 횡단보도 등을 도입한 것이 호평을 받으면서 ‘서초의 일꾼’ ‘행정의 달인’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선 서울시장 후보로도 도전했다.
충북 청주상당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선 정우택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일 오전 1시 기준 개표율이 32.9%인 가운데 정우택 후보가 56.3%를 얻으며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섰다. 정우택 후보는 정통 관료 출신 정치인이다.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경제기획원 법무담당관을 지냈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충북 진천음성 지역에서 당선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같은 지역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2006년 지방선거에서 충북도지사로 당선됐지만, 재선에는 실패했다. 이후 청주상당으로 지역구를 옮겨 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경기 안성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선 김학용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일 오전 1시 기준 김학용 후보는 54.0%(5만2389표)를 득표해 당선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구는 이규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바람에 공석이 된 곳이다. 민주당은 책임론을 통감한다며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 지역구에서만 내리 3선을 했던 김학용 후보는 2020년 21대 총선에선 이규민 전 의원에게 자리를 넘겨줬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4선 의원으로 국회에 복귀했다. 과거 21대 총선 직전 김학용 후보가 4선 국회의원이 된다면 당 원내대표직이나 경기도지사, 당 대표직 등 중책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아들의 퇴직금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치러진 대구 중남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출신 임병헌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국민의힘이 이 지역구에 무공천을 선언한 후 야권 무소속 후보들이 다수 출마했지만 임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뚫은 셈이다. 임병헌 후보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출신으로 대구 남구청장을 세 차례 역임하는 등 지역 내에서 지지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온 인물이다.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지역 실정에 밝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2020년에도 대구 중남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지만 곽상도 전 의원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해 뜻을 접어야 했다.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임병헌 후보가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엔 국민의힘에 복당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권영세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복당 불허 방침을 세웠지만, 이준석 당 대표가 최근 “소명과 당에 대한 기여 의지 등을 파악한 뒤 대구 당원과 시민들의 의사를 중요하게 받아들여 판단하겠다”며 사실상 복당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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