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산행 803.1m봉, 길을 잘못 들었다가 이름 있는 산을 하나 얻었다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은 등반가들이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속의 커다
란 숙명 같은 것이다. 내 마음속에 있는 산을 오르려는 것이다. 모든 기술을 배제하고 파트너
도 없이 산을 오르려고 생각할수록 환상 속에서 나만의 산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어쩌면 궁
극적인 고독의 끝까지 가서 그 고독을 넘어보려는 것이지도 모른다.
―― 라인홀트 메스너, 『검은 고독 흰 고독(원제 : Die weiße Einsamkeit)』에서
▶ 산행일시 : 2017년 7월 22일(토), 흐림, 때때로 비, 후덥지근한 날씨
▶ 산행인원 : 15명(버들, 영희언니, 모닥불, 스틸영,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산정무한,
수담, 상고대, 두루, 향상, 구당, 해피, 메아리)
▶ 산행거리 : GPS 도상거리 11.6km(1부 5.0km, 2부 6.6km)
▶ 산행시간 : 8시간 33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9 - 동서울터미널 출발
09 : 00 - 홍천군 서석면 수하리 행치4교, 산행시작
09 : 34 - 588m봉, 첫 휴식
10 : 02 - △752.4m봉
10 : 23 - 742.4m봉
11 : 05 - 804.5m봉
11 : 22 - 803.1m봉(마방산 馬房山)
11 : 57 - 451번 지방도로, 1부 산행종료, 이동, 점심, 다시 이동
13 : 10 - 문안사, 흙다리 가기 전 산모퉁이, 2부 산행시작
13 : 50 - 705.7m봉
14 : 26 - 임도
15 : 48 - △871.3m봉
16 : 33 - 758.1m봉
16 : 50 - 727.5m봉
17 : 33 - 인제군 상남면 상남리, 서울-양양고속도로 상남3터널 앞 농로, 산행종료
18 : 35 ~ 20 : 35 - 홍천, 목욕, 저녁
21 : 57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산행지도(1부 산행)
2. 산행지도(2부 산행)
3.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871.3m봉에서. 대간거사 님은 눈 감은 사진이 나오지 않게 하려
고 크게 떴다. ㅋㅋ
4. 안개 속 등로
5. 안개 속을 염제와 동행했다
▶ 803.1m봉(마방산 馬房山)
지난 6월말 서울양양고속도로의 개통으로 확실히 홍천은 먼 길이 되었다. 이른 아침 서울을
빠져나가는 88대로부터 수많은 차량이 몰려 정체가 심하다. 전에는 동홍천IC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렸는데 이제는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예전 생각만 하고 계획했던 산행을 부득불
수정한다. 물걸리 갈고개에서 그 북릉을 오르려던 계획을 대폭 수정하여 수하천 위쪽 행치4
교에서 오르기로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는 ‘행치(行峙)’를 ‘行治’로 표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오기라고
본다. 한국지명유래집에 의하면, “『1872년 지방지도』에 행치(行峙)와 주치(舟峙) 두 고개
가 표시되어 있다. 각각 지금의 '행치'와 '하뱃재'를 나타낸 것이다.”라 하고, 홍천군 홈페이지
지명유래에 의하면 “행치(行峙) [학치(鶴峙)] : 항골에서 인제군 기린면 상남리 미다리로 가
는 고개. 학무덤이 있음.” 이라고 한다.)
대개 그날 산행을 일관하는 분위기는 산행시작 후 5분 이내에 판가름 난다. 인적 드문 등로,
가파른 잡목 숲, 자욱한 안개, 바람 한 점 없는 후덥지근한 날씨 등이 그러하다. 발목에 스패
츠 매고 배낭 커버 씌우고 비 맞을 각오를 한다. 다만 비옷은 입지 않는다. 어차피 비와 땀으
로 젖을 바에는 시원스레 비를 맞는 편이 백번 낫다. 일행 모두 그런다.
첫 걸음부터 매우 가파르다. △752.4m봉까지 거리 1.2km, 고도차는 약 400m다.
sin 값을 계산하면 경사도는 20도에 약간 못 미친다. 이렇게 가파른데도 그렇다. 히말라야 낭
가파르바트의 경우 붙잡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설사면의 평균 경사도가 45도라고 한
다. 상상하기 어려운 경사도다. 거기서는 한 발자국만 삐끗하면 골로 간다. 여기는 완만한(?)
잡목 숲이다.
선두는 늘 그렇듯 무대뽀로 생사면을 치고 오르고, 나는 산세 관찰하여 산모퉁이로 돌아가서
희미한 인적 쫓는다. 산행에 왕도가 있으랴. 금세 온몸은 땀에 흠뻑 젖고 바지자락은 감긴다.
시원할까 일부러 젖은 풀숲 누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 뿌릴 듯이 찌뿌둥하다. 골 타고 올
라온 안개는 온 산릉을 덮는다. 하여 사우나 한증막이다.
볼만한 것이라고는 등로 주변에 즐비한 아름드리 적송이다. 우러러 늠름한 기상을 느끼고 짐
짓 힘찬 발걸음 한다. 그렇더라도 시간이 산을 간다. 가파른 오르막이 잠시 멈칫한 588m봉
에서 첫 휴식한다. 덕산 명주인 탁주로 목 추긴다. 땀 흘려 술맛이 더 난다. 자리 박차고 일어
나 다시 돌진한다. 안개 속을 간다. 자욱하여 금방 혼자 가는 산행이 되고 만다. 앞뒤 일행의
수런거리는 말소리로 떨어진 거리를 짐작한다.
6. 행치4교에서 588m봉으로 오르고 첫 휴식
7. 등로는 풀숲이다. 산정무한 님
8.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안개가 자욱하다
9.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안개가 자욱하다
10. 안개 속으로, 버들 님
11. 순례자의 길, 수담 님
△752.4m봉. 삼각점은 돌출한 ╋자 방위표시만 뚜렷할 뿐 판독하기 어렵다. 이제 심한 오르
내리막은 없다. 주변의 안개 속 농담 수묵화를 감상할 여유가 생겼다. 잡목 숲을 자맥질하듯
이 헤쳐 나아간다. 742.4m봉에서 북진하다 서진으로 방향 꺾고, 비슷비슷한 표고의 봉봉을
오르내리고 804.5m봉이다. 여기서 북동진하여 아홉사리고개로 내리자고 했는데 떼로 모르
고 지나친다.
길 잘못 들어 이름 붙은 산을 하나 얻는다. 마방산(馬房山). 목판의 표지판이 걸려 있다. 딱
보건데 대구 김문암 씨의 작품이다. 표지판 옆면을 살폈더니 과연 ‘대구 김문암’이라는 글씨
가 희미하다. 대구 매일신문의 2016.6.3.자 기사 중 일부다.
김문암(61) 씨가 정상 표지판을 설치한 산은 700여 곳을 헤아린다. 500곳을 넘어선 이후부
터는 세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그 자신도 모른다. 혼자서 오르는 경우도 잦아 10권에 이르는
등산 앨범으로도 모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표지판을 처음 설치한 것은 1995년 포천 관음산으로 기억합니다. 그전에 혼자 연천 성산에
올랐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던 게 계기였습니다. 짙은 안개와 비로 정상 근처에서 길을 잃었
거든요. 꼭대기가 어딘지 알아야 내려가는 길도 쉽게 찾을 텐데, 아무 표지도 없으니 헤맬 수
밖에요. 요즘은 각 지역 산악회나 지방자치단체가 표지판 달기에 동참하고 있어 참 다행입니
다.”
마방산 넘고 도중에 북동쪽으로 방향 틀어 아홉사리고개 가까이 가려는 계획은 자욱한 안개
에 가렸다. 가파른 생사면을 내리쏟는다. 차들이 지나는 소리인가? 가만 귀 기울이니 물소리
다. 수하천 발원일 법한 계류가 큰소리 지르며 흐른다. 도하. 옹벽을 선등한 대간거사 님의
부축 받아 올라 451번 지방도로다.
두메 님이 아홉사리고개에서 우리 오기를 기다리던 중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온다. 2부 산행
에 앞서 점심 먹을 마땅한 자리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두메 님이 명당을 보아두었다. 아홉사
리고개 넘고 영춘기맥 행치에서 오는 능선의 안부께에 쉼터가 있다. 비 가림 하는 파고라 아
래 벤치가 식탁이다. 산중에서 라면은 굳이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라면 끓인다.
12. 안개 속 잡목을 헤쳐야 하는 등로
13. 수하천 발원일 법한 계류, 도로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옹벽을 올라야 한다
14. 아홉사리고개 넘어 군계(홍천군, 인제군)에 있는 고갯마루 쉼터에서
15. △871.3m봉 오르는 도중에 만난 노송
16. 달걀버섯, 식용이다.
▶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871.3m봉
2부 산행. 정처 없는 산행이다. 지도 자세히 살펴 오지를 찾는다. 내린천 방아교에서 문안사
가는 길로 들어 흙다리 가기 전에 산모퉁이에서 차를 세운다. 북쪽 705.7m봉을 겨냥한다. 가
파른 잡목 숲을 헤쳐 오르는 것이 꼭 1부 산행 시작 때와 판박이다. 비는 오락가락한다. 하도
더워서 차라리 장대비를 소원했으나 감질나게 시늉만 하고 만다.
안개 속에 705.7m봉을 넘고 잠깐 서진하다 안부 못 미처 북사면을 내린다. 임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임도 따라 산모퉁이로 돌아서 △871.3m봉 남릉을 오른다. 오늘 산행의 하
이라이트다.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얕은 골짜기로 들어 간벌한 생사면을 치고 올라 능선
을 붙잡는다. 산중 빗소리 듣는 정취는 잠시뿐이다. 등로는 싸리나무 숲이거나 철쭉 숲이다.
특히 싸리나무 숲은 물구덩이다. 이나마 시원하다.
지나온 발걸음을 과장되이 생각하지 말자고 몇 번이고 다짐한다. 정상은 저 공제선 너머 너
머에 있을 것이다. 얼마쯤 올랐을까? GPS를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애써 다독인다. 노거수
인 한 그루 적송을 지나고 열주의 적송 숲을 지나도록 한참 참았다. 종이 지도로는 현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GPS를 들여다본다. △871.3m봉 바로 턱밑이다. 여러 일행에게 이 사실을
알렸더니 박수치며 환호한다. 나만 호된 고역이 아니었다.
△871.3m봉. 삼각점은 풀숲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 정상 살짝 벗어나 휴식한다.
이제 내리막이 대세이지만 느긋해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758.1m봉, 그 다음 727.5m봉도
대단한 첨봉이다. 고개 푹 꺾고 오른다. 758.1m봉이 오늘 산행 무명봉 9좌 중 명산이다.
대물과 씨알 굵은 여러 수의 더덕을 들어 올리는 손맛을 보았다. 더구나 구당 님은 봉침도 맞
았다.
그런데 대간거사 님에게는 봉침이 약이 아니라 독이다. 그것도 맹독이다. 허벅지에 한 방이
쏘였는데 상비한 항히스타민 벌약을 먹었으나 목덜미 주위로 두드러기가 인다. 자기는 한계
령 님의 경우와는 반대라고 그 점을 열거하며 자탄한다.
“(무박이나 당일 산행 때 오가는 도중 차안에서) 잠을 통 못 자지, 먹는 것은 시원찮지, 배변
힘들게 하지, 옻 잘 타지, 이처럼 벌에 약하지….”
쭉쭉 내린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산허리 도는 임도가 나온다. 마루금 절개지는 높은 절벽
일 것이라 미리 사면으로 틀어 내린다. 그래도 절벽이다. 임도 건너 능선도 사면을 치고 비스
듬히 오른다. 양양 가는 고속도로 찻소리가 들리고, 이윽고 상남3터널 앞 농로다. 이만하면
무사한 산행이다. 자축하는 하이파이브 나눈다.
홍천으로 간다. 상고대 님은 홍천 목욕탕에 전화하여 단체손님이 간다며 냉탕을 더욱 냉탕답
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다. 때마침 장대비가 쏟아진다. 아깝고 아쉽다. 이 비를 산중에서 만
나지 못하다니.
17. 등로 주변의 적송 숲
18.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871.3m봉에서
19. 등로 주변, 잣나무 숲
20. 등로 주변, 적송 숲
21. 하산 길
첫댓글 비가 조금 더 왔더라면 ~
아쉬움이 덜할 길이었습니다.
산행지도 다시 보며, 그날을 되새깁니다.
정말이유~ 못자고 못먹고 못싸는 것도 힝든데, 옻에 벌. 요즘은 파리, 모기까정.
여름산행은 너무 힘들어. 가을이 어서 왔으면~
그래서 여름방학이 있는거래유
모처럼 단체사진에 눈 감은 사람 없이 제대로 나왔군요
파리는 그래도 봐줄만 한데
물고 쏘고 도망가는 놈들 땜에 못살겠어요~~~^^
집에와서 보니 여기저기 물린데가 많더랬시유,,,,식중독이 아니라 두그러기랍니다...지금은 약먹고 낫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