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논란 시사방송 6년째… “KBS, 전 국민에 수신료 받을 자격 있나”
[KBS 수신료] 분리 징수 현실화에도 방만·편향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앞에 수신료 분리 징수와 김의철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연합뉴스
14일 TV 수신료와 전기요금 분리 징수를 못 박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방통위 전체 회의에 보고됐다. 이르면 두 달 뒤, 전기 요금과 합산 징수하던 한국식 TV 수신료 징수 시대가 30년 만에 끝난다. 현재 연간 5만건에 달하는 수신료 환불을 감안할 때, TV가 없는 1인 가구나 방송 내용에 불만이 많은 국민을 중심으로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일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BS가 그동안 공영방송으로 책임과 기능을 다해왔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수신료 징수 방식의 변화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성격과 KBS의 위상 및 체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의 본질은 편파 보도와 경쟁력 약화” 내부 비판 나와
지난 13일 KBS아나운서협회와 경영협회, 영상제작협회 등 세 협회 공동으로 ‘공영방송의 미래를 위해 김의철 사장은 퇴진하라’는 성명이 나왔다. 이들은 “위기의 본질은 공영방송의 책무와 역할을 제대로 못 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분리 징수라는 최대 위기에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고립무원 상황”이라며 김의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나 현 KBS 경영진은 수신료 분리 징수를 부당한 ‘방송 장악 음모’인 듯 몰아가고 있는 반면, 직원들 내부에선 위기를 직시하자는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이다.
KBS 임직원 전용 내부 게시판엔 실명(實名)으로 “도대체 이념이 뭐고 진영이 뭐길래, 뻔히 보이는 구조 조정에 남은 사람마저 박봉에 시달리고, 재방 삼방 사방 하는 허접한 회사가 되길 원하는 거냐”(지역정책실 직원), “편파 보도와 콘텐츠 경쟁력 하락(경영 수지 악화)이라는 위기의 최대 당사자일 수 있는 기자협회와 피디협회가 보이지 않는다”(1TV편성부 직원) 등 평소 듣기 어렵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신료는 전 국민에게 받으면서 특정 진영만 편 들어”
KBS 라디오와 시사 프로그램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KBS에 입성(入城)한 유튜버 출신 진행자들이 여전히 시사 프로그램 마이크를 잡고 있다. 나꼼수 출신 주진우가 대표적이다. 공영 언론 감시 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KBS1라디오 주진우라이브에선 ‘욱일기를 단 일본 자위대 함정이 우리나라에 입항했다’면서 ‘지난 정부 때는 없던 일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에도 일본 함정 2척이 같은 깃발을 달고 입항한 적이 있는데, KBS 시사 라디오에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내용이 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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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언론국민연대’의 5월 치 모니터링 보고서를 종합하면, KBS1라디오 ‘주진우라이브’에서 나온 발언 중 허위 사실이나 특정 진영에 유리한 구도가 담긴 발언은 26건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아침 시사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KBS1라디오) 18건, ‘한밤의시사토크 더라이브’(KBS2TV)는 10건 등으로 나타났다. 최철호 공정언론국민연대 대표는 “아무 거리낌 없이 특정 정치 집단을 편드는 방송이 지난 6년 동안 이어져 왔다”며 “KBS는 편파·불공정 보도로 수신료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개선책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수신료의 가치 실현하는 방송 해야”
수신료와 전기 요금 분리 징수가 방만하게 운영해 온 KBS의 공영성을 검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문기 한세대 교수는 “현재 KBS는 수신료와 광고 수입을 동시에 재원으로 삼고 있어 수신료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면서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2TV를 분리해 민영화하고, 국민이 내는 수신료만으로 운영하는 진정한 공영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변호사) 현 KBS 이사는 “KBS 경영진이 국민을 상대로 마치 대결하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