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8세대 신형 콜벳을 공개했다. 지난 2014년 7세대 등장 이후 약 5년 만이다. 이번 콜벳은 역대 모델보다 변화의 폭이 크다. 오랫동안 고수해온 앞 엔진‧뒷바퀴 굴림(FR) 구조를 버리고 미드십(MR) 스포츠카로 거듭난 까닭이다.
먼저 외모 소개부터. 유난히 길쭉했던 보닛은 성큼 줄었다. 대신 꽁무니가 늘었다. 날렵한 눈매와 보닛 주름, 거대한 숨구멍도 포인트. 도어 옆쪽엔 엔진 열을 식힐 수 있는 구멍도 뚫었다. 뒷모습도 새롭다. 테일램프 속은 ㄴ자 LED를 두 줄기씩 심었고, CFRP(카본섬유강화플라스틱)로 빚은 스포일러와 디퓨저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실내도 특별하다. 사각 모양의 스티어링 휠은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온 느낌이다. 운전석 쪽으로 과감하게 비튼 센터페시아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째로 심고, 계기판도 모니터를 쓴다. 콜벳 특유의 엠블럼과 레드 스티치가 남다른 분위기를 전한다. 반면, 센터콘솔 우측으로 각종 버튼을 ‘보따리 장수’처럼 세로로 진열했는데, 다소 조잡스러워 보인다.
신형 콜벳은 V8 6.2L 가솔린 자연흡기 LT2 엔진을 쓴다. 콜벳 최초의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490마력을 낸다. Z51 퍼포먼스 패키지를 더하면 495마력. 이날 신차발표회에 따르면, 0→시속 60마일 가속을 3초 이내에 끊는다. 심지어 755마력 뿜는 7세대 콜벳 ZR1보다 빠르다고 밝혔다.
미드십 구조의 우월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그동안 콜벳의 구조적 한계는 또렷했다. 최근까지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C7 ZR1을 앞세워 기록 갱신에 도전했지만, 끝내 ‘7분 벽’은 넘지 못 했다. 현재 7분 안에 들어온 양산차는 포르쉐 911 GT2 RS, 람보르기니 우라칸 퍼포만테 등이 있다.
막강한 성능을 뽐내는 신형 콜벳. 압권은 가격이다. 0→시속 60마일 가속 3초 이하의 성능은 이태리제 수퍼카와 대적할 만한 실력이지만, 쉐보레는 콜벳의 시작가를 6만 달러(약 7,036만 원) 이하로 책정했다. 이 발표 덕분에 신차발표회장은 관람객들의 박수로 가득 찼다. ‘라이벌’ 포드 GT와 비교해도 한층 ‘착한 가격’이다.
가장 기본 모델인 콜벳 스팅레이의 성능이 화끈한 만큼, 향후 등장할 ZO6나 ZR1은 어떤 성능을 낼지 사뭇 궁금하다.
또한, 앞으로의 레이스 성적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콜벳 C7.R은 르망 24시, 데이토나 24시 등의 경주에서 포르쉐 911과 페라리 488, 아우디 R8, 메르세데스-AMG GT, 포드 GT, 애스턴 마틴 밴티지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포드 GT의 복귀 이후,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 하고 있다. 포드는 르망 복귀 50년 만의 우승은 물론, 이듬해 데이토나까지 접수한 상태.
즉, 쉐보레 입장에선 차세대 콜벳을 미드십으로 개발하면서 레이스 주도권을 쥐고 싶은 욕심도 있을 테다. 여기엔 ‘라이벌’ 포드와의 자존심 싸움도 녹아있다.
FR 콜벳의 공백은 ‘동생’ 카마로 ZL1 1LE이 메울 수 있다. ZO6과 같은 계열인 V8 6.2L 가솔린 수퍼차저 엔진 얹고 6단 수동기어와 맞물려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89.7㎏‧m를 뿜는다. 지난 2017년엔 GM 밀포드(Milford) 테스트 트랙에서 종전 ZL1 쿠페가 세운 기록을 3초나 앞당기며 남다른 주행성능을 과시했다. 따라서 머스탱과 포드 GT의 관계처럼, 카마로와 콜벳의 관계를 또렷이 나눈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