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은 입주지원 23-18 "아버지의 마음"
사회사업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
시설 사회사업은 사회주택에 사는 당사자(입주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
다온빌은 시설사회사업을 하는 사회주택.
다온빌에서 일하는 직원은 시설 사회사업가.
시설 사회사업가는 입주자와 지역사회가 더불어 살게 돕는 일을 하는 사람.
이렇게 사회사업가의 정체성을 밝히고 입주자가 어떻게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게 도울 것인지 고민하고 질문하고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작성합니다.
북토크에 갔을 때 월평빌라 시설사회사업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자신의 기록을 설명할 때 명쾌하다고 생각되었고 짧은 글이지만 내가 그리고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생각해 보고 설명할 때 좋은 글인 것 같아 출처를 밝히고 첫머리에 씁니다.
이주은 아저씨는 다온빌이 처음 생겼을 때, 어쩌면 그 이전부터 살고 계신다.
호흡 때문에 오래 앉아 있는 게 힘들기도 하시고, 앉아 계실 때 호흡이 가쁠 땐 상체를 숙여 호흡을 도와야 편안하시다.
한번 생긴 욕창이 힘들게 하던 때도 있어서 침대 생활을 더 오래 하시는 듯하다.
외식 가는 것도 큰 결심 한번 필요하고 외출할 때도 걱정이 앞서신다.
시설사회사업은 입주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이니 전담직원 역시 아저씨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고 싶은 마음으로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아저씨의 침대생활이 길어지고 다온빌 내에서의 생활이 길어질수록 전담직원이 생각하는 범위는 좁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전임 전담직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육지책으로 생각해 내는 것이 지역사회는 어렵고 가족 만나러 고향인 남양주에 가보자고 권유하는 정도였을까? 물론 아저씨는 크게 반응하지 않으셨다.
전임 전담직원의 입장은 "정작 당사자가 싫다는데 내가 어쩌겠어요"였다.
내가 기억하는 전임 전담직원은 한 번도 아저씨와 고향에 간 적이 없다.
잊힐만할 때마다 고향방문 권유와 거절만 있었던 것 같다.
나는 19년 입사 이후에 이런저런 사정을 전임 전담직원을 통해 아저씨 입을 통해 들어 알고 있다.
어떤 날 식사도움을 드리다가 나 역시 똑같은 질문을 했다. 고향에 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싶지 않으시냐고!
아저씨는 만나고는 싶은데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벌써 몇 년 전인데 가족을 만나러, 아들을 만나러 간 적이 있어. 그때 직원이 동행하고 아들과 식사를 했는데 내가 계속 상체를 숙이니까 아들이 그랬대 우리 아버지 힘들겠다고. 그리고 동행한 직원도 힘들겠다고.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보여주기도 하니 내가 싫더라고. 가족 만나는 것은 좋은데...
내 힘든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 주는 게 싫더라고. 그래서 안 가. 그래서 못 가."
"제가 잘 도울 께요. 함께 가시는 것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이건 잘 돕고 안 돕고의 문제가 아녜요. 나의 신체적 문제지"
그렇게 대화가 끝난 기억이 있다.
오늘 아저씨와 외식한다.
몇 번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일이 생겨 오늘 직원과 함께 간다.
오늘 외식 장소는 <율량동 마루벌 돌구이>
이곳 율량동 식당은 손님이 굽지 않고 식당 직원이 구워준다.
그래서 동행한 직원은 아저씨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주문한 고기가 나왔는데 보시더니
"저건 너무 적은데? 1인분이라도 더 시켜요. 많이 먹어요. 많이"
"저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요?"
"먹다 부족하면 더 먹어요"
"네. 아저씨"
"나야 얼마 안 먹지만 복지사님이라도 많이 먹어요"
오랜만의 외식에 동행해 준 직원에 대한 감사함을 많이 먹어요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아저씨와 몇 마디 일상적 대화 아들걱정 가족걱정을 하는 사이 고기가 다 구워졌다.
쌈을 몇 개 싸서 드렸더니
"오랜만에 밖에 나와 먹으니 맛있네"
집에서 먹는 것과 별다르지 않을 텐데 맛있다 하신다.
다만 식사를 하시는 내내 상체를 숙이시며 힘들어하신다. 숨을 너무 가쁘게 쉬신다.
음식 한 점 당 한 번씩 반복적으로 숙이셨다.
예전 아저씨가 하시던 말씀이 기억났다.
아들 만났던 이야기 자신의 불편한 모습을 아들에게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이유
오늘도 그 이야기를 하신다.
자신의 삶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 마음
자신의 삶에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아버지 마음
자신의 삶에 좋은 것 만이라도 보여주고 싶은 아버지 마음
자신의 삶에 나쁜 것은 오롯이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고 싶은 아버지 마음
이야기를 듣는 내내 직원의 마음속엔 그렇게 들렸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내내 대화를 하는 내내 드는 의문 한 가지
왜 전임 전담직원은 지금의 나는 왜 가족만남을 주선하려 하는가? 고향에 모시고 가려고 하는가?
왜 아저씨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고 가족 만나러 고향 가는 것에 꽂혔을까?
내가 사회사업하고 있다 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어쩌다가 아저씨가 '그래요 한번 갑시다' 하고 고향 한번 다녀오면 다른 사람은 못해낸 걸 해 낸 사람처럼 큰일 하나 성공시킨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건 아닐까?
그런 얄팍한 욕심 섞인 속내는 아닐지라도 숙제 하나 끝내는 마음은 아닐까?
전임 전담직원이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지금의 내가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앞으로 일하게 될 후배 사회사업가까지 그렇게 되진 않을까?
의문이 걱정까지 다다르니 기록으로 정확하게 남겨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의 물음이 진짜 물음이고 나의 답변이 진짜 답변이고, 나의 물음이 진짜 물음이고 그의 답변이 진짜 답변인, 그런 연약한 자가 나를 도우면 좋겠다.>
월평빌라이야기 -수료사 중-
어쩌면 아저씨에게 "고향 한번 가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했던 전임 전담직원의 질문이
"제가 잘 도울테니 한번 가시죠?" 했던 나의 질문이
어쩌면 아저씨 입장에서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물어보는 가짜물음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아저씨의 마음은 이러저러하다고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는 직원들에게
"속도 모르는 소리"라고 큰소리치는 것은 아닐까?
아저씨는 이미 아저씨의 강점,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충분히 가족과 소통하고 아들과 소통하는데 그 마음으로 충분할 것을 직원은 만나서 식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있으니 잘 안되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고향 한번 나들이 삼아 훌쩍 다녀올 수도 있는데 시설사회사업가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을 텐데 같은 사안이라도 다른 장소 다른 일로 이야기 나누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이다.
6월 02일 작성한 글에 대해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글을 다듬고 싶었습니다.
전임자의 고민이 현재 일하는 직원의 고민이 되고 앞으로 일할 후배 사회사업가의 고민일 수 있다고 생각되어 정리하고 다듬고 싶었습니다.
아저씨의 강점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2023년 6월 02일 금요일 남궁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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