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집 엄마와 딸의 이야기

[최해숙(광주61)]

#감동

⏺분식집 엄마와 미술학원 다니는 딸의 이야기⏺

시장통 작은 분식점에서, 찐빵과 만두를 만들어 파는 엄마가 있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아침부터 꾸물꾸물하던 하늘에서,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소나기였다.

그런데 한시간이 지나도 두시간이 지나도 그치기는 커녕, 빗발이 점점 더 굵어지자, 엄마는 서둘러 가게를 닫은 뒤, 큰 길로 나와 비닐 우산 두개를 샀다.

그 길로 딸이 다니는 미술학원으로 달려간 엄마는 문을 열려다말고, 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작업복에 낡은 슬리퍼, 앞치마엔 밀가루 반죽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그래도 감수성이 예민한 여고생딸이 상처를 입을까 두려웠던 엄마는, 건물 아래층에서 학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서성이던 엄마가 학원 3층 창가를 올려다 봤을 때, 아래쪽 엄마를 내려다보고 있던 딸과 눈이 마주쳤다.

엄마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지만, 딸은 못본척 몸을 숨겼다가 삐죽 얼굴을 내밀었다가 다시 숨곤할 뿐, 초라한 행색의 엄마가 기다리는걸 원치 않는 것 같았다.

눈물이 글썽해진 엄마는 그냥 돌아서고 말았다.

그러부터 한달 뒤 엄마는 딸이 다니는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초대장을 받았다.

딸이 부끄러워 할 것 같아 한나절을 망설이던 엄마는 다 저녁이 되어서야, 이웃에게 가게를 잠시 맡기고, 부랴부랴 딸의 미술학원으로 갔다.

''다 끝나버렸으면 어쩌지''

다행히 전시장 문은 열려있었다.

벽에 가득 걸린 그림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던 엄마는,

한 그림 앞에서 그만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말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비, 우산, 밀가루 반죽이 허옇게 묻은 앞치마...

비오던 날 엄마가 학원 앞에서 딸을 기다리던 모습이 담겨있었다.

딸이 창문 뒤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을, 화폭에 담고 마음에 담았던 것이다.

엄마와 딸은 그림을 오래 오래 바라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