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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2014년 4월 1일, 파나마를 여행하던 네덜란드 출신 22세 학생 리잔 프론(Lisanne Froon, 1991-2014)과 21세 학생 크리스 크레머르스(Kris Kremers, 1992-2014)가 하이킹을 하다가 갑자기 실종되어 몇 달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이 두 여성의 사인에 대해서는 전혀 밝혀진 것이 없는 미제사건이다.
배경
리잔 프론은 당시 만 22세로 건장한 배구선수였고, 출세지향적이고 낙관적인 데다 똑똑하고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크리스 크레머르스는 당시 만 21세 여성으로 개방적이고 창의력이 있었으며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에서 성장했다.
프론은 전년 9월 데벤테르에서 응용과학 학위를 받아 졸업했고, 크레머르스는 위트레흐트 대학교에서 미술교육과 전공으로 문화사회 교육학 공부를 막 마친 상태였다.
파나마로 떠나기 불과 1주일 전에 프론은 크레머르스와 함께 아메르스포르트의 기숙사로 이사하여, 함께 카페 겸 레스토랑 'In den Kleinen Hap'에서 일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함께 파나마로 특별한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6개월 동안 번 돈을 꼬박꼬박 저축하고 스페인어를 배웠고, 지역을 위한 의미 있는 행동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프론에게는 졸업 기념 여행이기도 했다.
실종 전 일기
프론과 크레머르스는 2014년 3월 15일에 6주 간 휴가로 파나마에 도착했다.
파나마로 여행을 와, 보카스와 보케테 체류 당시 두 사람이 생전에 직접 남긴 일기이다.
실종 전날까지 작성되었던 일기로써 비극이 일어나기 전의 평범한 일상과 목소리가 담겨있는 기록이다.
무분별한 억측과 왜곡된 루머 속에서 당시의 실제 행적과 체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진솔한 1차 사료로서, 이들의 시간을 되짚어보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프론의 일기
2014년 3월 15일 ~ 17일자
와아아 진짜 오래 걸리네! 정말 기나긴 여정이었어. 다행히 아름답고 아늑한 보카스 델 토로(Bocas del Toro)에 도착하자마자 그 고생은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말이야. 산호세에서는 죽은 채로 발견되는 것조차 싫을 정도야, 물론 산호세에서는 그럴 확률이 꽤 높겠지만 말이지. 하지만 보카스라면 남은 평생을 여기서 살 수도 있을 것 같아. 어쩌면 나중에 은퇴할 때쯤이면 모를까?
지금은 햇빛 아래 앉아 있는데, 솔직히 더 오래는 못 버틸 것 같아(너무 더워!). 그리고 앞으로 2주 동안 머물게 될 새로운 숙소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어. 그런데 이 더위는 벌써부터 아주 남달라. 그늘에 앉아 있는데도 이러다 정말 통째로 타 죽을 것 같은 기분이야. 하지만 이 와중에도 햇살 자체는 꽤 좋아. 햇살이 사람을 이렇게나 강렬하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니 말이야.
아기 고양이들, 길고양이들... 그래, 얘네들은 여기 단골 손님들이야. 어디를 가나 돌아다닌다니까! 마치 미니 도롱뇽들처럼 말이야, 심지어 샤워실 안에도 있어! 얘네들이 거미들만 잘 쫓아내 준다면, 정말 내 절친들이 되어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지.
2014년 3월 18일자
레드 프로그 해변(Red Frog Beach), 한마디로 환-상-적이야!! 돌고래도 봤어, 진짜 최고의 즐거움이지. 진짜 생코코넛으로 코코넛물도 마셨고 말이야! 게다가 햇볕에 제대로 타버렸어, 태닝도 아주 잘 됐지, 이만하면 완벽하지 않아?!
2014년 3월 19일자
스페인어 수업은 꽤 복잡하네. 그래도 대화를 들을 때 점점 더 많이 알아듣게 된다는 걸 느낄때마다 기분이 정말 환상적이야. 나머지 시간은 호스텔 주변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즐겼어. 해먹에서 낮잠을 세 번이나 사랑스럽게 자고, 카드 게임도 하고, 간식도 좀 먹고. 오후에는 카사 베르데(Casa Verde)에서 맛있는 칵테일을 마셨어. 크리스와 단둘이 멋진 시간도 보냈지. 좋은 대화를 나누고 나니 우리는 당연히 살짝 알딸딸해졌지. 휴가여 영원하라. 라 푸다 비다! (멋진 삶!)
저녁에는 요리 수업이 있었는데, 메뉴는 토르티야와 가스파초였어. 다행히 우리는 완전히 카리브해 스타일에 맞춰 살아가고 있어서, 네덜란드식 삶과는 작별을 고해야 할 판이야. 7시 요리 수업이라는 건 7시 반이 돼서야 진짜 재료를 사러 가야 한다는 뜻이지, 하하. 그 말인즉슨 식탁에 밥이 차려지는 건 밤 10시라는 거다. 나의 인내심과 집중력에 대해 아주 교훈적인 저녁이었어. 실패한 것 같지만! 하지만 음식은 정말 맛있었어.
저녁 먹고 서둘러 샤워실로 직행. 수요일 밤은 아쿠아 라운지 데이(Aqua Lounge Day)니까! 카리브해 스타일의 디스코텍. 수영장과 바다 전망이 보이는 넓은 야외 공간. 진짜 최고야! 녀석들과 함께 춤추고 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그래, 바스와 에드윈. 우리 호스텔 네덜란드 친구들이자 마르트도 빼놓을 수 없지! 나중에 호주 출신 에단도 합류했어.
새벽 3시쯤 이제 그만 침대로 가 달라는 친절한 부탁을 받았지만, 열대성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발길을 세 번이나 멈춰야 했지. 결국 마침내 잠자리에 들었지. 멀쩡히 마른 건 하나도 없었어!! 하지만 밖이 30도인 날씨에 빗속에서 춤을 추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 그나저나 여기서는 어디를 가려면 수상 택시를 타야 하는데, 정말 멋져. 1달러만 내면 반대편에 있는 작은 해변과 아쿠아 라운지로 갈 수 있어. 다른 섬들은 5달러면 갈 수 있지. 두 곳 클리어, 앞으로 가야 할 곳이 한참 남았네! 아스타 만자나 (내일 봐!) 하하 사과!
(스페인어로 내일을 뜻하는 '마냐나'(Mañana)를, 사과를 뜻하는 '만자나'(Manzana)로 잘못 쓴 언어유희다. 당시 스페인어 수업을 들으며 현지 문화를 익히던 그녀의 유쾌한 평소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4년 3월 20일자
발이 엄청 퉁퉁 부었어. 더위 때문인지 발목이 무슨 코뿔소 다리처럼 보일 지경이야. 녀석들과 함께 작은 카리브해 식당에서 환-상-적인 저녁을 먹었지. 그렇게 맛있는 토마토 파스타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봐. 후식으로는 작은 스니커즈 케이크랑 2리터짜리 샹그리아까지! 그래, 이번에도 역시 최고의 즐거움이었어.
이제 내일 날씨가 좋기를 두 손 모아 빌어야겠어. 오늘은 날씨가 정말 이래저래 꽝이었거든. 아스타 마냐나!(내일 봐!) 오늘의 슬로건: 정말 최고였다 히히.
2014년 3월 21일자
오늘 아침엔 스페인어 수업이 있었어. 에단, 데이비스, 바스의 마지막 수업이었지. 아침 8시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오후 1시가 다 돼서야 겨우 그치더라고. 날씨가 이 모양이니 뭐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울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카드 한 벌을 들고 카사 베르데(Casa Verde)로 피신했어! 처음엔 마르트랑 둘이 있다가 나중에 에드윈이랑 바스도 합류했지. 날씨가 개면서 맥주랑 게임을 하며 놀다 보니 오후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어. 정말 최고였어!
저녁 6시에는 일행 다 같이 작은 섬으로 건너가서 바비큐 파티를 즐겼지! 배구도 한 판 당기고 모기한테 온몸을 아주 벌집이 되도록 뜯기긴 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맥주도 넘치고 재미도 가득했어! 그날 밤에는 라 이구아나(La Iguana)로 출동했어. 몇 번 춤추고 맥주 좀 마셨더니 어느새 순식간에 새벽 4시가 되더라. 이제 잘 시간이야. 내일은 심해(Deep Sea) 투어가 기다리고 있어!
2014년 3월 22일자
부에나스 디아스!(좋은 아침!) 오늘은 스페인어 수업이 없지롱! 은근히 좋기도 하고, 주말 정말 사랑스러워!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과 햇살을 맞으며 일어나는 거, 진짜 이래야지 싶다니까. 너무너무 좋아!
9시 30분에 사파티야(Zapatilla)로 출발. 보트를 타고 물을 가로지르며 돌고래랑 나무늘보도 찾아봤어. 흐흐, 대성공이었지! 진짜 멋졌어! 그다음엔 맹그로브 숲 사이를 항해했어. 그때 비로소 우리가 네덜란드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중앙아메리카에 와 있구나 실감하게 됐지. 맹그로브를 지나고 나서 시속 300km로 탁 트인 바다를 가로질러 사파티야로 질주했어. 눈을 의심할 정도로 완전 커다란 낙원 그 자체였지. 꿈에서나 보던 그 곳, 진짜 바운티(Bounty) 섬 같았어!
딥 시 보딩(Deep sea boarding)도 했는데, 인어공주처럼 보드를 잡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가 다시 올라오는 거 있지? 그 모든 걸 보트에 매달린 채로 했다니까. 진짜 환상적인 경험이었어. 그 뒤로는 자유 시간을 가졌지 (그래, 영어에 스페인어에 네덜란드어까지, 이 모든 언어들이 뒤섞여서 가끔은 엄청 헷갈린다니까!). 맛있게 준비된 점심을 먹은 후에 환상적인 바운티 섬을 산책도 하고, 스노클링도 살짝 하고 수영도 조금 했어. 예쁜 물고기들도 엄청 많이 봤지!
지금은 해먹에 누워서 늘어지게 쉬는 중인데, 곧 뭐 좀 먹으러 가려고! 오늘 하루는 진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최고였어!!!
2014년 3월 23일자
일요일 아침, 마틸데호프(Mathildehof)의 따뜻한 빵 대신 보카스 델 토로에 있는 라 부키타(La Buquita)에서 수박 스무디랑 오믈렛을 먹었어. 아주 색다르고 좋네! 스페인어 공부도 좀 하고 낮잠도 잤지. 저녁에는 다 같이 가볍게 무언가 좀 먹고 제시간에 침대에 누웠어. 그야말로 진짜 일요일 같은 일요일이었지! 해변에서도 2시간을 보냈고 말이야!
2014년 3월 24일자
월요일 아침, 7시에 알람이 울리는데, 우리 아직도 네덜란드에 있는 건가? 아니지이이! 카를로스의 스페인어 수업을 들었어. 성격도 좋고 훌륭한 선생님이야! 크리스는 아직 컨디션이 별로 안 좋지만, 그래도 일단 스타피시 해변(Starfish Beach)에 가기로 했어. 진짜 최고야! 엄청나게 맑은 바닷물에 불가사리가 한가득이더라고. 또 다른 낙원이야! 저녁에는 보카스에 있는 우리 단골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어. 코스 요리 두 개랑 샹그리아 작은 주전자까지! 역시 이게 휴가지!
2014년 3월 25일자
크리스는 컨디션이 아주 안 좋아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기로 했어. 나도 마음을 좀 다잡아야 했지만, 이것 때문에 내 하루를 망치고 싶진 않아서 그냥 내 할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지. 스페인어 수업으로 고고! 꽤 잘 풀렸어! 수업이 끝나고는 좀 쉬다가 빨래도 맡기고 왔어. 혼자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아주 현명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해버렸지! 엽서도 좀 사고 여러 가게들도 둘러보고 말이야. 온전히 나만을 위한 리잔 타임이었어! 오후에는 우리 마실 스무디도 좀 사 오고, 저녁에는 카사 베르데에서 녀석들과 함께 늘어지게 놀았지. 아주 좋아!!
2014년 3월 29일자
지금 난 여기에 앉아 눈물을 글썽이며 뺨을 따라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산 전망은 아름답고, 집은 넓고, 호스트 가족도 친절한데. 심지어 아주 친숙한 크리스도 함께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도 난 집에 가고 싶어.
2주 동안은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완전히 멘탈이 나가버렸어. 활기찬 휴가 2주를 보내다가 진짜 파나마 가정의 삶 속으로 뛰어드는 건 내게는 너무 벅차. 내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도 없고, 이제 이건 휴가가 아니라 진짜 현실이니까. 내가 이걸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나도 너무 안일했어. 왜냐하면 이건 내가 딱 질색하고 감당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니까. 스물두 살이고 혼자 살고 있는 지금조차도 말이야.
난 완전히 능력 밖의 상황에 빠졌어. 엄마 아빠가 나를 꼭 안아주며 다 잘 될 거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부모님께 알릴 수는 없어, 걱정하시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스물두 살이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걸 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은 겨우 2미터 떨어져 있는 엄마를 찾으며 소리 지르는 두 살짜리 어린아이 같아. 사실 이걸 원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갔잖아.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기 위한 마지막 테스트라고 생각하며, 내가 이걸 해내야 한다고 믿었으니까. 지금까지 나는 철저하게 실패했어. 젠장.
2014년 3월 26일 ~ 28일자
방금 일기를 며칠동안 건너뛰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 사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론 빠르게 얘기해 줄게.
26일 수요일에는 오후에 수업이 있었어.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 수업이라니 좀 아쉽긴 하지만, 뭐 스페인어 배우러 보카스에 온 거니까 어쩔 수 없지. 5시쯤 수업을 마치고 마을 시내로 나가서 예쁜 상점들이랑 가판대들을 구경했어. 와인 바 앞을 지나치다가 거기서 저녁을 먹기로 했지! 작은 애피타이저 3개랑 와인 한 잔을 나눠 마셨어.
수요일 밤 하면 딱 하나밖에 없지, 바로 아쿠아 라운지(Aqua Lounge)!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출동! 바스는 금방 시야에서 놓쳐버려서, 결국 우리 셋이서 밤을 불태웠어. 그날 저녁엔 우리 단골 레스토랑 셰프도 우연히 만났는데, 진짜 최고였어! 새벽 3시 반쯤 되니까 쫓겨나듯 나와서 잘 시간이었지.
4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헐헐헐 스페인어 수업 때문에 7시에 알람이 울려버림... 알람시계가 울리는데... 나 이제 막 잠들었다고! 비몽사몽간에 서로를 이끌고 침대에서 기어 나왔어. 오늘은 벌써 끝에서 두 번째 수업이야. 오후에는 휴가를 조금이라도 더 즐기기로 했지. 레드 프로그 해변(Red Frog Beach)으로 고고! 야호!! 이번에도 역시 너무 예쁘고 사람도 전혀 없었어. 오후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지.
저녁에는 녀석들과 합류했어. 불꽃놀이 쇼를 하는 그 레스토랑 말이야. 맛있는 생선 요리도 뜯고! 카사 베르데에서 카드 게임도 당연히 몇 판 더 당겼지. 아무리 피곤하고 녹초가 되어도 여기가 우리들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밤이니까, 라 이구아나(La Iguana)에서 춤을 안 출 수가 없잖아. 이번에도 또 새벽 3시 반, 앗 실수!
금요일 아침 7시, 알람시계가 울려. 녹초 완성(BROKEN)! 하지만 오늘은 보카스에서의 마지막 날이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버텨야지. 스페인어 수업은 재밌었어! 동물 이름도 배우고, 노래 가사도 번역해 보고, 아동 센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임들도 배웠지. 카를로스와도 작별 인사를 나눴어. 정말 멋진 사람이란 말이지.
오후에는 엄마 아빠랑 스카이프 통화도 하고, 그 뒤엔 작은 해변에서 사랑스러운 시간을 보냈어. 작은 해변치고는 진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웠지. 아 맞다! 어젯밤에 정전이 났었어. 보카스 전체가 깜깜해졌지! 다들 어디서 그렇게 촛불이랑 비상등을 마법처럼 꺼내오는지, 정말 특별한 광경이었어. 다행히 저녁 8시쯤엔 금방 복구됐지만 말이야!
그렇게 마지막 저녁을 이어갔지. 당연히 우리 단골 레스토랑에서 녀석들과 함께 코스 요리 저녁 식사! 그리고 가볍게 한잔하고 카드 게임도 몇 판 했어. 보카스에서의 2주를 마무리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었지.
토요일 아침 10시쯤, 우리는 새로운 목적지인 보케테(Boquete)로 떠날 채비를 마쳤어. 마음의 준비는 대충 되었지만, 보카스를 떠나려니 역시 아쉽기도 하네. 보케테까지는 셔틀버스를 예약해 뒀어. 모든 게 순조로워서 4시간 뒤엔 보케테의 학교에 도착해 있었고, 또 45분 뒤에는 호스트 가족과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게 되었지. 와우!!
2014년 3월 3일자
웩! 웩! 웩! 우리의 첫날은 완전 대참사였어. 제시간에 아우라(Aura)에 도착했는데, 우리를 알아보지도 않고 다정한 환영도 없었어. 우리가 들은 거라곤 "노 프로시마 세마나(no proxima semana)"라는 말뿐이었지, 다음 주에나 오라는 뜻이었어. 엥?!
실망해서 학교로 돌아가 보니, 정말로 보육원에는 다음 주에나 우리 일자리가 난다는 거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걸 그냥 가만히 받아들일 리가 없지. 어쩌면 내일부터 카사 에스페란사(Casa Esperanza)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될지도 몰라. 잘 되기를 두 손 모아 빌어야지!
이 실망감을 좀 풀려고 시그리드한테 가서 전신 마사지를 받았어. 이것도 나름 소소한 호사네! 내일은 또 다른 날이 되겠지, 아스타 라 마냐나(내일 아침에 보자)!
(3월 31일 자를 끝으로 더 이상의 일기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내일 아침에 보자는 마지막 인사는, 의도치 않게 그녀의 마지막 기록이자 유언처럼 남게 되었다.)
크레머르스의 일기
2014년 3월 16일자
드디어 그날이 왔다. 우리는 지금 코스타리카에 있어. 정말 엄청난 여정이었지! 휴스턴까지 비행기로 12시간 반(또는 12시간 10분)을 가고, 거기서 4시간을 기다린 다음, 코스타리카 산호세까지 또 4시간을 갔으니까. 시차 때문에 우리 몸에는 새벽 4시나 다름없던 밤 10시쯤 호스텔에 도착했어. 스히폴 공항에 제시간에 가려고 새벽 4시부터 일어났던 터라 얼마나 녹초가 되었던지, 무려 24시간 동안 깨어있었던 셈이지!
다정하고 조그마한 아저씨가 부인과 함께 우리를 마중 나와 주었어. 같은 아저씨가 곧 우리를 다시 데리러 와서 버스 타는 곳까지 태워다 줄 거야. 지금은 아침 7시쯤 되었어. 해는 4시 반쯤부터 뜨기 시작하더라고.
지금 이 글은 호스텔 정원에서 쓰고 있어. 식물도 엄청 많고 모자이크로 만든 분수 겸 제단 같은 것도 있는, 아주 귀엽고 아담한 안뜰이야. 얼른 파나마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 버스 타고 가는 길이 정말 아름다울 것 같고, 나라의 멋진 풍경들도 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신난다, 진짜 여정이 시작되었어!
2014년 3월 17일자
(태양 그림) 여기 진짜 더워! 적응 좀 해야겠어. 온도가 한 30도는 되는 것 같은데, 햇빛 아래에 앉아 있는 건 진짜 너무 뜨거워. 지금은 호스텔에 있어. 어제 6시 반쯤 도착했지. 버스 타고 오는 길 자체가 그야말로 한 편의 모험이었어. 버스 이동 자체는 괜찮았는데, 현금이 없어서 택시를 타고 산호세를 엄청 빨리 가로질러야 했거든. 식사올라(Sixaola)에 내려서 보니 우리 둘이랑 현지인 두 명만 딱 남았더라고. 국경까지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우리 힘으로 알아서 해결해야 했어. 버스 기사는 스페인어밖에 못 하고 말이야. 이리저리 안내를 받았는데,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으니 현지인들 사이에서 우리가 정말 확 튀어 보였지.
오래된 다리로 된 국경에 도착했는데, 그런 식으로 국경을 건너는 게 정말 기묘했어. 반대편에 넘어가서 여권에 붙일 스티커 값으로 돈을 내야 하는 건물에 도착했지(내 생각엔 사기당한 것 같아). 진짜 출입국 심사대에 서 있을 때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보카스로 가냐고 물어보는 거야. 우리가 이 사람을 믿어도 될지 잘 몰라서 살짝 의심스러웠지... 사람들은 마지막 배를 놓칠까 봐 다들 엄청 서둘렀어. 그래서 일단 차에 올라타고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래보기로 했어.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지! 운전수가 너무 빨리 달려서 차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의 지옥 같은 질주 끝에, 보카스로 가는 보트가 있는 작은 선착장에 도착했어. 30분쯤 걸려서 드디어 도착했지.
이틀 동안 이동하고 나니까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 어제도 간단하게 뭐 좀 먹긴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배경으로 멋진 스페인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페인어 학교 바에 앉아 우리가 정말 여기에 와 있고 이 휴가를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실감하기 시작하는 중이야. 15분 뒤면 첫 스페인어 수업이 시작된다. 정말 기대돼. 여기 정말 멋져. (태양 3개와 범선 그림)
2014년 3월 20일자
(비구름 그림) 우린 지금 파나마에 있는데 비가 오고 있어. 그냥 조금 오는 것도 아니고 억수같이 쏟아붓는 중이야. 어젯밤에도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벌써 일찍 집에 돌아왔지. 그러고 나서 길 건너에 있는, 규모가 좀 더 큰 클럽인 아쿠아 라운지(Aqua Lounge)에 처음으로 갔어. 다행히 오늘은 오후에 수업이 있다. 해가 좀 다시 쨍하고 떴으면 좋겠네. 그저께는 레드 프로그 해변(Red Frog Beach)에 갔었어. 정말 아름다웠지. 선착장에 내려서 우리가 직접 조금 걸어야 했는데 그 길도 정말 예뻤어. 선착장은 맹그로브 숲 위로 이어져 있었고, 거기를 지나면 커다란 식물들과 예쁜 꽃들이 가득한 숲길로 이어졌지. 해변 자체도 너무 아름다웠어, 물도 엄청 맑고 사람도 별로 없었고 말이야. 데이비스가 같이 있었는데, 걔는 진짜 생존왕 같은 애야. 거기서 우리가 해변에 앉아 코코넛 물을 마셨는데, 진짜 맛있었어. 오늘은 토요일 투어를 계획할 예정인데, 엄청 기대된다!
2014년 3월 25일자
화요일 오전 10시쯤인데, 사실 원래대로라면 수업을 들어야 하지만 아파서 못 가고 있어. 사흘 동안 배탈로 고생하더니, 드디어 오늘 아침에 한 번에 엄청난 설사가 터지더니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야. 덕분에 어디 나갈 엄두도 못 내고 하루 종일 내 작은 방에서 처박혀 지내는 중이다. 진짜 시시하긴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지난 며칠 동안 있었던 일들을 싹 다 적어둘 시간은 생겼네.
금요일에는 학교 바비큐 파티에 갔었어. 아주 재밌었지. 그러고 나서 또 이구아나(클럽)에 가서 바스, 에드윈, 데이비스, 채드랑 아주 멋진 저녁을 보냈어.
토요일에는 엄청 멋진 투어를 다녀왔어. 작은 배를 타고 나가서 제일 먼저 돌고래를 찾아 나섰지. 돌고래 한 마리를 발견해서 한참 동안 쫓아갔는데, 점점 배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결국 사라져 버리더라고. 그러고 나서 맹그로브 숲 가장자리로 항해해 갔는데, 거기 나무들에 늘보들이 매달려 있는 걸 봤어. 적어도 세 마리는 봤는데, 그중 한 마리는 나무 꼭대기까지 쫙 올라가더니 마지막엔 무슨 해먹처럼 축 늘어져 매달려 있더라고. 정말 멋졌어. 그렇게 동물들을 코앞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진짜 기뻤지.
그러고 나서 배를 타고 30분쯤 더 갔는데, 마치 망망대해 한가운데 있는 섬으로 가는 것 같았어. 거기에 도착해서는 딥 시 보딩(deep boarding)을 했어. 이게 뭐냐면, 투명한 플라스틱 보드 같은 걸 잡고 보트에 매달려서 물살을 헤치며 끌려가는 거거든. 물안경을 끼고 이걸 하면 물속에 있는 모든 걸 다 볼 수 있어. 예쁜 산호초도 보고, 길고 두꺼운 줄기 같은 게 늘어진 수중 식물들이랑 온갖 물고기들도 많이 봤지. 나는 원래 물고기를 별로 안 좋아해서 꽤 무서울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까 구경하는 게 진짜 좋더라고. 여기 물도 진짜 엄청 맑아.
그러고 나서 맛있는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고 시간이 좀 남아서, 섬을 가로질러 산책을 하다가 반대편으로 건너갔는데 거기가 진짜 환상적으로 예뻤어. 말 그대로 동화 속에 나오는 섬 같았지. 그러고 나서 해안선을 따라 걸어 돌아왔어. 최고였지. 그 섬 이름은 사파티야(Zapatilla)였어. 돌아오는 길에는 수심이 얕은 곳에 잠깐 들러서 불가사리들도 구경했다. 이번 투어는 진짜 대박이었어.
어제 월요일에는 스타피시 해변(Starfish Beach)에 갔었지. 엄청 덥고 사람도 바글바글한 밴을 타고 우리 섬의 반대편 쪽으로 넘어갔어. 가는 길에 사람들이 중간중간 내리는데,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어디서 산다는 거지?' 싶은 생각이 드는 곳들이었어. 거의 정글 한가운데 같은 곳들이었지. 그러고 나서 작은 배를 타고 최종 목적지로 갔는데, 처음엔 불가사리가 하나도 안 보이는 거야. 그래서 "에라, 잘도 돌아간다..." 싶었지. 그런데 막상 물속으로 들어가 보니까 갑자기 불가사리가 엄청 많이 보이는 거 있지! 빌려온 스노클을 끼고 보니까 훨씬 더 잘 보이고, 예쁜 물고기들도 볼 수 있었어.
대충 이런 모험들을 겪었지. 기분은 벌써 여기서 몇 년은 살았던 것 같은데, 알고 보니 고작 1주 반밖에 안 지났더라고. 앞으로 갈 길이 아직도 구만리야. 아스타 루에고 (나중에 봐)!
2014년 3월 30일자
와, 마지막으로 일기를 쓴 이후로 얼마나 많은 게 바뀌었는지 몰라. 우리는 이제 호스트 가족 집에서 머무르고 있어. 보카스에서의 마지막 며칠은 주로 해변에서 놀고, 맛있는 거 먹고, 놀러 다니느라 바빴지. 그동안 못 잔 잠도 엄청 몰아서 자야 했고 말이야. 보카스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환상적이었고, 그야말로 진정한 휴가를 즐겼어. 그래서 정말 제대로 된 작별 인사 같았어, 아마 다시 갈 일은 없을 테니까. 그렇게 아름다운 해안선이랑 야자수가 있는 곳은 태어나서 처음 봤어. 진짜 최고였지.
어제는 드디어 보케테에 도착했어. 이동하는 것도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고, 미니버스에 에어컨까지 나오더라. 학교도 금방 찾았어. 버스에 탄 다른 사람들보다 우리가 먼저 내려야 했는데, 왠지 휑한 허허벌판 한가운데 덩그러니 내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좀 묘했어. 학교에서 우리가 지낼 호스트 가족한테 전화를 걸어주었는데, 과연 우리랑 잘 맞을지 엄청 간절히 바랐던 만큼 기다리는 동안 진짜 떨리더라. 다행히 잘 풀렸지만 말이야.
어젯밤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갑자기 내가 (아직은) 속하지도 않은 가족들 사이에 뚝 떨어진 거잖아. 그 집 생활 습관도 하나도 모르겠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난감하고. 게다가 말도 잘 안 통하니까 내 기분을 표현할 길이 전혀 없는 거야. 어제는 진짜 녹초가 됐었는데, 푹 자고 나니까 상황이 그렇게 암담하게만 느껴지진 않네. 여기서 좀 지내다 보면 분명 다 괜찮아질 거야.
식구들은 다들 엄청 다정해. 엄마 이름은 미리암(Miriam). 큰딸 이름은 야일레스(Yaileth)야. 미리암한테는 아스트리드(Astrid)랑 아밀레아스(Amileas)라는 자녀가 둘 더 있고, 야일레스한테도 조수(Josué)랑 소아니(Soannye)라는 아이가 둘 있어. 막내는 한 살이고 다른 애는 거의 세 살이야. 다들 정말 친절하고 스페인어를 못 하는 외국인 손님들한테도 익숙하더라고. 큰딸은 영어를 할 줄 알지만, 우리의 스페인어 실력을 위해서라면 영어를 최대한 안 쓰는 게 좋겠지.
오늘은 보케테 시내에도 다녀왔어. 아주 예쁘고 아기자기한 마을이야. 내일부터는 아우라(Aura)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2014년 3월 31일자
오늘은 참 묘한 하루였어. 처음으로 봉사 활동 프로젝트에 가는 날이었어. 꽤 긴장되기도 하고 떨렸지. 막상 도착해서 우리 소개를 했는데, 당연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 그 여자가 누군지 알 거라고 예상했어. 하지만 아니었지. 그녀는 우리가 누군지 알아보는 기색도 전혀 없이, 지금은 (거기서 봉사 활동을 시작하는 게) 불가능하니 다음 주에 다시 오라고 하는 거야.
엄청 불친절했고 전혀 따뜻하거나 다정하지도 않았어. 그래서 나올 때 정말 실망스러웠지. 환영받는 느낌도 전혀 못 받았고, 우리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당황스러웠어. 도대체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이해도 안 갔고. 그래서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보고 우리 이야기를 하려고 다시 스페인어 학교로 돌아갔어. 알고 보니 이번 주에는 그 프로젝트에 우리를 위한 자리나 일이 애초에 없어서 아직 시작할 수가 없었던 거야. 학교 측에서도 몇 달 전부터 미리 계획했던 건데 왜 이러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
그러고 나서 이번 주에 혹시 다른 프로젝트에 들어갈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마르올라인(Marjolein)의 연락을 하루 종일 기다려야 했어. 결국 들은 소식이라곤, 그녀가 자원봉사 코디네이터랑 아직 이야기를 못 나눠서 확실하진 않지만 거기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였어. 또 그게 아주 좋은 프로젝트라고 하길래, 관련 내용을 읽어보니 우리도 금방 마음이 혹해서 기대하게 되더라고. 내일 그쪽 담당자와 연락을 취해보고, 우리 마음에 정말 든다면 그냥 거기서 계속 일해도 된다고 하더라고. 왜냐하면 우리 둘 다 아우라(Aura)에는 이제 다신 가고 싶지 않거든. 거기서는 전혀 환영받는 느낌도 못 받았고 정말 엄청난 실망이었으니까. 새로 바뀔 프로젝트는 정말 재밌기를 바라야지. 뭐, 그냥 파나마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고.
전개
3월 29일: 보케테 도착
그녀들은 파나마로 여행을 온 후 첫 2주 동안 지냈던 보카스에서의 추억을 뒤로 하고, 보카스에서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보케테로 향했다.
리산은 일기에 "토요일 오전 10시경, 새로운 목적지인 보케테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라고 직접 적었다.
그녀들이 다니는 스페인어 어학원 '스페인어 바이 더 리버'의 스태프인 에일린 W.도 이들과 동행했다.
오후 3시 30분경, 셔틀버스를 탄 이들은 현지 학교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보케테에 도착했다.
크레머르스는 일기에 자신과 프론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아무것도 없는 휑한 길가에 덩그러니 내려졌다고 묘사했다.
이들은 금방 학교를 찾아냈고, 스페인어 바이 더 리버(스페인어 학원)에서 미리암의 집 위치를 안내받았다.
그곳에서 기다려야 했는데, 이 시간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경험이었다고 한다.
휴양지 분위기의 기존 보카스와 달리 현지인들 위주의 조용하고 작은 마을인 보케테에 머물게 되면서, 두 사람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소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미리암(46세)은 당시 이미 6년째 외국인 유학생들을 받아온 베테랑 하숙집 주인이었으며, 본채에 소녀들이 묵을 방을 내어주었다.
두 사람은 이 현지 호스트 패밀리 집에서 4주간 머물 예정이었다.
미리암은 나중에 이 소녀들이 똑똑하고 수줍음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보카스 델 토로에서의 바쁘고 활기찼던 2주 때문에 둘 다 지쳐 있던 터라, 보케테에서의 재적응이 필요했다.
게다가 스페인어도 서툴렀다.
토요일 늦은 오후, 이들은 인근의 '스페인어 바이 더 리버'로 걸어가 스태프들을 만났다.
당시 30세였던 마르홀레인 요센은 월요일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해야 할 '가르데리아 아우라' 유치원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날 저녁, 프론은 일기의 자신에 솔직한 심정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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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난 여기에 앉아 눈물을 글썽이며 뺨을 따라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산 전망은 아름답고, 집은 넓고, 호스트 가족도 친절한데. 심지어 아주 친숙한 크리스도 함께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도 난 집에 가고 싶어.
2주 동안은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완전히 멘탈이 나가버렸어. 활기찬 휴가 2주를 보내다가 진짜 파나마 가정의 삶 속으로 뛰어드는 건 내게는 너무 벅차. 내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도 없고, 이제 이건 휴가가 아니라 진짜 현실이니까. 내가 이걸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나도 너무 안일했어. 왜냐하면 이건 내가 딱 질색하고 감당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니까. 스물두 살이고 혼자 살고 있는 지금조차도 말이야.
난 완전히 능력 밖의 상황에 빠졌어. 엄마 아빠가 나를 꼭 안아주며 다 잘 될 거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부모님께 알릴 수는 없어, 걱정하시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스물두 살이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걸 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은 겨우 2미터 떨어져 있는 엄마를 찾으며 소리 지르는 두 살짜리 어린아이 같아. 사실 이걸 원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갔잖아.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기 위한 마지막 테스트라고 생각하며, 내가 이걸 해내야 한다고 믿었으니까. 지금까지 나는 철저하게 실패했어. 젠장.
- 리잔 프론, 2014년 3월 29일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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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크레머르스는 자신의 일기에 이렇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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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갑자기 내가 (아직은) 속하지도 않은 가족들 사이에 뚝 떨어진 거잖아. 그 집 생활 습관도 하나도 모르겠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난감하고. 게다가 말도 잘 안 통하니까 내 기분을 표현할 길이 전혀 없는 거야. 어제는 진짜 녹초가 됐었는데, 푹 자고 나니까 상황이 그렇게 암담하게만 느껴지진 않네. 여기서 좀 지내다 보면 분명 다 괜찮아질 거야.
식구들은 다들 엄청 다정해. 엄마 이름은 미리암(Miriam). 큰딸 이름은 야일레스(Yaileth)야. 미리암한테는 아스트리드(Astrid)랑 아밀레아스(Amileas)라는 자녀가 둘 더 있고, 야일레스한테도 조수(Josué)랑 소아니(Soannye)라는 아이가 둘 있어. 막내는 한 살이고 다른 애는 거의 세 살이야. 다들 정말 친절하고 스페인어를 못 하는 외국인 손님들한테도 익숙하더라고. 큰딸은 영어를 할 줄 알지만, 우리의 스페인어 실력을 위해서라면 영어를 최대한 안 쓰는 게 좋겠지.
오늘은 보케테 시내에도 다녀왔어. 아주 예쁘고 아기자기한 마을이야. 내일부터는 아우라(Aura)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 크리스 크레머르스, 2014년 3월 30일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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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월요일 아침, 프론과 크레머르스는 호스트 패밀리인 미리암의 집에서 큰딸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원봉사 장소인 아우라 유치원으로 향했지만, 돌아온 것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유치원 원장인 마리아 엘레나는 두 사람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지금은 일자리가 없으니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통보한다.
언어학교인 '스페인어 바이 더 리버'를 통해 사전에 완벽하게 일정을 조율하고 온 두 사람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원장은 개인적인 볼일 때문에 소녀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스페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불평까지 늘어놓았다고 한다.
사건을 파고든 저자 하르딩하우스와 네너의 기록에 따르면 마리아 엘레나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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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늬 블라우스를 입은 키 큰 아이만 스페인어를 조금 할 줄 알았고, 다른 아이는 아예 못 했어요. 그래서 일자리를 줄 수 없다고 했더니, 그 키 큰 소녀가 더 이상 일은 안 하겠다고 하더군요. 대신 보카스 델 토로로 여행을 떠날 거라고 했어요."
- 마리아 엘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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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프론이 실제로 이 말을 했다면, 그것은 모든 게 꼬여버린 상황에서 느낀 극심한 체념이었을 것이다.
당시 리산의 입장에서 보케테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을 것이다.
검사 베차이다 피티는 나중에 이 진술을 교묘하게 이용해, 소녀들이 미라도르를 거쳐 보카스까지 직접 걸어갔다는 억지 주장의 근거로 삼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두 사람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정확한 행적이 포착되지 않는다.
더 기막힌 건, 마리아 엘레나가 경찰 조사에서 '스페인어 바이 더 리버'나 인그리드 로머스를 전혀 모른다고 뻔뻔하게 발뺌했다는 점이다.
당시 SbtR 공식 웹사이트에 협력 기관으로 아우라 유치원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는데도 말이다.
특히 리산은 모든 것을 집에서부터 꼼꼼하게 계획하는 완벽주의 성향이었다.
갑작스러운 변수나 서프라이즈를 극도로 싫어했던 만큼, 이번 사태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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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쫓겨났어."
"정말 엄청나게 실망했어."
- 리잔 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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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당시의 참담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원봉사를 시작하려면 일주일이나 허브를 날려야 하는 상황.
낙담한 두 사람은 '스페인어 바이 더 리버'로 발길을 돌린다.
스태프 마르홀레인이 대체할 만한 일자리를 찾아주기를 바라며 그곳에서 시간을 때우게 된다.
원래대로라면 에일린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겠지만, 어학원에 도착했을 때 안에 없었다고 한다.
이후 월요일 정오 즈음의 타임라인에 공백이 생긴다.
두 사람이 정확히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명확하지 않다.
오전 11시 무렵, 알토 보케테 중심가에서 두 사람이 택시에 타는 모습이 포착된다.
다비드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마르홀레인이 우연히 이들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정오쯤에는 보케테 인근 시내에 있는 식당인 '비스트로 보케테' 의 웨이터 베가 모이세스가 로컬 슈퍼마켓 로메로 쪽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을 목격했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아주 이상한 사실이 있는데, 수사 기록에 따르면 이 시간 동안 두 사람의 휴대폰은 아무런 활동이 없었다고 한다.
크레머르스의 아이폰은 아예 전원이 꺼져 있었다.
점심은 시내 어딘가에서 해결했는데, 사브로손이나 넬비스였을지, 다른 곳이었을지는 불명확하다.
리산의 삼성폰은 오후 1시 6분경 알 수 없는 공용 와이파이에 접속해 1시 38분까지 유지었으며, 크리스의 아이폰은 그날 처음으로 오후 1시 13분에 켜져서 2시까지 왓섭 등을 사용했다.
오후 1시 48분에는 삼성폰으로 사진 2장이 찍혔고, 오후 2시부터 3시 30분 사이에는 프론의 폰 갤러리가 열려 있었다.
월요일 오후에도 프론과 크레머르스가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는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고, 오후 4시 42분 전까지는 휴대폰 사용 기록조차 전혀 없다.
마을 인근 공예품 마을을 방문했을 거라는 추측이 있지만 확증은 없으며, 한 관광객은 이곳을 '미국인들이 자기들끼리 엉뚱한 물건을 팔아대며 노는 주간 행사일 뿐, 딱히 현지의 매력은 없는 곳'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은 가운데, 판매원 아나 O.는 조사관에게 두 사람이 하이킹을 가고 싶어 했다고 들었으나 장소는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검증되지 않는다.
어떤 목격자는 소녀들이 피아니스타 트레일 코스에 가려 하기에 자신의 식당 뒤편에서 가벼운 산책을 하다 가라고 조언했다고 주장했으나, 날짜를 헷갈려 4월 1일의 일을 착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프론은 3월 31일 일기장이나 부모님과의 대화에서 피아니스타 트레일이나 하이킹을 언급한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칼데라 온천으로 향하는 차를 얻어 탔을지도 모른다는 목격담이 경찰 수사 기록에 남아 있긴 하지만, 이 사건의 목격자들은 신뢰하기 어려웠고 수사 파일에 따르면 두 사람의 휴대폰이 한낮에 피아니스타나 칼데라 근처 기지국에 접속한 기록은 아예 없었으며 폰 로그가 텅 빈 공백 시간대만 존재한다고 밝혔다.
오후 4시 42분에서 44분 사이, 두 사람의 휴대폰이 다시 어학원인 '스페인어 바이 더 리버(SbtR)'의 와이파이에 다시 연결된다.
학교 컴퓨터로 피아니스타 트레일 기본 정보를 비롯해 여러 내용을 찾아보고 트립어드바이저도 검색하며 오후 5시 26분까지 와이파이를 계속 사용했다.
오후 5시 10분에는 크레머르스가 실종 전 마지막으로 왓츠앱에 접속해 어머니에게 프론과 함께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두 사람은 오전에 있던 아우라 봉사 일로 속상한 마음에 마르홀레인에게 해명을 요구했으나, 마르홀레인은 초저녁이 되어서야 연락을 취했다.
저녁 6시 30분이 되어서야 SbtR로 돌아와 두 사람이 남긴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원래 오후 5시까지 자리에 있어야 할 에일린이 없었기에 마르홀레인도 당황했다고 한다.
에일린이 근무 시간에 대체 뭘 했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프론과 크레머르스는 마사지사 지그리드 V의 집에 찾아가 저녁 6시부터 8시 30분까지 마사지를 받는다.
지그리드는 나중에 현지 방송에서, 소녀들이 마사지를 받는 동안 꽤 활기차고 의욕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우라 유치원 봉사가 취소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두 번째로 원했던 봉사 장소인 '카사 에스페란사' 역시 중급 스페인어 실력이 필요해 SbtR에서 일주일 내내 일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당장 일주일 동안 할 게 없어서 소풍이랑 여행으로 일정을 채워야겠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마사지를 받는 동안 마르홀레인에게서 연락이 와 아우라 학교 사단에 대해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에일린이 다른 돌봄 센터인 '에스페란사'에 일손이 필요한지 물어볼 예정이니, 다음 날 아침에 SbtR로 다시 들러달라는 조언을 남긴다.
호스트 미리암에 대한 의문점
며칠 뒤인 4월 3일, 미리암은 조사관들에게 3월 31일 오후 이후로 프론과 크레머르스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4월 4일 작성한 진술서에서는 3월 31일 밤 이후로 보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지그리드에게 마사지를 받고 집에 돌아온 그녀들을 미리암이 실제로 보았는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으며, 경찰관들이 이런 엇갈린 진술을 그냥 넘어가고 더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또한 미리암은 밤 10시까지 이들을 위해 저녁 식사를 차려두고 기다렸음에도 화요일에는 아예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수요일 아침, 미리암은 평소처럼 아침 식사를 준비해 식탁 위에 올려두고 가정부 일을 하러 집을 나섰다.
나가는 길에 전날 밤 프론과 크레머르스가 집에 들어왔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그 직후 펠리아노가 집에 찾아왔고, 두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딘가 오후 시간대에 프론과 크레머르스가 미리암의 집에 들러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이지만, 이 부분부터 의문투성이다.
미리암은 언론 인터뷰에서 두 사람에게 당일 시작하려던 보육원 일에 대해 물었더니 "이번 주에는 일할 기회가 없다"고 답했고, 다른 돌봄 센터인 '카사 에스페란사'도 알아봤지만 자리가 꽉 찼다고 대답했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두 사람이 부모님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까지 알고 있었다며 *"우리 괜찮아, 나중에 통화하자"*라는 대사까지 콕 집어 말했다.
하지만 미리암이 4월 4일에 작성한 공식 경찰 진술서에서는 두 사람이 누구와 연락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단순히 "모른다"고 딱잘라 대답했었다.
애초에 외국인인 두 사람이 네덜란드어로 통화한 내용을 미리암이 어떻게 알았겠는가?
여러 가지 의구심들을 자아내는 지점이다.
게다가 미리암의 집에 와이파이가 있었는지, 두 사람이 그걸 썼는지조차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화요일 저녁은 물론이고 수요일까지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호스트인 미리암이 전화 한 통 해볼 생각을 전혀 안 했다는 점과 경찰이 이 모순을 제대로 추궁하지 않고 대충 넘어갔다는 점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4월 1일: 실종 당일
마르홀레인은 아주 이른 아침에 코스타리카로 떠났고, 새로 온 인턴 에일린만 혼자 남겨졌다.
마르홀레인은 2014년 5월 잉그리드 롬머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날 아침 7시쯤 '스페인어 바이 더 리버'에서 가이드 F.를 만나 함께 다비드로 차를 타고 이동한 뒤 코스타리카로 갔다고 주장했다.
이후 어학원은 인턴 에일린이 맡아 관리하고 있었다.
미리암은 출근하기 전 아침 식사 자리에서 프론과 크레머르스를 마지막으로 보았다고 말했다.
미리암의 말에 따르면 그들에게 빵, 케이크, 찬 차를 차려주었으며, 오전 6시 45분에 출근하느라 집을 나설 때까지도 두 사람은 식탁에 앉아 있었지만 따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 후 오전 8시 10분, 리산이 휴대폰의 시계 앱을 4초 동안 켠 기록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화요일 오전이 어떻게 흘렀는지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다.
수년간 수많은 조사가 이루어졌음에도 이 결정적인 하루의 행보는 엇갈리기만 했다.
네덜란드 언론에는 해외 보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실들이 흘러나왔고, 각종 잘못된 정보와 모순된 소문까지 뒤섞여 정확한 타임라인을 짜맞추기가 극도로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프론과 크레머르스가 오전 10시쯤 이미 어학원에 와서 컴퓨터를 썼다고 했지만, 고용주 에일린은 나중에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녀는 두 사람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3월 31일 월요일 오후 4시 44분, 와이파이를 쓰던 때가 전부였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에일린은 다른 사람들에게(심지어 4월 7일 공식 경찰 진술서에서도) 4월 1일 오후 1시쯤 어학원에서 그들을 보았다고 오락가락하는 진술을 남겼다.
잉그리드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되풀이하며 "여성 교사가 마지막으로 본 시각은 분명 오후 1시 10분이었고, 사무실 직원도 그때 두 사람이 걸어 나가는 것을 보았다"며 여전히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진술은 피아니스타 트레일에서 찍힌 두 사람의 실제 사진 촬영 시간대와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의 휴대폰이 그날 아침 어학원 와이파이에 언제 접속했는지를 두고도 기록이 엇갈렸다.
이는 "화요일 아침에 두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에일린의 기억 자체가 틀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임퍼펙트 플랜(Imperfect Plan)의 맷은 리산의 삼성폰이 4월 1일 오전 10시 26분에 와이파이에 마지막으로 연결되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이곳이 어학원일 거라고 여겨졌지만, 그 무렵 아침을 먹었던 레스토랑 넬비스였다는 다른 소스들의 보도도 나왔다.
(다만 네덜란드 법과학연구소(NFI) 기록에는 정확한 출처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카페 넬비스는 에드윈 A.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사브로손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었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그곳의 웨이터인 에드윈 S.는 나중에 경찰 조사에서, 크레머르스가 그날 산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네덜란드 저자들은 프론의 휴대폰이 오전 10시 26분에 이 식당 와이파이에 연결되었다고 추정했지만, 수사 기록 어디에도 10시 22분~26분 사이의 와이파이 사용처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나와 있지 않아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반면 SLIP(수사 분석 그룹) 저자들은 사건 파일에서 이와는 다른 정보를 건졌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프론의 휴대폰은 오전 9시 9분부터 10시 20분 사이에 학교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었고, 삼성폰의 마지막 위치도 오전 9시 57분 '스페인어 바이 더 리버'로 잡힌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을 낸 작가들마다 제시하는 시간과 장소가 제각각이라, 신뢰할 수 있는 상세한 타임라인을 세우기는커녕 혼란만 가중되고 있었다.
SLIP 저자들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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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9분, 프론이 생애 마지막으로 왓츠앱에 접속한다. 그녀는 NOS 뉴스의 기사를 훑어보고 페이스북 페이지도 확인한다. 폰 데이터에는 그녀의 계정으로 추적된 17번의 구글 검색 기록도 드러난다.
파나마 하이킹과 보케테 등산 코스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찾아보던 리산은 점점 '파이프라인 트레일'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며, 목적이 뚜렷한 5번의 검색을 거친다. 그녀의 마지막 관심사는 '피아니스타 트레일'이었으며 이를 세 번 검색했다.
이와 동시에 학교 컴퓨터에서도 유사한 검색어들이 입력된 흔적이 포착된다. 네트워크를 로그아웃하기 직전인 오전 10시 16분, 그녀는 휴대폰에서 구글 맵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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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투어 예약에 대한 이야기 빼놓을 수 없다.
당시에 프론과 크레머르스가 수요일에 가이드 투어를 예약하려고 고민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인턴 에일린과 함께 현지 커피 농장에 가려 했다는 것이다.
한 네덜란드 신문은 두 사람이 당일 현지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 투어를 알아보았지만 남은 자리가 없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일린의 말은 또 달랐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가이드 F.에게 전화해서 다음 날 아침 8시에 투어를 예약해 두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말이 진짜인지 확인할 길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예약된 투어가 딸기 농장인지, 커피 투어인지, 바루 화산인지, 아니면 케찰 트레일인지 자료마다 말이 다 달라서 도대체 무엇을 예약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크레머르스의 가족을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수요일 소풍 예약 같은 건 애초에 없었던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가이드 F.까지 혼란을 더했다.
그는 네덜란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종 직전 어학원에서 프론과 크레머르스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한 명은 해먹에 누워 있고 다른 한 명은 지역 지도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당일에 이용할 수 있는 가이드 투어가 없다는 걸 알기 전에도 이미 어학원 컴퓨터로 피아니스타 트레일 관련 안내도를 찾아보고 있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어학원 스태프 에일린이 사건 직후 인 2014년 4월 4일, 현지 주민에게 한 말은 앞의 주장들과 또 결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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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어디로 갈지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나갔어요. 하지만 애들이 읽어보던 브로슈어나 인터넷 검색 기록을 보면 케찰 트레일이나 그쪽 산악 지대로 향했던 것 같아요."
(참고로 이 지역은 마을 북쪽에 있는 아주 외지고 험준한 산악 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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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날 오전, 프론과 크레머르스가 보케테의 한 현지 약국에 들렀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이는 리산이 목이 아프고 감기 기운을 보이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홈스테이 가족의 증언과도 맥락이 맞아떨어진다.
당시 파나마 대통령 리카르도 마르티넬리까지 직접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이 내용이 대서특필되었다.
대통령의 발표에 따르면, 실종 당일 보케테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듣던 두 네덜란드 관광객이 현지 약국에서 상당한 양의 모기 퇴치 용품(스프레이나 밀크 로션 등)을 대량으로 구입했다고 증인들이 진술했다.
다만 이들이 방문한 약국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정확히 몇 시쯤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이 약국 내 방범 카메라(CCTV) 화면에 잡혔는지는 당시 조사 중이라고만 전해졌다.
인류학자이자 어학원 관계자인 잉그리드 롬머스는 현지 경찰로부터 직접 전해 들었다며, 두 사람이 하이킹을 시작하기 직전 보케테 시내의 한 슈퍼마켓 근처 CCTV에 찍혔다는 사실을 네덜란드 언론에 확인해 주었다.
약국 방문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CCTV 영상이 존재했을 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슈퍼마켓에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은 경찰이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확인되거나 공개되기도 전에 이미 삭제되어 버렸다.
만약 이 영상이 남아 있었다면 카메라에 찍힌 두 사람의 복장을 정확히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의 시간 설정이 맞았는지 아니면 목격자들의 진술 시간이 맞았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그간의 지루한 논쟁을 단번에 끝낼 수 있었기에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이전에 앞서 살펴본 것처럼 프론과 크레머르스가 화요일 당일 피아니스타 하이킹을 시작한 시각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타임라인이 존재한다.
오전 11시쯤 곧바로 출발했다는 설과, 오후 1시쯤 어학원을 나와 미리암의 숙소에서 배낭과 등산화 등 짐을 챙긴 뒤 택시를 타고 피아니스타 입구로 이동했다는 설이다.
이 중 오전 11시 출발설과 맞아떨어지는 택시 기사는 단 한 명도 없다.
반면 두 명의 택시 기사가 나타나 증언한 내용은 모두 오후 1시 45분쯤 산행을 시작했다는 타임라인과 정확히 일치했다.
택시 기사 A는 자신이 오후 1시 30분쯤 보케테에서 두 소녀를 태워 오후 1시 40분쯤 피아니스타 트레일 입구에 내려주었다고 주장했다.
기사가 소녀들을 태우려 차를 멈췄을 때 이미 차 안에는 젊은 파나마인 남성 두 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영어를 할 줄 아는 기사가 어디로 가냐고 묻자, 소녀 중 한 명이 스페인어로 "피아니스타 입구로 가주세요(A la entrada del Pianista)"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기사는 먼저 다른 파나마인 승객들을 목적지에 내려준 뒤, 곧바로 두 소녀를 엘 피아니스타 시작점으로 데려다주었다.
가는 동안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네덜란드 아가씨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고 나중에 진술했다.
소녀들은 요금으로 5달러를 낸 뒤 트레일이 정확히 어디서 시작되는지 물었고, 기사의 안내를 받아 하차했다.
목격자들도 이 시점에 두 젊은 여성이 택시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택시 기사B 도 2014년 4월 8일 경찰에 출두해 증언했다.
그는 브루냐(Bruña) 슈퍼마켓 근처에서 프론과 크레머르스로 추정되는 유럽 출신 소녀 두 명을 태웠다고 밝혔다.
태운 시각은 오후 1시 15분에서 1시 45분 사이라고 했다.
소녀들이 가고 싶다고 말한 대로 피아니스타 트레일 입구까지 태워다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반전이 있었다.
그가 태운 날짜는 4월 1일이 아니라 3월 31일이었다는 점이다.
두 택시 기사의 말이 진실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경찰은 이들의 주장을 더 이상 깊이 파고들어 조사하지도 않았다.
또 다른 주장에 의하면, 이날 오전 프론과 크레머르스는 '카사 페드로'의 주인인 페드로를 만났다.
페드로의 증언에 따르면, 두 사람은 그곳에서 두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피아니스타 트레일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고, 페드로는 길을 안내해 주었다.
그의 집 앞 도로에는 인기 있는 등산로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도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페드로는 집 바로 옆에 또 다른 짧은 산책로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에 따르면, 두 사람은 4월 1일 오전 이 훨씬 짧은 코스를 먼저 걸으러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
약 한 시간이 지난 뒤, 두 사람은 피곤하다며 페드로에게 다시 돌아왔다.
페드로는 리산이 코감기에 걸려 몸이 조금 안 좋았던 상태였다고 확인해 주었다.
두 사람이 보케테 시내로 돌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을 묻자, 페드로는 버스 대신 택시를 타라고 조언했다.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아서였던 듯하다.)
아울러 그날 피아니스타 트레일 전체를 마저 걷는 것은 말렸다고 한다.
이에 소녀들은 대신 마을을 둘러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 후 페드로는 두 사람이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는지 길가에 한참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의 모든 경위와 행적이 뒤집히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는 엇갈렸다. 두 사람은 마을로 돌아가지 않았고, 그날 오후 피아니스타 트레일로 향해 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만약 이 목격담이 사실이고 이미 오전 산책을 마친 상태였다면, 왜 그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훨씬 길고 가파른 피아니스타 트레일을 다시 오르기로 마음먹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잉그리드 롬머스는 네덜란드 신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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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산과 크리스는 그 후 숙소 근처 길가에 앉아 주인과 대화를 나누었다. 근처 상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남자가 그들이 걸어가는 것을 보기도 했다. 그들이 정말 리산과 크리스였는지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정황상 그들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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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은 영어를 억양이 섞인 채 구사하는 두 명의 젊은 배낭여행객으로 묘사되었다.
그 이후로는 두 사람의 흔적을 완전히 찾아볼 수 없었다.
롬머스는 "아무도 그들이 버스나 택시에 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피아니스타 트레일로 이어지는 길 근처에 사는 한 미국인이 소녀들에게 말을 걸어, 대신 더 쉽고 재미있는 다른 길을 가보라고 권유했다. 여행자들은 그 말대로 그 길을 갔지만, 피곤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곧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피아니스타 트레일 입구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지오바니 산토로(Giovanni Santoro)는 나중에 경찰 조사에서 소녀들이 산행을 시작하는 것을 보았고, 등산로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인 도리스의 아내는 두 사람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도록 개 '블루'를 동행으로 붙여주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추후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트레일 중간 지점에서도 등산로를 따라 집이 있는 한 주민이 두 사람이 산을 오르는 모습을 목격했다.
앞서 살펴본 기존의 목격담과 택시 기사의 증언, 즉 오후 1시 45분에 트레일 입구에 도착했다는 설에 따르면, 이들은 오후 2시쯤 산을 오르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후 6월에 그녀들의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가 발견되면서 모든 것이 완전히 뒤집혔다.
사진 파일에 찍힌 명백한 디지털 기록과 시간대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새로운 타임라인이 이 사건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다.
엇갈리는 목격자들의 진술이나 택시 기사의 말과 상관없이, 프론과 크레머르스는 4월 1일 화요일 오전 10시 45분에 틀림없이 하이킹을 시작했다.
카메라 사진 데이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오후 1시쯤 산 정상(엘 미라도르)에 도착해 주변 풍경과 자신들의 모습을 담은 셀카 등 여러 장의 사진을 남겼다.
당시 프론은 청록색 민소매 탱크톱과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크레머르스는 빨갛고 하얀 줄무늬 상의와 청 숏팬츠를 입고 있었으며, 두 사람 모두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
하이킹은 매우 순조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들은 3시간에 걸쳐 약 4.7km 산악 트레일 코스를 주파하여 오후 1시경 정상인 El Mirador 에 도착하였고, 그곳에서 여러 기념 사진과 풍경을 촬영하였다.
일반적인 관광객 코스는 정상에서 발걸음을 돌려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가는 것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들은 El Mirador를 지나 반대편 길로 하산하는 방향을 택했다.
오후 1시 38분, 두 사람의 휴대전화는 정상을 지나 더 깊은 곳으로 진입하면서 통신망 연결이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오후 1시 54분 58초, 프론은 작은 개울가에 있는 크레머르스의 사진을 촬영했다.
이 장소는 등산로 정상에서 이어지는 '원래 길'의 반대편, 즉 잘못된 방향이자 정상 너머의 구역이었다.
이 사진이 4월 1일 촬영된 마지막 사진이다.
그녀들이 왜 정상을 지나 정글 깊숙한 곳을 향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전에 마르홀레인이 이미 일요일에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정상에서 발걸음을 돌려 내려오는 대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들은 여행 가이드북까지 읽었기에 이 피아니스타 트레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뭐 가이드북은 이 코스를 기분 좋은 당일치기 하이킹이라고밖에 소개하긴 했지만 말이다.
여기서 아주 이상한 점이 있다.
크레머르스의 아버지와 남자친구의 말에 따르면, 크레머르스는 오후 2시쯤 남자친구 스테판과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때는 이미 휴대폰 기지국 신호가 닿지 않는 지역에 진입한 뒤였는데, 도대체 어떻게 통화가 이루어진 것인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4월 3일: 공식 수사 시작
가이드 F.는 재난방재청에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실종 사실을 알렸다.
4월 3일, 보케테 시립 검찰청은 두 사람의 실종과 관련하여 '생명과 신체에 대한 범죄 혐의'를 규명하기 위한 공식 사법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명령의 목적은 처벌 대상인 범행을 확인하고 가해자와 공범을 특정하여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었으며, 리시스 C. 검사가 수사의 총지휘를 맡았다.
그는 범죄수사국과 법의학연구소에 프론과 크레머르스와 연관된 범죄 정황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검찰은 병원, 버스 터미널, 호스텔 등을 샅샅이 뒤지며 두 사람의 행적을 쫓았다.
네덜란드 당국은 두 사람의 휴대전화 IMEI 번호를 이용해 파나마의 모든 통신사에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휴대폰 통신 기록이나 신호가 잡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그 무렵 자라마요 센트로(Jaramillo Centro)에 거주하는 펠리시아노 곤잘레스라는 인물이 검찰청을 직접 찾아와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그는 네덜란드 출신의 젊은 여성 관광객 두 명이 피아니스타 트레일이 위치한 알토 리노(Alto Lino) 산악 지대에서 이틀째 실종 상태라고 신고했다.
공식 문서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젊은 여성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라는 정보에 따라 '스페인어 바이 더 리버' 어학원을 방문했다.
독일 국적의 젊은 인턴 에일린은 당국에 "오후 1시쯤 두 사람이 어학원 컴퓨터로 피아니스타 트레일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건 관계자들은 가이드 F.인 펠리시아노(Feliciano)와도 면담을 진행했다.
그는 원래 수요일(2일)에는 보케테 지역의 한 농장으로, 목요일(3일)에는 바루 화산 정상을 오르는 일정을 함께하기로 가이드 예약을 잡았었다고 밝혔다.
목요일 아침 약속 장소에 두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곤잘레스 씨는 게라(Guerra) 부인의 집으로 찾아가 두 사람의 행방을 확인하려 했고, 그곳에서야 비로소 소녀들이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상황을 접한 뒤 경찰에 연락해 실종 사실을 알리게 되었다.
재난방재청 역시 미리암을 찾아가 자식들과 함께 실종 관련 조사를 벌였다.
미리암은 프론과 크레머르스가 등산을 떠났을 리가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리산이 몸이 안 좋았던 데다가, 외출할 때 재킷이나 여권조차 챙겨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리암은 또한 두 사람이 3월 29일 토요일에 도착했으며, 월요일 오후 이후로는 그들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법의학연구소는 미리암의 집과 소녀들의 침실을 샅샅이 감식하며 지문과 DNA 면봉 채취, 소지품 촬영 및 기록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파나마 신문 라 프렌사(La Prensa) 보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법의학연구소와 재난방재청 사이에 심각한 오해와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재난방재청은 애초에 소녀들의 방에 들어갈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케테 검찰청장인 라파엘 게레로(Rafael Guerrero)는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 민간 방재 조직이 선을 넘었으며 잠재적인 범죄 현장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재난방재청이 독자적으로 목격자 조사를 벌이고, 현장이 통제되거나 보존되기도 전에 무단으로 실종된 소녀들의 방을 수색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녀들의 소지품을 만질 때 엄격한 법의학적 수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난방재청장 아르투로 알바라도(Arturo Alvarado)는 당시 상황이 매우 다급하여 즉각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으며, 그때까지는 사건이 범죄 수사가 아닌 단순 실종자 수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고 언론에 해명하며 자기 팀의 행동을 옹호했다.
공식 문서에 따르면, 재난방재청 인력들은 보케테와 세로 푼타를 잇는 케찰 트레일 전 구간에 배치되어 단서를 찾고 해당 지역을 수색에서 제외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보케테 팀은 바루 화산 정상을 향해 투입되었고, 피아니스타 트레일 일대에서도 수색이 이루어졌다.
방재청은 목요일인 4월 3일부터 두 네덜란드 여성을 찾기 위한 대규모 수색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현지 가이드 F.도 당국에 서둘러 움직여 달라고 재촉했다.
이에 방재청은 피아니스타 트레일을 수색할 약 10명 규모의 수색팀을 꾸렸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방재청은 위에서 대기하라는 전화를 받고, 파나마시티에서 더 많은 지원 팀이 도착할 때까지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어야 했다.
게다가 다음 날 아침 주파나마 네덜란드 대사가 보케테에 방문한다는 이유로 수색팀이 철수해 보케테에 캠프를 차려야 했다는 정보도 있었다.
가이드 F.는 수사 기록에서 자신이 현지 전문가 자격으로 방재청 수색팀에 합류해 달라는 요청을 직접 받았다고 진술했다.
다만 이 내용이 언론을 통해 방재청 공식 입장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가이드 F.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직접 피아니스타 트레일을 걸어 정상 너머의 목초지(패독) 구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며 수색을 벌였지만, "소녀들의 흔적은 전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크리스를 위한 대답(Answers for Kris)》이라는 영상에서도 목요일인 4월 3일에 직접 피아니스타 트레일로 나가 두 사람을 찾아 헤맸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는 길가에 사는 주민들, 즉 엘 피아니스타 인근 식당의 지오바니와 도리스 부부뿐만 아니라 올리비아 부부, 마르티나 등을 차례로 만났다.
이들은 모두 가이드 F.에게 소녀들이 산 위로 올라가는 것은 보았지만 다시 내려오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또한 가이드 F.는 방재청에 프론과 크레머르스가 '스페인어 바이 더 리버' 어학원에서 피아니스타 트레일 안내도가 그려진 지도를 보고 있었다고 제보했다.
그는 또한 소녀들이 이 등산로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정보는 수요일 저녁 경찰의 요구로 어학원 사무실을 뒤졌을 때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방재청은 가이드 F.를 통해 피아니스타 트레일에 대한 단서를 일찍부터 전해 들었지만, 이것이 가이드의 전해 들은 말(간접 정보)에 불과했기에 확실을 기하고자 했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다른 수많은 인기 장소들을 포함해 훨씬 더 넓은 구역을 수색할 계획을 세웠다.
이 시점에는 이미 네덜란드 여성 실종 사건이 TV 뉴스에 방영되었고, 보케테 시내와 그 주변 곳곳에 전단이 배포되었다.
방재청은 두 네덜란드 여성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미리암의 게스트하우스였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 문구를 돌렸다.
헬기 투입도 고려되었으나 날씨가 급격히 나빠져 발이 묶였다.
한편, 네덜란드에서는 주디스 숄테(Judith Scholte)가 아침 일찍 네덜란드 외무부에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알렸고, 네덜란드 정부는 파나마 주재 대사관에 연락을 취했다.
보케테 지구 전역의 버스 정류장과 상업 시설에는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가 대거 부착되었다.
택시 터미널과 버스 터미널에도 연락을 취해 실종 여성들과 관련된 제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이들의 행방을 가리키는 새로운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휴대폰 사용 기록
전날 오후부터 전원이 켜진 채 방치되었던 리산의 삼성 폰은 3일 새벽에도 계속해서 작동을 이어갔다.
자정 무렵 6%였던 배터리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소모되어갔다.
오전 2시 21분에는 날씨 앱(AccuWeather)이 13초 동안 실행되었다가 종료되었다.
이어 오전 2시 46분 안드로이드 OS 앱들이 잠시 사용된 후, 오전 2시 47분부터는 안드로이드 앱 런처가 구동되어 오전 7시 36분까지 실행 상태를 유지했다.
배터리는 새벽 동안 급격히 소모되어 오전 4시 18분 4%, 오전 5시 33분 2%, 오전 6시 18분 1%를 기록했다.
이후 오전 7시 20분경에도 약 1%의 잔량을 유지하던 삼성 폰은 오전 7시 36분경 별도의 네트워크 연결이나 충전 기록 없이 수동으로 전원이 최종 종료되었다.
오전 9시 32분에는 크리스의 아이폰 전원이 켜졌다.
오전 9시 33분, 당시 모바일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응급 번호이자 파나마의 구급차 번호인 911로 두 차례 통화 시도가 이루어졌으나 역시 연결에 실패했다.
통화 시도 직후 아이폰은 곧바로 꺼졌으며, 발신 화면을 닫을 때 운영체제에 의해 자동으로 스크린샷이 생성되었다.
당시 아이폰의 배터리 잔량은 41.62%였다.
이어 오전 11시 47분에도 아이폰이 잠시 켜졌다가 곧바로 다시 꺼졌다.
오후 3시 59분에 아이폰이 다시 켜진 후, 오후 4시 2분에 주소록이 열려 왓츠앱(WhatsApp)을 통해 홈스테이 호스트 마더의 연락처인 "Mytiam"(미리암 Miriam의 변형)이 조회되었다.
이상한 것은, 백그라운드 스크린샷 기록에 따르면 실제로 어떠한 메시지나 통화 발신을 시도하지는 않은 채 연락처 화면만 확인한 뒤 스스로 앱을 닫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시점의 배터리 잔량인 39%를 끝으로 이상하게도 아이폰의 배터리 상태 로그 기록은 완전히 중단되었으며, 오후 4시 2분 직후 아이폰의 전원이 꺼졌다.
4월 4일: 본격 수사 착수 및 기사화
실종 사흘째이자 72시간이 지난 2014년 4월 4일 금요일, 재난방재청이 본격적인 수색 작전에 돌입했다.
수색은 보케테 주변의 인기 등산로에 집중되었는데, 피아니스타 트레일의 보케테 쪽 구간을 비롯해 케찰 트레일, 히든 워터폴스(숨겨진 폭포), 바루 화산 지역 등이 대상이 되었다.
실제로 4월 11일까지 치리키와 보카스델토로 자연보호구역 내의 주요 등산로 약 25곳이 꼼꼼하게 수색되었고, 총 수색 구역은 621마일에 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수색 지원을 위해 헬기와 경비행기도 투입되었고, 수색견도 동원되었다.
하지만 주파나마 네덜란드 대사 위베 더 부르(Wiebe de Boer)는 네덜란드 방송국 RTV 위트레흐트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지역의 악천후 때문에 오후에 헬기 수색이 중단되었다고 밝혔다.
폭풍우 같은 거친 날씨라기보다는 단순히 헬기를 띄우기 부적절한 기상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무렵 RTV 위트레흐트는 네덜란드 뉴스 최초로 이번 실종 사건을 다루었으며, 파나마 신문 엘 시글로(El Siglio) 역시 보도에 동참했다.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는 4월 4일 오전 10시 46분 '파나마에서 여성 실종'이라는 제목의 첫 보도를 내보냈다.
네덜란드의 인기 온라인 커뮤니티 FOK와 지역 커뮤니티인 '보케테 닝(Boquete Ning)'에서도 이날 사건에 대한 토론 스레드가 일제히 개설되었다.
이 시기에 프론의 오빠, 삼촌, 그리고 친구가 보케테에 도착해 현지 수색 작업을 도왔다.
이날 북쪽의 열대 우림 상공에도 헬기가 떴으나, 빽빽한 나뭇잎과 우거진 숲 때문에 지상은 전혀 볼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졌다.
보케테 지역의 한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세이프 홈 보안 파나마(Safe Home Security of Panama)'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용자가 4월 4일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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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칸에서 온 말(馬) 수색대원과 연락이 닿았는데, 남성들이 모여 수색에 나설 예정입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세 코스는 파이프라인, 웬디 버튼의 로스트 워터폴스, 그리고 케찰 트레일입니다. […] 만약 소녀들이 시내를 구경하거나 놀러 간 게 아니라 정말 하이킹을 하러 갔다고 한다면, 분명 산속 '어딘가'로 올라갔을 겁니다. 이중 언어가 능통한 여성이 송어 양식장 근처 산속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전단을 나누어주며 이야기를 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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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방재청은 미리암의 집을 다시 찾아가 소녀들의 침실에서 단서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점은, 진짜 전문 법의학 수사관들이 이 소녀들의 방을 통제하고 감식하기까지는 앞으로도 4일이나 더 걸린다는 점이었다.
(4월 8일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그 방을 드나든 뒤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늦은 대처였다.
보케테 지구 시립 민원조사관은 보케테 소방서장에게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실종 사실을 알리며 두 사람의 여권 번호를 공유하고, 이 젊은 여성들과 관련해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면 긴급히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보케테 시립 조사관들도 4월 1일 이후 크리스와 리산이 보건소, 관광지, 숙박업소, 교통 터미널 등에 등록된 기록이 있는지 조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휴대폰 사용 기록
실종 넷째 날인 4월 4일, 리산의 삼성 폰은 새벽 시간에 완전히 방전되었다.
오전 4시 50분에 전원이 켜졌다가 곧바로 꺼졌으며(당시 배터리 잔량 1%), 이어 오전 5시 00분에도 다시 전원이 켜졌다가 꺼졌다(배터리 0%).
이 과정에서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삼성 갤럭시 S3는 이후 다시는 부팅되지 않았으며, 이날 활성 통신망이나 와이파이 연결 기록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로써 삼성 폰의 기기 수명은 완전히 끝났다.
이후 오전 10시 16분, 크리스의 아이폰 4가 켜졌다가 단 1분 만인 오전 10시 17분에 꺼졌고, 오후 1시 42분에도 잠시 켜졌다가 곧바로 꺼지는 짧은 조작이 이어졌다.
이처럼 1분 안팎의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전원을 켜고 끄는 행동은, 스마트폰 전문가들의 테스트에 따르면 메인 화면을 로딩하거나 신호 상태를 확인할 시간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아이폰의 경우 정상적으로 전원을 켜고, 유심 코드를 입력한 뒤 끄는 데만 약 2분이 소요되므로, 이처럼 극도로 짧은 온·오프 반복은 수많은 의구심을 낳게 한다.
네덜란드 포렌식(NFI) 조사관은 이것이 배터리 수명을 미세하게 연장하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고 추정했으나, 4월 4일 이후 생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어떠한 후속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배경은 의문으로 남는다.
앞서 크리스의 아이폰은 제어센터 접근성 개선이나 3G 네트워크 수동 전환 등 향후 사용을 염두에 둔 듯한 설정 변경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
그러나 전날 밤새 리산의 삼성 폰이 15시간 이상 방치되며 배터리가 소모되는 비합리적인 과정을 거친 뒤, 결국 금요일에 삼성 폰의 남은 1% 배터리마저 두 차례의 온·오프 반복으로 완전히 소멸시킨 후 아이폰 체제로 완전히 전환한 흐름은 여전히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4월 5일: 유가족과의 인터뷰
잉그리드 롬머스가 보케테에 직접 도착해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행방을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녔다.
수색팀은 주말 내내 쉴 새 없이 수색 작업을 이어갔다. 토요일 아침에도 헬기가 출격했으나, 오후 들어 날씨가 나빠지면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한편, 이날 어학원 인턴이던 에일린은 파나마에서 출국했다.
또 이날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유가족들이 네덜란드의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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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음... 우리가 마지막으로 연락된 게... 월요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크리스의 남자친구인 스테판이 크리스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화요일 파나마 시간으로 아침 8시(네덜란드 시간 오후 2시)였고요. 그게 마지막 메시지였죠."
롤리에: "파나마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였어요."
한스: "아, 파나마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요, 맞아요.(웃음)"
진행자: "그때 상태는 어때 보였나요?"
한스: "좋았어요. 즐겁게 잘 지내고 있었죠. 거기서 보고 겪는 모든 것들에 대해 아주 밝고 의욕적이었어요.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요."
진행자: "남은 일주일 동안 온갖 계획이 있었다고 하셨죠?"
한스: "원래는 토요일(3월 29일)에 홈스테이 가정에 도착해서... 월요일부터 현지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할 예정이었거든요. 그런데 가보니 학교 측에서 엥? 저희는 다음 주에 오시는 줄 알았는데요?라고 한 거예요. 그래서 얼떨결에 일주일이라는 빈 시간이 생겨버렸죠. 그래서 월요일에 남은 일주일 동안 뭘 할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화요일에도 계속해서 그 계획을 다듬었고요. 현지에서 뭘 하면 좋을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수요일, 목요일, 토요일에 할 투어도 몇 개 예약했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무엇을 계기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첫 신호를 느끼셨나요?"
한스: "처음엔 '이상하다, 연락이 없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러다 수요일에 다시 메시지를 보냈죠. 잘 지내고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뭐라도 답장 좀 해달라고요. 하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어요. 리잔의 부모님도 매일 리잔과 연락을 주고받으셨거든요. 그런데 그 시점부터는 부모님들도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보케테 쪽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하셨... 아니지, 보케테 쪽에서 거꾸로 연락을 받았던가? 아무튼 그러다 밤에 리잔의 아버님인 피터한테 전화가 걸려왔어요. 두 사람이 실종되었다면서요.... 네..."
진행자: "파나마에 직접 가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한스: "네, 지금은 그쪽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엔 망설였죠... 거기에 가본들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나 싶었거든요. 언어는 안 통하지, 지리는 모르지... 현지 가이드들보다 우리가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리도 없으니까요. 수사 방해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그래도 오늘 좀 더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역시 직접 가보고 싶더라고요."
진행자: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시나요?"
한스: "음... 그건 굳이 짐작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에요... 온갖 일이 일어났을 수 있겠죠. 분명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겼으니까 지금 실종 상태인 거겠죠.나쁜 일이 닥친 건 분명해요. 길을 잃었든, 사고를 당했든... 무엇이든 될 수 있겠죠."
진행자: "(중얼거림) 희망적인 신호들이..."
한스: "네, 희망적인 신호라고 한다면 파나마 보케테의 모든 분들이 이번 실종 사건에 마음을 쓰고 매달려 있다는 점이에요. 다들 적극적으로 찾아주고 계시고요.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이들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헬리콥터가 계속 상공을 선회하고 있고, 25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수색에 나서고 있어요. 오늘은 자원봉사자 20명도 더 합류했고요... 원주민 부족들이 다 듣는 현지 라디오 방송에도 이 사건을 내보내려고 애쓰고 있더라고요. 제 눈에는 그 모든 게 크리스와 리잔을 찾기 위해 온 동네가 다 움직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여요. 그리고 전에 이런 일도 있었더라고요. 어떤 청년이 똑같은 지역에서 실종되었다가 4~5일 만에 무사히 살아 돌아온 적이 있대요. 그 지역에 마실 물도 많고 과일도 있어서 결국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이 큰 위안이 되죠. 네..."
진행자: "외교부와의 협조는 좀 어떤가요?"
한스: "아주 훌륭해요. 외교부는 처음부터 이번 실종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줬어요. 연락도 잘 닿고, 언제든 통화할 수 있고요. 잠시 후에 리잔의 아버님이 직접 말씀해 주시겠지만 정말 협조적이에요. 네덜란드 대사분도 직접 보케테에 와주셨고, 지금도 거기에 머물면서 계속 관심을 환기시키고 헬리콥터가 계속 투입되도록 힘써주고 계세요. 네, 정말 든든합니다."
피터: "지난주 수요일 밤, 자정이 다 되어갈 무렵 보케테의 한 학교 교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어요. 두 사람이 홈스테이 숙소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연락이었죠. 저희는 그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곧바로 해외 봉사활동 여행사인 아테레 레이전 비상 연락망으로 주디스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처음엔 주디스가 '애들이 그냥 바람 좀 쐬러 나갔나 보죠, 곧 돌아올 거예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그러면서도 파나마 쪽에 전화를 넣어보긴 했는데, 그때 크리스와 리잔이 이미 하루가 넘게 연락이 끊긴 상태라는 사실이 드러났던 겁니다. 바로 그때 모든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죠. 그래서 한스에게 전화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자고 이야기했던 겁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월요일이나 화요일(실종 당일)까지도 따님과 매일같이 연락을 하셨다고요?"
피터: "네. 짧게 통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거의 매일 안부를 나눴어요. 지난 금요일에도 스카이프 통화를 했고요. 통화하는 내내 아주 밝았어요.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었고, 안색도 좋아 보였고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징조는 조금도 없었죠."
진행자: "부모님 입장에서는 마음고생이 심하실 텐데요. 한스에게도 여쭤봤지만, 파나마에 직접 갈지 말지 내부적으로 갈등은 없으셨나요?"
피터: "네, 그 문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제가 비행기 공포증이 있거든요... 그리고 거기 간다고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고요. 그런데 우리 아들과 다른 두 친구가 즉시 파나마로 가겠다고 나서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들의 결단 덕분에 저도 마음을 굳힐 수 있었죠."
진행자: "그럼 지금 현지로 출발한 상태인가요?"
피터: "오늘 오후 1시 15분에 떠났어요. 오늘 밤이면 현지에 도착할 겁니다. 거기서 하루 묵고, 내일부터 곧바로 이동할 예정이에요."
진행자: "보케테로요...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수색 중이라고 들었는데, 아이들을 찾기 위해 모든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시나요?"
피터: "네, 확실히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수색하기 워낙 험준한 지역이거든요. 지금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아이들을 찾아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음... 두 분은 원래 스키폴 공항에서 아이들을 배웅하면서 처음 만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피터: "맞아요.(웃음) 그때 처음 뵙게 된 거죠.(한스의 호응) 크리스와 리잔은 친구 사이예요. 자취도 같이 하고, 동네에서 아르바이트도 같이 했어요. 이번 여행 계획도 둘이서 같이 마음을 모아서 짠 거고요. 아이들을 떠나보내며 공항에서 처음 인사를 나눴죠. 분위기도 아주 좋았고, 다들 한껏 들떠 있었어요.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희망찬 상태를) 유지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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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네덜란드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헬기 2대가 동원되었고 40명의 자원봉사자 팀이 지역을 수색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센 바람과 자욱한 구름 때문에 항공 수색은 엄청나게 난항을 겪었다.
수색팀은 피아니스타 산길(보케테 쪽 구간)뿐만 아니라 알토 키엘(Alto Quiel)의 북동쪽에 위치한 바호 모노(Bajo Mono) 지역까지 다시 샅샅이 뒤졌다.
산악 수색 전문가 약 25명에 더해, 매일 진흙탕을 기어가며 고생하는 현지 가이드들을 포함해 20명 안팎의 자원봉사자 팀도 산에 올라 수색에 힘을 보탰다.
실종 지역 인근에는 많은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수색대원들은 그들에게 실종된 소녀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목격담을 수소문했다.
수사 내부 문서에 따르면 수석 검사 파티마 K. 리오스 J.는 주파나마 네덜란드 대사와 면담을 가졌다고 보고했다.
대사는 명함 한 장을 건네며 "업무나 정보가 필요하면 언제든 이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보케테 지역의 한 온라인 포럼에서는 앨런이라는 인물이 4월 5일 기준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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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케테 쪽의 모든 등산로는 이미 수색팀이 철저하게 샅샅이 뒤졌으며, 디바이드(Divide, 정상 분수령)를 지나 보카스 쪽으로 1~2시간 정도 더 들어간 지역까지 수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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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9일 뒤에는 알토 로메로(Alto Romero)를 포함한 전체 구역이 수색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나중에 당국이 "알토 로메로 주변 수색 구역은 너무 위험해서 수색할 수 없었다"고 공식 발표한 내용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었다.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휴대폰 사용 기록
오전 10시 50분, 크리스의 아이폰 4가 구동되었다.
이날은 기기의 유심(SIM) PIN 번호가 정확히 입력된 마지막 시점이었다.
그간 화면 잠금 해제용 4자리 로그인 코드('0556')와 유심 PIN이 정상적으로 통과되며 신호 강도 등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었으나, 이 시점을 기점으로 올바른 PIN 입력 기록은 더 이상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전날 오전 배터리 0%로 완전히 방전되었던 리산의 삼성 폰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포착되었다.
오후 1시 14분, 폰에 전력이 공급될 때만 생성되는 usage-20140405 로그 파일이 느닷없이 기록된 것이다.
다만 기기가 실제로 부팅되었다는 흔적은 존재하지 않으며 파일 내부 역시 비어 있었다.
4월 4일 오전 이후 완전히 침묵 상태였던 기기에서 발생한 이 미스터리한 타임스탬프에 대해, 담당 포렌식 전문가조차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채 의문으로 남겨두었다.
오후 1시 37분, 크리스의 아이폰이 다시 한번 켜졌다가 꺼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심 PIN이 올바르게 입력되지 않아 네덜란드 포렌식(NFI) 조사관에 의해 PIN 입력 실패로 규정되었다.
이로 인해 폰 내부의 데이터 접근은 완전히 차단되었으나, 이론적으로 이 상태에서도 긴급 통화 발신 기능은 유지되었다.
폰을 구동할 때마다 패스코드와 유심 PIN을 수동으로 거쳐야 하는 보안 구조 속에서, 이날 오후를 기점으로 폰을 다루는 방식에 뚜렷한 변화와 균열이 감지되었다.
4월 8일: 의문의 사진 촬영
에일린 W.는 시립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녀는 검찰과 재난방재청에 4월 1일 오후 1시경 어학원에서 소녀들을 마지막으로 보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에일린은 사건으로부터 수년 뒤 두 명의 캐나다인 탐정에게는 이를 번복하여, 사실 소녀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3월 31일 월요일 오후 1시경 어학원에서였다고 정정했다.)
공소청의 리시스 M. 쿠비야 P.는 프론의 오빠와 에일린에 대한 공식 진술 조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때 프론의 오빠는 '스페인어 바이 더 리버' 어학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색팀은 두 갈래의 등산로 중 어디를 먼저 수색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짙은 구름까지 몰려와 수색 작업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험난한 파나마 지형과도 사투를 벌였으며,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가기 위해 밧줄까지 동원해야 했다.
크레머르스의 부모님은 직접 수색을 돕기 위해 파나마로 향했다.
프론의 부모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네덜란드에 남았지만 현지 상황을 밀착 주시했고, 대신 아들인 프론의 오빠가 파나마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편, 네덜란드의 구조견 전문 단체인 RHWW는 수색을 돕기 위해 구조견들과 함께 파나마로 날아가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네덜란드 정부는 아직 직접적인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이를 보류했다.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휴대폰 사용 기록
이 시기, 사건의 가장 기이한 정황이 포착된다.
실종 8일 차인 4월 8일 새벽(새벽 1시~4시 사이), 그들이 지니고 있던 캐논 파워숏(Canon PowerShot) 카메라가 갑자기 작동했던 것이다.
새벽 1시부터 4시 사이에 플래시를 터뜨리며 무려 90여 장이 넘는 사진이 촬영되었다.
대부분 어둠 속에 잠긴 바위와 나무들을 찍은 것들이었다.
(80장에 달하는 대부분 사진들은 사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둠을 찍은 것이었다.)
스마트폰의 사용기록은 없었으나, 카메라만큼은 이 시점에서 갑자기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진들을 찍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나왔다.
무언가를 쫓아내거나 겁을 주려 했다거나, 어둠 속에서 앞을 보려 했다거나,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함이거나, 혹은 가파른 바위 벽을 오를 때 길을 밝히기 위해서라는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었다.
수사관들은 이 사진들이 마구잡이가 아니라 꽤 의도적이고 선명하게 찍혔다고 결론지었다.
4월 9일
크리스의 부모님이 보케테에 도착했다.
가족들은 새로운 제보를 얻기 위해 딸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 자료를 대중에게 배포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공식 구조팀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파나마 당국은 대규모 자원봉사자들의 투입을 반기지 않았다.
숙련되지 않은 자원봉사자들이 길을 잃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노련한 전문가들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방재청 청장 아르투로 알바라도는 2014년 4월 8일 자 신문 기사에서, 당시 수색팀이 소녀들이 도달했을 만한 모든 구역을 샅샅이 뒤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들은 보케테 인근 열대 우림의 25개가 넘는 서로 다른 등산로를 훑었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알바라도는 네덜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소녀가 단순 조난을 당했다고 믿지 않으며, 무언가 다른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녀들의 홈스테이 호스트인 미리엄도 이에 동조하며, 소녀들이 집에 머무는 동안 매우 조용했으며, "보케테 외부로 멀리 산책을 나갈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녀에 따르면 두 사람이 현지 바루 화산을 오를 계획도 없었다고 한다.
가이드 F.의 주장대로 그들이 실제로 투어를 예약했는지는 불확실하며, 가이드가 제공한 정보 중 무엇이 진짜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미리암은 또한 소녀들이 긴 코스를 갈 차림새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외투, 지갑, 크리스의 여권 등 모든 소지품이 방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후 몇 달 뒤 유류품의 발견을 통해 그녀들이 이 산을 하이킹 하러 간 것이 확실하게 검증되었다.)
이날 또 다른 사실도 밝혀졌다.
실종 직전, 두 여성이 어학원에서 추천해 준 보케테의 '넬비스 식당'에서 두 명의 네덜란드 남성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추적하려 했다.
하지만 나중에 경찰의 조사가 수정되면서 이들은 유력 용의선상에서 배제되었다.
알고 보니 네덜란드인이 아니라 다른 정체 불명의 두 남성이 크리스, 리산과 함께 넬비스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던 것이며, 이들의 신원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경찰은 소녀들이 있을 만한 열대 우림 대부분을 수색했으나 다시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할 특정 구역들이 남아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누군가 정글 어딘가에서 독수리들이 떼 지어 선회하는 협곡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보통 죽은 동물의 사체가 있음을 뜻하는 신호다.
가이드 F. 역시 방송 인터뷰에서 "정글 상공에 독수리들이 원을 그리며 날아다닌다면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닐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긴장감을 더했다.
수색팀 소속의 한 여성은 나중에 리산의 아버지에게 이날 정글에서 수색견들이 체취를 맡은 듯한 수상한 반응을 보였다고 털어놓았다.
개들이 무언가를 감지한 것인지 확실치 않아 그냥 지나쳤는데, 나중에 발견된 카메라와 휴대폰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그때 살아 있던 소녀들의 아주 가까운 곳을 지나쳤던 것 같다고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녀는 그때 왜 개들의 반응을 다시 확인하지 않았는지 지금까지도 후회스럽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크리스의 오빠는 해당 수색이 실종 수주일 뒤 이미 사망했을 시점에 이루어졌던 것이라며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5월 6일
정체된 수색 작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프론의 부모님이 직접 파나마로 향했다.
5월 14일
이날 민간 수색팀에 의해 피아니스타 트레일 뒤편에서 파란색 셔츠 한 벌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사진을 확인해 본 결과, 그 옷은 프론이나 크레머르스의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5월 26일: 대대적인 재수색
네덜란드 두이벤에 본거지를 둔 RHWW 구조견 협회 소속 대원 18명과 특수견 12마리가 프론과 크레머르스를 찾기 위해 파나마에 도착했다.
KLM 네덜란드 항공은 이 구조견들을 무료로 운송해 주기로 지원했다.
이들은 6월 4일까지 머물며 활동할 계획이었다.
투입된 개들은 야외나 건물 안에서 부상자나 시신 냄새를 맡도록 훈련된 전문 수색견들이었다.
당일인 5월 26일, 피티 검사는 이 네덜란드 RHWW 팀과 18명의 지원자, 수색견들을 보케테 주변의 관광 명소들에 투입해 수색을 벌이도록 지시했다.
현장에는 이들뿐만 아니라 국가경찰, 파나마 재난방재청, 대테러 부대, 마약 단속 부대, 그리고 소방관들까지 대거 동행했다.
5월 29일
디발라 보건소의 의료 책임자인 후안 몰리나 박사는 시립 검사 에리카 퀸테로에게, 크리스와 리산이 자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또한 라파엘 에르난데스 병원의 의료 책임자인 마누엘 게레로 몬테사 박사 역시, 4월 11자 공문에 대한 회신을 통해 해당 병원 시설의 기록 어디에도 두 사람의 진료 기록은 없다고 최종 확인해 주었다.
보케테 쪽 피아니스타 트레일이 다시 한번 샅샅이 수색되었지만, 안타깝게도 RHWW 구조견 협회는 알토 로메로 지역이나 미라도르 전망대 너머까지 수색 범위를 넓히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시 상황을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엇갈리고 있다.
한 가지 주장에 따르면, RHWW의 총괄 책임자인 '한(Han)'은 미라도르 뒤쪽을 계속해서 수색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팀 자체적으로 구체적인 제보가 들어온 곳만 수색한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에 그 계획이 결국 무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네덜란드 포럼 회원인 라파 N.가 파고든 진실은 달랐다.
이 회원은 몇 년 전 직접 RHWW 측에 전화해 당시 상황을 물어보았는데, 현지 경찰이 애초에 미라도르를 넘어가는 것을 허가해 주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파나마 경찰은 프론과 크레머르스가 아예 미라도르 너머로 걸어갔을 리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사실은 독일 작가 하딩하우스와 네너가 입수한 공식 수사 기록 사본을 통해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실제로 수색견 부대 대장은 미라도르 뒤쪽의 길을 수색하지 못하게 막는 당국의 태도에 엄청난 불만을 느꼈다고 한다.
라파 N.의 지적처럼, 경찰이 정말 제보를 바탕으로만 수색을 중단시킨 것이라면 두 사람이 정상 너머로 넘어갔는지 안 갔는지 애초에 확인할 길조차 없었던 셈이다.
5월 16일 피아니스타 뒤편에서 시신 두 구를 발견했다는 익명 제보는 또 어찌 된 일인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현지 경찰은 네덜란드 수색견들이 미라도르 너머를 수색할 이유가 없다며 계속 가로막았다.
지구 반 바퀴를 건너와 도와주러 온 수색대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하고 이상한 노릇이었다.
한 네덜란드 신문 기사에 따르면, RHWW 대원들은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흔적을 전혀 찾지 못한 채 쓸쓸히 네덜란드로 돌아갈 때 엄청난 씁쓸함과 실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기사에는 수색견들이 메인 트레일의 특정 지점에서 짖어대자 숙련된 구조대원들이 가파른 경사면을 타고 내려가며 수색했으나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크레머르스의 부모님은 파나마의 수색 과정을 매 순간 예의주시했다.
당시 수색견 팀의 핸들러는 부모님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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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색견들의 활동은 특정 지역을 확실하게 제외(소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최소한 그곳에는 두 여성의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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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딩하우스와 네너의 기록은 이와 또 다른 뒷얘기를 전한다.
수색견들이 유독 특이하게 반응하며 짖어 댄 곳은 메인 등산로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피에드라 데 리노(Piedra de Lino) 트레일 꼭대기였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나중에 실종자들의 가방이 발견된 방향이 바로 그쪽이었지만, 안타깝게도 RHWW 팀은 이 사실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
또한 이날 수사관들은 알토 키엘 지역의 개울가에서 발견된 매트리스 두 장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다.
(이는 5월 28일 자 현장 검사 보고서에도 언급된 내용이다.)
당시 파나마 방송국 TVN의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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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중 한 곳에서 매트리스 두 장이 묶인 채 발견되었습니다. 한때 그 안에 실종된 네덜란드 여성들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우려했으나, 다행히도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매트리스를 내다 버
린 사람은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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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들이 찾아간 곳은 '세로 호르케타와 세로 데 로스 라드리요스의 삼거리'로 불리는 장소였다.
매트리스가 발견된 이 장소는 나중에 플라스틱 비닐봉지가 발견된 곳과 매우 가깝고, 어떤 목격자는 과거 이 인근에서 비명 소리와 굉음을 들었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 기록에 따르면, 경찰들은 이 중요한 연관성들을 서로 연결 짓조차 못했다.
이처럼 연관성을 찾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담당 기관이 달랐기 때문이다.
비닐봉지가 발견된 곳은 파나마 재난방재청이 조사했고, 매트리스가 발견된 곳은 검찰 산하 약식기소 법원이 따로 맡았기 때문이다.
분홍색과 청록색을 띤 이 매트리스들은 안타깝게도 사진 촬영조차 되지 않았고, DNA나 지문 등 기본적인 과학 감식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현지 TV 방송팀이 우연히 발견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기록으로 남긴 게 전부다.
6월 4일
이날도 역시 파나마 경찰은 네덜란드 수색견들과 함께 지역 내 여러 주택을 샅샅이 뒤지며 냄새 반응을 추적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전혀 없었다.
결국 남아있던 네덜란드 수색견 팀은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채 네덜란드로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일주일간의 수색 기간 동안 수색견들은 피아니스타 트레일(보케테 쪽 구간)을 비롯해 칼데라 온천, 히든 워터폴(숨겨진 폭포), 바루 화산 일대를 수색했다.
또한 제보를 바탕으로 진행된 여러 차례의 주택 압수수색에도 동행하며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으나 모두 허탕으로 끝났다.
보케테의 한 현지 주민은 공개 블로그를 통해, 네덜란드 수색대원들이 가장 유력한 증거를 찾을 수 있었던 미라도르 너머 지역을 애초에 수색조차 하지 못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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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마리의 네덜란드 수색견들은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마지막 정상 사진이 찍힌 장소(미라도르에서 1시간 더 들어간 곳)의 냄새를 평생 맡아보지도 못했습니다. 대원들은 미라도르를 넘지 말라는 명령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입니다. 당시 경찰을 비롯한 모두가 그녀들이 절대 산맥을 넘었을 리 없다고 단정해 버렸고, 그러니 그 너머를 수색할 이유가 없다고 여긴 것입니다. 지구 반 바퀴를 건너 먼 길을 찾아온 12마리의 개와 18명의 네덜란드 조련사들은 결국 미라도르까지만 갔다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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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배낭 발견
실종된 프론과 크레머르스를 찾기 위해 수색 범위는 보케테에서 약 60킬로미터 떨어진 인접국 코스타리카까지 넓혀졌다.
현지 주민들에게 실종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단지와 포스터가 배포되었으며, 6월 11일에는 산 로렌조 지구에 있는 콜롬비아 국적 남성의 집을 수색했다.
이 남성이 프론과 크레머르스을 납치해 자신의 사유지로 데려갔다는 제보 때문이었으나, 역시 아무런 혐의점이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SLIP 자료에도 6월 11일 수사관들이 이 콜롬비아 남성의 집을 수색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바로 이날인 6월 11일,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알토 로메로 지역의 강가 인근에서 실종자들의 배낭이 현지 주민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발견 장소는 호스트 가정인 보케테에서 약 17킬로미터, 소녀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에서 10~15킬로미터(도보로 최소 14시간 거리) 떨어진 오지였다.)
이상한 점은, 발견자들이 그 배낭이 전날까지만 해도 분명히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한 앞서 수색팀이 미라도르와 알토 로메로 사이의 전체 구역을 이미 샅샅이 뒤졌음에도 당시에는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밀림 속에서 폭우를 맞으며 몇 달을 보낸 것치고는 배낭과 그 내부 물품들이 놀라울 정도로 손상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배낭의 발견을 둘러싸고 발견자들의 증언에는 미묘한 불일치가 존재했다.
최초 발견자들 간에 세부 진술이 서로 어긋났다.
한쪽은 배낭을 혼자 발견해 집으로 가져왔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한쪽은 발견 당시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이들은 해당 논에 방문한 것이 생전 처음이라고 주장했으나, 상식적으로 평소 경작이 이루어지던 지역에 현지 주민이 접근한 적이 없다는 점은 의문을 낳았다.
더욱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은 배낭을 직접 발견한 이들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작 보케테 경찰서에 배낭 발견 사실을 최초로 알린 이는 발견자 부부가 아니라, 해당 지역의 유력 가이드 일가에 고용되어 소를 치던 목동이었다.
더군다나 발견자 부부 역시 해당 지역에 넓은 토지를 소유하고 주민 다수를 고용하는 그 가이드 일가의 고용인들로 밝혀지면서, 배낭의 발견 및 신고 과정에 지역 사회의 특수한 이해관계가 개입되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키웠다.
경찰이 회수한 배낭 안에는 배낭에는 선글라스 2개, 현금 83달러, 프론의 여권과 물병, 카메라, 브래지어 2개, 핸드폰이 모두 포장되어 건조된 좋은 상태로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배낭과 그 내부 물품의 보존 상태를 두고 언론에 보도된 시각과 실제 법과학연구소(NFI)의 기록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6월 17일 파나마 방송국 TVN 등이 공개한 사진 속 배낭과 내용물들은 거의 손상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깨끗한 상태였다.
가방의 청록색 천 덮개조차 젖은 흔적이 없었으며, 펼쳐진 지폐조차 부식이나 훼손 없이 거의 젖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발견자들 역시 배낭 겉면에 모래가 묻어있고 약간 손상되었을 뿐, 내부 상태는 사실상 완전히 건조했다고 회상했다.
반면 NFI 기록에 따르면, 배낭은 이전에 젖은 적이 있었으며 이미 여러 사람에 의해 내용물이 꺼내어졌던 흔적이 있었다.
배낭 끈 끝부분에는 황갈색 진흙이 묻어 있었고, 내부에는 일부 식물 조각, 흩날린 모래, 반투명한 플라스틱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핸드폰을 분석한 결과, 두 사람이 하이킹하러 간 지 몇 시간 후에 112와 911에 전화한 이력이 있었다.
하이킹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길을 잃거나 조난당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경찰은 그동안 찍힌 사진들을 통해 추정만 하던 두 사람이 피아니스타 트레일로 향했다는 사실을 확실한 물증으로 굳히게 되었다.
경찰은 이와 별개로, 보케테 서쪽 바루 화산 지역에 살며 소녀들을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한 남성에 대한 또 다른 익명 제보를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배낭이 발견된 지 이틀 뒤인 6월 13일, 경찰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알토 로메로 현장에서 배낭을 최종적으로 수거해 왔다.
독일 작가 하딩하우스와 네너의 기록에 따르면, 피티 검사는 당시 대규모 압수수색 작전을 준비 중이었으나 6월 13일 전화로 미라도르 뒤쪽 숲속 알토 로메로 마을 근처에서 크리스와 리산의 배낭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작전을 취소했다.
이 배낭의 발견은 결국 사건 전체의 국면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6월 18일: 유해 최초 발견
이날 오전, 공식 수사팀이 아닌 현지 부족민 및 가이드 F 일행이 배낭이 발견된 곳과 가까운 곳에서 골반뼈 1점과, 발뼈 28점이 발견되었다.
이는 추후 DNA검사에서 프론과 크레머르스의 유해로 밝혀진다.
두 사람은 사망했던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현재로서는, 이들이 하이킹 중에 조난을 당하여 구조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았고 그러자 무리하게 자력탈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안전한 곳에 도착하지 못한 채 비극을 맞았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프론의 발이 등산화에 신겨진 채 발견된 점을 들어, 극한의 상황과 부상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서 걸어나오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텼던 흔적으로 보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무게를 싣는 것은 긴급통화를 수십 차례 시도할 기회가 있었던 점, 여러 범죄에서 핵심 증거로 사용되기도 하고 값이 나가는 아이폰, 디지털 카메라가 온전히 발견되었다는 점 등에서 범죄를 당했을 확률은 적고 추락 등 모종의 사고로 하이킹 코스를 이탈하였으며 크레머르스가 프론보다 먼저 부상 악화로 사망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프론의 뼈는 피부 몇 조각이 붙어있는 채로 발견되었지만 크레머르스의 뼈는 백골화 현상이 나타났다.
두 사람이 야생동물에게 공격당해 먹잇감이 되었다는 주장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두 사람이 모두 모두 유골로 발견된 탓에 그들이 왜 죽었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6월 20일: 청바지 발견
실종자들의 가족은 대중을 향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제 두 사람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믿을 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전문가들과 DNA 특수 감식팀은 발견된 유골로 정확한 사인을 밝혀낼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글의 높은 온도와 습도, 토양 상태, 부패 진행 속도, 그리고 물속에 방치되었는지 여부 등 수많은 환경적 요인이 감식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글에서 발견된 신발은 네덜란드 브랜드인 와일드비스트 제품이었다.
이 신발은 네덜란드 내 페리 스포츠 매장에서만 독점 판매되는 브랜드였으며, 조사 결과 프론의 신발인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다.
수색팀은 계속해서 주변을 수색했고, 마침내 추가 단서들을 찾아냈다.
낮 12시 10분경, 쿨레브라 강 우측 강가의 물가 바위에 놓여 있던 풍파에 바래진 푸른색 천 조각을 발견해 사진을 찍고 수거했다.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프론의 반바지일 것이라고 섣불리 추측하기도 했으나 사실 여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고, 다만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는 했다.)
이와 함께 두 번째 원숭이 다리 근처에서 크레머르스의 데님 반바지가 발견되었다.
폭포 근처의 마른 나무 기둥 위에 놓여 있던 이 바지는 뒤쪽에 약간의 찢어짐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으며, 사이즈는 38이었다.
나중에 사진 대조 작업을 통해 investigators는 이 바지가 H&M의 Divided 브랜드 제품이자, 크리스의 것임을 최종 확인했다.
한편 현지 신판에 실린 한 기사의 마지막 줄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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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적인 경로에 따르면 최소 3명 이상이 체포되었고 추가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나, 아직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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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네덜란드 국립 법과학연구원은 실종된 여성들의 배낭과 그 안에 든 물품들을 넘겨받았다.
(파나마의 피티 검사가 직접 포렌식 조사를 거치도록 허락함에 따라, 네덜란드 경찰관들이 배낭, 휴대전화 두 대,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브래지어 두 점을 가지고 네덜란드 본국으로 귀국해 전달한 것이다.)
이 물품들이 네덜란드로 보내지기 전, 피티 검사와 수사팀은 이미 배낭 안의 모든 내용을 직접 훑어보았고 SD 카드 파일도 손을 본 상태였다.
당시 법과학연구원에는 UN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 협약을 바탕으로 작성된 '리산 프론과 크리스 크레머스에 대한 불법 감금 혐의 예비 수사' 공식 요청서도 함께 전달되었다.
글을 작성한 6월 20일 기준까지만 해도 피티 검사는 이번 실종 사건을 단순 사고가 아닌 명백한 범죄로 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티 검사 측은 자신들이 이미 전자 기기 데이터의 최소 일부를 직접 열어보고 백업해 두었다는 사실을 NFI 측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나중에 NFI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SD 카드의 일부 사진들이 2014년 6월 17일에 수정된 흔적이 있다"는 내용이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그대로 기록되게 되었다.
또한 NFI 조사관들 역시 리산의 휴대전화 연락처나 문자메시지가 이미 사전에 백업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감식을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8월 1일
당국은 그녀들이 실종된 원인을 더 명확히 규명할 단서를 찾기 위해, 피아니스타 트레일 코스를 다시 한번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번 수색 과정에는 크레머르스의 부모님도 직접 수색대에 합류하여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한 발걸음을 함께했다.
8월 13일: 당국의 사건 조작 의혹
크레머르스 유가족의 법률 대리인인 엔리케 아로차 변호사는 크레머르스 가족을 대표해 파나마 검찰을 상대로 공식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파나마 당국이 사건을 엉망으로 다루었으며 부실한 수사로 일관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로차 변호사는 알토 로메로 주민들이 두 번째로 발견한 유골에 대해 법의학연구원이 처음에는 음성 판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상황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가짜 증거가 만들어지고 심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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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뼈와 증거를 현장에 조작해 심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범죄이며, 우리를 심히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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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차 변호사는 이 같은 증거 조작 정황이 수사의 신뢰성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10월 31일: 장례식
시신 수습과 감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후, 가을 두 사람의 유해는 고향인 네덜란드로 송환되어 아메르스포르트를 비롯한 지역 사회와 유가족들은 깊은 슬픔 속에 추모 형태로 장례식을 치렀다.
(유가족들의 요청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장례식의 구체적인 절차와 세부 장소는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나, 수많은 시민들이 추모의 뜻을 함께했다.)
밝고 따뜻했던 청춘의 끝자락에서 낯선 정글 속 홀로 비극을 맞이한 두 사람의 송환 소식은 네덜란드 전역에 큰 충격과 먹먹함을 안겼으며, 이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3월 2일: 택시기사 의문사
사건이 이토록 혼란스럽게 흘러가는 동안, 또 한 명의 주요 관련자인 34세 택시기사 레오나르도 아르투로 곤살레스 마스티누가 강물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 원인이나 경위는 여전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3월 4일: 수사 공식 종결
2015년 3월 4일, 파나마 검찰청과 네덜란드 합동 수사팀은 약 1년간의 조사 끝에 스마트폰 기록, 유류품, 유골 발견 위치 등을 근거로 두 사람이 트레킹 중 통제 구역인 정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길을 잃고 조난당해 급류 지역에서 실족하거나 탈진·아사한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며 사건을 공식 종결했다.
사건의 의혹들
단순 조난 사고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이상한 점들
물론 두 소녀가 정글에서 길을 잃고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변변한 보호 장비도, 식량도, 마실 물도 없는 상태에서 혹독한 정글을 마주했다면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졌다는 가설이 가장 단순하고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법의학적 증거들을 들여다보는 순간, 단순 조난 사고라는 결론은 거대한 모순에 부딪힌다.
백팩과 그 안에 든 선글라스는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하게 발견된 반면, 정작 소녀들의 뼈는 대부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가장 납득하기 힘든 부분은 두 사람의 유골 상태였다.
실종된 지 불과 두 달여 만인 2014년 6월 중순에 발견된 크레머르스의 뼈는 마치 오랜 시간 동안 뜨거운 태양볕에 바짝 구워진 것처럼 심하게 표백되어 있었고, 부패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다.
축축하고 안개가 자욱한 습한 운무림 한복판에서 불과 10주 만에 일어났다고는 믿기 힘든 모습이었다.
반면 프론의 유골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띠었다.
여전히 피부 조직이 붙어 있는 채로 발견되었으며, 크레머르스에 비해 훨씬 초기 단계의 부패 상태를 보여주었다.
두 사람의 뼈가 어째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상태를 보였는지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실종 5개월 만인 2014년 8월 말에 발견된 프론의 정강이 일부로 추정되는 피부 조직었다.
시간이 무려 5개월이나 흘렀음에도 조직은 놀라울 정도로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부검을 맡은 법과학자는 이 조직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찌는 듯이 덥고 습한 정글 바닥에 5개월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면 절대 불가능할 정도로 부패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조직이 야외가 아닌 오랫동안 어둡고 서늘한 실내 같은 장소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 같다는 소견을 냈다.
정글에서 발견되었다는 공식 발표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 기이한 사실은, 이 사건이 단순한 조난이 아님을 가리키는 가장 짙은 그림자로 남아 있다.
실종당일 아침 가이드의 수상한 행적
현지 가이드 F와 실종 당일 아침의 행적을 둘러싼 수상한 행적은 2014년 4월 2일 수요일 아침부터 시작된다.
이날 크리스와 리잔은 관광객 1인당 25달러의 요금을 받는 현지 가이드 F와 함께 지역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오전 8시, 가이드 F는 약속 장소인 스페인어 학교에 도착했으나 프론과 크레머르스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곳에는 25세 독일인 자원봉사자 스태프인 아이린 W.(Eileen W.)가 대기하고 있었다.
가이드 F가 경찰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아침 8시에 학교 밖에서 배낭을 멘 채 기다리던 아이린과 5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고, 아이린은 "이 애들은 보통 제시간에 온다"고 말했다.
이에 F는 농담조로 "보통 시간은 잘 지키겠지만, 너희 독일인들만큼 철저하겠어?"라고 받아쳤고, 아이린은 거듭 그들이 시간 관념이 투철하다고 답했다.
오전 8시 15분이 지나도 소녀들이 나타나지 않자, 두 사람은 네덜란드 여성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F는 초기 경찰 진술(2014년 4월 7일 및 6월 24일)에서 10분쯤 지나 걱정되기 시작해 머무는 집으로 가자고 자신이 제안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인터뷰에서는 이 진술을 번복하여 아이린이 먼저 찾아가자고 요구했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두 사람은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홈스테이 숙소로 향했다.
'Lost in Panama' 팟캐스트 및 경찰 기록에 따르면, 숙소 주인 미리암 게라(Miriam Guerra)는 가이드 F의 친구였다.
이들은 어학원, 가이드 F, 미리암의 홈스테이를 연결하는 공생적 사업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F는 소녀들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이린과 F가 미리암의 집에 도착했을 때 소녀들은 없었고, 문이나 침실 창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가이드 F, 아이린, 그리고 숙소 주인 미리암 그 누구도 사라진 크리스와 리잔에게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어 안위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오전 8시 30분경 숙소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암에게 전화해 예비 열쇠의 위치를 물어본 시각은 오전 10시였다.
잠긴 집 앞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두 사람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나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숙소 주인 미리암 역시 미심쩍은 태도를 보였다.
그녀는 전날 밤 10시까지 저녁을 준비하며 기다렸다고 진술했으나, 수요일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소녀들의 귀가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아침 식사만 식탁에 차려두고 집을 나섰다.
또한 미리암은 경찰 진술서에서 소녀들을 마지막으로 본 시점을 월요일 오후라고 했다가 곧바로 월요일 밤으로 말을 바꾸었으며, 수사관들은 이에 대해 정확한 시간을 추궁하지 않았다.
미리암은 가이드로부터 전화를 받고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고, 가이드에게 뒷마당에 숨겨둔 예비 열쇠를 가지고 들어가 침실 문을 두드려보라고 지시했다.
미리암의 허가로 가이드 F와 아이린은 경찰이나 집 주인 입회 없이 정원에 숨겨진 예비 열쇠를 찾아 소녀들의 방에 들어가 약 30분 동안 머물렀다.
방에 들어간 순간 F는 경찰과 언론 인터뷰에서 "어젯밤에 아무도 이 침대에서 자지 않았다"는 직감을 받아 소름이 돋았다고 주장했다.
침대 위에 물건들이 놓여 있었음에도 정돈된 상태가 숙박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사진 상으로는 소녀들이 아침에 이불을 대충 정리하고 물건을 올려둔 채 외출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이드 F는 네덜란드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치명적인 말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학교 매니저가 소녀들이 사라졌다고 했을 때 자신이 직접 방이 체크되는 과정에 동행했으며, 방 안에서 가방, 신분증, 그리고 휴대전화를 직접 보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크리스와 리잔은 등산로로 향할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를 직접 소지하고 나갔기 때문에 숙소 방에 휴대전화가 남아있을 리가 만무했다.
가이드 F가 방 안에서 보았다고 주장한 휴대전화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수사 과정에서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채 묻히게 되었다.
택시 기사의 거짓말?
알려진 것과는 달리 프론과 크레머르스는 피아니스타로 갈 때 택시를 타고 갔다고 한다.
택시 운전사는 이들을 오후 4시에 내려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나중에 발견된 배낭에서 찾은 디지털 카메라에는 그녀들이 오전 11시에 피아니스타에서 찍은 사진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택시 운전사의 말은 거짓말이 된 셈이지만, 택시 운전사가 무엇인가 구린 데가 있어서 거짓말을 한 건지, 단순한 착각이었는지는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택시기사도 사건 1년 뒤 승객을 기다리던 강 근처에서 익사로 사망해 버렸기 때문에 영원한 미지로 남게 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실종
그녀들이 실종된 피아니스타는 트레킹 코스로 정비된 곳이었다.
실제로 구글에 "Panama pianista trail"로 검색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트레킹 코스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원래는 정글이니 위험 요소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구간마다 일종의 피난소 같은 시설도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그녀들이 이런 피난소를 이용한 흔적은 전혀 없다는 게 문제다.
배낭 상태(의문의 34개의 지문)
발견된 배낭도 이상하다.
왜 트레킹을 하러 간 그녀들의 배낭에서 다른 옷도 아니고 속옷만 있었는지, 또한 배낭에서 무려 34개의 신원을 알 수 없는 서로 다른 지문이 나왔는데 대체 왜 나온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단지 알 수 있는 건 여러 명이 이 배낭과 안의 소지품을 만진 걸로 보인다는 것뿐인데, 문제는 그녀들이 여기까지 온 과정에서 이렇게 대량의 서로 다른 지문이 나온다는 건 어떠한 추측을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사실상 야생동물 설부터 시작해서 나온 여러 설들이 전부 기각되게 만드는 의혹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가장 최악의 가능성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으나, 문제는 결과적으로 전파 수신이 안 되어서 연결은 되지 않았을 뿐 꾸준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는 거다.
물론, 범인 또는 범인들이 언제 범행이 일어났는지 숨기기 위해서 증거를 더럽혔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전파 수신이 나쁠 뿐 장소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트레킹 코스이며 증거를 더럽히려고 시도했다고 하기에는 긴급통화 시도를 77번이나 했다는 건 의아함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이다.)
아이폰 비밀번호
크래머르스의 아이폰은 비밀번호가 계속 틀렸던 걸로 확인되는데 문제는 아이폰은 한번 비밀번호를 틀리면 다음 입력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크래머르스라면 과연 이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의문이 있는데 누군가 제3자가 크래머르스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풀려고 애를 쓴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크래머르스가 먼저 탈진 내지는 사망했고 프론이 쓰러지기전에 크래머르스의 배터리가 남아있는 핸드폰으로 구조 요청을 하려고 했다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고 제3자 내지는 위의 지문을 남긴 사람이 모종의 이유로 그녀들을 죽이고 핸드폰을 사용하려 했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의 의문, 삭제된 #509
실종 당일인 4월 1일 마지막으로 그녀들의 모습이 찍혀있던 사진인 #508 이후, 7일 뒤인 4월 8일 새벽 기묘한 밤사진들이 촬영되었다.
문제는, 네덜란드 포렌식 조사관들이 발표한 SD카드 기록에 의하면 4월 8일 첫 번째 사진의 번호가 #510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즉, 사진 #509 가 어떤 경유에서 삭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카메라의 오작동으로 번호가 스킵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해당 카메라 기종(SX270 HS)에서 그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보고는 없다.)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509는 포렌식 복구가 불가능한 형태로 완전히 데이터가 덮어씌워진 상태였다는 점이다.
(#508의 마지막 물리 섹터와 #510의 첫 물리 섹터가 서로 연속적으로 붙어 있는 상태였다.)
실제 해당 카메라와 같은 기종을 가지고 테스트한 결과, 다음 두 가지 가능성만이 존재하게 됨이 확인되었다.
1. #509 촬영 후 바로 카메라 상에서 사진을 삭제하고 #510 촬영
(만약 곧장 삭제하지 않고 #510 촬영 이후 삭제한다면 포렌식 복구가 가능한 형태로 데이터가 잔존하게 된다.)
2. 제3자가 외부기기(PC 등)에서 SD카드를 조작
전자의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509는 #508 촬영 이후 ~ 조난 인지 이전에 찍힌 평범한 풍경/기념 사진이었으며, 단순히 흔들림이 있거나 초점이 맞지 않았거나 하여 그녀들 중 한 명이 삭제하였다는 시나리오이다.
(만약 #509가 조난 인지 이후 ~ 4월 8일 밤사진 이전에 촬영되었다면, 굳이 한 장만 촬영한 것, 또 그걸 삭제한 점이 더 이해가 가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 가정은 왜 하필 그 사진만 삭제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그녀들이 하이킹 당일 찍은 사진 40여 장 중에도 흐릿하거나 눈을 감은 사진등 '실패한 사진'이 존재하는데도 삭제된 사진은 #509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제3자가 개입하였다는 후자의 경우 누가 SD카드를 조작하였는가가 중요할 텐데, 많은 이들이 파나마 경찰 당국이 의도적 또는 실수로 사진을 삭제하였다고 의심한다.
그 이유는 네덜란드 조사관들에게 SD카드가 전달되었을 때, 이미 파일이 원본 상태가 아니었다는 강력한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파나마 경찰의 공식 입장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 이후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2019년 4월, 크리스 크레머르스의 아버지 한스는 한 네덜란드 잡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슴속 진심을 털어놓았다.
그는 여전히 파나마 당국의 수사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유가족들은 수사 내내 끊임없는 모순과 마주해야 했다.
당시 수사 판사이던 베자이다 피티는 두 학생이 산책 중 변사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수사는 종결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앞뒤가 안 맞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한스는 "풀리지 않은 실마리가 너무나 많다. 내 생각과 수많은 이들의 생각처럼 수사 과정엔 치명적인 과오가 가득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와서 화를 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한스는 여전히 두 딸이 정말 보케테의 정글에서 길을 잃고 사망했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특히 실종 이후 작동된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의 행보는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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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 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소녀들이 실종된 이후에도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이 촬영되었으니까요. 당시 파나마 당국은 우리에게 이와 관련해 단 한 마디도 입 밖에 내지 못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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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는 수사 과정의 오류를 다 모으면 백과사전 한 권은 족히 채울 수 있을 것이라며, 한때 책을 쓸까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 와서 탓해본들 소용없으며, 딸이 더 이상 우리 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한다고 담담히 심경을 전했다.
안타깝게도 크레머르스와 프론의 두 유가족은 오랜 세월 동안 뜻을 모아 연대해 왔으나, 실종 수사와 딸들의 유해 발견 및 의견의 차이, 그리고 당시 언론 소통 방식을 둘러싸고 깊은 갈등이 생기고 말았다.
한스는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새로운 수사를 시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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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삶을 추슬렀으며, 무슨 일이 있든 매일 우리의 사랑스러운 딸을 생각할 것입니다. 그 어떤 누구도 그 마음을 빼앗아 갈 수는 없습니다."
- 한스 크레머르스,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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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인 파나마 보케테의 피아니스트 등산로 정상인 'El Mirador'에는 두 사람의 넋을 기리기 위한 붉은색 철근 십자가 형태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십자가의 좌우 수평대 명판에는 각각 리산 프론과 크리스 크레머르스의 영문 이름과 함께, 두 사람이 실종된 날짜인 2014년 4월 1일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스페인어로 "정상은 등산로의 종착점이며 등산객들은 출발점으로 돌아가라"고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프론과 크레머르스와 같은 비극이 다시 한번 벌어지지 않도록 경고하고 있다.
우거진 열대우림과 흙더미 속에 묵묵히 서 있는 이 붉은 십자가는 머나먼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두 네덜란드 청춘들의 안타까운 흔적을 오래도록 증언하며, 오늘날에도 이들을 추모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첫댓글 이거 그냥 자원봉사자들이랑 개랑 같이 올라갔다가 개만 돌아온 사건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자세히 다룬 글이 있었구나.. 자세히 보니 더 조난인 것 같네... ㅠ
조난이지않을까?
사건 대해서 너무 거짓이나 착오에 의한 목격이 많아서 더 혼선이 있는 듯 ㅠㅜ 뭐 조난이 아닐 수도 있지만...카메라 찍힌 거는 공포감을 느끼는 상황이 와서 잠깐이라도 불빛(셔터)으로 상황확인하려고 한 거 아닐까?
나도 윗댓처럼 이 사건 요약된 글들만 보다가 일기장까지 자세히 보는 건 이번이 첨이야
조난당한건 맞는거같은데 진술한사람들이 다 말이 다르고 자기말도 번복되고 수색대도 컨트롤타워 없이 와리가리하고 이래서 더 난리가 난듯... 살릴수 있었을거 같아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