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가족 25-1, 고모의 마음
‘선생님, 성훈 씨 앞으로 고모님께서 귤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어떤 고모인지는 모르겠어요.
선생님들 나누어 드시라고 하셨고, 잘 살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합니다. 연락처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시기, 동료에게 연락을 받았다.
사무실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전한 소식이었다.
연락처를 보니 전성훈 씨 고모가 맞다.
울산 고모는 평소 부모와 다를 것 없이 자주 연락하며 소식하는데, 사무실로 전화한 데 뜻이 있으신 듯했다.
조카가 사는 월평빌라에 근무하는 여러 직원에게 두루 인사 나누고 싶으셨던 게 아닐지 짐작했다.
여러 일에서 ‘각 입주자의 집’으로 여기고 상관하시게 주선하지만,
여러 이웃 혹은 직원을 두루 살피는 인정의 의미 또한 잘 알고 있다.
시설에 사는 조카의 상황과 형편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이해했다.
동료에게 따로 연락드리겠다고, 전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택배를 받았다.
보낸 사람은 ‘전성훈 고모’, 받는 사람은 ‘월평빌라 사무실’로 지정되어 있다.
제주에서 난 귤이다.
먹기 좋게 동글동글한 주황색 귤이 상자 가득 묵직하다.
동료와 공유하는 기관 SNS에 소식을 나누었다.
짧은 글을 쓰면서 ‘각 입주자의 집’과 ‘고모의 마음’ 가운데 있으려 애썼다.
때로 가볍게 생각하면 좋을 텐데, 그동안 이렇게 다듬어진 것인지 그러기 쉽지 않다.
사회사업가로 일할 때, 나는 ‘굳이’와 ‘이왕이면’을 달고 산다.
‘울산에 계신 전성훈 씨 고모님이 입주자와 직원들 나누어 먹으라고 귤 보내 주셨습니다.
한오임 선생님이 소식 전해 주셨는데,
사무실로 연락하신 데 여러 직원에게 인사하고 싶은 뜻이 있지 않으셨을까 짐작합니다. 고맙습니다.’
<월평식사> 밴드에 공유한 글
‘매년 잊지 않고 챙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임우석
동료의 댓글을 읽으며 고모에게 연락한다.
여기서는 ‘각 입주자의 집’과 ‘고모의 마음’ 사이에서 후자 쪽으로 마음을 기울여 말한다.
식도와 기도를 조절하며 물과 공기를 삼키는 몸처럼 움직인다.
의식하여 행한다기보다 알아서 그렇게 되는 듯하다.
의식하여 행한 시절이 선행했으므로 가능한 일이다.
‘고모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지요?
여러 일을 마주하다 보니 한 해 마무리와 시작이 어느덧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늘 그랬듯이 고모님이 계셔서 지난 한 해도 성훈 씨가 걱정 없이 든든하게 잘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성훈 씨뿐만 아니라 성훈 씨를 처음 전담 지원하는 저에게도 그랬고요. 감사합니다.’,
‘오늘 전해 주신 연락, 보내 주신 귤 모두 감사히 받았습니다.
울산에 계신 성훈 씨 고모님이 입주자와 직원들 나누어 먹으라고 보내 주셨다고 소개했습니다.
오늘 저녁에 함께 먹었고, 남은 건 성훈 씨 먹으라고 공동 식당에서 선생님들이 챙겨 주셨습니다.
덕분에 풍성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추운 날씨 건강 유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반갑고 기쁜 얼굴로 또 뵙고 인사드릴 날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모가 보낸 답장을 받았다.
봉투가 열리면서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 기원합니다’라는 편지가 나오는 이모티콘이 붙어 있다.
‘늦지 않게 도착해서 다행이에요. 약소하지만 선생님들에게 감사 인사드리고 싶어서요.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도 평범하지만 아무 탈 없이 보내는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답장의 답장으로 평안한 밤 보내시라는 말을 쓴다.
혼자 먹기는 많아 보이는 귤 한 봉지가 태블릿 옆에 나란히 놓여 있다.
전성훈 씨가 거기다 챙겨 두었다.
긴긴 겨울밤 간식 삼을 요량인가 보았다.
2025년 1월 2일 목요일, 정진호
조카에게 월평빌라로 귤 보내 준 고모님 마음 헤아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성훈 씨 고모가 보낸 귤 한 상자를 받고 이렇게 심오하게 생각하셨군요. ‘약소하지만 선생님들에게 감사 인사드리고 싶어서요.’ 고모님조차 조카에게 보내는 것과 직원들에게 보내는 것을 구분하시니 정진호 선생님과 동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짐작합니다. 성훈 씨의 집으로, 조카의 집으로 여기게 거들어 주셔서 고맙고, 그렇게 여기시니 감사합니다. 월평
전성훈, 가족 24-15, 덕분에 늘 든든합니다
전성훈 씨 온라인 사례집
『월평빌라 이야기 2025』 온라인 사례집 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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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이야기 2023』 온라인 사례집 ㉙ 아직 할머니는 부엌에 계신다
첫댓글 성훈 씨 앞으로 / 월평빌라 사무실로. 전성훈 씨 고모님, 늦었지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