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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도탁스 (DOTAX) 원문보기 글쓴이: Character
17일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내가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와 있었어. 지역 번호를 보니까 오레건에서 온 거였어. 새벽 한 3시 반쯤 온 것 같더라고. 너희한테 보여줄라고 캡쳐해왔어.
문자 보면 갑자기 뜬금없는 데서 대문자가 쓰여 있지. 모아 보면 “I AM HE(내가 바로 그야)”가 되는데… 이 사람 수수께끼 너무 좋아한다 진짜. 보고뭔가 빡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어. 오레건에서 온 번호니까 아마 그 마을에서 온 전화인 것 같은데… 이거 보낸 사람이 helpmenosleep이거나alanpwtf이라면, 왜 오타가 없는 거지? 그 사람들이 보낸 거 치고는 너무 깔끔하게 써 놨어.
또 다른 문자도 왔었어. 그건 시카고 지역 번호로 온 거야. Alan이 시카고에 갔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거기서 산 적은 없다고 알고 있거든? 그니까 아마 Alan 번호로 온 건 아닐거야. 이 문자는 아침 6시 27분에 왔었어. 내가 일어나기 한 세 시간쯤 전에. 이것도 캡쳐해놨어.
난 보자마자 Blake랑 Heather 방으로 달려가서 문자들을 보여줬어. 둘 다 그런 문자는 못 받았대.
낮에 그 마을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다리에 다시 차를 세우고 Blake가 그 때 말했던 손을 찾아보기로 했어. 차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바로 어제의 그 숨막히는 침묵이 느껴졌어. 무슨 다리가 거대한 결계의 경계라도 되는 것처럼, 거기를 기점으로 해서 공기가 완전 달랐어. Heather는모르는 척 했지만, 난 우리가 걔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걸 이미 눈치채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 걔는 내가 쓰는 글들을 안 읽거든. 너무 무서워서못 읽겠대.
난간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뭐 나뭇가지든 괴물이든 아무것도 없었다고. 나는 Blake를 따라서 다리 아래로 내려가봤는데, 개울이 거의 다 말라 있더라고. 근데 개울 가 쯤에 해가지고 뭔가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한 흔적이 있었어. 담요랑 슬리핑 백이랑, 거의 무너져가는 텐트랑, 꺼져가는 모닥불이랑. 누가 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길 떠난 지 얼마 안 된 거 같았어. 재 밑에 숯이 그때까지도 빨갛게 타고 있었거든. 난 그 전날 봤던 두 사람이 거기서 사는 건가 하고 생각했지. 그 가죽자켓 입은 남자랑 옆에 여자 있잖아.
나는 제일 처음으로 고등학교부터 가보고 싶었어. 그 시카고에서 온 문자가 언급했던대로 말이야. Heather는 싫어했지. 나한테 계속 그게 함정일지도모르는데, 거기 갔다가 공격당하면 어떡하냐는거야. 난 걔 말을 어찌 됐던 간에 따르기로 했어. 고등학교는 대신 그 다음날 가보기로 했지. 내일은 쟤가 그냥 모텔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너희들한테는 Heather가 굉장히 이성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그냥 겁쟁이로 보일뿐이었어. 모험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우리는 고등학교로 가는 대신에 저번에 내가 제대로 못 봤던 그 아파트로 다시 가보기로 했어. 내가 들어갔었던 그 창문으로 똑같이 들어가서, 우리는모두 호흡기를 꼈지. 나도 호흡기를 끼고 내 머리를 뒤로 넘겼어. 나 빼고 Heather랑 Blake는 둘 다 머리가 짧거든.
아파트는 저번에 갔을 때랑 똑같앴어. 무겁고, 어둡고, 소름 끼치는 공기. Blake는 가장 먼저 지하실에 가서 내가 봤던 그 시체? 하여튼 그 몸을 보고싶어했지. Blake가 있으니까 뭔가 든든하고 용기(라고 쓰고 오기라고 읽는다)가 샘솟는 것 같았어. 얘가 옆에 있으면 항상 그런 버프가 생기는 듯. 그래서 주저 없이 바로 내려가기로 했지. Heather는 굉장히 겁에 질린 것 같았어. 벽에서 최대한 떨어져서 자기 자신을 끌어안고 있었어. 우리가 무슨괴물한테라도 공격당할 거라고 확신하는 포즈였지. 근데 로비를 지나면서 아무 일도 안 생기니까 안심이 됐나봐. 지하실까지 가는 동안에 서로를 돌아보면서 속삭이고 하니까 그냥 다른 보통의 탐사들이랑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이 들면서 진정이 됐어. 난 대체 내가 저번에 어떻게 여기 혼자 올 생각을했는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렸지.
지하실로 내려가는 길 바닥은 계속 삐걱삐걱거렸어. 밑으로 내려앉고 있는 거였겠지. 전날 밤에 봤던 그 사람들이 건물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신경이 곤두섰어. 계단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탐사 장소 중 하나거든.
예의 그 방에 들어가서 나는 저번에 봤던 그 보일러를 손가락질했어. 저 뒤에서 그 시체를 봤다고. 그걸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기에 거기로 비집고 들어가지는 않았지. 한번으로도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Blake는 그 좁은 틈 사이로 몸을 끼워넣고 플래시 불빛을 비췄어.
“어디?” 좀 있다가 그렇게 물어보더라고.
“음, 이 쯤에.” 난 보일러 뒤쪽 한 군데를 찍어서 말해줬어. 어떻게 그걸 발견하지 못할 수가 있는지 의아해하면서. 그냥 휘 둘러봐도 눈에 확 띄는 비주얼이었는데. “그 까만 덩어리 비슷한 거 위에 있잖아.”
“아무것도 없는데?” Blake가 보일러와 벽의 틈 사시에서 나와서 고개를 저었어.
나는 확인하러 서둘러 그 안으로 들어갔어. 없었어. 진짜로. 검은 곰팡이 덩어리가 좀 커진 것 같았지만, 그거 빼곤 그 위에는 텅 비어 있었어. 그게 죽은 게 아니었던 걸까?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죽어서 거의 미라가 된 상태였단 말이야. 난 사진을 몇 장 찍었어.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지하실에서 사진 되게 많이 찍었거든? 근데 건진 건 이거 세 장 밖에 없어. 나머지는 그냥 뿌옇고 까맣게 나와서 알아볼 수가 없더라고. 첫번째 사진에, 오른쪽으로 보이는 게 보일러야. 지하실로 들어가는 문에서 바로 찍은 거야. 두 번째도 똑 같은 위치에서 똑같이 찍은 건데 무슨 이유에선지 첫번째 것보다 훨씬 선명하게 나왔더라고. 맨 마지막에 있는 사진은 내가 말했던 그 까만 덩어리 같은 거야. 그거 찍을라고 한 25번은 셔터를 누른 거 같은데, 유일하게 뭔가 알아볼 수 있게 나온 사진임. 그냥 완전 평범하게 플래시 다 켜고 찍은 건데.
그 다음으로 우리는 3층으로 올라가기로 했어. 내가 강력하게 그렇게 하자고 했거든. 거기까지 계단으로 쭉 올라갔는데, 아주 길고 어두운 여정이었어. 밀실 공포증 생길 것 같은 느낌이었음. 3층 복도 역시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썩어가고 있었지. 대부분의 곰팡이들이 천장에서부터 시작해서 벽을 타고 점점 밑으로 퍼지고 있었어. 걸을 때마다 발에는 깨진 유리조각들이 버석거리고 밟혔어.
3층에도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집들이 꽤 있었는데, 호수 번호판이 있는 집은 하나도 없더라. Blake가 어떤 집에 플래시 불빛을 비췄어. 안에 모형 기차세트가 있는 집이었지. Blake는 바로 그 집으로 들어갔어. Heather가 따라 들어갔지. 나는 따라가지 않고 혼자 움직이기로 했어. 난 복도 끝 쪽으로가서 그 쪽지에 까맣게 표시되어 있던 그 집을 찾았어. 왜, 그 첫째 날 내 차 조수석에 누가 놔두고 갔던 그 쪽지 있잖아. 문은 닫혀 있었지만 잠겨 있지는 않더라고. 난 안으로 들어갔어.
바깥에 있는 복도 쪽에 벽을 보면 곰팡이가 드문 드문 있는 정도였는데, 그 집 안에 벽을 보니까 완전 새카맣더라고. 난 거실로 향하는 짧은 복도 쪽으로 걸어갔어.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 창문에 걸려 있는 블라인드는 거의 다 썩어가지고 행거에서 떨어질락 말락 하고 있었지. 한쪽 벽에는 평면 스크린 TV가 놓여 있었고, 맞은 편에는 회색 빛으로 곰팡이가 슬어 있는 소파가 있었어. 소파 한쪽 팔걸이에 노트북 컴퓨터가 하나 있더라고. 노트북도 누가 한참 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죄다 썩어가고 있었어. 내 가방에서 여분의 후드집업을 하나 꺼내서 노트북을 잘 감싼 다음에 집으로 가져가기로 했어.
Jess의 글에 언급되어 있는 그 침실로 들어가봤어. 매트리스가 뒤집혀 진 채로 벽에 기대어져 있더라고. 밑에 쪽에는 커다랗게 구멍이 뚫려 있었어. Jess가 말했던 그 환풍구는 사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작았어. 한 15센티 높이에 30센티 너비 정도? 곰팡이가 거기서부터 벽을 휘감으면서 나오고 있었어. 입구 주변에는 곰팡이가 훨씬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난 다시 거실로 나와서 뭔가 흥미로운 게 있나 살펴봤는데, 별 거 없더라고. 난 다시 문으로 나가려고 했어. 그 때 그 소리가 들렸어.
쿵, 슥…. 쿵, 슥…. 존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랑 똑같앴어. 소리가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어. 나는 Blake를 크게 부른 다음에 그 소리가 어디서 나고있는 건지 열심히 찾았어. 쿵, 슥…쿵, 스슥… 아무리 애를 써도 소리가 존나 어디서 나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어. 모든 방을 뒤져봤지만, 소리는거실에서 가장 크게 들리고 있었어.
나는 Blake를 다시 한번 불렀어. 아무 대답도 없었어. 갑자기 엄청 크게 쿵! 하는 소리가 났어. 난 재빨리 앞 문으로 가 봤어. 문이 굳게 닫혀 있었어.패닉에 빠져서, 나는 정신없이 문을 열려고 애썼어. 잠겼어. 방 안에 갇혔다고!
내가 손을 덜덜 떨면서 잠김장치를 풀려고 안간힘을 채 쓰기도 전에, 뭔가가 금속을 내리치는 듯한 거대한 소리가 울려퍼졌어. 기겁을 하고 뒤로 돌았더니, 벽 높은 곳에 달려 있는 환풍구 커버가 우그러져서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거야.
팔 하나가 벽에 난 구멍에서 튀어나왔어. 밀랍처럼 희멀건, 빼빼 마른 팔 하나가. 길고 이리저리 뒤틀린 손가락이 허공을 움켜쥐고 있었어. 그리고 이어서 또 다른 팔 하나가 나와서 구멍 아래의 벽을 여기저기 더듬기 시작했어. 다른 팔로는 옆에 벽을 짚고 나오려고 힘을 쓰면서. 그리고 마침내 머리가 나왔을 때, 나는 그제서야 멍한 상태에서 벗어나 비명을 지를 수 있었어.
내가 지하실에서 봤던 그 얼굴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느낌이었어. 하얗고 야윈 얼굴에 찢어질 듯 웃고 있는 입. 감겨 있었지만 눈도 있었어. 아니, 감겨있다기보다는 눈꺼풀이 서로 붙어있기라도 한 느낌이었어. 머리카락도 있었어. 정수리에서 짧은 몇 가닥만 남아 있기는 했지만. 고개가 불가능한 각도로 왼쪽으로 꺾여 있었어. 그것 때문에 그 좁은 공간에 몸을 우겨넣고 있을 수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환풍구 주변을 손으로 다 치우고 나서, 그것이 갑자기 홱 움직였어. 고개를 쭉 빼고 거꾸로 구멍에 매달린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눈은 뜨고 있지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었다고. 목이 180도로 꺾여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자세였어. 난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어. 그 끔찍한 미소라니….
난 나에게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 크리쳐에게서 가까스로 시선을 떼고 문 손잡이를 움켜잡았어. Blake가 문 반대편에서 나무 문을 쾅쾅 두들기면서 미친듯이 고함을 치고 있었어. Heather가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어. 잠금장치를 어떻게든 풀려고 해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어. 난 절망적으로 소리를 한번 지르고 뒤를 흘낏 쳐다봤어. 그것은 어느새 어깨까지 구멍에서 빠져나와 있었고, 그 앙상한 가슴도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어. 그리고 천천히 벽을 미끄러져 내려오기 시작했지. 그것은 땅을 향해서 팔을 뻗었어. 여전히 나를 향해 그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면서.
난 잠금장치를 잡고 있는대로 힘을 줬어. 맙소사, 마침내 딱 하고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어. 엉엉 울면서, 나는 문을 열어젖히고 Blake에게 달려가서 안겼어. Blake는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그것을 발견했어. “씨발 이게 뭐야?!” Heather는 비명을 질렀지.
그는 나를 잡고 그것으로부터 멀리 떨어트려놨어. 그것의 팔은 이제 땅에 닿아 있었어. 그 뒤로 비틀리고 빼짝 마른 다리가 환풍구 구멍에서 스르르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었고. 그리고 우리에게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어. Blake는 그 전에 문을 쾅 닫아버렸어.
우리가 차까지 어떻게 도망나왔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 차에 올라타자마자 다리 쪽으로 질주하기 시작했지. 나는 조수석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Blake는 운전을 하고 있었어. 한 손으로는 내 어깨를 다독이면서. Heather는 내 뒤에서 나를 껴안아주고 있었지만 그 애 역시 애처롭게 떨고 있는 상태였어. 내가 그 집에서 가져온 노트북은 여전히 내 후드에 감싸진 채로 내 무릎에 놓여 있었어.
우리는 다시 모텔로 돌아왔어. 그리고는 각자 길고 긴 샤워를 했지. 그 때 입었던 옷들은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버렸어. 거기 갔을 당시에 장갑을 끼고있었기 때문에 뭔가를 직접적으로 만지지는 않았지만, 그게 충분한지는 잘 모르겠어. 어쩌면 벌써 늦었을지도 모르지. 그 이전에 충분히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Blake가 삼층에서 사진을 엄청 많이 찍어왔는데, 모두의 예상과 다르지 않게, 제대로 뭐가 나온 건 이거 한 장 밖에 없어. 아파트 벽에 있던 곰팡이를클로즈업 해서 찍은 거. 꽤 실망스럽지. 근데 우리한테 있는 건 이게 다야.
난 우리한테 일어난 일을 최대한 빨리 업데이트 하려고 노력하고 있긴 한데, 뭔가 집중하기가 힘드네. 거기 갔다온 다음부터 너무너무 피곤해. 그리고잠도 잘 안와. 밤에 한 몇 시간 밖에는 잘 못 자. 잠을 자면 항상 불안하기 짝이 없는 꿈을 꿔. 이렇게 쓰면 너희가 그게 감염된 증상이라고 할 것 같긴한데, 나도 이제 내가 진짜 감염된 걸까봐 무서워. 한 번 잠이 들면 항상 그 얼굴이 나타나. 여기를 떠나는 게 안전한 일인지 이젠 모르겠어.
나머지 일들은 다음 글에 계속 올릴게. 이걸 시작하고 처음으로 아예 발을 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드네.
나 자꾸 정신줄을 놓고 있어. 내가 이 글을 쓰려고 한 지 벌써 세번째야.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쓰려고 하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려보면 3시간 후고, 나는 현관에서 이미 담배 한 갑을 다 아작낸 채로 있는거야. 다시 컴퓨터로 가 보면, 워드 창은 그냥 텅 비어 있어.
근데 문제는 내가 글 쓸 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거지. 내가 가장 처음 기억하는 건, 그 때 Blake랑 Heather랑 처음 마을에 차 몰고 들어갔다가 나온 다음이었어. 그 다음부터는 그렇게 필름 끊기는 게 하루에도 두세번 씩 일어나. 그냥 방에 들어가다가 갑자기 내가 바로 30분 전부터 무슨일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기억을 못 하는거야. 배고프다고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셋이 TV 앞에서 피자를 먹고 있다거나.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정신 차려보니까 불 꺼진 방에서 침대에 누워있다거나.
Blake랑 Heather는 전혀 이상한 점을 못 느꼈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그냥 완전 정상으로 행동했대. 난 내 스스로를 내 방에 격리시켜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Blake는 절대 나를 혼자 두지 않아. 그리고 되게 고집스럽게 여기 남아있어. Heather를 데리고 다시 San Francisco로 돌아가려고 하지도 않아. 걔 말로는 자기들도 아마 감염이 이미 됐을 수도 있으니까, 그걸 다시 다른 데로 퍼트리고 싶지 않다는거야. 그리고 나를 여기혼자 남겨두지도 않을 거고. 이렇게 말하면 좀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을 듣고 굉장히 안심이 됐어. Blake랑 Heather는 그거 가지고 꽤 심각하게싸우고 있는 것 같아. 몇 분 전에 Heather가 산책 갔다오겠다고 하면서 뛰쳐나갔어. 아마 Blake가 절대 틈을 내주지 않으니까 서운한 거겠지. 근데 어쩌겠어, 자기 혼자 운전해서 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어쨌거나, 나는 너희한테 이 모든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해주기로 나 스스로 약속했으니까, 일어났던 순서대로 쭉 설명할게. 근데 중간중간에 필름이 끊겨서 모든 것을 빠트리지 않고 설명해주겠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 다음날에는 마을에 들어가지 않았어. 난 아직도 그 전날 일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사실 지금도 그래) 내가 다시 그 마을로 돌아가고싶은 건지 확실하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거든. 하지만 그렇다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었어. Hillside 아파트에서 가져온 그 노트북은 지퍼백에 넣어서 카운터에 올려놨는데, 아무도 그걸 만지고 싶어하지 않았지. 난 그 날 하루종일 술을 마시면서 보냈어. Heather랑 Blake는 계속 여길 떠나는 거 가지고 싸우고 있었어. (“제발, 자기야, 이제 그냥 가자. Claire는 그냥 여기 혼자 두면 되잖아. 우리 문제도 아닌데 왜 그렇게 붙잡고 있어?”)하지만 Blake는 역시 내 절친이었어. 걔는 Heather랑 사귀기 훨씬 이전부터 내 절친이었다고. Blake는 절대 나를 혼자 두고 떠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말했어. 그리고 나처럼 이 마을의 비밀에 대해서 엄청나게 궁금해 하고 있었고.
그 날 오후 3시 쯤이었어. 그 때 그 오레건 지역 번호로 나한테 문자가 온 거야. 문자를 그대로 옮겨적을게. “HEllo beautiful. so Happy youv3 decided to stay. i’m tHrowing a littl3 party in your Honor. wE can’t wait. see you soon!” (안녕, 이쁜이. 너가 여기 머물기로 한 것 같아서 기뻐. 너를 위해서 조그맣게 파티를 하려고. 진짜 기대된다. 곧 다시 만나!) 저번과 마찬가지로 대문자와 숫자만 따로 써 봤어. 그리고 쓰자마자 지워 버렸어. “He H3 H3 HE” 도대체 “HE(그)”가 누군데 자꾸 언급하는거지?
19일 아침에 나는 좀 나아진 기분으로 일어났어. 그 날 밤에는 한 세시간 정도 잘 수 있었거든. 내 머릿속에는 그때의 그 시카고에서 온 문자로 가득했어. 고등학교에 가면 답을 알 수 있을 거라는 그 문자. 난 다시 마을로 돌아가야 했어. 그때 난 내가 감염됐다는 걸 거의 확신하고 있었고, 만약 그렇다면 마을을 떠나서 집으로 가는 건 오히려 안 좋은 선택 같았으니까. 나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뿐이었어. 잘 하면 그 마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멈추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온 마을에 불을 질러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답을 찾을거야. 어쩌면 이 감염에 대한 해독제가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그것에 대항하는 방법이라도. 아니면.. 뭐든간에.
그 날 Blake랑 내가 마을로 다시 돌아갔을 때 Heather는 우리를 따라오지 않았어. 걔는 너무 무서워하고 있었거든. 그리고 자기들을 이 일에 끌고 들어온 데 대해서 나한테 엄청 화가 나 있었어. 뭐 걔 잘못은 아니지. 안 그래도 걔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나랑 같이 여기 오기 전에 분명 걔들한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알려줬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긁어 부스럼을 만든 건 나니까.
첫째 날 밤에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고등학교를 한 번 봤었기 때문에, 다시 찾는 건 어렵지 않았어. 고등학교는 큰 회색 건물이었어. 가운데에는 빨간문 두개가 있었고. 도보에는 가로수가 빽빽하게 심겨져 있었어. 한마디로 말해서 되게 그림 같은 학교였어. 학교 입구에는 ‘Charles M. Hadwell 고등학교’라고 쓰여 있었지.
저번에 아파트도 그렇게 들어가기 쉬운 곳은 아니었지만, 여기는 더했어. 학교는 진짜 단단하게 잠겨 있었어. 같은 블록에 있는 다른 집들이 문을 활짝열어 둔 것과는 아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지. 정문은 쇠사슬로 칭칭 감겨져서 자물쇠로 잠겨 있었어. 우리는 마지막 수단으로 쇠지렛대를 써서열어보려고 했지만, 체인이 문 손잡이에 너무 단단하게 감겨 있어서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지가 앉더라고. 일단 주변을 쭉 돌아보기로 했어. 정문 말고도 문이 세 개가 더 있었는데, 전부 다 쇠로 된 문이었고 다 잠겨 있었어. 일 층에 있는 창문 역시 곰팡이가 껴 있긴 했어도 안에서 다 잠겨 있었지.
근데 뒤쪽에 비상계단이 하나 있었어. 그리고 그 위쪽에 있는 3층 창문은 잠겨 있지 않았지. 고맙게도 사다리가 이미 땅에까지 내려져 있는 상태여서,곧바로 사다리를 타고 열린 창문으로 들어갔어. 들어가서는 저번과 마찬가지로 호흡기랑 장갑, 긴팔 긴바지를 입고 비니까지 썼어. 뭐 이제와서 그게소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들어간 방은 되게 어두침침하고 낡아 보였어. 건물을 보니까 한 60년대 쯤에 지어져서 그 이후로 리모델링을 한 것 같지는 않더라고. 벽은 어두운 녹색이었어. 사이사이 기둥은 나무로 된 것 같았고. 그리고 바닥에는 베이지 색 타일이 깔려 있었어. 온 구석에는 곰팡이 투성이었어. 아파트만큼은 정도가 심하지 않았지만, 한 경찰서 정도 수준은 되는 것 같았어.
우리는 복도로 이동했어. 벽에 사물함들이 쭉 늘어서 있었는데, 몇몇 개는 열려 있었어. 내용물들이 밖으로 다 떨어져 있는 상태였어. 종이랑 파일들이랑 책 같은 것들. 우리는 교실들을 계속 지나쳐서 걸었어. 그리고는 우리가 뭘 찾아야 되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걸 천천히 깨닫게 되었지. 학교니까 당연히 문서 같은 건 차고 넘칠 거고, 칠판이랑 프로젝터 같은 것들도 엄청나게 많을텐데. 학교는 생각보다 컸고 우리는 그 문자가 말한 “답”이 대체 어디에 있을지 알 길이 없었어. 모든 걸 샅샅이 찾으려면 적어도 며칠은 걸릴 지경이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천천히, 그러나 철저하게 조사를 시작했어.
우리가 네번째로 들어간 방에서, 나는 한쪽 구석에 있는 칠판에 뭔가 표 같은 게 그려져 있는 걸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갔어. Blake는 벽에 붙어 있는선생님 책상에서 이것저것 뒤지고 있는 중이었고. 거기 데스크탑 컴퓨터가 있었는데, 건물 전체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켜지지는 않았지.
Blake는 책상에서 저널리즘 수업에 쓰이는 수업 계획표를 찾아냈어. 그리고 2013년 9월에 간행된 학교 신문 뭉치도 찾아냈고. 마을이 최근까지 정상적으로 돌아갔다는 나의 추측이 맞아 떨어진거지. 신문을 보니까 여기 학교 학생회 이름이 “Hadwell 고등학교 집사들” 이더라고. 뭔가 이름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나 예전에 다니던 고등학교 운동부 이름도 “십자군”이었기 때문에 뭐 그러려니 했지. 위쪽 구석에는 학교 문장이 있었는데, “Donec totum impleat orbem”이라고 써 있었어. 모텔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게 무슨 뜻인지 찾아봤더니, “전세계를 가득 채울 때까지”라는 뜻이라더라.
그 칠판에 적혀 있던 표는 1964년부터 있었던 학생 대표 명단인 걸로 밝혀졌어. 졸업 일자랑 학점이 쭉 나와 있었지. 뭐 기사 같은 걸 쓰려고 정리해둔 모양이지. 그 표를 쭉 보니까 학생 대표들 중에서 Hadwell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진짜, 엄청 많았더라. 이 마을에는 아직도 그런 혈통 같은 게중요하게 여겨졌던 모양이지? 아니면 그 집안에서 천재들이 유독 많이 나왔던가. 마지막으로 Hadwell을 성으로 쓰는 사람은 2007년에 졸업했어. 이름은 Elizabeth. 그 이름을 보자마자 레딧에 글을 썼던 Liz가 바로 떠올랐지만, 글쎄, 동일 인물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
우리는 그 방을 나와서 교무실로 내려가보기로 했어. 뭔가 수상한 게 있을까 싶어서. 교실들은 일단 언뜻 보기에 별로 중요한 게 없어 보였거든. 일층은 그 위에 층들보다 훨씬 어둡고 압박감이 심했어. 그 벽이 사방에서 조여오는 듯한 그런 압박감. 코너를 도는데, Blake가 갑자기 멈춰서 내 팔을 잡고 날 멈춰세웠어. 그리고 뭔가를 들어보라고 했어.
뭘 들어보라고 하는 건지는 바로 알 수 있었어. 희미한 음악 소리. 뭔가 먼 데서 들려 오는 듯한… 나는 긴장한 채로 귀를 기울였지만 그 음악에 뭔가가사가 있었는지, 아니면 음색이 어땠는지는 하나도 들리지가 않았어. 음악소리는 괴괴하게 홀을 울리고 있었어. 우리는 음악소리를 따라서 움직였어.
음악소리는 정문 근처에 있는 교실에서 가장 크게 들리고 있었지만, 거기서도 뭔가가 막혀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났어. 벽 너머에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나는 그제서야 그 음악이 뭔지 알아차릴 수 있었어. 내가 원래 알던 노래보다 좀 느린 템포긴 했지만, 되게 유명한 노래였으니까. “You are my sunshine”이었어. 그 방을 뒤지다 보니까 노래는 반복재생으로 나온다는 걸 알게 됐지. 끝나자마자 다시 노래가 시작됐어.
교실 구석 바닥에 있는, 철제로 된 조그마한 문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 장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어서 눈에 확 띄었거든. Blake가 쇠지렛대로 한 번 힘을 쓰니까 문이 땅에서 확 튕겨져 나왔어. 문이 한 번 열리니까 음악 소리가 훨씬 크게 들렸어. 땅에 블랙홀마냥 나 있는 검은 구멍에서메아리쳐서 울리고 있었지. 우리가 뭔가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 그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느낌도. 정말 내려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해야 했어. 우리가 찾고 있는 그 비밀이 아래에 있을 테니까.
나는 내 쇠지렛대를 챙기고 Blake는 그의 ‘섬멸자’를 챙겼어. 섬멸자가 뭐냐면 딱딱한 폭파 장치 같은 건데, 한 번 쓰면 상대방한테 꽤 심각한 부상을입힐 수 있는 강력한 거였어. 단단히 무장하고, 우리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한발 한발 내려갔어.
계단을 내려가는 데는 이상할 정도로 오래 걸렸어. 내려가면서 계속 위를 쳐다봤지. 점점 작아지는 네모난 불빛을 애타게 바라보면서 한참을 내려갔어. 그 불빛마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계단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어. 공기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고, 벽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어. 기분 상으로는 계단을 적어도 15분은 넘게 타고 내려온 것 같았지만, 폰을 보니까 겨우 삼사분 남짓 내려온 거더라. “You are my sunshine”은 그 와중에도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어. 소리는 점점 커졌지.
그리고 다음 발을 내딛는 순간에 예상치 못하게 땅을 디뎠어. 난 휘청였지. Blake가 나와 부딪히는 바람에 내 플래시가 땅에 떨어져서 저 멀리로 굴러갔어. 그에 따라서 불빛이 여기저기 일렁였지. 플래시는 한 5m정도를 굴러간 다음에야 멈췄어. 난 플래시 불빛이 비추는 곳으로 가서 Blake랑 좀 앉아서 쉬었어. 그러던 중에 플래시 불빛이 갑자기 꺼졌어. 난 그게 땅에 떨어지는 충격으로 고장났다고 생각했어.
우리가 지나온 터널은 돌을 거칠게 깎아서 만들어 놓은 거였어. 동굴은 좁고 낮아서 Blake는 고개를 살짝 숙여야 했지.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어. 땅에 떨어진 채로 꺼져버린 내 플래시를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가 없는거야. 한참을 찾다가 그게 내 발에 걸려서 보니까,원래 떨어져 있던 자리보다 15미터는 더 멀리 가 있었어. 완전히 망가져서. 거의 산산조각이 나 있었음. 렌즈는 깨져 있고, 안에 있는 구리선은 밖으로나와서 다 헝클어져 있었어. 전구도 완전 박살이 나 있었어. 나한테는 그러니까 앞을 비출 수 있는 조명이 더 이상 없어진거야. 그리고, 명백하게 그 터널 안에는 우리 말고 다른 뭔가가 존재하고 있었어.
각자의 무기를 꼭 쥔 채로 우리는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어. 난 빨리 그 음악소리의 진원지를 찾아서 그걸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어. 진짜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지긋지긋했으니까.
갑자기 어둠 속에서 문 하나가 튀어나왔어. 터널 모양대로 만들어진 문이었지. 엄청 무거운 강철로 만들어진 문이었는데, 중심부분에는 학교 문장이찍혀 있었어. 뭐 다른 학교 문장이랑 별로 다르진 않았어. 방패 모양에 뭐 이런저런 상징 나부랭이들이 붙어 있는 그런 모양.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학교 신문에서 봤던 기억은 나. 문은 잠겨 있지 않았어.
너무 길어지는 것 같네. 그 문 뒤에서 뭘 찾았는지는 내일 다시 돌아와서 쓰도록 할게. 미안. 거기서 우리가 뭘 발견하기는 했거든.
다음에 봐.
첫댓글 사진ㅇ
악 슈바 개무서워시발
무섭다무서워
나도 정주행중인데ㅡ나같은 사람이있구나 개무섭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