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죽었다면 / 이문재
질문을 바꿔야
다른 답을 구할 수 있다
이렇게 바꿔보자
만일 내가 내일 죽는다면, 말고
어제 내가 죽었다면, 으로
내가 어제 죽었다고
상상해보자
만일 내가 어제 죽었다면
— 『대산문화』 (2019. 가을호) / 시집 『혼자의 넓이』(창비, 2021)
* 이문재 시인
1959년 경기 김포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1982년 <시운동>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산책시편』 『지금 여기가 맨 앞』 『혼자의 넓이』 등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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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연한 마음을 갖게 하는 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역설적으로 해석한 시라고할까. 메멘토 모리는 ‘너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네가 죽을 것을 유념하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다.
그런데 시인은 당신이 이미 죽었다고 가정해보라고 권유한다. 사망한 다음날, 내 시신은 종합병원 영안실에 들어가 있을까. 다음날은 화장장으로 간다? 친척이나 지인들 몇 명이 조문을 와서 음식을 들며 고인과의 추억을 더듬기도 하겠지만 다들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비는 것은 순간이고, 자신의 관심사를 갖고 무어라 떠들어댈 것이다. 이 엄연한 미래의 날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훨씬 타인에 대해 너그러울 것이고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할 것이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옛 사람들은 말했다. 사람이 자기 수명을 대충이라도 안다면 촌각을 아끼며 열심히 살려고 할까, 더욱더 쾌락에 탐닉하려고 할까.
생명체인 우리 인간은 최고권력자이든 재벌2세인들 때가 되면 숨을 거둔다. 그런데 누구도 이 명제를 인식하며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런대로 장수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폭음을 하기도하고 마약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해코지하기도 하고 거짓말도 예사로 한다. 죽음이라는 다가올 진실 앞에서 나부터 겸손해져야 하는데,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제 죽었다고 생각하면 오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 이승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