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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엽기 혹은 진실 (세상 모든 즐거움이 모이는 곳) 원문보기 글쓴이: 밤을걷는선비
" 하아.. 지겹다. "
언제부터 였더라?
그래, 대학교에 가고부터구나.
처음 가본 대학 1학년 생활은 바쁘기만 할 뿐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이미 잊은지 오래다.
개강총회 때 부터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니며
그 후로는 잦은 술자리로 매일 아침 속은 쓰리기만 했다.
처음엔 인맥을 쌓아간다는 마음으로,
선배들에게 잘 보이고 싶단 마음으로 즐겁게 임했지만
이제는 피하고 싶다.
하지만 피한다고 피해지는게 아니라서
어제도 선배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여름학기는 이미 끝이 났는데도 자취하는 선배들의
연락은 계속 되었다.
군대를 간다는 선배들, 오랜만에 만나자는 선배들,
그들은 그것이 어쩌다 한 번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선배는 한 두 명이 아니었고,
이곳 저곳 밤이되면 바쁘게 술자리에 가야했다.
처음 입학했을 때 혼자가 되고싶지 않다는 마음에
무리하게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려 했던 것이 문제였다.
마냥 사람들과 친해지면 나중에 도움이 되겠거니 싶었지만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1학년들은 선배들에게, 그냥 아무때나
편하게 부를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그나마 선배들과 만나면서 딱 하나 좋은점은 술값이 별로 들지 않는다는 거다.
아니지.
차리리 술값을 냈으면 돈이 없단 핑계라도 댈 수 있었을텐데,
마지막 남은 핑계거리도 없는 셈이었다.
선배들의 연락을 단칼에 거절하고 싶다는 생각도 몇 번 들기는 했지만,
겨우 노력해서 친해진 사람들을 등지고 아웃사이더가 되기는 싫었다.
그저 빨리 군대를 갔다오고
내가 선배가 될 때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핸드폰에서 듣기싫은 까톡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물론 밤이되면 누군가 부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자그마한 자취방 안에 내 몸 하나 겨우 누울 수 있는
이 침대야 말로 유일한 안식처였다.
청소도 별로 어렵지 않고, 주인 아주머니가 까칠해서 시끄럽게 굴면
잔소리를 마구 하였기에 친구들이 내 방에서 술판을 벌일 일은 없었다.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친구들이 뭘 하나 폰으로 SNS를 둘러봤지만,
개성이 강한 놈들이 아니라 하나같이 재미없는 일상이 전부였다.
그렇게 이곳 저곳 친구놈들 사진이나 구경하다
예전에 즐겨봤었던 웃대가 기억났다.
고등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간간히 웃대를 보며
친구들과 히히덕 거리곤 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나 궁금하기도 했다.
처음엔 웃긴자료가 재밌어서 봤었지만,
나중엔 공포게시판의 글 들을 읽은 재미가 쏠쏠했다.
물론 이 사이트에서 가장 활발한 건 웃긴자료겠지만,
예전에 너무 봤던 탓인지
시간이 지나면 봤던 게 또 올라오고, 또 올라오고 해서
질려버린지 오래다.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무서운이야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을 좋아하는 터라 공포게시판이 시간 죽이기에는 제격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귀신을 본 적이 있거나
귀신을 믿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 꿈에 죽은 사람이 나왔다는 사람들,
분명 헛 것을 본게 분명하다.
자기가 본 게 뭔지도 모르고, 확인도 안 해봤으니
으레 이런게 귀신이겠거니 싶어서 무서워하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월간베스트 글을 쭉 읽으면
한 시간, 두 시간은 금새 지나가버리곤 했다.
그런데 의외로 지금의 게시판을 보니 월간베스트글도
추천수가 어지간히도 없다.
몇 개를 제외하곤 읽었던 놈들의 글에는 추천 버튼이 없는건지,
비인기 게시판의 야박함이 느껴졌다.
게시판을 대충 훑어보니 추천 10개만 받아도
많다고 해야할 정도였다.
댓글은 별 것도 없고, 그나마 추천이 많은것도
아이콘을 달고있는 네임드 들 뿐이었다.
' 환청괴담? 혼자 월베 1,2,3위 다 먹고있네. '
제목을 보니 시간죽이기로 들어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고 긴 장편보다는 짧고 굵은 단편을 하나 읽으면
여운도 남고 기억하기에도 쉬웠다.
처음에는 첫 번째 글 부터 쭉 내려가면서 읽기로 했다.
한 시간 쯤 지났으려나?
핸드폰의 시간을 보니 대충 한 시간은 넘은 것 같았다.
글에 집중하기 시작하여 읽다보니 어느새 월간베스트글을 거의 다 읽어버렸다.
읽었다고 해도 제목이 마음에 드는 단편만 골라서 읽었다.
예전엔 장편도 보기는 했었는데, 내가 또 이 게시판을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고
하나하나 읽기도 시간이 걸려서 짧고 굵은 단편을 읽는게 좋았다.
글의 대부분은 소설 글이었다.
실화라며 올린 글도 몇 개는 있었지만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그 글의 장면만 놓고 본다면 무서웠겠구나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깊은 공감 같은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귀신이라는게 있을리 없을테니 말이다.
' 그나저나 여기 글 쓰는 놈들은 뭐 하는 놈들이래.
작가 지망생 들인가? 아니면 그냥 취미인가?
이상한 사람들이네. '
내가 글을 읽는 동안에도 누군가 톡을 보내거나
전화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늘은 운이 좋은건지 사람들이 나를 그냥
놔둬주는구나 싶어서 좋았다.
평소라면 게임초대 톡 정도는 올 법도 할텐데 말이다.
오늘따라 찾는 사람도 없고
게시판이나 쭉 둘러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쭉 흥미를 끌만한 제목이 없나 싶어서
둘러봤지만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어쩌다 마음에 드는 제목을 보고 클릭해서 들어가면
실없는 내용들 뿐이었다.
그 옆에 추천수가 주는 선입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흥미가 생기진 않았다.
사실 빨갛게 제목이 물들어있는 것이 아니면
누르기도 귀찮았다.
조회수가 몇 백개는 넘어가는 걸로 봐서 꽤 읽은 모양인데,
추천이 한 두개면 재미가 없을게 분명하다.
그냥 제목에 혹 해서 들어갔다가
아니구나 싶어서 뒤로가기 하는 것들 말이다.
' 에휴.. 옛날엔 재밌는 글 진짜 많았는데. '
혼자 밤에 불 끄고 읽을때면 자꾸만 창문쪽으로 눈이 가고,
괜히 읽다가 열어둔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라도 듣게되면
그 오싹거리는 느낌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귀신을 믿는 건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 글에 집중하고 있으면, 어쩌면 정말 귀신이
나올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귀신이 나온적은 아쉽게도 한 번도 없었지만 말이다.
이상하게도 아무런 소리도 없이 조용히 혼자 읽고 있다보면
평소에는 들리지도 않던 작은 소리들이 강하게 내 귀를 자극했다.
갑자기 나무장판 바닥에서 나무 갈라지는 소리들이나,
내 옆으로 뭔가 휙 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시계 초침소리가 자꾸만 째깍거리고 선명하게 들리는 때.
그 순간의 의외성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나무장판은 오래되서
가끔 소리를 내기도 하는 것이고
내 옆으로 뭔가 휙 지나가는건 선풍기에 날린
내 머리카락 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침대에 누워 폰을 아무리 만지작 거려도
마음에 들만한 건 이미 아까 월간베스트에서 봤던 것 뿐이다.
페이지를 넘기고 넘겨도 아까 전에 월간베스트에서 읽었던 글 뿐이고,
제목에서 나를 확 잡아끄는 글은 보이지 않았다.
멍 하니 페이지를 계속해서 넘기다 공부나 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그 생각 자체만으로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 나중에 하자, 나중에 '
페이지를 넘긴 지 수십개 쯤 되자 슬슬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페이지를 넘기기만 했는데도 시간은 1시간이나 더 지나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간도 흘렀으니
새로 올라온 글은 없을까 싶어 새로고침을 눌러보았다.
역시나 나의 직감은 가끔씩 예리하다 싶을때가 있다.
그것도 1분 전 올라온 아주 따끈따끈 한 글이었다.
아직 아무도 읽지 않은 것인지 조회수의 숫자는 0 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작성자의 이름이었다.
'환청괴담', 그 사람이 새로운 글을 올린 모양이다.
아까 전에 본 월간베스트 1,2,3위 글을 재밌게 읽은
상태였기 때문에 더 기대될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제목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환청괴담] 저는 귀신입니다.'
제목만 봐도 뭔가 솔깃한 게 괜히 네임드가 아니구나 싶었다.
빨리 읽어버리고 첫 번째로 댓글이나 확 남겨버려야겠다.
' 아참, 난 아이디가 없구나.
그냥 읽기만 해야겠다. 어디 한 번 봐볼까 '
왼쪽 검지손가락을 제목에 대고 클릭하였다.
" 아오! 깜짝이야! "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너무 놀라서 핸드폰을 집어 던져버렸다.
처음에 글에 공백이 많다 싶어 생각없이 스크롤을 내렸는데
무서운 사진이 갑자기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 아, 빌어먹을. 사진 올리는 새끼들 완전 짱나네 "
글은 내가 생각하면서 읽기에 귀신의 얼굴 또한
수위조절을 할 수 있었지만, 사진은 그런게 불가능했다.
평소에 귀신같은건 믿지 않았지만,
이렇게 징그럽고 흉칙한 사진을 보면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잠깐 사진을 보았을 뿐인데도, 사진의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서 휙휙 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 이 게시판, 사진도 올릴 수 있었지.
한 방 먹었네 '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그 사진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
한 남자는 뼈의 관절이 이상하게 뒤틀려진 채로
책상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다른 남자는 그 남자를 향해 뒤에서 이상한
쇠몽둥이 같은 걸 들고 때리고 있었는데,
그 얼굴이 너무 흉측해서 소리를 질러버린 것이다.
어디서 이런 사진을 퍼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두번 다시는 보기싫은 사진이었다.
예전에도 이런 귀신 사진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며칠간은 사진의 잔상이 머릿속에 남은 탓인지,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문득 그 장면이 떠올라
정말 짜증났던 적이 있었다.
그 후로는 되도록 이런 사진과의 접촉은 정말 피하고 싶었다.
분명 이 사진의 잔상도 며칠간은 내 머릿속에서 계속 괴롭힐 것이다.
" 빌어먹을 환청괴담 "
한바탕 욕지거리를 허공에 뿌려주고 던져놨던 핸드폰 액정을
왼손으로 살짝 가린 채 다시 집어들었다.
다행히 꺼지진 않았기에 오른손으로 그 사진이 보이지 않게끔
스크롤을 잽싸게 내렸다.
나에게 대가를 치루게 한 만큼
이 글이 재밌길 바라며 한 글자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저는 귀신입니다. 사실 귀신이 글을 쓰면 우습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이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지금은 환청괴담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의 몸을 잠깐 빌렸습니다.
아, 이 사람은 어떻게 되었냐구요?
제가 죽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산 사람의 몸에는 들어가지 못하거든요.
저는 제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을 정말 싫어합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참을 수 없는 것이어서 이 자를 죽일 수 밖에 없었어요'
시작부분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아주 간단한 이유로 그 다음부분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귀신이라니.. 무서운 글을 계속해서 쓰더니만
빙의라도 한 건가 싶었다.
물론 그냥 소설이라 생각했기에
편한 마음으로 다음 글을 읽어내려갔다.
'혹시 당신도 제가 귀신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있나요?
그래요. 처음부터 믿는 건 아마도 어려울 거에요.
환청괴담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 사람도
끝내는 저를 믿지 못했죠.
하지만 저는 귀신입니다.
사람 하나 죽이는 건 어렵지도 않아요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귀신이라는 사실만 믿어주시면 되요.
그러니 정말 저를 믿으신다면 이 글을 추천해주시고
믿으시지 못 하겠다면 그냥 나가도록 하세요.
단지 저는 당신이 저를 믿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에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귀신이라고 생각하시면 이 글을 추천해주세요'
글은 이것이 전부였다.
잔뜩 기대를 하고 들어왔던 글의 내용은
무서운 사진과 허접한 추천유도 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이런 글이 유행을 했던 적이 있었지만
아주 예전에 한물 간 추천유도 글이다.
유명한 네임드가 쓴 글이라 기대를 했었는데
이런 글이나 써 놓은 것인줄은 몰랐다.
당치도 않았다. 추천이라니.
어떤 글을 읽어도 추천은 눌러본 적도 없었고,
추천을 누르고 뒤로가기 할 바에는 그냥 뒤로가기를 누르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래도 조금은 발전이 있는 게 요즘은 뒤로가기를 누르지 않고
목록을 눌러서 게시판으로 갔다.
뒤로가기면 누르면 글이 갱신되지 않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목록으로 나가니 또 하나의 글이 올라온 게 보였다.
그것도 작성시간은 바로 1분 전 이었는데,
그 역시도 작성자는 '환청괴담' 의 글 이었다.
'[환청괴담] 저는 귀신입니다 2]'
글을 올린지 얼마 되지도 않고 올린 걸 봐서는,
아마 그 후의 내용을 올린 듯 싶었다.
첫번째 글이 너무나 실망스러웠던 탓인지,
다시 들어가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호기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도 추천유도 따위의 글이나 올리면,
정말 이 사이트의 아이디를 만들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반대를 하려면 아이디가 있어야 하니까.
글을 클릭하면서 게시판 글을 쭉 훑어봤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방금 전에 올린 환청괴담의 첫번째 글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글도 마찬가지로 조회수가 0 이었다.
네임드 작가의 글을 첫번째로 읽는 건 좋았지만,
글을 쓰고 바로 지우는 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하긴, 그런 글을 썼으니 실수했다 싶은건가? '
이번에도 글을 클릭하자 처음 글의 공백이 느껴졌다.
이번에도 분명 아무생각 없이 글을 내렸다간
귀신 사진이 떡 하니 붙어있을 것이다.
또 다시 그런 잔상을 남기는 일은 하기가 싫었기에
왼 손가락으로 액정을 잘 가리고, 오른 손으로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역시나 내리다보니 자신으로 보이는게 눈에 띄었다.
손가락으로 가린 탓인지 주변 배경 정도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배경만 봐서도 방금 전 처럼 컴퓨터가 보였고,
그 방의 배경이 보였기에 첫 번째 글과 관련있는 사진 같았다.
사진을 볼 수 없게끔, 천천히 손으로 가려가며
스크롤을 내려서 사진을 넘겨버렸다.
글을 넘기며 사진이 다 넘어가자 뭔가 뿌듯해졌다.
별 것 아니지만, 손으로 가리면서 스크롤을 내리는 게 똑똑하다고 생각해서 였을까.
하나 기분나쁜 건 남은 스크롤을 보니
이번에도 글을 많이 쓰지 않은 모양이었다.
'추천을 누르지 않으셨네요. 저를 믿지 않으셨나봐요?
아니면 그냥 습관처럼 뒤로 넘겨버리신건가요?'
그가 쓴 첫 번째 문장을 읽으며
정곡을 찔린 기분이 들었다.
' 이 놈이 내가 추천하지 않을거를 미리 알고 쓴 것인가?
공포글을 이런 식으로 쓰는건가? '
뭔가 색다른 공포감이 들어 괜히 주위를 살펴봤지만
화장실에 비친 떡진 머리의 내 모습이 보일 뿐이었다.
' 그냥 찍은거겠지. 그런 추천유도에 걸릴 사람은 없을테니까 말이야.
그런 글 정도는 나도 쓰겠다. '
'하지만 제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요?
저는 귀신입니다. 그리고 제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을 정말로 싫어합니다.
사실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에요.
나를 믿지 않는 놈들은 무조건 죽일겁니다.
아주 고통스럽게..
제가 싫어하는 놈들의 비명소리는 저를 안심시키거든요.
그런데 당신이 저를 믿어주지 않는다니
점점 당신이 싫어지네요.
죽이고 싶어요. 정말 죽이고 싶다.
아무도 왜 나를 믿어주지 않는거지??
죽이고 싶어.
내가 뭐 어려운거 시킨것도 아니었잖아?
안되겠어. 아무래도 안되겠어.
죽여야겠어. 흐흐흐.. 죽일래.
지금 바로 가야겠어. 문 열어줄꺼지?
네 비명소리가 듣고싶어.. 흐흐..'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자취방 문을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똑똑.. 똑똑..
따로 초인종 같은 게 없는 자취방이라
누군가 방에 올 때면 저런식으로 노크를 했다.
하필 내가 이렇게 글을 읽는 타이밍에
노크 소리라니..
이 미친놈의 글을 읽느라 집중하고 있었는데,
너무 놀라서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 똑똑.. 똑똑..
솔직히 무서웠다.
귀신을 한 번도 믿어본 적도, 본 적도 없었지만
어쩌면 지금 정말로 귀신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 똑똑..
노크소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귓 속에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어서기는 했는데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리엔 식은땀이 흘렀고, 내가 발을 디디기라도 하면
발소리가 들릴까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 만약.. 정말로 아주 작은 확률이지만,
그 놈이 정말 귀신이라서 이 곳에 왔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
갑자기 아까 괜히 추천을 왜 안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 달그락.. 달그락. 똑똑똑..
지금 내 눈 앞에서 문고리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리고 노크 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가만히 숨 죽이며 문 앞에 있는 놈이
빨리 가버렸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 뿐이었다.
- 철컥.,
침대에 앉아 두 눈을 질끈 감은 나에게
들리는 소리가 이번에는 달랐다.
달그락 달그락.. 제대로 맞닿지 않던 소리가
깔끔한 소리를 내며 문고리가 비틀어졌다.
문은 조금씩 열리고 있었고
그 뒤로 누군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젠장.
" 학생! 있었는데 왜 문도 안 열고 있어? 자고 있었나벼? "
그 목소리는 주인집 아주머니였다.
가끔식 집에 들러 귀찮게 구는 주인집 아주머니였지만
오늘만큼은 모든게 좋았다.
몸이 너무나 굳어있었던 탓인지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설 힘 조차도 없었다.
' 그래, X발. 귀신은 개뿔. 제대로 한 번 속았구나 '
" 아,, 자고 있었어요. 그런데 왜요? "
" 자고 있는디 미안혀, 오늘 가스 점검날이라
자취방 다 확인해야돼서 그랴.
아직 팔팔한 젊은이가 대낮까지 잠을 퍼자고 그려.
쯧쯧.. 한심 스럽게 시리.. "
혀를 차는 아주머니의 모습도 저번과는 다르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만
내쉬는 게 고작이었다.
아주머니의 뒤로 가스를 점검하러 온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사는 자취방은 방 마다 보일러가 따로 설치되어 있어서
몇 달에 한 번은 이렇게 점검을 할 때가 있었다.
"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학생. "
아저씨는 신발을 벗고, 좁은 자취방 안으로 들어와
능숙하게 베란다 쪽으로 향했다.
" 아이고, 학생.
어쨌든 자는데 미안혀 "
아주머니는 퉁명스럽게 한 마디 툭 뱉고는
다시 돌아가셨다.
아마도 주인아주머니가 예비 열쇠를 갖고 계셨기에
방 주인이 없으면 열어줄 심산으로 가스점검 아저씨 뒤를 따른 모양이었다.
다행히 안심이 되자 아까 전에 놓쳐버린 핸드폰을 다시 주웠다.
핸드폰은 아까 본 그 글 그대로 멈춰 있었는데,
역시나 이 글은 그냥 재미삼아 올린 낚시글 같아 보였다.
이제보니 하나같이 유치할 수가 없었다.
' 갑자기 집으로 온다니.. 하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나오네 '
어쩌다가 정말 한 번 겪을 기막힌 타이밍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필 이 낚시글을 읽고 있는데 누군가 찾아오다니.
이렇게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공포글이 있을 수 있는건가
덕분에 기가막힌 경험을 해버렸다.
나는 어릴 때 부터 귀신을 믿지 않았다.
자라면서 그 신념은 더욱 강해졌었는데,
이따위 글 하나에 휘둘리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귀신은 그냥 환각에 불과했다.
나약한 사람들이 주변이 어둡다는 공포속에
별 것도 아닌거에 벌벌 떨며 놀라 도망가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정말 귀신이 있으면 낮에도 나오고
아침 일찍에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주변이 밝으면 사람들의 공포는 줄어들기에
헛것을 보는 것도 줄어들테니,
대낮에 귀신을 봤다는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다.
아까 본 그 글을 올리다보니 아까 제대로 보지못한
사진의 끝자락이 보였다.
무서운 그 사진의 잔상이 아까는 두려웠었지만
지금은 득도라도 한 듯, 봐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았다.
최대한 무심하게 그 사진을 보기 위해 스크롤을 올렸다.
아까처럼 책상 앞에 쓰러진 남자와 흉칙한 남자가 보였다.
컴퓨터 앞에 쓰러진 남자는 칼에 찔려있었고,
얼굴이 흉측했던 아까 그 남자는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 흉측한 남자가 그 남자를 칼로 찌르고 있었다.
얼굴이 나와있지 않아서인지 처음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
배경을 보니 첫 번째 사진과 다를 게 없었다.
컴퓨터, 옆에 벽지, 바닥..
하나 눈에 띄는 게 있었다.
그 사진에 컴퓨터가 켜져 있었는데,
컴퓨터를 보니 익숙한 글귀 하나가 눈에 띄었다.
글씨는 작았지만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환청괴담'
님 반갑습니다.
' 저 아이디는? '
사진은 분명 어디서 퍼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이 글은 장난일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디는 분명 환청괴담 이었다.
' 그럼 여기 죽은 사람이 정말 환청괴담 이란건가? '
그렇다는 것은..
" 학생, 가스는 문제 없는데?
문 열어줘서 고마워. 하하하.. "
가스 점검복을 입고있던 아저씨는
베란다에서 나오며 말했다.
아까는 아주머니 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선한 탈을 쓴 모습으로 웃기 시작하더니
점점 얼굴이 일그러져 간다.
글로는 표현 할 수도 없게 징그럽고,
또 흉측하게 얼굴이 점점 변해간다.
그러면서 뭐가 좋은지 웃으면서 기분나쁜 소리를 내고 있었다.
" 학생 비명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나? 흐흐흐.. "
그 날 나는 신념이 더욱 확고해졌다.
귀신은 없었다.
사람들이 봤다던 귀신 같은 것은 역시 헛 것 이었다.
진짜 귀신을 만나게 되면 아무도 살지 못할테니까 말이다.
[출처 - http://r.humoruniv.com/fear71750]
첫댓글 헉 존무
아 이거 스크롤때문에 긴장하면서 보게됨 ㅜ
잼따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주머니가 연거 아녀?
스크롤 너무 무서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