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돌아 다닌 유머 글인데 알고보니 반전이 있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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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 여자친구도 편지에서 맞춤법을 틀렸다. 바로 '넉넉치 않아'란 문구다. 본래 '넉넉하지'의 준말인 이 단어는 '-하지' 앞이 무성음인 'ㄱ,ㅂ,ㅅ'으로 끝날 경우 '하' 전체가 사라지고 '지'만 남게 된다. 즉 '넉넉치'가 아니라 '넉넉지'라 표기했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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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기엔, 틀리는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틀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맞춤법은 초등학교 때부터 받아쓰기로 배우는 거지만, 사실 초등학생이 이런 문법적인 설명을 이해하겠습니까? 걍 따라 쓰는 거죠.
근데, 초등학생 수준에선 ㄶ같은 겹받침은 이해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감으로 외어서 쓰게 되죠.
또 어떡해 이것도 깊이 따져 보면, 헷갈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더라구요.
우리말 단어가 워낙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하니까요.
어떡해는 어떻게 해가 줄어든 말이라고 국립국어원 게시판에선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이것 때문에 착각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http://www.korean.go.kr/09_new/minwon/qna_view.jsp
원래 떻이 들어가 있으니 당연히 어떻해가 아니냐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죠.
게다가 국어선생 여친이 틀렸다는 '넉넉지'도 실제로는 다들 넉넉치라고 발음을 하니 헷갈리기 쉽죠.
그리고 과연 우리 조상님들이 처음부터 무성음은 뭐고 유성음은 뭐다 이런 거 따지면서 언어 생활을 하셨겠습니까?
어찌보면 학자들이 이론적으로 꿰어 맞춘 것일 수도 있죠.
이 펌글엔 안 나왔지만 또 한 가지 헷갈리기 쉬운 맞춤법이 바로 해님입니다.
http://k.daum.net/qna/openknowledge/view.html?category_id=QNO003&qid=3r42c&q=%EB%A7%9E%EC%B6%A4%EB%B2%95%20%ED%95%B4%EB%8B%98&srchid=NKS3r42c
실제론 핸님으로 발음하고, 사이시옷 규정에서도 순우리말 합성어에 ㄴ발음이 덧나면 사이시옷을 쓴다고 되어 있어서 많이들 햇님으로 착각하죠.
그런데, 여기서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님'은 명사 해에 붙는 접미사라서 합성어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님이 명사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건 이론을 모르는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이 더욱 헷갈리기 쉬운 문제입니다.
오히려 우리랑 맞춤법 규정이 다른 탈북자들이 안 틀릴 거예요. 왜냐면 북한엔 우리 같은 사이 시옷 규정이 없으니까요.
그레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행 맞춤법 규정에 대한 비판이 있습니다.
http://reporter.korea.kr/reporterWeb/getNewsReporter.do?newsDataId=148715547§ionId=PE_SEC_1_EDS0202001&call_from=extlink
반대 측 지정토론자로 나선 차재은 교수는 김정남 교수가 주장했던 규정 폐기 시 나타날 한글 표기의 혼란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표기법의 현실적 매뉴얼은 한글 맞춤법보다는 표준국어대사전”이라며 “사전에 없는 단어의 표기는 한글 맞춤법이 ‘규범’이 아닌 ‘내부지침’으로 존재하더라도 아무 문제없이 처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남 교수가 말하는 ‘소리’가 관건이라면 ‘해를 높여 이르는 말’인 ‘해님’은 많은 사람들이 [핸님]이라고 발음하기에 ‘햇님’이 돼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반박했다. 맞춤법 규정 때문에 [핸님]이라고 발음하지만 ‘해님’이라고 쓰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
또한 언론사에서 20여 년간 교열기자로 근무하신 우리말 전문가께서도 현행 규정을 비판하시더군요.
http://onhangeul.tistory.com/51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법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물론, 유노윤호 임신 사건 같은 건 한심한 수준이라 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더군다나 규정 자체에 약점이 있어서 빚어지는 일이라면 모른다고 야단을 칠 게 아니라 규정의 함정을 잘 피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가르쳐줘야 하는데, '왜 이것도 모르냐?'라면서 화 먼저 내죠. (사실 자기 기준에서나 기본적인 지식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릅니다.)
전에도 썼지만 '수밖에 없다' 띄어쓰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틀립니다. 저도 그것 때문에 '왜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냐'고 혼났구요. 하지만, 예전엔 그게 맞는 거였고, 그 영향으로 유명 언론사에서도 그렇게 쓰는 경우가 종종 발견됩니다. 해님 맞춤법과 마찬가지로 단어의 구조를 깊이 생각하면 오히려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죠.
띄어쓰기는 맞춤법보다도 더욱 애매한 부분이 많아서 명문대 국문학과 출신이라도 '이게 틀린 거였나요?'하고 깜짝 놀라더군요.
(애초에 우리나라에 있었던 것도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