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심판도 규칙도 없다,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래서 불륜도 생기는가봅니다. 그리고 불륜에 대해서조차 일말의 동정이 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겠지요. 사랑의 상징이 하트(심장)인 것은 사랑이 없으면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수긍이 갑니다. 인생이 대단한 것은 어쩌면 이 사랑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내도 그 사람의 인생 속에 그려지는 사랑보다 더 흥미를 일으키는 사건은 없을 것입니다. 사실 영웅적인 삶보다는 사랑 이야기가 더 관심을 끌고 오래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영웅의 삶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사랑은 보다 많은 사람이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공감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세상일에 다 포함될 수도 있지만 사랑에도 참과 거짓이 있다는 것은 그 순수함을 생각한다면 매우 마음 아픈 일입니다. ‘사랑’이라고 하면 왠지 따뜻하고 정답고 친절하고 순수함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가끔은 바로 그것을 이용하여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전쟁에서 ‘미인계’를 쓰는 것도 그 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특히 남자는 예쁜 여성에 맥을 못 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약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적을 사랑에 빠뜨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에게서 필요하고도 요긴한 정보를 캐냅니다. 소위 사랑에 눈이 멀어서 자기가 하는 말에 대한 결과를 망각합니다. 대부분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됩니다. 물론 그러다 여성까지 진심으로 그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분을 잊고 자기를 버리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 그리고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보고 읽을 때마다 다양한 맛을 경험합니다. 그래서 수천 년 인간의 역사와 함께 끊이지 않고 사랑 이야기는 계속 생산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가슴 졸이며 재미있게 남들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하기야 내가 경험하는 사랑은 나 하나로 한정됩니다. 그 한정된 내 사랑에 이러저러한 다양한 색깔을 가미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보고 읽는 것이지요. 그냥 대리만족이라 해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어쩌면 사랑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인생에 사랑의 향기가 없다면 무슨 맛으로 살겠습니까? 그리고 살고자 하는 의지도 의욕도 사라질지 모릅니다. 인생은 다양한 사랑으로 엮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진짜 사랑을 보다 화려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가짜 사랑을 만듭니다. 아마도 두 연인은 처음부터 그렇게 의기투합하여 철저히 계획하고 실행하였겠다 싶습니다. 필요한 것은 그의 막강한 부입니다. 그것을 도적질하여 자기네 사랑을 풍요롭고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나 당사자는 눈치를 채지 못합니다. 정말 사랑에 빠집니다. 어째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는지 대단하기도 합니다. 가장 가까운 친구의 약혼자를 빼앗은 일인데 말입니다. 원수지간이 되었습니다. 복수심을 갖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그들의 신혼여행에까지 따라나섭니다. 은근히 두렵지요. 절친에서 껄끄러운 관계가 되어 서로를 본다는 것은 행복한 신혼여행마저 흔들리게 만듭니다.
부를 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잘 아는 대로 산업혁명 이후 세계는 역사상 대단한 발전을 이루며 물질적 부를 축적해갑니다. 그것은 개인과 국가가 함께 이루어내는 작업이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식민지 쟁탈전이 발생하였고 개인적으로는 노동력 착취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게 쌓은 부이니 그 속에는 사람들의 원망이 스며있기도 합니다. 엄청난 부를 상속받은 ‘리넷’은 선대의 쟁취한 부를 누리고 삽니다. 그 힘으로 친구의 약혼자까지 빼앗습니다. 그 일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그녀의 부를 시기하거나 탐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대의 불미스런 축적으로 원망을 산 일과 더불어 본인의 곱지 못한 일까지 보태져 주변이 조용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약혼자를 빼앗긴 친구 ‘재클린’이 자꾸 신경 쓰게 만듭니다. 그러니 일단 유명한 탐정을 신혼여행에 동행시킵니다. 일종의 보디가드로 고용한 셈이지요.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이 축하객으로 이집트 나일강 유람선에 동승합니다. 그야말로 호화 파티를 벌입니다. 재클린이 거기까지 따라옵니다. 정식 초청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탈 수 있었을까요? 잠시 쉬는 사이 큰 사고를 당할 뻔하였습니다. 그런데 사고를 일으킨 사람은 리넷의 재정회계를 담당하는 직원이었습니다. 물론 나중에야 밝혀진 사실입니다.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하며 여행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다음 날 돌아가기로 하였는데 그 밤에 총 한방으로 저 세상 길로 갑니다.
이제 ‘포와로’ 탐정이 범인 찾기 놀이(?)를 시작합니다. 이미 축하객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승선하였지요. 돈이 많으면 진정한 친구가 없다고요? 일리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느냐, 어떻게 부를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가 변수입니다. 살인사건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목격자가 있기 때문이고 범인은 그를 가만둘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일련의 사건 속에서 포와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조사합니다. 과연 수사하는 그 과정이 흥미를 돋웁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극은 그 재미로 보는 것입니다. 영화 ‘나일강의 죽음’(Death on the Nile)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