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엉청 밝은달이 누리를 비춘다
누리의 밝음이 솔잎 사이로 스며든다
툭 ?
조용히 길을 걷는 나그네의 귓가로 들린다
알밤이 반짝이는 윤기를 더하며 떨어 지는 소리다
어디로 가시려 하는가 알밤의 내일을 헤아려 본다
청솔모의 친구로 다람쥐의 겨울 양식으로 자신을 내어 주시려는가?
그러면서
나는 누구의 양식이 될수 있는가를 생각해 낸다
이웃을 네몸 같이 사랑 하라 라고 하신 말씀에
집사람의 너그러운 미소를 한가운데 넣어 둔다
가을은 이렇게 이웃의 양식을 내어주는 풍년의 계절이다
그 가을의 양식으로 나는 오늘 두 다리로 땅를 짚고 서 있다
소슬하게 부는 가을 바람이 나의 이웃이다
가을 저녁 하늘을 비행 하는 달님이 나를 보시며
빙그레 미소를 보낸다
늘 그자리에 있어 주는 든든한 나의 후원자 달님 이시다
구름이 알짱 거린다고 화를 내시는법도 없고
늘 편안한 미소로 너그러움을 보내 주신다
가을에는
오이 가지 도마토 상추가 자라던 그 곳에
입주자를 바꾸는 계절 이다
배추며 열무가 그 자리를 차지 하고 푸른 이웃이 되어
아름다운 동네를 이루고 있다
한 바람이 일면 열무의 매콤한 초 가을의 냄새를 보낸다
붉은 고추는 힘이 다 했는지 푸른 잎새에 힘을 놓고는
달관의 경지에 이른 구도승 같다
빨간 얼굴을 자랑 하며 갸냘픈 머리칼을 날리는 당근의
향기가 가을의 아름다움을 더해 주는 오늘 이다
들깻잎 향기가 코끝을 향기롭게 하는 저녁나잘엔
돌판 구이에 당신의 잎새를 얹어 한입 가득히
넣을수 있도록 넓은 잎새사 가을 이슬을 담고 있다
이슬 향기를 더하고
가을 달님의 미소를 얹었으니 그 잎새의 향기가 경이롭다
달을 보며 멍멍멍 거리던 앞마당에 강아지가
가을 향기에 취했는지 곤한 잠을 청한다
해바라기가 커더란 얼굴를 내밀며 비쩍 마른 다리를 고추 세우고 있다
울넘어 오가는 이 점검을 하는 경비병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
한 여름 더위에 그을린 얼굴은
까만씨 되어 까만 얼굴을 내밀며
고추 잠자리 춤사위에 취해서 기쁨을 함박 웃음을 보낸다
해바라기 아랫도리를 감싸 안은 코스모스
가는 목을 한들 거리며 오가는 이에게 착한 인사를 보낸다
안녕 하세요
건강 하세요
행복 하세요
가는 허리를 연거푸 굽신 거리며 고운 마음을 보낸다
가을은 이들이 함께 하며 그들과 함게 살아 간다
영창가 달빛 아래 두툼한 책을 내놓는다
졸리운 나의 눈가를 어찌 알아 챘는지
귀뚜라미 노래를 불러 준다
졸지 마라
화내지 마라
여유롭게 마음을 내어라 라고 노래와 응원을 보내 준다
두툼한 책을 열고 연필을 들었다
나름 깊이 새기고 싶은 글귀에 줄을 긋는다
가을은 이렇게 아름답게 익어 가는데
칠순을 넘긴 나는 어찌 여물어야 하는가
책속에 깃이 있다
그들을 네 안에 넣어라
고통과 번뇌를 통해 일궈 놓은 마음밭을 이제는 쉬어야 한다
한겨울 쉬면서 힘을 넣어야 한다
그러면서 중얼중얼 되뇌인다
"하느님을 사랑 하여라 나를 사람하는 만큼 네 이웃을 사랑 하여라"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 시생
수상 행식 역부여시"......................
나의 마음의 정원에는 국화도 피고 코스모스도 피어 난다
그리고
감나무 열매가 탐스런 가을 연시를 달아 놓고 있다
따사로운 가을 햇볓이 향기롭다.
첫댓글 어디를 가도 어디를 봐도 다
아름다운 가을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