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처럼 진실한 물건도 없다.
술에 취하면 평소의 사상이나 불만 등이 거울처럼 비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인 비노 베리타스(In vino veritas)' 라는 라틴어 속담이 있다.
곧 술속에 진리가 있다는 뜻이다. 술이나 마시며 흉금을 탁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자 할 때 흔히 이 말을 쓴다.
이 말은 로마 시대의 과학자 프리뉴스가 쓴 '박물지: historia maturalis' 에서 유래된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의 취중진담에 방불한 말이다.
술에 취해 평상심을 잃은 자는 <信用>이 없는 자이며 우는 자는 <仁>인이 없는 자이고
화를 내는 자는 <義>의롭지 않는 자이며 <騷亂>소란한 자는 <禮義>예의가 없는 자이고
따지는 자는 <智慧>지혜가 없는 자이다 그런 까닭에 <俗人>속인이 술을 마시면 그 성품이 드러나고
<道人>도인이 술을 마시면 천하가 평화롭다.
무릇 술을 잘 마신다고 하는 것은 많이 마심을 뜻하지 않고 바르게 마시는 것을 뜻한다.
술을 마시는 절도(節度)를 모르는 자(者)가 많이만 마신다면 남의 정(情)을 해(害)치게 되며,
적게 마시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시경(詩經)에도 말하기를 술에 이미 취(醉)한 사람에게 더욱 권(勸)하는 것보다는 잘 마시는 것이 낫다고 하였다.
("과유불급"주나 색이나 간에 금언이다. 다음과 같은 생각이라면 구제 불능이다.
주색이 패인지본인 줄 나도 잠깐 알건마는
먹던 술 잊으며 예던 길 아니 예랴
아마도 장무의 하올 일이 주색인가 하노라.)
군자(君子)가 학문(學文)하는 여가(餘暇)에 술을 마심으로써 원만(圓滿)한 덕(德)을 성취(成就)하는 것이고,
먼 곳에서 벗이 왔을 때도 술이 아니고는 무엇으로 반길 수 있겠는가?
사람이 말로써 많은 뜻을 전(傳)하고 그 정(情)을 합(合)한다 하더라도 술 만큼 같지 못하다.
인간(人間)의 몸에 있어서 신기(神氣)는 뇌(腦)에서 오고
정기(精氣)는 황정(荒庭)에서 오는데 신기(神氣)는 내려와 정(情)을 일으키고,
정기(精氣)는 상승(上昇)해 신(神)을 안정(安定)시키면
몸과 마음은 원만(圓滿)하게 되어 이로써 선단(仙丹)을 성취(成就)하게 된다.
작인(酌人)이 취(醉)함에 있어서도
그 기운(氣運)이 위로 향(向)한즉 얼굴에 열(熱)이 모이고
머리에 혼란(混亂)이 오고 그 기운(氣運)이 아래로 향(向)한즉 정기(精氣)가 일어난다.
술의 기운(氣運)에서 정기(精氣)를 얻게 되면 이로써 작정(酌定)을 이룩하게 된다.
만일 군자(君子)가 선단(仙丹),작정(酌定)을 이루면
성인(聖人)의 도(道)를 성취(成就)하는 것은 멀지 않을 것이다.
혹자(或者)는 말한다.
주(酒)로써 몸을 상(傷)하고 수명(壽命)을 다하지 못한다고…….
그렇다(是也). 주(酒)가 몸에 약(藥)이 되지 못하고
그 혼란(混亂)한 독(毒)을 오랫동안 축적(蓄積)한즉 어찌 명(命)을 다할 수 있을까?
술의 독(毒)됨을 모르는 자(者)는 술의 약(藥)됨을 깨달아 얻을 수 없다.
천형(天刑)의 무서움을 모르는 자(者)는 천복(天福)의 다행(多幸)함을 모르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군자(君子)는 먼저 술의 이익(利益)을 생각하지 않고
그 독(毒)을 제(制)하는 데 힘쓰는 것이다.
술이란 마시지 않으면 큰 해(害)도 없고 큰 이익(利益)도 없다.
학문(學文)이라는 것도 이와 같다.
조금 아는 사람은 사람을 해(害)치고,
술도 제대로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自己)를 해(害)친다
두보=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
중국 최고의 시인이라는 뜻에서 시성(詩聖) 이백(李白)과 아울러 일컬을 때는 이두(李杜)
당나라 말기의 두목(杜牧)에 견줄 때는 노두(老杜) 대두(大杜) 라 불린다.
먼 조상에 진(晉)나라 초기의 위인 두예(杜預)가 있고 당(唐)의 초기 시인 두심언(杜審言)은 조부이다.
두보의 생애는 소년시절부터 시를 잘 지었지만 과거에는 급제하지 못했다.
20대 전반은 장쑤(江蘇) 저장(浙江)에서,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는 허난(河南) 산둥(山東) 에서 방랑생활을 하고,
이백(李白) 고적(高適)과 친교를 맺었다.
35세 때 장안으로 가서 현종(玄宗)에게 부(賦)를 바쳤으나, 관직에 오를 기회를 잡지 못해 궁핍하고 불우한 생활을 계속했다.
755년 44세 때 안녹산(安祿山)의 난을 만나 적군(賊軍)에게 잡혀 장안에 연금된지 1년쯤 뒤 탈출하여 새로 즉위한
숙종(肅宗)이 있던 펑샹(鳳翔) 행재소(行在所)로 급히 달려가, 그 공으로 좌습유(左拾遺) 직책을 받았다.
그러나 임관되자마자 곧 실각된 재상 방관(房琯)의 죄(안사의 난 때 전쟁에 패한 죄)를 변호하다.
숙종의 미움을 사서 휴직처분을 받았다.
당태종 이세민의 최 측근인 재상 방현령의 같은 후손으로써 미안할 따름이다.
북정, 자경부봉선현영회오백자, 월야, 애강두, 읽어 두시면 좋습니다.
寄李白(기이백)이백에게-(두보)
昔年有狂客(석년유광객) : 지난 날 광객이 있어
號爾謫仙人(호이적선인) : 그대를 적선이라 불었지
筆落驚風雨(필락경풍우) : 붓 들면 비바람도 놀라게 쓰고
詩成泣鬼神(시성읍귀신) : 시 지으면 비바람도 놀라게 한다
聲名從此大(성명종차대) : 명성이 이로부터 생겨났으니
汨沒一朝伸(골몰일조신) : 묻혀 살던 몸이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
文彩承殊渥(문채승수악) : 그대 아름다운 문채는 황제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고
流傳必絶倫(유전필절윤) : 세상에 유전되는 작품은 반드시 뛰어났네
龍舟移棹晩(용주이도만) : 황제의 배는 이백을 기다려 늦게 노 저어 가고
獸錦奪袍新(수금탈포신) : 시 잘 지어 짐승무늬 놓은 좋은 비단 받았다
白日來深殿(백일래심전) : 대낮에도 깊은 궁전으로 드나들었고
靑雲滿後庭(청운만후정) : 푸른 구름 같은 높은 관리들 그대 집 뒤 뜰에 가득했네
乞歸優詔許(걸귀우조허) : 초야로 돌아갈 것을 청하자 황제 조칙 내려 허락하니
遇我宿心親(우아숙심친) : 나를 만나서는 오랜 마음 친구처럼 친절하셨네
未負幽棲志(미부유서지) : 그윽이 숨어 살려는 뜻 어기지 않고
兼全寵與辱(겸전총여욕) : 총애와 욕됨을 겸하였다
劇談憐野逸(극담연야일) : 마음대로 이야기 나누며 시골의 편안함을 그리워하고
嗜酒見天眞(기주견천진) : 술을 좋아하여 천진한 기질을 보여 주었네
醉舞梁園夜(취무양원야) : 취하여 양원의 밤 연회에서 춤을 추었고
行歌泗水春(행가사수춘) : 사수의 봄을 다니며 노래했다
才高心不展(재고심불전) : 높은 재주 지녔으나 마음대로 펴지 못했고
道屈善無鄰(도굴선무린) : 앞길이 굽혀지니 착해도 따르는 이웃이 없었네
處士禰衡俊(처사녜형준) : 처사 예형은 뛰어난 인물이어도 숨어살았고
諸生原憲貧(제생원헌빈) : 공자의 제자 원헌은 가난하게 살았네
稻梁求未足(도량구미족) : 벼와 조 구하려도 구하지 못하였는데
薏苡謗何頻(의이방하빈) : 율무가 구슬이라는 근거 없는 비방 몇 번이던가
五嶺炎蒸地(오령염증지) : 오령 고개는 무더운 고장인데
三危放逐臣(삼위방축신) : 삼위로 쫓겨나는 신하 되었지
幾年遭鵩鳥(기년조복조) : 몇 년이 되어야 복조를 만날까
獨泣向麒麟(독읍향기린) : 기린을 향하여 홀로 눈물 짓는다
蘇武先還漢(소무선환한) : 한나라 소무보다 먼저 한나라로 돌아오고
黃公豈事秦(황공기사진) : 항공처럼 어찌 진나라를 섬기리요
楚筵辭醴日(초연사예일) : 초나라의 잔치 단술 때문에 떠나려하고
梁獄上書辰(량옥상서진) : 양나라 감옥에서 상서 하여 무죄를 밝혔지요
已用常時法(이용상시법) : 이미 당시의 법률을 적용하였으니
誰將此義陳(수장차의진) : 누가 이 바른 뜻을 말해줄까
老吟秋月下(노음추월하) : 늙은 몸으로 가을 달 빛 아래 시를 읊고
病起暮江濱(병기모강빈) : 저무는 강가에 병든 몸을 일으켜본다
莫怪恩波隔(막괴은파격) : 천자의 은혜의 물결 멀리 있다 여기지 말고
乘槎與問津(승사여문진) : 뗏목 타고 나루터 길을 묻어보게나
夏日李公見訪(하일이공견방)어느 여름날 이공이 나를 찾아와서 주다-杜甫(두보)
遠林暑氣薄(원림서기박) : 멀리 보이는 숲은 더위가 적어
公子過我遊(공자과아유) : 이공께서 나를 찾아 오셨다
賓居類村塢(빈거류촌오) : 가난한 내 집은 마을 담과 같아서
僻近城南樓(벽근성남누) : 외지게 성 남쪽 누대에 가까이 있다
傍舍頗淳朴(방사파순박) : 이웃 사람들은 모두 순박하여
所願亦易求(소원역이구) : 아쉬운 것도 쉽게 구한다네
隔屋問西家(격옥문서가) : 담 너머 서쪽 집에 묻기를
借問有酒不(차문유주불) : 술 가진 것 좀 없는가 하니
牆頭過濁醪(장두과탁료) : 담장 넘어로 막걸리를 건네준다
淸風左右至(청풍좌우지) : 맑은 바람 좌우에서 불어오니
客意已驚秋(객의이경추) : 손님은 마음속으로 이미 가을인가 놀란다
巢多衆鳥鬪(소다중조투) : 새둥지 많아 뭇 새들은 다투고
葉密鳴蟬稠(엽밀명선조) : 나뭇잎 무성하여 매미소리 요란하다
苦遭此物聒(고조차물괄) : 시끄러운 매미소리 듣기가 괴로운데
孰謂吾廬幽(숙위오려유) : 누가 내 집이 그윽하다 하는가
水花晩色靜(수화만색정) : 연꽃은 저녁 빛에 고요하니
庶足充淹留(서족충엄류) : 손님 잡아두기에 충분합니다
預恐樽中盡(예공준중진) : 술통의 술 떨어질까 미리 두려워
更起爲君謀(갱기위군모) : 다시 일어나 술 마련해 두려네
夢李白1(몽이백1)이백을 꿈에 보고-杜甫(두보)
死別已吞聲(사별이탄성) : 사별 후의 이별은 소리마저 삼켜버리나
生別常惻惻(생별상측측) : 생이별 뒤는 항상 슬프기만 하구나
江南瘴癘地(강남장려지) : 강남은 열병이 많은 땅인데
逐客無消息(축객무소식) : 귀양 간 그대는 소식 없어라
故人入我夢(고인입아몽) : 옛 친구 꿈속에 나타나
明我長相憶(명아장상억) : 나를 반기니 서로가 오랫동안 생각해서라
君今在羅網(군금재라망) : 그대는 지금 비단 이불 속에 있어야 하거늘
何以有羽翼(하이유우익) : 무슨 일로 날개가 달려있는가
恐非平生魂(공비평생혼) : 평상시 그대 모습 아니거늘
路遠不可測(로원불가측) : 길이 멀어 확인 할 수 없어라
魂來楓林青(혼래풍림청) : 혼백이 올 적엔 단풍나무숲 푸르렀는데
魂返關塞黑(혼반관새흑) : 혼백이 돌아가니 변방의 관문이 어두워지네
落月滿屋梁(락월만옥량) : 지는 달빛 집 마루에 가득하여
猶疑照顏色(유의조안색) : 여전히 그대 얼굴색을 비추고 있다
水深波浪闊(수심파랑활) : 물은 깊고 물결이 드넓으니
無使蛟龍得(무사교룡득) : 이무기나 용에게 잡히지 말게나
夢李白2(몽이백2)이백을 꿈에 보고-杜甫(두보)
浮雲終日行(부운종일행) : 뜬 구름 종일토록 하늘을 떠다녀도
遊子久不至(유자구불지) : 떠난 친구는 오래도록 오지 않네
三夜頻夢君(삼야빈몽군) : 한밤에 자주 그대를 꿈속에서 보니
情親見君意(정친견군의) : 우정의 친함으로 그의 마음을 보노라
告歸常局促(고귀상국촉) : 돌아간다 말할 때 항상 풀 죽어 보이고
苦道來不易(고도래불역) : 돌아오기 어렵다 괴롭게 말하네
江湖多風波(강호다풍파) : 강호에 풍파 잦고
舟楫恐失墜(주즙공실추) : 배 젓는 노 떨어뜨릴까 두려워하네
出門搔白首(출문소백수) : 문 나서며 흰머리 긁는 것이
若負平生志(약부평생지) : 평생의 뜻을 저버린 듯 하구나
冠蓋滿京華(관개만경화) : 높은 벼슬아치들 서울에 가득한데
斯人獨憔悴(사인독초췌) : 이 사람 내 친구는 홀로 얼굴 수척하다
孰云網恢恢(숙운망회회) : 누가 말했나, 하늘의 그물이 한없이 넓다고
將老身反累(장로신반루) : 늙어서 몸이 도리어 법망에 걸려들었네
千秋萬歲名(천추만세명) : 천추만년에 이름을 남긴다고 해도
寂寞身後事(적막신후사) : 죽은 뒤의 일은 적막하기만 하다
술은 목이 마를 때 목을 축이기 위해 마시고 그렇지 않을 땐 미리 목마를 것을 예상해서 마신다.
증위팔처사(贈衛八處士)위팔처사에게-두보(杜甫;712-770)
人生不相見(인생부상견) : 사람살이 서로 만나지 못함은
動如參與商(동여삼여상) : 아침저녁에 따로 떠오는 참성과 상성 같구나
今夕復何夕(금석복하석) : 오늘 밤은 다시 어떤 밤인가
共此燈燭光(공차등촉광) : 이 등잔 이 촛불을 함께 하였구나
少壯能几時(소장능궤시) : 젊고 장성하였을 때는 공부도 같이 하였는데
鬢發各已蒼(빈발각이창) : 벌써 귀밑머리 허옇게 되었구료
訪舊半爲鬼(방구반위귀) : 옛 친구 찾으면 반이나 죽었고
驚呼熱中腸(경호열중장) : 놀라서 이름 불러보니 간장이 다 찢어지네
焉知二十載(언지이십재) : 어찌 알았으랴, 이십 년 만에
重上君子堂(중상군자당) : 다시 그대의 집을 찾을 줄을
昔別君未婚(석별군미혼) : 옛날 이별할 때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兒女忽成行(아녀홀성항) : 어느새 자식들이 줄을 이었구나.
怡然敬父執(이연경부집) : 반가워 친구의 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고
問我來何方(문아내하방) :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신다.
問答乃未已(문답내미이) : 주고받는 인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驅兒羅酒漿(구아나주장) : 아이 시켜 술과 안주 차려오게 하는구나.
夜雨剪春韭(야우전춘구) : 밤비가 내리는데도 봄 부추 베어오고
新炊間黃粱(신취간황량) : 새로 지은 밥에는 누런 조를 섞었구나
主稱會面難(주칭회면난) : 인은 나에게 얼굴 보기 어렵다 하며
一擧累十觴(일거누십상) : 번 술잔에 수십 잔을 마신다
十觴亦不醉(십상역부취) : 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으니
感子故意長(감자고의장) : 대 내 생각이 깊은 줄을 알았도다.
明日隔山岳(명일격산악) : 내일이면 산 넘어 서로 멀리 떨어지리니
世事兩茫茫(세사량망망) : 인간사 우리 두 사람에게는 정말 막막하여라
가석(可惜)애석하여라-두보(杜甫)
花飛有底急(화비유저급) : 꽃잎이 날아 떨어짐에 급한 일 있어
老去願春遲(노거원춘지) : 늙어감에 봄이 더디 감을 원함이어라.
可惜歡娛地(가석환오지) : 애석하여라, 즐겨 노는 땅이여
都非少壯時(도비소장시) : 모두가 젊은 시절이 아니로구나.
寬心應是酒(관심응시주) : 마음 관대함에는 응당 술이오
遣興莫過詩(견흥막과시) : 흥을 풀 것은 시보다 나은 것이 없구나.
此意陶潛解(차의도잠해) : 이러한 뜻을 도잠이 알았으니
吾生後汝期(오생후여기) : 내가 태어남이 너의 기약에 뒤지는구나
입추후제(立秋後題)입추 뒤에 짓다-두보(杜甫)
日月不相饒(일월부상요) : 해와 달이 너그럽지 않아
節序昨夜隔(절서작야격) : 절기가 어젯밤에 바뀌었다.
玄蟬無停號(현선무정호) : 가을 매미는 울음 그치지 않고
秋燕已如客(추연이여객) : 제비는 이미 나그네 신세다.
平生獨往願(평생독왕원) : 평생토록 혼자이고 싶은 소망
惆悵年半百(추창년반백) : 이미 반백이 되었다니 쓸쓸하다.
罷官亦由人(파관역유인) : 벼슬 물러남도 남의 결정이니
何事拘形役(하사구형역) : 무슨 일로 육신의 부림에 구속되나.
여름날 밤의 탄식-두보(杜甫)
永日不可暮(영일부가모) : 긴긴 해 저물지 못하고
炎蒸毒我腸(염증독아장) : 찌는 듯한 더위 나의 애간장 괴롭힌다.
安得萬里風(안득만리풍) : 어찌해야 만 리 바람을 얻어
飄颻吹我裳(표요취아상) : 아의 치마에 불어 나부끼게 할까.
昊天出華月(호천출화월) : 넓은 하늘에 빛나는 달 솟아있고
茂林延疎光(무림연소광) : 무성한 숲에 성긴 빛이 머물러있다.
仲夏苦夜短(중하고야단) : 한여름은 밤이 짧아 괴롭고
開軒納微涼(개헌납미량) : 창문을 열어 조금 시원한 바람 들인다.
이백과 범은사를 방문하다-두보(杜甫)
李侯有佳句(이후유가구) : 이후에게 아름다운 시구 있으니
往往似陰鏗(왕왕사음갱) : 왕왕 음객의 시구와 흡사하다.
余亦東蒙客(여역동몽객) : 나 또한 동몽산의 나그네
憐君如弟兄(련군여제형) : 당신 좋아하기를 형제처럼 하였다.
醉眠秋共被(취면추공피) : 취하여 잠들면 가을에는 함께 이불 덮고
攜手日同行(휴수일동항) : 손을 맞잡고 날마다 동했었다.
更想幽期處(경상유기처) : 기약한 그윽한 곳을 다시 생각하며
還尋北郭生(환심배곽생) : 다시 고고한 북곽선생 찾는다.
入門高興發(입문고흥발) : 문을 들어서니 고상한 흥이 일고
侍立小童淸(시립소동청) : 모시고 서있는 어린 동자가 해맑다.
落景聞寒杵(낙경문한저) : 지는 햇볕에 차가운 다듬이 소리 들려오고
屯雲對古城(둔운대고성) : 쌓인 구름이 옛 성을 마주한다.
向來吟橘頌(향내음귤송) : 지금껏 굴원의 귤나무 노래를 읊었으니
誰與討蓴羹(수여토순갱) : 누구와 같이 고향 돌아 와 순채 나물국 찾을까.
不願論簪笏(부원논잠홀) : 벼슬아치의 비녀와 홀을 말하고 싶지도 않나니
悠悠滄海情(유유창해정) : 아득하다, 푸른 바닷가에 살고 싶은 마음이로다
飮中八仙歌(음중팔선가)술의 여덟 신선 노래-杜甫(두보)
知章騎馬似乘船(지장기마사승선) : 지장이 말을 타면 배에 오른 듯 흔들리고
眼花落井水底眼(안화락정수저안) : 눈앞이 어지러워 우물에 떨어지면 물 아래에서 잠든다.
汝陽三斗始朝天(여양삼두시조천) : 여양은 서 말 술을 마셔야 조정에 나가고
道逢麯車口流涎(도봉국거구유연) : 길에서 누룩 수레만 만나도 군침을 흘린다.
恨不移封向酒泉(한불이봉향주천) : 주천 고을로 벼슬을 옮기지 못함을 한스러워한다
左相日興費萬錢(좌상일흥비만전) : 조상은 날마다 유흥비로 만 전을 쓰고
飮如長鯨吸百川(음여장경흡백천) : 큰 고래가 백천의 물을 모두 마시듯이 술을 마시고
銜杯樂聖稱避賢(함배락성칭피현) : 술잔을 들면 청주를 마시지 탁주는 마시지 않는다.
宗之瀟灑美少年(종지소쇄미소년) : 종지는 멋쟁이 미소년으로
擧觴白眼望靑天(거상백안망청천) : 술잔 들고 흰 눈동자로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데
皎如玉樹臨風前(교여옥수임풍전) : 눈동자가 밝고 깨끗하여 옥 나무가 비람에 흔들리듯
蘇晋長齋繡佛前(소진장재수불전) : 소진은 부처님 앞에서 오래 기도하다가
醉中往往愛逃禪(취중왕왕애도선) : 술에 취하면 종종 참선한다는 핑계대기를 즐겨한다
李白一斗詩百篇(이백일두시백편) : 이백은 한 말 술에 시 백 편을 짓는데
長安市上酒家眠(장안시상주가면) : 취하면 장안 시장바닥 술집에서 잠을 잔다
天子呼來不上船(천자호래불상선) : 천자가 불러도 배에 오르지 않고
自稱臣是酒中仙(자칭신시주중선) : 스스로 술 취한 신선이라 부르네.
張旭三杯草聖傳(장욱삼배초성전) : 장욱은 세 잔은 마셔야 초서를 쓰는데
脫帽露頂王公前(탈모노정왕공전) : 모자는 벗고 맨머리로 왕공들 앞에 나타나서
揮毫落紙如雲煙(휘호락지여운연) : 종이 위에 붓을 휘두르면 구름 같고 연기 같다
焦遂五斗方卓然(초수오두방탁연) : 초수는 다섯 말은 먹어야 신명이 나는데
高談雄辯驚四筵(고담웅변경사연) : 고상한 이야기와 뛰어난 말솜씨는 사방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두보가 이렇게 타인의 주단을 매겼는데 두보 또한 고적 등과 술을 즐겨 마셨다.
이백은 술을 즐기면서 마셨지만<飮酒歌舞>두보는 일단 술을 마시면 나 처럼 가무는 취미가 없고
<斗酒不辭>차수 변경 하여 취할 때까지 마시고 말에서 떨어져 다쳤을 때도 병 문안 온 친구와 술을 마셨으니
술 중독으로 저 세상으로 갔다고 소문이 났다.
사실무근이지만 두보가 동정호에 빠져 죽었단 말이 있듯이 이백의 "월하독작2" 를 보면 그가 얼마나 달을 사랑했는지,
채석강에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단 말이 사실처럼 느껴진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두분 주당께 한없는 존경을 표합니다.
曲江1(곡강1)곡강에서-杜甫(두보)
一片花飛減却春(일편화비감각춘) : 한 조각 꽃잎 날아 떨어져도 오히려 봄이지만
風飄萬點正愁人(풍표만점정수인) : 회오리바람에 만 점 꽃잎 날리니 정말로 시름일세.
且看欲盡花經眼(차간욕진화경안) : 시드는 꽃잎 눈앞에 스치는 것 볼지니
莫壓傷多酒入脣(막압상다주입순) : 지나치면 해롭다고 술 마시는 일 막지 말라.
江上小堂巢翡翠(강상소당소비취) : 강가의 작은 집에 비취새 둥지 틀고
苑邊高塚臥麒麟(원변고총와기린) : 궁원 곁 높은 무덤에 기린 상이 누워있다.
細推物理須行樂(세추물리수행락) : 만물의 이치 자세히 미루어 즐거움을 누려야지
何用浮名絆此身(하용부명반차신) : 어찌 헛된 이름으로 내 몸을 묶어둘까
曲江2(곡강2)곡강에서-杜甫(두보)
朝回日日典春衣(조회일일전춘의) : 조회에서 돌아와 날마다 옷을 전당잡히고
每日江頭盡醉歸(매일강두진취귀) : 매일을 강 어구에서 취하여 돌아온다.
酒債尋常行處有(주채심상행처유) : 술빚이야 늘 가는 곳마다 있지만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 : 사람이 칠십 살기 옛날부터 드물다네.
穿花蛺蝶深深見(천화협접심심견) : 꽃 사이 나는 나비는 보일 듯 말 듯 날고
點水蜻蜓款款飛(점수청정관관비) : 물을 치고 나는 잠자리 천천히 날아다니네.
傳語風光共流轉(전어풍광공류전) : 만물은 함께 유전한다고 봄 풍광에 말 전하노니
暫時相賞莫相違(잠시상상막상위) : 잠시 감상함을 방해하지 말거니
강반독보심화(江畔獨步尋花)꽃 핀 강둑에 홀로-두보(杜甫)
江上桃花惱不徹(강상도화뇌불철) : 강가의 복숭아꽃 너무 좋아 떨칠 수 없어
無處告訴只顚狂(무처고소지전광) : 이 아름다움 알릴길 없어 미칠 것 같아
走覓南鄰愛酒伴(주멱남린애주반) : 서둘러 남쪽 고을로 술친구 찾아갔더니
經旬出飮獨空床(경순출음독공상) : 열흘 전 술 마시러 나가버리고 침상만 남아있네
절구만흥구수4(絶句漫興九首4)-두보(杜甫)
二月已破三月來(이월이파삼월내) : 이월 이미 지나고 삼월 오니
漸老逢春能幾回(점노봉춘능기회) : 점점 늙어가니 봄날은 얼마나 될까.
莫思身外無窮事(막사신외무궁사) : 몸밖에 무궁한 일은 생각 말고
且盡生前有限杯(차진생전유한배) : 생전에 유한한 술잔을 다시 또 마시리라
절구만흥구수5(絶句漫興九首5)-두보(杜甫)
腸斷江春欲盡頭(장단강춘욕진두) : 애끊은 강가에 봄날이 끝나려 하는데
杖藜徐步立芳洲(장려서보립방주) : 지팡이 짚고 천천히 걸어 향긋한 물가에 선다.
顚狂柳絮隨風舞(전광류서수풍무) : 미친 듯한 버들강아지는 바람 따라 춤추고
輕薄桃花逐水流(경박도화축수류) : 가볍고 엷은 복사꽃은 물 따라서 흘러간다.
절구만흥구수8(絶句漫興九首8)-두보(杜甫)
舍西柔桑葉可拈(사서유상섭가념) : 집 서쪽의 부드러운 뽕잎은 따야 하고
江畔細麥復纖纖(강반세맥복섬섬) : 강변의 가는 보리는 가늘고 가늘어졌어라.
人生幾何春已夏(인생기하춘이하) : 인생이 얼마나 사나, 봄은 이미 여름 되니
不放香醪如蜜甛(부방향료여밀첨) : 꿀처럼 향기로운 술잔을 결코 놓지 않으리라.
탄정전감국화(嘆庭前甘菊花)뜰 앞의 감국화를 탄식하며-두보(杜甫)
庭前甘菊移時晩(정전감국이시만) : 뜰 앞 감국화 때늦어 옮겨 심어
靑蕊重陽不堪摘(청예중양부감적) : 푸른 꽃이라 중양절에는 딸 수가 없다.
明日蕭條醉盡醒(명일소조취진성) : 내일 쓸쓸하게도 술기운 깨면
殘花爛漫開何益(잔화난만개하익) : 남은 꽃 찬란해도 딴들 무슨 도움 되랴.
籬邊野外多衆芳(이변야외다중방) : 울타리 가와 들판에는 온갖 꽃 많지만
采擷細瑣升中堂(채힐세쇄승중당) : 자잘한 꽃을 따서 중당에 오른다.
念茲空長大枝葉(념자공장대지섭) : 이렇게 헛되이 커다란 가지와 잎 키울 뿐
結根失所纏風霜(결근실소전풍상) : 뿌리 내릴 곳을 잃고 풍상에 얽힘을 생각한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술잔을 비울 시간은 충분하다.
人生七十古來稀, 고작해야 칠십 사는 것이 인생일진대 뭐 몇 백년 살 것처럼 아낄 것이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