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미운 넘 떡하나 더주라고?
새벽부터 엘리베이트 움직이는 소리가 요란하다. 아래층 젊은이들이 이사를 가는 모양이다. 별로 살갑지 않은 남자와 말수 적은 여자였다.
그들이 이사올때 생각이 난다. 이삿짐을 들여 놓는데, 남자의 부모인듯한 사람들이 아들더러 '집으로 가자'라고 말하였다. 두사람 다 가자는 말인지, 아들만 가자는 것인지 헷갈렸다. 요즘 세상은 같이 산다고 정식부부가 아닌 경우가 많아 관계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자신들의 아들에게만 가자고 했다면, 지금껏 장래를 믿고 함께 살아온 여자는 어쩌라고?
나는 사실 요즘 젊은이들이 눈맞아 함께 하다가 토라져 헤어지면 어떻게 될까 그게 걱정이다. 둘다 직장을 다니면 모를까 여자의 벌이가 없다면 맨몸둥이로 내몰리는 겪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이 살려면 혼인신고라도 해서 법적 의무라도 지우며 살아라.' 그게 나의 지론이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생할은 마냥 순탄하지만 않은듯 했다. 남자의 승용차가 아닌 업무용 차가 바뀌는 것을 보면서 직장이 안정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언젠가 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계단을 내려갔더니 경찰이 출동해 있었고, 남자가 술이 취해 횡설수설했다. 내가 말을 건네자 나에게 욕설 짓거리를 했다. 내가 욱~하니 경찰이 나를 다둑거렸다.
이후에도 또 한차례 그때도 술이 취해 자신의 집 아랫층 같은 호수의 현관문을 들고차서 혼자사는 아가씨가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그때도 가만히 서있는 내게 시비를 하였으나 술취하면 누구든 개가 된다는걸 읶히 알기에 참고 그의 행동을 주시했다. 경찰이 돌아가고 그는 나에게 기가 죽어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알았다. 누구는 술 안취해 보았냐 그런데 너는 아직 하수이다. ㅋㅋ'
3주쯤 전 대화가 별로 없던 여자로부터 갑자기 인천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순간 아하! 직장 잡아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운한듯, "이동네가 좋았는데, 다음에라도 이동네 오고 싶어요" 하길래, "돈벌어서 좋은 아파트에 살아야지 이동네는 뭣하려?" 하고 말해 주었다.
엇그제 남자 녀석을 만났더니 비슷한 말을 하기에 "집에도 애기 했는데, 이동네는 뭐하려와? 돈 많이 벌어 좋은데서 살라고."라고 했다.
나더러 "애를 먹여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도 술 좀 먹을줄아니 됐어요."하고 응대했다.
그래도 속은 있는 녀석이었다. 내게는 술주정보다, 시비조 말투가 항상 거슬려 미운 녀석으로 마음속 자리잡혔다. 좋아하는 술이라도 한잔 할걸 그랬나?
생각하니 그들이 떠난다고 유쾌한 기분이 아니다. 이지역에 부모를 두고 이름난 직장도 아닐텐데 먹고살기 위해 먼 타향으로 불안한 마음 간직하고 떠나는 그들이 안스러웠다.
먹고 살기 위해...따지고 보면 우리 자식들도 그러기 위해 처음부터 먼곳에다 그들의 보금자리를 내리지 않았던가?
엇그제 부산이 고향이라 어릴적 그곳에서 자랐다는 앞집 빌라 남자와 간단히 술한잔 하며,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부산에 젊은이들이 할일거리가 점차 사라져 간다는 것이었다.
언젠가 아프리카 세렝게티(Serengeti) 표범의 생활상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밀림이 점차 사라져 먹잇감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새끼들을 가진 표범이 목이를 주는 인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생명연장의 근원인 먹잇감, 하긴 지금은 사람보다 더 우대받는 개도 수천년 전엔 늑대였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먹이를 주니 그게 고맙다며 접근하며 꼬리를 흔들어 대는게지.
엘리베이트의 소음이 그쳤다. 이제 그 미운짓하던 남자와 말수없던 여자가 떠나간 모양이다. 창너머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날망정 얼마 남지않은 세월이지만 젊은이들의 앞날이 밝아오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