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채소
해조류(海藻類)에 대한 인식은 동양과 서양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해조류를 우리나라와 일본에선 '바다의 채소'로 여기는데 반해, 서양에서는 '바다의 잡초(seaweed)'로 인식하고 있다. 해조류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지에서 가장 많이 먹는다.
일본인이 해조류를 먹는 역사는 오래되어 석기시대부터 해조류를 어패류와 함께 음식 재료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해조류 소비왕국인 일본이 세계 최고의 장수(長壽) 국가란 사실을 바탕으로, 최근 서양의학계가 해조류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해조류는 다시마 · 미역 · 톳 · 실말 등의 갈조류와 김 · 우뭇가사리 등의 홍조류, 그리고 파래 등의 녹조류 세 가지로 크게 구분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500여 종 해조류 중 50여 종이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즐겨 먹는 해조류는 김, 미역, 다시마, 파래, 톳, 마자반, 청각 등이며, 해조류 섭취량은 1인당 연간 5㎏ 가량이다.
우뭇가사리를 익힌 다음 식혀 젤리 모양이 된 것이 '우무'이며, 이것을 동결 건조시키면 '한천'이 된다. 음식물을 과식하여 영양 과잉에 빠진 현대인에게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더하여 장내 청소를 해주는 우무와 한천은 뛰어난 건강식이다.
겨울이 제철인 김의 채취기는 12∼3월이며,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는 김은 재래김, 돌김, 파래김, 파래돌김, 파래재래김, 파래자반 등으로 구분되며 김에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구운 조미김이 추가된다. 좋은 김은 윤기가 흐르고 만져보면 탱탱한 탄력이 느껴진다.
미역은 5∼7월에 채취하며 재래미역과 실미역으로 나눈다. 재래미역은 암갈색으로 길이가 1∼1.5m 정도이며, 줄기가 딱딱하고 두꺼워서 오랫동안 푹 끓여 진한 국물을 낸다. 실미역(일명 비단미역)은 가늘고 부드러워 냉국이나 가볍게 끓이는 미역국용으로 적합하다.
다시마는 6∼8월에 채취한다. 상품(上品) 다시마는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을 띠나, 하품(下品)은 노란 빛깔이 난다. 다시마는 쌈을 싸 먹거나 말려서 튀각을 만들어 먹지만, 국물을 내는 데 가장 많이 사용한다. 다시마를 물에 넣고 끓이면 감칠맛이 진하게 우러나며, 멸치나 표고와 음식궁합이 맞다.
효용성
알칼리 식품인 해조류에는 단백질, 당질, 비타민, 무기질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즉 해조류는 피를 맑게 해주고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하며,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변비 예방에 좋다. 해조류에 함유되어 있는 철은 빈혈(貧血)을 예방한다. 고혈압, 동맥경화 등 각종 성인병(생활습관병)과 장암 등 각종 암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해조류 맛의 근원은 글루탐산, 아스파라긴산, 알라닌, 글리신 등의 아미노산이다. 해조류 지질은 불포화지방산이며, 탄수화물의 대부분은 식이섬유로 정장 작용과 콜레스테롤 등의 배설 작용을 한다. 갈조류의 푸코이단(fucoidan)은 헤파린과 같이 항혈전 작용을 한다.
무기질 성분은 요오드(iodine)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요오드는 갑상선호르몬의 원료이며 갑상선 장애를 방지한다. 또한 신진대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미역에 대량으로 함유되어 있는 엽록소는 구취 예방과 항암 작용을 한다. 해조는 채소와 같이 엽록소를 가지고 있으며 광합성에 의해 생육하므로 영양 성분은 채소와 비슷하다.
해조류에는 단백질이 평균 10% 정도 들어 있으며, 특히 김에는 40%가량 들어 있다. 김에는 타우린이 들어 있어 강압, 강심, 항혈전, 항콜레스테롤 등의 작용을 한다. 해조류에서 나오는 점액은 다당류 알긴산의 작용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강압 작용, 염분이나 식품첨가물 배설 등의 작용을 한다.
김에는 '눈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비타민 A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시력 보호, 야맹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김은 혈압 감소, 콜레스테롤 체외 배출, 비만 예방, 악성 빈혈 방지 등에 효과가 있다.
미역은 혈압 감소, 골다공증 · 갑상선 질환 · 변비 · 비만 · 식중독 예방, 항암 효과가 있으며 또한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한다.
다시마를 먹으면 유해 중금속 체내 흡수 억제, 콜레스테롤 체외 배출, 변비 · 비만 예방, 위점막 보호, 골다공증 예방, 뼈의 성장 발육 촉진, 방사선 체내 흡수 억제, 항암 효과 등이 있다.
한방 『동의보감』, 『본초강목』에서는 해조류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즉 김은 맛이 달면서 짜고 성질은 차다. 토하고 설사하며 속이 답답한 것을 치료하며 치질을 다스리고 기생충을 없앤다. 미역은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어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고 영류(갑상선 질환의 일종)와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한다. 오줌이 잘 나가게 한다. 다시마는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수종(水腫)을 치료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얼굴이 부은 것을 내리게 한다. 또한 누창(피부병의 일종)과 영류와 기가 뭉친 것도 치료한다.
미역, 다시마 등 갈조류에 함유되어 있는 미끈거리는 성분인 알긴산, 푸코이단은 콜레스테롤과 지방 흡수를 억제하고 담즙산을 배설시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또한 알긴산이 위에서 소장으로 가는 음식의 이동을 지연시켜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준다. 이때 해조류를 식초에 버무려 먹으면 당질 대사가 억제되므로 더욱 효과적이다.
사방 10㎝ 크기의 다시마 한 장에는 감자 한 개에 함유된 것보다 많은 양의 칼륨이 들어 있다. 칼륨과 알긴산은 소금 성분인 나트륨을 배출해 고혈압을 예방한다. 해조류를 먹을 때는 염분(소금) 제거가 중요하다. 따라서 간은 싱거운 듯해야 한다.
해조류의 과잉 섭취는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요오드를 과다 섭취하고 있다. 특히 갑상선(甲狀腺)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염(炎)이 있는 사람은 요오드가 많이 든 해조류나 해조류를 원료로 한 건강기능식품의 섭취를 삼가거나 대폭 줄여야 한다. 해조류는 날것으로 먹든 익혀 먹든 영양상으로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미역, 다시마로 조림을 할 때 너무 끓이면 건강 성분인 알긴산을 손실하게 되므로 적당히 끓여야 한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예약한 사람은 해조류를 일시적으로 먹지 않는 것이 정확한 검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해조류의 적정 섭취량은 김은 하루 서너 장(구이김 작은 팩 포장), 미역은 조리했을 때 작은 그릇 하나 분량, 다시마는 사방 3∼5㎝ 크기로 한 장이면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