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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09
S#1. 고기 집 (저녁)
8회와 연결해서...
은성 : (감정 누르며) 서울에 없다는 게 불안하지만, 할머니가 꼭 은우 찾아주신다고 하시니까 믿고 있을려구요.
(희망적인) 찾는 사람들도 몇 십 명으로 늘리셨대요.
백성희 : (헉, 더 놀라는)
은성 : 은우 잃어버리고 처음엔 정말 미칠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 할머니가 약속 하신 후에는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은우 걱정이 안되는 게 아니라요, 할머니가 꼭 찾아주시겠구나, 그런 믿음이 생겨요.
백성희 : (전혀 예상 밖 상황에 당황해) 장사장이 찾는다구... (상황 정리하는)
은성 : 그래서 그 집에서 나올 수가 없어요.
백성희 : 그래두... 아니 나는 이제부터 내가 은우 찾아볼려고 했는데... (하다 뭔가 퍼뜩 생각난) 은우를 우리가 찾아야지
왜 남한테 그런 신세를 져?
은성 : 네?
백성희 : 할머니 처음에는 그러셔도, 수십 명이면 그게 돈이 얼만데?
언제 찾을지도 모르는 은우한테 언제까지 그 돈을 쓰실 거 같니?
은성 : (멈칫해서 보는)
백성희 : (술술 나온다) 한 달이 걸릴지, 일 년이 걸릴지 모르잖아. (서울 쪽으로 관심 돌리는) 서울에서 잃어버린 애가 서울에
없다는 게 말이 돼? 은우가 낯선 사람 조용히 따라 가는 애니? 혼자서 버스 타고 기차 타면서 지방 갈수 있는 애야?
은성 : (혼란스러운) 어머니...
백성희 : 은우, 서울에 있어. (급한 심정이라 말 더 잘 나온다) 이 불경기에 일거리 잡은 사람들이 눈에 불 키고 은우 찾았겠니?
일당만 챙겨도 그게 어딘데? 괜히 전국 다 뒤지는 척 하면서 찾는 기간 길어지면, 할머니 점점 난처해지고,
그러면 결국 너만 골칫덩이 처치 곤란 되는 거야.
은성 : (멈칫하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백성희 : 그래, 그러니까 눈칫밥 먹기 전에, 은우 니가 알아서 찾는다고 하고 그 집 에서 나와. 내가 나서서 은우 찾을 테니까.
은성 : (잠시) 아뇨, 저 그냥 할머니 집에 있을래요.
백성희 : (멈칫하는)
은성 : 골칫덩이 되고 눈칫밥 먹을 거 겁나서 미리 은우를 포기할 순 없어요.
백성희 : 누가 은우를 포기하래? 너랑 나랑 찾자니까.
은성 : 어머니하고 제가 아무리 애써도, 할머니 보다 빨리 은우 찾을 수 없어요.
백성희 : (멈칫하는)
은성 : 어머니 저한테 신경 써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 은우만 찾을 수 있으면 어떤 취급도 견뎌낼 수 있어요.
그리고 저, 할머니 믿어요.
백성희 : (당황해) 아니 할머니를 믿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은성 : 대신 평생 할머니께 갚을 거예요. (메여서 다짐하듯)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할 거에요.
백성희 : (더 이상 말 못하는, 난감한) ...
은성 : 아빠가 도와주시는 거 같애요.
백성희 : (아빠란 말에 덜컥해서 은성 보면)
은성 : 빨리 은우 찾으라고 아빠가 할머니 만나게 해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백성희 : (찔린다. 흔들리는 시선 돌리는)
S#2. 거리 (저녁)
불안한 얼굴로 혼자 걷는 백성희.
백(E) : (불안 초조로) 산 넘어 산, 물 건너 물이라드니... 고평중, 우리 위한답시고 당신이 한 짓이... 이거야.
(원망)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S#3. 승미 집 거실 (저녁)
어둑한 거실. 지친 걸음으로 들어오던 백성희, 승미가 안 왔나... 보다 안방에서 새 나오는 불빛 보고 의아한 듯 다가간다.
S#4. 안방 (밤)
8회 66씬의 방 상태 그대로 늘어져있는 방안.
침대에 등 기대고 다리 뻗고 망연히 앉아있는 승미, 무릎에 등기 권리증 놓여있다.
백성희 : (들어오며 의아한) 승미야 너 여기서, (하다) 방이 왜 이래?
승미 : 엄마는... 정말 이해가 안 돼.
백성희 : (멈칫)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하다 등기 권리증 보는, 헉 놀라고)
승미 : (권리증 집어 들고 엄마 보며) 이 아파트가 왜 내 명의로 돼 있어?
백성희 : (당황해) 뭐하는 짓이야? 너 엄마 방 뒤졌어?
승미 : (일어서며) 이게 뭐냐구요!
백성희 : (권리증 탁 채며) 별거 아냐. 살림하는 여자들, 남편 몰래 다들 딴 주머니 하나씩은 있어.
승미 : (기막힌) 아파트가 딴 주머니야?
백성희 : 처음부터 아파트야? 푼돈 모아 몫 돈 만들고 굴려서 불린 거야. 다 너 결혼 할 때 쓸려구,
승미 : 또 나! 또 나 때문이지! 제발 그 나 때문이란 말 좀 하지 마! 지겨워!
백성희 : (굳어져) 지겨워?
승미 : (자조적인) 그래요, 나 알고 있었어. 엄마가 정말 방 한 칸 얻을 돈밖에 없었던 게 아니라는 거, 이 집 이사 와서 눈치 챘어.
백성희 : 눈치 채고 있었으면, 적당히 넘어가 주라. 엄마 지금 피곤해.
승미 : 그래도 이 정도로 빼돌려 놨을 줄 몰랐어, 정말 꿈에도 몰랐어. 이래놓고 왜 그 돈 밖에 안줬어? 방 하나라도 얻어줬으면
은우 안 잃어 버렸잖아!
백성희 : (은우 거론에 뚝 굳어지는)
승미 : 아버지 부도는 몰랐다 쳐! 은성이한테 반 나눠주기도 싫었다고 쳐! 엄마는 그런 사람이니까!
(안타까움) 근데, 도대체, 왜 그렇게 모질게 내쫓았어요? 왜 은우까지 잃어버리게 했냐구!
백성희 : (상황 더해져서 폭발하듯) 미련은 싹 자르는 걸로 안 되니까!
승미 : (멈칫하는)
백성희 : 뿌리까지 파내 버리지 않으면, 슬금슬금 또 자라나는 게 미련이니까. 방 한 칸 해주면 은성이 어렵고 힘들 때마다
내 생각 날 테니까. 절박하고 힘들면 찾아오게 될 테니까! 그럼 걔들하고 평생 못 끊을 테니까!
승미 : (그런 계산까지? 충격 받고 눈물 그렁해지는) 엄마...
백성희 : (자기도 힘들지만 버티는) 그래, 니 엄마 그런 여자야. 너하고 나 말고 그 누구를 위해서도 희생 따윈 안 해! 그게 나야!
S#5. 아파트 앞 (밤)
울음 참으며 보안 게이트 뛰어나오는 승미, 정처 없는 걸음 걷는다.
<프래쉬 컷>
-2회 28씬에서... ‘방 얻을 돈 구할 때까지만 은우 맡아주세요’ 하던 은성.
‘승미랑 은우를 어떻게 한방에서 지내게 하니?’ 하던 백성희.
-2회 30씬에서... ‘엄마, 다녀 오겠습니다’ 하던 해맑은 은우.
승미 : (현재, 마음 아픈, 가슴 짚으며 눈물 주르륵 흘리고)
S#6. 환 방 (밤)
팔베개하고 다리 꼬고 누워서 찜찜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는 환.
<8회 61씬 중에서>
은성 : (떨리는) 니가 가방 돌려준단 핑계로 나 이리저리 뺑뺑이 돌리던 날, 우리 아빠 돌아가셨어.
은성 : 너한테 끌려 다니느라고 아빠 마지막 얼굴도 못 봤다구!
환 : (영 마음에 걸리고 불편하다) 아- 진짜... (일어나 앉는)
S#7. 2층 거실 (밤)
올라오는 은성, 3층으로 가려는데 환, 방에서 나오다 은성 본다.
환 : (얼른) 그 얘기 다시 해봐.
은성 : (멈칫 돌아서 보면)
환 : 아까 했던 니 아빠 얘기 다시 해보라구.
은성 : (순간 울컥 오르지만 누르는) 됐거든요. (올라가려는데)
환 : (마음속에 다급함 있는지라) 너 또 거짓말 한 거 아냐?
은성 : (확 돌아보면)
환 : (아버지 얘기라 막하지 못하고 타박 조로) 아버지 그날 돌아가셨다며? 근데 왜 나 때문에 얼굴을 못 봐!
장례가 3일 장인데 말이 안 되잖아!
은성 : (딱 굳어지는) 자기 부모 가지고 거짓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환 : (맞는 말이다, 주춤) 누가 그렇대? 그러니까 말을 해보라구.
(하다) 신경 쓰이잖아!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을 나 때문에 못 봤다는데,
은성 : (말 자르며) 됐으니까 신경 꺼요.
환 : 신경 쓰이게 해놓고 끄라면 꺼지냐?
은성 : (이런 일에 신경 쓰는 환 처음이다. 뜻밖인데)
환 : (부아 난다) 다른 일도 아니고, 그게 보통 일이야? 아버지한테 마지막 인사를 못하게 만든 놈이
(손바닥으로 가슴 치며) 나라며!
은성 : 그래요, 우리 아빠 마지막 얼굴 그 쪽 땜에 못 봤구요, 왜 돌아가신 날 염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그쪽한테 말하기 싫어요.
환 : (의외) 돌아가신 날 염을 했다구? (핸드폰 울린다)
은성 : (순간 그때 기억에 시큰해지는)
환 : (핸드폰 꺼내들며) 염을 발인 날 안하고 돌아가신 날 하는 게 어딨어?
은성 : (퍼뜩 정신 차리는) 핸드폰 받아요. (훌쩍 수습하고 올라가는)
환 : (뭔가 있구나... 보다가 핸드폰 보면 ‘승미’ 떠있다. 받는) 어 승미야.
은성 : (가다가 멈칫, 힐긋 돌아보고 올라가고)
S#8. 거리 (밤)
한쪽에 서서 핸드폰하고 있는 승미.
승미 : (간절한) 오빠... 지금 좀 나와 주라.
S#9. 할머니 방 (밤)
환 빤히 쳐다보고 있는 할머니. 환, 할 수 없이 부탁하고 있다.
할머니 : 승미 만나러 가는데 왜 나한테 차키하고 돈을 달래?
환 : 애가 무슨 일이 있는지 급하게 좀 나와 달라잖아.
할머니 : 그런데?
환 : 버스 타고 언제 시내까지 나가? 빈 지갑으로 택시 탈수도 없고.
할머니 : 여태 니가 썼으면 너도 좀 얻어먹고, 둘 다 젊으니까 버스 타고 데이트 해.
환 : (답답하지만 누르고) 그럼 돈은 됐고 차만 좀 쓸게.
할머니 : 승미는 너 돈 없으면 안 되고, 차 없으면 안된다든?
환 : (아쉬운 처지라) 할머니, 내가 남자고 오빤데,
할머니 : (말 자르며) 너 이 할미 물로 보지 마. 예전에 니가 알던 할미 아냐.
환 : (낭패스럽지만 더 말 못하고)
S#10. 환 방 (밤)
멋진 슈트로 차려입고 돈 세 보는 환, 6, 200원 있다.
기막혀 하! 하는 환, 처음으로 돈 없어 느끼는 초라함으로 돈 물끄러미 본다.
S#11. 버스 정류장 (밤)
정류장에 서서 버스에서 내리는 환 보는 승미.
승미 : (애틋하게 환 본다)
환 : (얼른 다가와) 무슨 일이야?
승미 : (웃으며) 오빠가 버스에서 내리는 거 보니까 진짜 이상하다.
환 : 웃어? 우는 소리로 전화하드니 웃어?
승미 : 걱정했어?
환 : (시계 보며) 차도 못 쓰는 거 알면서 이 시간에 불러내는데 그럼.
승미 : (팔짱 끼며) 걱정했다니까 좋다...
환 : (뭔가 이상한, ? 승미 보고)
S#12. 한강 둔치 (밤)
캔 커피 들고 앉아있는 환과 승미. 승미, 복잡한 심정으로 강물 쳐다보고 있다.
환 : (승미 보며) 회사에서 혼났냐?
승미 : (앞 본채) 오빠는... 부모 원망해 본적 있어?
환 : (? 승미 보면)
승미 : (서글픈) 내가 이 집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난 왜 이런 부모한테 태어났을까, 그런 생각 해 본적 없어?
환 : 아줌마한테 혼났구나.
승미 : 내 부모는 왜 이런 사람일까... 오빠는 그런 적 없지?
환 : (툭 내뱉듯) 없어.
승미 : (당연하다는, 끄덕이며) 그래, 오빠는 없었을 거야.
환 : (자조적인) 난 그런 자격 없어.
승미 : (? 돌아보며) 오빤 가끔 이상한 말 하드라?
환 : (얼른 표정 수습하며) 너야말로, 너처럼 착한 애가 엄마한테 야단 좀 들었다고 그런 말을 해? 안 어울리게. (커피 마시고)
승미 : (울컥하는) 내가... 착해?
환 : 착하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화도 안내고, 착하지.
승미 : (날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찡해서 환 보는) 그렇구나...
환 : (시선 느끼고) 몰랐냐?
승미 : 아니 알겠어. 오빠 얼굴 보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
환 : (농담) 내 얼굴에 뭐 써 있어?
승미 : (웃으며) 응, 써 있어.
환 : (얼굴 만지며) 제대로 웃는 거 보니까 기분 풀렸네, 착한 유승미.
승미 : (환 보며 뭔가 생각에 잠기고)
S#13. 택시 정류장 (밤)
걸어오는 환과 승미. 빈 택시 서있다.
환 : 당분간 차 없어서 못 데려다 준다.
승미 : 알아. 낼 점심 때 봐, 오빠. (택시로 가려는데)
환 : 아니, 내일부턴 도시락 싸오지 마.
승미 : 왜?
환 : 얻어먹는 거 취미 없어.
승미 : 얻어먹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하다 서운한) 좀 그러면 어때서?
환 : 됐어, 싸오지 마.
승미 : 그럼 매장에서 직원들하고 점심 먹을 거야? (걱정에) 같이 안 먹을 거잖아.
환 :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문제고.
승미 : (또 느껴지는 거리감에 서운한 듯 보는)
S#14. 은성 방 (밤)
아빠 사진 액자 들여다보며 얘기하고 있는 은성.
은성 : 아빠... 어머니 미워하지 않길 잘했어, 그래도 내 걱정 하시드라... 은우 걱정도 하시구... (사진 속 아빠 얼굴 만지는)
S#15. 승미 아파트 외경 (다음날, 아침)
S#16. 승미 집 주방
출근 차림으로 들어오는 승미. 백성희, 상 차려놓은 식탁에 앉았다가 일어선다.
식탁 위에 도시락 싸놓고 승미 기다린 백성희.
백성희 : (차려는 놨지만) 아침 안 먹고 출근할 거야?
승미 : (엄마 외면하고 식탁 위에서 물 따르며) 생각 없어요. (물 마시고)
백성희 : (딸에게 들켰지만 도리어 차분하게) 환이 도시락 싸놨어, 갖고 나가.
승미 : (멈칫 보는)
백성희 : 담주부터는 어떡할 거야? 환이 10시 출근이라며, 출근 시간 엇갈려 어떻게 전해 줄 거야?
승미 : (담담한) 이제 도시락 필요 없어요. 오빠가 도시락 싸오지 말래.
백성희 : 환이가 싸오지 말래? 거봐, 내가 뭐랬어? 한번으로 끝내라니까.
승미 : 출근할께요. (나가는)
백성희 : (냉정하게) 엎질러진 물이야.
승미 : (멈칫 서고)
백성희 : 엎질러진 물... 깨끗이 닦아내는 수밖에 없어. 말끔히 닦고 잊어버려.
승미 : (뭔가 결심한 후라 대꾸 없이 엄마 돌아보는)
백성희 : (어쩔 수 없이 설득조로) 흔적 없이 닦으면 아무 것도 안 느껴져.
승미 : (차분히) 출근해요. (돌아 나가는)
백성희 : (뭔가 다른 딸 의아한 듯 바라보고)
S#17. 환 집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할머니. 영란과 정, 방금 받아든 만원 한 장씩 손에 쥐고 나란히 앉아있다.
할머니 : (이게 무슨 소리야?) 돈을 더 달라구?
영란 : (기세에 찔끔, 얼른 빠르게 말하는) 아니 아니 아니에요 어머니! 제가 쓸 돈 을 달라는 게 (강조하는) 절대 아니구요,
정 : (냉큼) 비상금!
할머니 : 비상금?
영란 : (만원 만지작거리며 하소연) 사람이 주머니가 텅 비어서 다닐려니까 어찌나 속이 허한지,
아침 점심 저녁 세끼 꼬박 챙겨 먹어도 항상 배가 고파요.
정 : 난 이제 세끼로 안 돼, 할머니. 밤마다 한 끼 더 안 먹음 잠이 안와.
할머니 : (기막힌) 지갑에 돈만 두둑하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를 거 같냐?
영란 : 사람 꼴이 우스워져서 그래요. 버스 탈려다가두 혹시 차비 잃어버렸나 막 확인하게 되구요.
정 : 친구 만나서도 진짜 초라해. 있으면서 안 내는 거 하고, 없어서 못 내는 거 하고 하늘 땅이야.
할머니 : 돈이 그런 거야, 그렇게 무서운 거야.
영란 : 그러니까 어머니, 비상금 좀 채워 갖고 다니게 해주세요, 네? 절대 안 쓰고 지갑에 넣어만 다닐게요.
정 : 나두.
할머니 : 얼마나?
영란 : 백만 원만 주세요.
정 : 나두.
영란 : (할머니 눈치 보며) 니가 왜 백만 원이나 필요해? 정이는 한 50 만원만 주셔도 돼요.
정 : 엄마!
할머니 : (여지없이 바로) 월급 받아서 니들 돈으로 지갑 꽉꽉 채워갖고 다녀.
영란 : 어머니이-
할머니 : 우리 직원들, 하루 만원도 안 쓰는 직원들 수두룩이야. 명단 갖다 주랴?
영란 : (작전 바꿔 항의하는) 어머니 정말 너무하세요, 민석씨이, 저 어머니한테 이런 대접 받는 거 알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요.
할머니 : 민석인 내가 만나서 다독일 테니 걱정들 붙들어 매셔.
정 : (놀라) 할머니가 아빨 어떻게 만나?
할머니 : 관 뚜껑 덮고 들어가면 만나지 어떻게 만나?
영란 : (놀라) 어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정 : (졌다) 할머니 진짜 우리 겁주는데 선수야.
할머니 : (자조적인)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 향해 가는 거야, 한 발 또 한 발...
S#18. 환 몽타주
-매장. 대걸레질 하던 환, 들어오는 손님 두 명 보고 못 본 척 슬쩍 몸 돌린다. 그런 환 보는 점장.
-거리. 점심시간 맞아 혼자 점심 먹으러 나온 환, 음식점 찾아 어슬렁거리다 돈가스 전문점 보고 들어간다.
-돈가스 집. 점심시간 지나 한가한 매장. 벽시계, 2시 30분 가리키고 있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 돈가스 ‘6천원’ 써있고 그 아래 혼자 앉아서 돈가스 먹고 있는 환, 혼자서도 각 잡고 도도하게 먹는다.
-스타벅스류의 커피 전문점 안. 카운터에서 ‘2,500원’ 써있는 오늘의 커피 가리키며 ‘저거’ 하고 3천원 탁 내놓는 환.
S#19. 커피 전문점 앞
작은 사이즈 커피 들고 나오는 환, 한 모금 마시면서 걸음 옮기다가 뚝 멈춘다.
얼른 왼쪽 주머니 뒤지는 환, 커피 왼손으로 바꿔들고 오른 쪽 주머니 뒤진다. 꺼내보면 달랑 500원 동전 나온다.
환 : (아차) 아- 옷 갈아입고 나온 걸 깜빡했네, 분명히 2천원 있었는데... (집에 갈 차비 또 모자라다. 낭패스럽게 동전 보는)
S#20. 매장 앞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는 창진. 은성, 의아한 얼굴로 나온다.
창진 : (얼른 다가오며) 은성씨!
은성 : (영문 몰라) 여기 웬일이세요?
창진 : 은성씨, 혜리 지금 어딨어요?
은성 : 혜리요? (하다 놀라) 혜리한테 무슨 일 있어요?
창진 : (은성 기색에) 혜리가 아무 말 안했어요?
은성 : 무슨 말이요? 며칠 전에 왔었는데 암말 없었는데?
환 : (저만치서 커피 들고 다가오다 은성 보고 멈춰 서는)
창진 : 이번엔 진짜 끝낼 생각인지 가게도 관두고 전화도 안 받아요.
은성 : (놀라) 가게를 관두다니, (하다) 싸웠어요?
창진 : (고개 푹 숙이며) 내가 또 사고 쳤어요...
환 : (둘 분위기 심상치 않다) 뭐야, 또 남자야?... (매장 쪽으로 가며 힐긋 보고 들어가고)
은성 : (시선 느낀 듯 돌아보다 환이 들고 있는 커피 컵 보는)
S#21. 휴게실
핸드폰 들고 들어오는 은성. 유니폼 갈아입고 탈의실 쪽에서 나오는 환.
은성 : (혜리에게 핸드폰 하려다 멈칫하는) 점심시간 15분 더 쓴 거 알아요?
환 : (은성 아버지 일로 맘에 걸리는 게 있어서 한풀 꺾여) 지도 근무 시간에 전화하러 와 놓구는.
은성 : 난 지금부터 휴식 시간이거든요? 40분간?
환 : (말문 막히자 툭 던지듯) 너 참 아는 남자 많드라? 준세 형 하고도 안다며?
은성 : (무시하고) 퇴식할 때는 어디를 봐야 한다구요?
환 :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튀어 나오는) 입구!
은성 : (정말 외었네? 멈칫하면)
환 : (묻는다고 대답한 자신이 짜증난다) 기본 제공 물, 컵, 접시 두 개! 휴식은 (휴게실 가리키며) 여기서! 됐냐?
은성 : 제일 중요한 거요, 인사.
환 : (멈칫하면)
은성 : (나무라는) 며칠 째 손님 앞에서 (환이 했던 대로 어정쩡한 몸짓으로 인사하는 몸짓과 웅얼거리는 말투 흉내 내며)
어서 오세요... 이러고 있잖아요!
환 : (맞는 말이지만 버티는) 그게 내 스타일이야.
은성 : (욱한다. 더 오버해서 다리 한쪽 삐딱하게 건들거리는, 환이 주문 받는 시늉하는) 시켜요. 이렇게 주문 받는 것도
그쪽 스타일이에요?
환 : (오버한 몸짓 흉내 기분 나쁜) 내가 언제 그렇게 주문 받았어?
은성 : (시큰둥한 말투 흉내 내며) 시켜요. 그렇게 안했어요?
환 : (할 말 없다. 옆으로 고개 돌리며) 후-
은성 : (예의 바르게 몸 숙여 웃으며 인사하는) 어서 오세요- (웃는 낯으로 몸 일으키며) 이게 어려워요?
(또 웃는 낯으로) 손님 주문하시겠습니까? (딱 정색하고) 이게 어렵냐구요!
환 : 쉽겠냐? (나한테?)
은성 : (기막힌 듯 보다가) 그럼 해 봐요. 아니, (명령하듯) 해요!
환 : 뭐?
은성 : 어려우면 연습 하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
환 : (버럭은 아니고) 니 앞에선 안 한다니까!
은성 : (답답하고 안타까운) 그 쪽이 제대로 안하면, 내가 점장님한테 욕먹어요. 왜 자기가 불성실해서 남한테 피해를 줘요?
환 : (맞는 말에 흔들리지만 은성에게 굽힐 순 없다. 빈정대듯) 또 가르치지.
은성 : (욱 오른다. 보다가 같이 빈정대는) 나한테 배우기 싫으면 잘하시든가? 내 앞에서만 못하나? 손님 앞에서도 못하잖아.
환 : (욱해서) 너 지금 나한테 말 놨냐?
은성 : 근무 중에는 직원끼리 존대 사용이 원칙인데 너 반말하잖아. 그럼 나도 반말해야 되는 거 아니니?
환 : 이게 죽을라구.
은성 : (웃긴다는) 니가 뭔데 날 죽여? 니가 우리 회사 사장님이야? 여기 점장님이야? 넌 그냥 우리 본점 파트타임 직원이야!
환 : (도저히 말로 못 당한다) 그래 할머니 믿고 계속 그렇게 까불어라. 얼마나 가나. (피하듯 나가려면)
은성 : 우리 손님들 무시하지 마!
환 : (홱 돌아보면)
은성 : (다가와서) 니 할머니가 수십 년 고개 숙이고 정성 쏟아서 오게 만든 손님 들이야! 할머니, 그 손님들한테 설렁탕 팔아
너 키웠어! 그 돈으로 먹고 입고 살았으면서, 재수 없게 굴지 마! (확 밀치고 나가버리는)
환 : 저게! (울화 치밀어 보는)
S#22. 매장
한가한 매장. 한쪽에서 입구 쪽 보며 그릇 치우고 있는 환. 손님 둘 들어온다.
손님 본 환, 여전히 ‘어서 오세요-’ 못하고 몸 돌려 못 본 척 한다.
은성 : (배식하다 손님 보는, 웃으며) 어서 오세요-
수재 : (얼른 다가와) 이리 오세요. (손님 안내하고)
점장 : (환에게 다가오는) 이봐, 선우 환.
환 : (점장 보는)
점장 : (싸늘하게 보며) 너 계속 이럴 거지? 손님 들어오면 쌩까고 무시하고, 그럴 거지?
환 : 입구 쪽에 누구 (인사할 직원) 있습디다.
점장 : (환 노려본 채) 고은성씨!
은성 : 네. (얼른 다가오면)
점장 : (여전히 환 쳐다본 채 은성 매섭게 야단치는) 고은성씨 뭐하는 사람입니까! 왜 이렇게 책임감이 없어요?
이 친구 교육 맡긴 게 며칠 짼줄 알아요? 교육 핑계로 둘이 놀다 옵니까?
환 : (정말 자기 때문에 은성이 야단맞는 상황에 당황하는데)
은성 :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점장 : 선우환 홀에 못 나오게 하고, 설거지 시키면서 주방 일 가르쳐요!
환 : (설거지? 헉 하는)
은성 : 알겠습니다...
점장 : (그제야 은성 보며 일부러 차게) 설거지도 제대로 안하면, 고은성씨도 근무 태만으로 같이 본사에 보고 합니다. (싹 가는)
은성 : (뒤에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 거봐, 하며 환 쏘아보는)
환 : (은성 말 대로 됐다. 할 말 없고 쪽팔린다. 외면하고)
S#23. 주방
환은 설거지하고 은성은 설렁탕 그릇에 고기 그램 달고 있고 은숙, 고기 담긴 그릇에 설렁탕 퍼서 주는 배식 담당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하기는 하는데 안 해 본 일이라 천천히 엉성하기 그지없는 환,
옷에 물 튀자 엉덩이 뒤로 빼고 설거지하는데.
은숙 : 어이! 선우 환씨!
환 : (돌아보면)
은숙 : (오라고 손짓하며) 주임님 회장실 좀 다녀올 동안 대타 좀 하시죠.
환 : (고무장갑 벗고 다가가면)
은숙 : (뜨거운 그릇 잡기 위한 장갑 벗어주며) 자! 5분간 실습 타임! (나가는)
은성 : (환 모른 척 무시하고 있고)
환 : (육수 통 가까이 가자 멈칫하는, 설렁탕 냄새 싫어하는 그만의 아픈 비밀 있음. 괴로운 듯 찡그리는데 핸드폰 울린다.
보면 ‘영석’ 떠 있다. 받는) 나다.
은성 : (막 들어온 주문 표 보고 고기 그램수 다는 동안)
영석(휠) : 환아, 너 다섯 시 퇴근이라 그랬지? 퇴근하고 좀 만나자.
환 : (돈 없어서) 됐어, 바뻐!
은성 : (고기 담긴 그릇 탁 주며) 통화는 있다가 하지 그래요?
환 : (핸드폰 귀와 어깨에 끼고 오른 손으로 그릇 받으며) 바쁘다니까. (냄새에 찡그리며 그릇에 설렁탕 푸는, 순간 장갑 안 끼고
맨손에 잡은 놋그릇 뜨 겁다. 놀라) 으아! (하며 본능적으로 왼 손으로 그릇 잡다가 그릇 놓치면서
뜨거운 설렁탕 국물 왼 손과 바지 정강이 부분에 쏟아진다)
은성 : (다른 그릇에 고기 넣다가 놀라서 돌아보는)
환 : (순간 데이고) 아- (핸드폰도 놓치고 어쩔 줄 모르는데)
은성 : 어머 어떡해!
수재 : (막 빈 그릇들 퇴식 대에 올려놓다가 놀라) 왜 그래요? (뛰어 들어오는)
환 : 아... (뜨거운 바지 걷어 올리는데 데여서 정강이 빨갛다)
주방 직원들 : (놀라 왜 그래? 하며 모여들고)
수재 : 덴 거에요?
직원 : (주방 직원, 남, 다가오며) 수재씨, 연고 사와.
은성 : (그 말에 뭔가 생각난 듯 확 뛰어 나간다)
S#24. 휴게실
바지 한쪽 걷고 빨개진 왼손 등 화기 식히려 호호 불며 들어오는 환, 낭패스럽고 짜증나서 의자에 털썩 앉는데
은성, 치약 들고 들어온다.
환 : (불다가 은성 보는, 창피해서 멈추는데)
은성 : (치약 뚜껑 열며) 손 내밀어 봐요.
환 : (보는, 퉁명) 손은 왜? (하다 잘못 들고 온줄 알고) 치약 들고 뭐 하냐, 너?
은성 : 가볍게 데인 데는 이거 바르면 화끈거리는 거 없어지고 물집도 안 생겨요.
환 : (어처구니없는) 야! 무슨 덴데 치약을 발러!
은성 : (환은 싫지만 할머니 생각해서 다친 환 챙기는, 급한 마음에) 내기 할래요? 이거 바르고 화기 가라앉는지 아닌지?
얼마 걸래요? (생각난) 77만원 빵!
환 : 77만원?
은성 : 나한테 77만원 안 갚아도 된다구요! 효과 없으면! (치약 짜고)
환 : (화끈거린다. 다시 후- 부는데)
은성 : (환 손 탁 잡아서 데인 부분에 치약 바르는)
환 : (놀라) 야! 야!
은성 : 가만히 좀 있어요! (얇게 펴 바르는)
환 : (겁나서) 이게 겁도 없이, (하는데 시원하다. 어? 멈칫 보면)
은성 : (손등 다 바르고 쪼그리고 앉으며 환 발목 잡아 앞으로 발 끌어내며) 살짝 뎄을 때, 화기 빼는 데는 이게 직빵이에요.
환 : (멈칫하는, 자기 위해 뭔가 해주는 은성 뜻밖인 듯 보고)
은성 : (정강이 부분에 정성 들여 펴 바르며) 원리는 모르겠지만, 우리 외할머니 표 민간요법이에요.
환 : (손 등 보는, 정말 화끈거림 없어졌다. 신기한 듯 보는)
은성 : (다 바르고 쳐다보며 아픈 사람이라 좋게) 다 마른 다음에 씻어내고 수재씨가 연고 사오면 발라요.
환 : (머쓱하다) 아니기만 해봐.
은성 : (일어서며 다시 냉랭) 77만원 갚을 생각이나 해요. (싹 나가는)
환 : (발 쭉 뻗어 치약 발린 정강이 보고 다시 문 쪽 보는, 은성 모습 뜻밖이고)
S#25. 화장실
치약 묻은 손등 씻고 있는 환. 수재, 화상 연고와 밴드 들고 옆에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수재 : (호기심) 어때요? 진짜 화기 빠졌어요?
환 : (다 씻고 보면 붉은 기는 남았지만 화끈거림은 사라졌다) 진짜네...
수재 : (신기한) 우와-
S#26. 주방
손등에 밴드 붙이고 머쓱하게 들어오는 환.
은숙과 점장 등 직원들, 또 사고 쳤네... 하는 얼굴로 보고 있고 은성, 쌓인 설거지하고 있다.
은숙 : (미안함 반, 한심함 반) 아니 어떻게 하는 일마다 사고를 치냐...
환 : (대꾸 없이 설거지대로 가다가 은성 보고 멈칫하는)
은성 : (설거지 하다 돌아보는)
환 : 비켜.
은성 : (여전히 냉랭한) 됐으니까 그릇 정리나 해요.
환 : 내가 한다구!
은성 : 고무장갑 껴도 물 들어가면 덧나니까, 낼부터 해요.
환 : (자기 걱정해주는 말이 또 뜻밖이고)
S#27. 승미 집 거실
소파에 앉아서 고민하고 있는 백성희.
은성(E) : 할머니가 꼭 은우 찾아주신다고 하시니까 믿고 있을려구요. (희망적인) 찾는 사람들도 몇 십 명으로 늘리셨대요.
백(E) : (기막혀 한탄 조) 이래서 돈이 좋은 거야. 몇 십 명을 풀었으면 찾는 거 시간문젠데...
(딱 결정하는) 노인네 찾기 전에, 내가 먼저 데려오는 수밖에. (일어서는)
S#28. 승미 방
외출복 차림으로 앨범 찾아 이리저리 뒤지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아니 분명히 앨범 보는 걸 봤는데 그게 어디 갔지? (몸 바로하며) 얘가 대체 앨범을 엇다 둔거야?
(핸드폰 집어 들어 보면 ‘승미’ 발신 번호 여러 번 찍혀있다. 다시 누르며 애타는) 회의 중이야,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어?
은우 사진 있어야 되는데... (하다 멈칫, 꺼있다는 안내 나온다, 아휴... 낭패스러운)
S#29. 진성 본사 사무실
컴퓨터에 부동산 사이트 열려있고 부동산 번호 메모하고 있는 승미, 옆에 수첩에 은우 사진 꼽혀있고
책상 다리 안쪽에는 앨범과 고평중 수첩 등 담긴 쇼핑백 놓여있다.
사이트 닫고 메모지와 핸드폰 집어 들고 나가는 승미.
S#30. 비상구
메모지 보며 버튼 누르는 승미.
승미 : (잠시) 여보세요? 부동산이죠?... 저기 집을 팔려고 하는데요... (잠시) 아파트요, 백마 아파트요... (표정 단호해지는)
S#31. 도로
굳은 얼굴로 운전하고 있는 백성희.
S#32. 매장 앞
퇴근하러 슈트 입고 나오는 환, 난감한 표정으로 몇 걸음 걷다가 멈춰 선다.
주머니에서 500원 동전 꺼내보는 환, 한숨 푹 내쉬며 매장 돌아보는데 퇴근 차림으로 나오던 은성, 환 본다.
은성 : (시선 마주치자 멈칫 서는)
환 : (쟤한테 또 차비 얘길 해야 하나... 갈등하는)
<7회 66씬 중에서>
은성 : (기가 차다) 어떻게 주머니에 버스비 천원도 없는 사람이 남은 돈을 줘버려요?
있다가 집엔 어떻게 갈 거예요? 나한테 또 달랠 거예요?
환 : (현재, 도저히 또 말 안 나온다. 몸 싹 돌려 팔짱 끼고)
은성 : (뭐야?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가는)
환 : (손에 쥐고 있던 500원 동전 보는, 결심한 듯 주머니에 넣으며) 버스로 20분? 그래, 걸어간다!
(은성과 반대편으로 걸어가는데)
영석 : (달려와 끽 차 세우는, 열린 차창으로) 환아! (이후 내리고)
환 : (돌아보는, 영석 보고 놀라) 어? (했다가 반가운) 진영석!
영석 : (너무 반가워하는 환 뜻밖인데)
환 : 야 반갑다!
영석 : (이상하다) 너 왜 그러냐? 아까는 바쁘다고 막 악까지 쓰면서 성질 부리드니.
환 : (뒤늦게 생각난) 너 땜에 자식아, (하다 다시 가오 잡고) 여긴 왜 왔는데?
영석 : (웃으며) 너하고 어머니한테 상의할 게 있어서.
환 : 니가 나면 몰라도 우리 엄마하고 상의할게 뭐가 있어?
영석 : (얼른 설레발치는) 일단 집에 가자, 가서 얘기해. (차로 가는)
환 : (영문 몰라 보는)
S#33. 편의점
손님이 산 물건들 봉지에 담고 있는 혜리. 은성, 들어온다.
혜리 : (건네며) 여깄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은성 보는)
은성 : (보자마자 다가오며 나무라는) 이혜리! 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혜리 : (웃으며) 5분만 기다려, 다 끝났어.
S#34. 편의점 앞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은성과 혜리.
은성 : 그럼 창진씨가 니네 집 전세 계약서까지 잡혀서 주식을 한 거야?
혜리 : 이번이 주식으로만 세 번째 사고 친 거야.
은성 : 그래서 정말 헤어질 거야?
혜리 : 나 힘들 때 좋아했고 도와준 사람이라 못 헤어졌는데... 그 사람 사고 뒤처리 하느라고 술집에서 일하는 거
더는 안하고 싶어.
은성 : (이해된다. 보다가) 그동안 잠은 어디서 잤어?
혜리 : (웃으며) 돈 없고 갈 곳 없는 중생들의 휴식처! 찜질방.
은성 : 찜질방? 야 부암동 내 방 비어있는데 왜 찜질방에서 잤어?
혜리 : 너한테 얘기하면, 그 사람한테 시달릴 거 뻔하니까. 뭘 나 복잡한 거까지 너한테 얹어 주냐? 손가락만한 그 목 부러지게?
은성 : (울컥, 혜리 머리 콩 쥐어박으며) 나쁜 년! 이 고은성을 뭘로 보구?
혜리 : (맞고 잠깐 찡그렸다가 은성 보며) 고은성, 내 흉내 내지 마, 넌 안 어울려.
은성 : 뭐가 안 어울려? 내가 이래 뵈도 너한테 10원 한 장 안 뜯기고 보름을 맞고 버틴 깡이야!
혜리 : 치, 맞기만 했냐? 너도 사이사이 나 꽤 때렸어.
은성 : 그러니까! (미안한) 부암동 방, 오면서 부동산에 내놨어. 보증금 빼서 줄게.
혜리 : 야, 그 방은 낼이라도 은우 찾으면 살아야 될 방이잖아!
은성 : 스파이 할 때 남은 돈에 첫 월급 타고 우유 배달비 받고 그러면, 지방 가서 월세 방 구할 수 있어.
회사는 그쪽 지점으로 근무 신청 낼 수 있거든. 아! 77만원 받을 것도 있다!
혜리 : 지방? (딱 정색하고) 됐으니까 당장 부동산에 취소 전화 해.
은성 : 너 방도 없이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데, (말도 안 된다는) 니가 빌려준 돈으로 얻은 방을 그냥 두라구?
혜리 : 난 얹혀 살 친구 많아. 남들처럼 낮에 일하는 것만 해도 살 거 같구.
은성 : 빚도 생겼다며! 니 친구한테 빌린 돈도 그렇고, 니 돈도 웨이터 해서 한 두 달 후에 갚기로 하고 빌린 돈이었어.
(단호한) 방 뺄 거야.
혜리 : 야 그 친구 돈은, (하다 멈칫)
<3회 55씬 중에서>
준세 : 은성이한테는 혜리씨가 빌려주는 걸로 전해줘요.
혜리 : (이거 어떡하지... 난감한데)
은성 : (시계 보며) 혜리야, 나 승미 만나야 되니까 잠깐 같이 갔다가 저녁 먹자, 내가 맛있는 거 사주께.
혜리 : (퍼뜩 생각난) 아니 저녁은 담에 먹자, 나 갈 데 있어.
은성 : 어디?
S#35. 준세 레스토랑
놀란 얼굴로 혜리 바라보고 있는 준세.
준세 : (난감한) 그 방은 은우 찾으면 꼭 필요한 방인데.
혜리 : 내 돈만 들어간 게 아니라는 게 더 부담되나 봐요. 은성이 고집 저는 못 말리니까 준세씨가 알아서 하세요.
준세 : 제가요?
혜리 : 방을 못 빼게 하려면, 빨리 안 갚아도 되는 준세씨 돈이라고 말해야 되는데, 본인이 얘기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준세 : (펄쩍 뛰는) 은성이 난리 나요!
혜리 : (준세 감정 아는) 아님 은우 찾으면 은성이 시골로 가는 거 보시든지요?
준세 : (또 펄쩍) 무슨 시골로 가요? 절대 안 되지!
혜리 : (반응에 웃음 난다) 그럼 묘안을 생각해 내세요.
준세 :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 굴리다) 혜리씨 전에 장사 몇 번 해봤다 그랬죠?
혜리 : (별 생각 없이 말하는) 떡볶이, 악세사리 노점에 호프집까지 해봤죠.
준세 : 손님 서비스 잘 하겠네.
혜리 : 잘 하죠? 제 전직도 서비스업이었잖아요.
준세 : 그럼 여기서 서빙 해볼래요? 요새 부쩍 야외 테이블에 손님 많아져서 일손 딸리는데.
혜리 : 여기서요? 아니 은성이 방 얘기하다가 왜 삼천포로 빠지세요?
준세 : 혜리씨 안정적인 일자리 생기고 부암동 방에서 살겠다고 하면 기어이 방 뺀다고 고집 부리진 않을 거 같은데, 어때요?
S#36. 공원
옆에 쇼핑백 놓고 은우 사진 들고 앉아있는 승미. 은성, 저만치서 급하게 다가온다.
승미 : (자기도 모르게 일어서는)
은성 : (다가와서) 미안해, 좀 늦었지?
승미 : (미안한 눈으로 은성 보는) 앉아.
은성 : 어 그래. (옆에 앉는)
승미 : (은성 바로 쳐다보지 못하겠다. 얼른 사진 건네며) 2월에 찍은 거야.
은성 : (받아 보는, 피아노 옆에 서서 해맑게 웃고 있는 은우다. 눈물 핑 도는)
승미 : (울컥해서) 미안해, 은성아.
은성 : (눈물 젖은 눈으로 돌아보면)
승미 : (눈 빨개져서) 나 지금까지 니 아버지 덕은 보면서, 너한테 해준 건 아무 것도 없어...
은성 : (영문 몰라) 갑자기... 왜 그래?
승미 : 아마 앞으로도 없을 거야... 내가 뭔가를 해도, 해주는 건 아닐 테니까.
은성 : (의아해서) 승미야.
승미 : 그치만... (은성 보며 미안한 눈으로) 니가 행복해 지기는 바래. 은우도 꼭 찾았으면 좋겠어.
은성 : (얼떨떨하다) 어 고마워...
승미 : (눈물 나올 듯해 얼른 앞으로 고개 돌리며) 우리가, 엄마 아버지 때문에 만난 게 아니었다면... 잘 지낼 수 있었을까?
은성 : (얘가 왜 이러지? 영문 몰라 보는)
S#37. 골목길
한적한 골목길에 세워놓은 차 안에 초조하게 앉아있는 백성희.
S#38. 천사들의 집 앞
와서 서는 차. 30대 남자, 차에서 내려서 간판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S#39. 천사들의 집
마당에서 빨래 걷고 있는 20대 여자 자원봉사자. 남자, 다가온다.
남자 : 실례합니다.
자봉 : 어떻게 오셨어요?
남자 : 아 저 잃어버린 조카를 찾으러 왔는데요, 여기에 있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나이는 열일곱이고 자폐압니다.
원래 이름은 고은우, 피아노를 아주 잘 쳐요. 피아노 천잽니다.
자봉 : 피아노요? 여기 피아노 없는데요?
S#40. 피아노 학원 앞
낡고 허름한 작은 피아노 학원, 유리창에 ‘임대’ ‘폐업’ 종이 붙여있다.
S#41. 피아노 학원
피아노 두 대 놓인 작은 학원. 은우, 그동안 갈증 났던 피아노 해갈하듯 열중해서 피아노 치고 있고
원장 부부, 피아노 학원 원장과 뒤에 서서 얘기하고 있다.
학원 원장 : (놀랍다는) 써번트 증후군이네요.
원장 : 써, 뭐라고예?
학원 원장 : 자폐 중에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부인 : (자기 생각이 맞다는) 내 말이 맞지예! 야가 그래서 걸신들린 맹키로 피아 노만 찾았다 아임니꺼!
원장 : (아쉬운) 진작에 한번 데리고 와볼거를 그랬구마는.
부인 : 원장님예, 참말로 우리 동우 여 와 피아노 쳐도 되는 기라예?
원장 : 가게 세가 나가거나 피아노들 팔릴 때 까지는요.
부인 : (다가가서) 동우야, 좋나?
은우 : (해맑은 미소 짓고 피아노에 빠져있다)
부인 : 엄마가 최고 아이가? (머리 쓰다듬는)
S#42. 골목길 + 백성희 차 안 (저녁)
긴장한 얼굴로 밖 내다보던 백성희, 사이드 밀러로 심부름센터 직원이 탄 차 다가오자 얼른 차에서 내린다.
얼른 은우 데리고 차에 타려고 급하게 다가가는데.
남자 : (혼자 내리는)
백성희 : (의아한) 우리 애는요?
남자 : 거기에 없던데요?
백성희 : (쿵 놀라) 없다구요? 그럴 리가 없는데, 제대로 물어 본 거예요?
남자 : 고은우란 아이도 없고, 피아노 잘 치는 자폐아도 없답니다.
백성희 : (무심코) 고은우란 애는 당연히 없죠! 이름 말했을 리가 없으니까!
남자 : (기세에 멈칫했다가) 그 나이 또래 자폐 아이는 딱 한명인데, 원장 부부 아들이랍니다.
백성희 : 원장 부부 아들?... (충격이고)
남자 : (이상하다는 듯) 근데 친구 심부름으로 오셨다면서 사진도 안 가지고 오셨어요?
백성희 : (멈칫, 대꾸 못하고 몸 돌리며 낭패스러운)
S#43. 은성 방 (밤)
표집사에게 정장 입고 피아노 앞에 서서 해맑게 웃고 있는 은우 사진 건네는 은성.
은성 : 올 2월에 찍은 사진이래요. 이게 제일 최근 사진인가 봐요.
표집사 : (받아들며) 외모 차이가 많진 않네.
은성 : 그래도 피아노 옆에 있는 사진이라서, 만약 은우가 이 사진 보면 금방 반응은 보일 거예요.
표집사 : (끄덕이며 보는)
S#44. 2층 거실 (밤)
찻잔 놓고 모여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영란, 환, 정, 영석.
영란 : 나한테 투자를 해달라고?
영석 : 저희 바 사장이 바를 내놨는데 그걸 환이랑 제가 해보면 어떨까 해서요.
환 : (황당한) 너 상의할게 있다는 게 이거였어?
영석 : (영란 공략하는) 환이가 바 인수하면, 매장 일 안 해도 되잖아요 어머니.
정 : (솔깃해서) 건 그러네. 할머니가 무슨 일이든 돈만 벌면 된댔으니까.
환 : (못마땅한) 자식아, 그 얘길 왜 나한테 안하고 엄마한테 하는데?
영석 : 내가 모은 돈으로는 어림없으니까 그렇지.
영란 : 영석아, 나 그만한 현금 없어?
정 : (반짝했다) 엄마 외할아버지한테 물려받은 대구 땅 있잖아?
영란 : 대구 땅? 그 땅 촌구석에 있어서 금방 팔리지도 않아.
정 : 그럼 오빠 땅 팔아, 김포 땅! 아님 우리 주식 팔아서 그거 하자 오빠. 우리꺼 다 팔아서 바 차려놓고 영석 오빠 매니저 시키고
그럼 우리 일 안다녀도 되잖아!
영란 : (솔깃해지는) 하긴, 할머니 돈만 안 쓰면 되지 우리 돈으로 뭘 하든 무슨 상관이셔?
우리 셋이 바 차려서 돈 번다고 하면 되겠다.
영석 : (신나서)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어머니!
환 : (툭 던지는) 됐어!
정 : (합심인줄 알고 좋아서) 그치 그치? 그러면 되겠지!
환 : (콩 쥐어박으며) 뭘 그러면 돼! 치사하게 그런 짓 안 해!
정 : (영문 몰라) 뭐가 치사해?
영란 : (의외) 그럼 매장에서 계속 일 한다구?
환 : 나, 경찰서까지 끌려가면서 할머니한테 버티다가, 깨끗하게 지고 들어 왔어. 졌으면 최소한 한 달은 버텨야지!
영석 : (안달 나는) 야 인수 해놓고 한 달 후부터 시작하면 되지.
환 : 그게 꼼수지 자식아! 인수해도, 한 달 후에 해야지!
정 : 아우 울 오빠 저 죽으면서도 폼 잡고 하직하실 자존심!
영란 : 한 달 후에도 할머니가 계속 매장 일 하라 그럼 어쩔 거야? 할 거야?
환 : 그럼 두 달 버티든가! (일어서며) 내가 두 달을 매장에서 버텼는데 할머니가 안 풀겠어?
영석 : (애타서 따라 일어서며) 야 환아!
환 : 입 닫아, 그 딴 짓 안 해. (방으로 가는데)
표집사 : (3층에서 은우 사진 들고 내려오다가 환 보고 멈칫)
환 : (표집사 보는, 의아) 아저씨 거기서 왜 내려 와?
영란, 정 : (또? 서로 쳐다보고)
표집사 : (무표정) 쉬어라. (내려가는)
환 : (뭐야? 표집사 보고 3층 쳐다보는)
S#45. 승미 집 거실 (밤)
은우를 정말 잃어버렸다는 충격으로 들어오는 백성희, 소파로 가서 앉는다.
남자(E) : 자폐 아이는 딱 한명인데, 원장 부부 아들이랍니다.
백(E) : 명패는 그대론데 사람들이 바뀐 거야? (떨리는) 아니면... 그 날 그 집에 안 들어간 거야?...
<3회 9씬 중에서>
백성희 :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오는 사람 따라 들어가면 돼.
백성희 : (현재, 다른 데로 갔구나, 쿵... 하는, 어쩔 수 없이 마음 흔들린다) 들어가는 걸 보고 왔어야 하는 건데...
(후회로 보일 듯 말듯 눈물 어리는)
S#46. 매장 (다른 날)
카운터에 서있는 점장과 얘기하고 있는 은성.
점장 : 야간 조 직원이 은성씨 쉬는 날하고 바꿔 준다니까 내일 안 나와도 돼요.
은성 : (안도하는) 감사합니다.
점장 : 아 그리고, 선우환한테 물품실 정리 다시 하라고 해요.
은성 : (자기가 죄송한) 네...
S#47. 물품 보관실
무료 급식 용품 박스와 행사 용품들, 티슈 박스 등 각종 부자재 쌓여있는 물품실.
은성이 시키는 대로 물품 정리 다시 하고 있는 환.
은성, 왔다 갔다 하면서 물품들 가리키며 지시하고 있다.
은성 : 이건 무료급식 때 쓰는 수저 젓가락이니까 저쪽으로 놔야죠.
환 : (수저 젓가락 뭉치 집어서 무료 급식 그릇들 담긴 바구니에 넣는)
은성 : (행사용품 하나 가리키며) 이건 행사용품인데 왜 홀 비품에 끼어있어요?
환 : (행사용품 집어 드는, 은성 도움 받은 뒤라 버럭은 못하고) 뭐가 뭔지 내가 알아?
은성 : 한글 몰라요? (붙여있는 네임 텍들 가리키며) 여기 다 써있잖아요!
환 : (또 자존심 상한다) 누가 한글 못 읽어? 이것들이 다 뭔지 어떻게 아냐구!
은성 : 그 눈은 한글만 읽어요? 성의가 없는 거지, 유심히 보면 알지 왜 몰라요?
환 : (기막힌) 나한테 성의까지 바라냐?
은성 : (또 오른다) 그럼 어쩔 건데요? 이렇게 일일이 지시해요? 곧 점심시간이라 매장 바빠진단 말에요!
환 : (툭 던지듯) 급하면 직접 하든가! (어슬렁 가서 뭐 하나 집어 들며) 이건 엇 다 두냐?
은성 : (속 터진다) 알았어요, 내가 할 테니까 (선반 위 정리하려고 사다리 집어서 탁 놓으며) 거기 서서 뭐에 쓰는 물건인지
들여다봐요. (열 받은 기분으로 사다리에 올라서다 발 헛디디는, 아! 하며 넘어지는)
환 : (어? 놀라) 야! (다가가는데)
은성 : (더 열 받는, 얼른 일어서려는데 발목 아프다) 아!... (하며 발목 잡는)
환 : 왜? (자기도 모르게 발목에 손 가는데)
은성 : (확 막으며) 됐거든요!
환 : (머쓱해서 손 거두는)
S#48. 준세 레스토랑
직원 복 입고 서서 한쪽에서 핸드폰 하고 있는 혜리, 걱정스런 표정으로 알았다고 끄덕인다.
손님 자리에 앉아서 웃으며 음식 설명하다가 혜리 보는 준세.
준세 : (혜리 표정 보고 멈칫하는, 얼른 일어나 다가오면)
혜리 : (준세 쪽으로 다가가서) 오늘 제 취직 깜짝 파티 못하겠어요.
준세 : 저녁에 시간 안 된대요?
혜리 : 그게 아니라 은성이 발 삐었대요.
준세 : (놀라) 발을 삐어요? 어쩌다가요?
혜리 : 물품 정리하다 삐끗 했다는데, 내일 어머니 기일 장도 봐야 된대요.
준세 : 내일이 은성이 어머니 기일이에요?
혜리 : 집에서 제사 드릴 형편이 아니니까, 산소 가서 지낼 건가 봐요.
S#49. 매장 앞
압박 붕대로 발목 감고 약간 절룩이며 나오는 은성.
차 대놓고 걱정스런 얼굴로 매장 입구에 서있던 준세, 얼른 가서 은성 부축한다.
은성 : 부축할 정도 아니에요, 살짝 접질렸어요.
준세 : (차로 데리고 가며) 내일 어머니 산소 간다는 말은 왜 안했어?
은성 : 내일 쉬게 될 줄 몰랐어요.
준세 : 낼 몇 시에 출발할 거야? 같이 가자. (하다 멈칫)
박변(E) :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으니까 낼 가게 비우지 마, 점심 때 가마.
준세 : (그래도 취소해 보려고 핸드폰 꺼내며) 타고 있어, 낼 약속 좀 바꿀게.
은성 : (준세 팔 잡으며) 엄마한테 혼자 가고 싶어요.
준세 : (멈칫하는)
은성 : 뜨거운 찜질하고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타는)
준세 :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핸드폰 내리고 운전석으로 가서 타는데)
환 : (매장에서 막 나오는, 은성 어디 있나? 둘러보다가 막 출발하는 차에 탄 은성 본다.
멈칫하는, 준세 찬줄 모른다, 괜히 걱정 했네... 보고 돌아서는)
S#50. 마트 안
약간 절룩이며 걷는 은성 불만스런 얼굴로 보는 준세, 카트 밀고 있다.
준세 : 어머니 제수 물건들 직접 고르고 싶은 니 마음은 알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은성 : 완전히 삔 게 아니라 괜찮다니까요? 살짝 접질렸다니까.
준세 : 이 다리로 마트 한 바퀴 돌고 낼 산소 올라가는 거 너무 무리야.
은성 : 정말 괜찮다니까요?
준세 : 그럼... (하다 갑자기 은성 번쩍 안아드는)
은성 : (놀라) 어어-
준세 : (카트 안에 은성 내려놓는)
은성 : (엉거주춤 앉혀진 채 기겁해) 뭐하는 거예요?
준세 : 너, 딱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 1번, 여기 앉아서 나랑 같이 장을 본다. 2번, 내가 혼자 보게 하고 넌 기다린다.
은성 : (헉) 이걸 타고 다니라구요?
준세 : 말라서 싸이즈 딱이네.
은성 : 오빠!
준세 : 고집은 니가 쫌 더 쎌지 모르지만 힘은 내가 더 쎄다? 1번이야, 2번이야?
은성 : (보다가) 1번.
준세 : (동시에) 1번!
은성 : (멈칫해서 보면)
준세 : 가자! (카트 밀며) 과일, 술, 포, 또 뭐 살 거야? 어머니 잘 드시던 것도 사자. 어머니 뭐 좋아 하셨어?
은성 : (애잔해지는) 샴페인하고 단팥빵이요...
<이하 몽타주로...>
-과일 코너 앞. 카트에 앉아서 준세가 내미는 과일들 보고 선택하는 은성. 은성과 함께 포와 대추, 밤 등 카트에 실려 있다.
-술 코너. 샴페인 가리키는 은성. 준세, 이거? 집어 들고.
-마트 일각. 사람들 장거리와 함께 카트에 앉아있는 은성 쳐다보는 사람들.
민망한 은성, 고개 숙였다가 준세 돌아보며 흘기기도 하고.
S#51. 환 집 주방 (저녁)
싱크대에서 찌개 간 보고 있는 표집사. 식탁에 반찬 다 차려져 있고 도우미, 밥 놓고 있다.
나란히 앉아 배고픈 듯 양 팔 식탁에 올려놓고 몰래 지분거리고 있는 영란과 정.
표집사 : (등 돌린 채 다 보인다는 듯) 아직 어르신께서 수저 안 드셨습니다.
영란 : (위세 지키려는, 얼른 오물거리던 입 딱 다무는)
할머니 : (막 사진 한 장 들고 들어오다 멈칫 서는)
정 : 아저씨도 우리처럼 막노동 해봐, 밥숟갈 놓고 돌아서면 바로 배고파!
표집사 : (돌아서며) 그래도 참아라, 정. 내가 이 주방에 있는 한, 어르신이 수저 들기 전에는 아무도 수저 못 든다.
정 : (그간의 법이다. 젓가락 놓으며) 치, 그럼 젓가락은 되겠네!
할머니 : 냅 둬, 돈 대신 밥, 반찬으로 허기 채우다 모녀가 쌍으로 굴러다닐 모양이니까.
영란 : (무안한) 어머니!
할머니 : (무시하고 사진 내밀며) 성철아, 이 사진 좀 봐.
표집사 : 네, 어르신. (와서 받아드는)
<인서트- 복스럽게 생긴 30대 초반 아가씨 사진>
할머니 : (식탁에 앉으며) 나이 서른 둘이고, 우리 부천점 점장 동생이야.
표집사 : (서두르는 할머니 마음에 덜컥해서) 어르신.
정 : 아저씨 선보는 거야?
영란 : (놀라) 선?
할머니 : 지금 간호산데, 착하고 알뜰하기가 병원 밖 십리까지 소문 자자하드라.
표집사 : (둘만의 의미로) 왜 이러십니까? 전 아직 결혼 생각 없습니다.
정 : (황당하다는) 아저씨 나이가 몇인데 아직 결혼 생각이 없어?
할머니 : (단호한) 이번 주 일요일 두시로 약속 잡아놨어. 펄 호텔 커피숍이다.
표집사 : (심각해지며 굳어지는)
영란, 정 : (그런 표집사 표정 유심히 보는, 은성 떠올리며 서로 쳐다보는데)
은성 : (양손에 장본 비닐봉지 들고 절룩이며 들어오는) 다녀왔습니다-
영란, 정 : (동시에 은성 탁 바라보고)
할머니 : (웃으며) 저녁 시간 딱 맞춰 왔구나? (하다 놀라) 아니 너 다리가 왜 그래?
S#52. 형진 공사장 (새벽)
형진과 마주 서있는 고평중.
형진 : (돈 봉투 주며) 앞으로 며칠은 일거리 없어요 아저씨.
고평중 : 그럼 언제 다시...
형진 : (갸웃) 사흘? 나흘? 한 이틀 있다가 저한테 전화해 보세요.
고평중 : 그럽시다, 고마웠소. (가볍게 목례하고 돌아서는)
S#53. 목욕탕 앞 (아침)
옷은 초라하지만 깨끗하게 씻고 나오는 고평중, 걸어가려다 목욕탕 앞 가게 앞에 진열돼 있는 과일들 본다.
다가가는 고평중, 과일들 보고.
S#54. 환 집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할머니.
2층에서 제사 음식 담긴 비닐봉지와 쇼핑백, 휴대용 돗자리 등 들고 어제 보다는 덜 절룩이며 내려오는 은성, 소파로 온다.
은성 : 할머니 저 다녀올게요.
할머니 : (맘 안 좋은) 아침도 안 먹고 가 왜?
은성 : 제사 올리고 엄마랑 먹으면 돼요.
환 : (2층에서 할머니가 불러서 내려오는) 나 아직 출근 멀었는데 왜?
할머니 : 너 은성이 가는데 좀 따라 갔다 와.
환 : (벙해서) 어딜?
은성 : (역시 놀라서 보는)
할머니 : 은성이 운전 해줘. 대신 오늘 매장은 안 나가도 된다.
환 : (솔깃한) 매장 안 나가도 된다구?
은성 : (기겁해) 아니 아니 아니에요, 할머니! (정말 싫은) 저 괜찮아요, 혼자 갈수 있어요. 아니 혼자 가는 게 더 좋아요!
환 : (펄쩍 뛰는 은성 쏘아보는)
할머니 : (표정 딱 잡고 야단치듯) 그 다리로, 그 짐들 들고 버스, 버스 갈아 타 가면서 가긴 어딜 가! 다리 덧나면 어쩔려구!
은성 : (난감한) 할머니...
할머니 : (딱 자르며 일어서는) 은성이 기다리고 환이 따라 와. (할머니 방으로)
S#55. 할머니 방
선 채로 만 원짜리 세고 있는 할머니 바라보는 환.
할머니 : (만원 열장 주며) 자, 기름 값하고 점심 값이야.
환 : (받으며) 근데 쟤 어디 가는 건데?
할머니 : 넌 오늘 은성이 기사로 따라 가는 거니까 가자는 대로 운전만 하면 돼. (환 차 키 내미는)
환 : 내가 쟤 기사라구?
할머니 : 그렇게 싫으면 매장 나가든지.
환 : (그건 아니다. 얼른 차 키 집어 드는)
S#56. 환 집 앞 + 환 차 안
오랜 만에 매장 일 안하고 차 운전할 생각에 기분 좋아서 차키 돌리며 나오는 환.
은성, 싫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제수거리 담긴 쇼핑백 들고 뒤따라 나온다.
아직 남에 대한 배려 떠오르지 않는 환, 은성 짐 보이지 않는다.
환 : (리모컨으로 차 문 열며) 이게 얼마 만이냐. (차 문 열고)
은성 : (그런 환 기막힌) 트렁크도 좀 열지 그래요?
환 : (그제야 은성 짐 보는, 리모컨으로 트렁크 열며 돗자리 힐긋 보고) 혼자 소풍 가냐?
은성 : (대꾸 없이 짐들 트렁크에 넣는)
환 : 목적지가 어디야?
은성 : (공원묘지 이름 말하기도 싫다. 트렁크 탁 닫고) 일단 출발해요.
환 : (자존심 상하는) 니 눈에 내가 기사로 보이냐?
은성 : (타박) 그러니까 왜 따라 온다 그래요!
환 : (빈정 상하는) 너 좋아서 따라 온댔어?
은성 : 하루 매장 안 나가는 게 그렇게 좋어요? 나 같음 그냥 매장 일 하겠네!
환 : (속 들키고 자존심 더 상하는) 누가 매장 나가기 싫어 너 따라 와! 내 차 몰고 싶어서 한다고 한 거야!
은성 : (차에 타며) 그럼 기사 맞네!
환 : (또 말문 막히는)
S#57. 꽃집 앞 + 환 차 안
꽃집에서 풍성한 흰 장미 다발 들고 나오는 은성.
환 : (운전석에 앉아서 보다가) 돗자리에 꽃 들고 대체 어딜 가는 거야? (하다 뭔가 생각난 듯 멈칫, 갸웃하다가) 49제도 지났는데?
S#58. 버스 안
똑같이 흰 장미와 샴페인 사들고 앉아있는 고평중.
S#59. 도로 + 환 차 안
환은 운전하고 옆 좌석의 은성은 흰 장미 다발 안고 차창 밖만 쳐다보고 있다.
서로 한마디 말도 안하는 둘.
S#60. 공원묘지 일각 + 환 차 안
와서 서는 환 차. 공원묘지 보고 영문 몰라 은성 쳐다보는 환.
은성 : (낮은) 트렁크 열어주고, 먼저 가요. (차 문 열고 내리고)
환 : 가라구?
은성 : 언제 내려올지 모르니까, 그쪽이 기다리는 것도 싫구요. (문 탁 닫고 뒷좌석 문 열어 장미 다발 드는)
환 : (퉁명스런) 한 바퀴 돌고 올 테니까 끝나면 전화해. (트렁크 열어주고)
은성 : (대꾸 없이 트렁크에서 짐 꺼내는, 장미 다발까지 양손에 잔뜩 들고 무겁게 절룩이며 간다)
환 : (그런 은성 보는, 힘들어 보인다. 으유... 하고 차에서 내리는, 성큼성큼 걸어가 은성 손에서 짐 들 확 채가는)
은성 : (갑자기 뺏기고 어? 하는데)
환 : (돌아보며) 일루 올라가면 되냐?
은성 : (정색하고) 이리 줘요, 나 혼자 갈 거예요.
환 : (성질내는) 짐만 들어다 주고 내려올 거야! (다시 가는)
은성 : (어쩌지 못하고 보는)
S#61. 준세 레스토랑
손님 적당히 있는 뜰. 앉아서 뜰 둘러보고 있는 박변.
준세, 찻잔 쟁반 들고 영문 모르는 얼굴로 다가온다.
준세 : (놓으며 궁금한) 중요하게 하실 말씀이 뭐에요?
박변 : (커피 잔 들며) 애비 목 축일 틈도 안줄 셈이냐? (마시는)
준세 : (혹시, 걱정에) 어디 편찮으세요?
박변 : 이 녀석이 어디서 애비 걱정이야? 나 아직 청춘이다? 니 녀석이 걱정이지.
준세 : 제가요? 제가 왜요, 또?
박변 : 제법 손님이 많다? 점심 보다 저녁이 바쁘지?
준세 : 하실 말씀이 뭐에요, 아버지?
박변 : 좀 덜 붐비는 시간에 정이 좀 끼어 넣어 봐. 정이 좀 니 가게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제수씨가 통 사정을 하시드라.
준세 : 아주머니까지요?
박변 : 사업 파트너로 만났지만 환이 애비하고 나 둘도 없는 친구였어. 니 애비 입장 생각해서 정이 넣어 줘.
준세 : (난감하게 보다가 퍼뜩 생각난 듯) 설마 중요한 말씀이라는 게 정이 얘기였어요?
박변 : (본론) 옆에 두고 보면서 겪다 보면 새 정도 생기고, 있던 정은 깊어지고 그러는 거 아니냐? 남녀 사이가?
준세 : (황당한) 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박변 : 슬슬 결혼 생각할 때 됐잖아. 정이가 철없어 보이지만 속은 무르잖아, 단순 하고. 그런 여자가 남자한테는 편해.
준세 : (이 얘기 때문에 은성을 혼자 보냈다. 화나는) 아니 아버진 기껏 그런 얘기 하실려고 오늘 제 발목 잡으신 거예요?
박변 : 기껏이라니? 니 결혼 문제야.
준세 : (속상해서 후- 하고) 아버지 전, 아버지 어머니처럼 살기 싫어요.
박변 : 뭐?
준세 : 아버진 뒤늦게라도 자기 인생 찾고 싶어 하는 어머니 간절함 외면하고 어머닌 그래서 항상 외로워하시고,
그렇게 살기 싫다구요.
박변 : 남편이 돈을 못 벌어다줘, 명예를 안줘. 나이 40이 다 돼서 공부한다, 유학 간다 그러는 여잘 누가 이해해?
준세 : 전 어머니 이해했어요.
박변 : 엄마니까 이해하는 거지, 니 마누라였어 봐!
준세 : 전 제 아내 마음 존중할 거예요. (강조하는) 그 전에, 제가 평생 아끼고, 존중 해주고 싶은 여자하고 결혼할 거구요.
S#62. 은성모 산소
집에서 차리는 제사 보다는 간단하지만 과일, 포에 전, 단팥빵 등 차려진 산소 앞.
은성, 종이컵에 샴페인 따르고 있다. 술잔 올리고 절하는 은성.
저만치 떨어져 등 돌리고 팔짱 끼고 있다가 돌아보는 환, 비석 보면 여자 이름이다.
정말 엄마도 없었구나... 사실로 확인하고 놀라고.
환(E) : 정말 엄마도 없는 거였어? 그럼 집 나와서 연락 끊어졌단 건 또 뭐야?
은성 : (절마치고 앉는) 엄마... 미안해요. 나 혼자 왔어. 은우 잃어버리고, 찾지도 못 하고 혼자 와서 미안해 엄마... (눈물 어리고)
환 : (그런 은성 보는, 고개 떨군 뒷모습이 짠하다)
S#63. 도로 일각
장미 다발과 샴페인 든 쇼핑백 들고 버스에서 내리는 고평중, 저만치 보이는 무덤 들 본다.
고(E) : 은성 엄마... 당신이 반길 리 없는 나 왔소... 당신이 그렇게 부탁한 은성이 은우도 없이... 혼자 왔어...
S#64. 산소
제사 짐 다 챙겨서 놓고도 못 떠나고 앉아서 애잔한 눈으로 무덤 보고 있는 은성.
환, 저만치 뒤에서 은성과 등 마주한 채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S#65. 공원묘지 길
모자 푹 눌러 쓰고 짐 들고 올라오는 고평중.
S#66. 공원묘지 일각
은성 짐 들고 앞서 내려가는 환.
올라올 때 보다 내려가는 게 더 힘든 은성, 더 심하게 절룩이며 내려간다.
환 : (내려가다 돌아보는, 그런 은성 신경 쓰이는, 다가가서 팔 내미는) 잡어.
은성 : (보고) 됐어요. (혼자 내려가는)
환 : 막대기다 생각하고 잡어!
은성 : 막대기 필요 없어요! (확 한걸음 내딛다 수풀에 미끄러지며 앞으로 엎어지며) 아!
환 : (놀라는 한편 안 잡고 넘어진 은성에게 화내는) 거봐!
은성 : (확 돌려 쏘아보는데)
환 : (은성 팔 잡아 일으키는) 일어나!
은성 : (어쩔 수 없이 팔 잡혀 일어서는데 발 더 시큰거린다) 아...
환 : (실랑이 벌이기도 귀찮은, 은성 앞으로 가서 갑자기 등 들이대고 강제로 업는)
은성 : (놀라) 왜 이래요?
환 : 내려가다 날 새기 싫어 그래! (자세 잡고 짐 챙겨 빠르게 걸어 내려가는)
은성 : (빠른 기세에 넘어질까 겁나 버둥대지도 못하는)
S#67. 공원묘지 길 일각
막 코너 길 향해 가는 고평중.
S#68. 공원묘지 하행 길
환에게 업혀 내려오는 은성, 어쩔 수 없이 업히고 죽을 맛이라 인상 쓰고 있다.
힘든 듯 속도 늦춰져서 내려오는 환. 은성, 업힌 방향에서 환 오른쪽으로 얼굴 향하고 있다.
S#69. 코너 길
막 코너 돌아서던 고평중, 바로 코앞에 나타나는 환 얼굴 보고 헉 놀란다.
환, 역시 흠칫하는데 지레 찔려 얼른 오른 쪽으로 고개 돌리며 고개 숙이는 고평중.
고개 돌리고 있느라 미처 고평중 못 보는 은성.
아슬 아슬 스치는 모녀에서 엔딩.
<9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