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까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다. 6일까지가 될지 6월까지가 될지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고강도 거리두기'란 쉽게 말해 '어디 싸돌아다니지 말고 집에만 좀 찌그러져 있어라'란 뜻이다. 집 밖으로 나온다고 수갑을 채운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존말할 때 좀 들어달라는 간청이다.
그래서 토요일은 집에 있었다. 그런다고 일요일까지 집에 있으란 건 넘 가혹하다. 절반은 말 잘 들었으니 이 정도면 면피는 한 셈이고. '코로나 블루'라는 말도 있잖은가.
그래서 나선 길이 영광 물무산 행복숲. 영광 동쪽 묘량면에 있어 첨단에서 네비켜고 출발하면 55km쯤.
세상 많은 산에 다녀봤어도 물무산 같은 산은 처음이다. 정상이래봤자 250m 남짓인데 옆으로 둥글게 펑퍼짐하다. 고바우도 없고 내리막도 없이 광주 푸른길처럼 평평한 산책로가 산을 빙둘러 10km 남짓 된다. 쉬엄쉬엄 해찰함서 걸으면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고 아이들과도 즐겁게 산책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강아지를 데리고 같이 걷는 가족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걸 좀 고급스런 말로 '노르딕 워킹'이라고 하는데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꽤 이름이 난 곳이란다.
출발점은 두 곳이다. 앞은 영광생활체육공원, 뒤는 좀 더 한적한 호수 옆 주차장. 원점 회귀 코스라 아무데나 상관없다.
무장애데크를 비롯해 유아숲공원, 명상의 숲, 질퍽질퍽 황토길코스 등 나름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산보할 수 있다.
여기까지 온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앞주에 큰딸하고 어등산엘 갔더니 이곳은 인구밀도가 너무 높아 거리두기는 커녕 너무 근접거리라 확진자 한 명이 쓸고 지나가면 몇백명 확진은 따놓은 당상 같았다.
도시에서 좀 멀어지니 확실히 호젓하고 아직은 덜 알려진 곳이라 인적도 뜨문뜨문하다.
도시락을 싸갈 경우 유아숲 공원을 추천한다. 유아숲 공원엔 각종 놀이시설과 다수의 정자, 체육시설이 있어 쉬어가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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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영광 맛집 탐방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법성포 굴비 정식. 배틀트립, 이런 데도 나오더만 3명 기준 8~9만원 선으로 많이 올랐다. 굴비에 특화한 정식이라지만 광주 12만원 횟집 수준보단 많이 떨어진다. 평소에 굴비 안 먹어본 것도 아니고...
차라리 읍내 '문정한정식' 4인 10만원 상이 이것저것 푸짐하니 낫다. 이날의 픽은 '어촌아구'. 읍내 한삐짝에 있는 아구찜 맛집으로 영광에선 꽤 유명한 곳이다. 소짜리 포장이 3만8천원. 3시에 찾으러 갔는데도 인산인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