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를 사탕으로 달래거나 먹기 싫은 음식을 참고 먹으면 보상으로 과자를 준다는 식의 태도는 아이를 편식의 길로 인도하는 셈이다. 교육학자, 심리학자 등의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아이의 잘못된 식습관은 대부분 부모의 양육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것. 평소 엄마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이의 식습관 태도에 대해 김광호 PD가 해답을 제시한다.
Q 울다가도 사탕을 주면 울음을 그치고, 하기 싫은 행동을 할 때는 ‘이거 하면 뭐 해줄 건데요?’라고 물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어떤 경우건 단맛을 보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상으로 단맛을 접할 경우 아이는 단맛을 특별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죠. 또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매번 무언가를 했을 때 ‘단것’을 주면 아이는 그것이 부모의 사랑과 인정의 증표라고 느끼게 되는 거죠. 음식은 협상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돼요. 대신 칭찬 스티커를 시작해보세요. 정해진 스티커를 다 모으면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준다거나 놀이동산을 가는 등 행위로 상을 주는 식이죠.
Q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억지로 먹이고 있는데 잘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 우리 어릴 때만 생각해봐도 하기 싫은 공부를 하라고 강요하면 더 하기 싫잖아요.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먹기 싫다고 할 때는 일단 먹이지 마세요. 단, 밥을 먹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는 게 우선되어야겠죠. 대부분의 아이들은 낯선 음식에 대해서는 공포심을 가지고 단맛 이외의 음식에는 거부감을 느낍니다. ‘푸드 브리지’ 방법도 좋고, 엄마가 음식을 대하는 반응에 늘 주의하는 게 중요해요. 엄마가 어떤 음식을 긍정적으로 대하느냐 혹은 부정적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그 음식에 대해 갖는 이미지가 달라지거든요. 아이와 똑같은 그릇에 똑같은 음식을 먹는 것도 모방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Q 사탕, 과자, 햄버거는 잘 먹는데 밥만 안 먹어요. 그렇다고 먹지 말라고 혼을 낼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편식이 심하거나 패스트푸드만 찾는 아이는 말을 알아듣는 연령이라면 나쁜 점을 직접 설명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www.kfda.go.kr)를 살펴보면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얻을 수 있어요. 설명을 할 때도 ‘햄버거만 먹으면 나중에 햄버거처럼 얼굴이 커진대’ 등 아이의 언어로 관심사에 맞게 해야 해요. 그래도 고쳐지지 않을 때는 유치원 선생님에게 미리 내용을 전해주고 아이를 만나면 그 얘기를 꼭 해달라고 하세요. 식습관을 교정하는 방법은 아이가 원하는 것과 반대되는 방식을 강요하게 되므로 부모가 계속 반복해서 얘기할 경우 반감을 살 수도 있습니다.
plus tip 식탁을 대하는 부모들의 자세
1 칭찬은 아이를 밥 먹게 만든다
식사시간은 가족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어야 한다. 젓가락질이 서툴다고, 음식을 흘렸다고 아이를 나무라기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잘한 것을 과장해서 칭찬해주는 것이 좋다.
2 아이의 식욕을 인정하면 식습관 문제 해결된다
식탁에 차려놓은 음식 중 무엇을 얼마나 먹을지는 아이가 결정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의 식욕을 인정해주는 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김광호 PD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아이들의 편식과 과식의 원인을 밝혀내고 해결책까지 제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EBS TV 다큐멘터리 <아이 밥상의 비밀>의 프로듀서.
PART 3 음식에 대한 친밀도를 높여라!
Q 어른들이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건강한 식재료를 아이들은 유독 싫어해요. 영양소가 풍부해 꼭 먹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보통 주부들은 날카로운 칼이 있고 불이 있는 주방을 아이들에게 출입금지 시킵니다. 하지만 요리를 할 때 아이들에게 옆에서 식재료를 갖고 놀게 해보세요. 특히 싫어하는 재료를 놀이도구나 식기로 활용하면 친숙하게 느껴져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저는 소꿉놀이 장난감을 손에 쥐어주고 파프리카를 플라스틱 칼로 잘라보라고 한다든지, 파프리카의 꼭지가 있는 윗부분을 잘라 뚜껑처럼 열어 그릇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여러 번 노출해줬어요. 그랬더니 끔찍이도 싫어했던 파프리카를 이제는 정말 좋아해요.
Q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가 반찬을 선택해서 먹게 하도록 해야 한다는데, 좋아하는 반찬만 골라 먹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혜정이와 혜민이는 데리야키소스, 케첩 등의 새콤달콤한 소스나 버섯, 빵 등 부드럽게 씹히는 음식을 좋아해요. 하지만 딱딱하고 쓴 맛이 나는 고추나 냉이 등의 채소는 보는 것만으로 손사래 치죠.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재료와 싫어하는 재료를 믹스한 메뉴를 선보여요. 베이킹을 할 때 냉이를 잘게 갈아 넣거나 달걀말이 안에 파프리카를 넣고 케첩을 뿌려주는 식이죠. 이렇게 조금씩 섞어 먹이면 골고루 먹는 습관도 길러지는 것 같아요.
>> 밥 먹는 시간이 ‘즐거운 시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세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식탁을 만들어주는 거죠. 여자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색을 보면 신기해하고 관심을 가져요. 그래서 음식의 모양이나 색으로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편이에요. 이때 채소를 잘게 썰어서 채소의 원래 형태를 완전히 없애 거부감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해요. 채소를 잘게 썰어 전으로 부치거나 튀김을 해서 맛보게 한 후 ‘맛있지? 이거 엄마도 좋아하는 거야~’라는 식의 긍정적인 확인도 잊지 마세요. 또 씹는 즐거움을 주는 것도 편식을 고치는 좋은 방법이죠. 작은 크기로 씹는 운동을 시작하고, 점차 음식의 크기를 늘려가면서 ‘씹기’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세요.
재료 달걀 2개, 바게트 1개, 잘게 썬 양파·애호박·피망·파프리카(빨강,노랑)·버섯 10g씩, 식용유·케첩 적당량
만드는 법 볼에 달걀과 잘게 썬 채소를 고루 섞은 후 기름을 두른 팬에 동그랑땡 모양으로 부친다. 바게트 빵 위에 올린 후 케첩을 뿌린다.
채남수 주부는…
유아식부터 베이킹까지, 편식하는 아이들의 식습관을 고쳐주는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는 블로그 ‘양떼네 맛있는 이야기’ (blog.naver.com/dgns)를 운영하고 있다.
/ 여성조선
글 김은혜 기자 | 사진 신승희(모델), 이상윤(인터뷰)
모델 강시우 | 참고도서 <아이의 식생활>(지식채널),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리더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