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매 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응사(鷹師)

[長樂山人 이종인]

1. 매 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응사(鷹師)

1응 2마 3첩이란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예전 남성들의 ‘풍류 인기순위’를 일컫는 말인데요, 첫째가 매 사냥, 둘째가 말 타기, 셋째가 첩 거느리기였다고 하네요. 풍류의 으뜸으로 손 뽑혔던 매사냥, 하지만 6·25 전쟁을 겪은 후 빠른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선 더 이상 매 사냥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우리나라 전통 매 사냥의 명맥을 이어가며 더 많은 이들에게 매 사냥을 알리고자 하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대전시 무형문화재 8호 매 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응사(매를 길들이거나 매 사냥을 하는 사람)입니다.

수천 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매 사냥

Q. 오늘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시연한 매들을 소개해주시겠어요?

참매는 우리나라 전통 매 사냥에 주로 쓰이는 매고요. 황조롱이는 순수 우리말로 바람박이라고 해요. 공중에서 바람을 잘 탄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죠. 예쁘죠? 제일 말 잘 듣는 매는 해리스매인데 우리나라에선 60년대부터 매 사냥에 이용했어요. 외국에서 들어온 맨데 그룹사냥을 하는 매라 친화력이 좋고 영리합니다. 전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매라고 보면 됩니다. 송골매는 우리 표준도감에 그냥 매라고 표현되어 있는데요. 송골매는 몽골의 송코르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다고 하고요. 방랑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계방향으로 참매, 황조롱이, 해리스매, 송골매 ⓒ박미래

Q. 지금 응방에 몇 마리 새가 있나요?

일곱 마리 정도 있고요. 검독수리가 얼마 전에 들어왔는데, 훈련 중입니다.

Q. 사실 매 사냥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매 사냥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매 사냥은 매와 같은 맹금을 잡아 길들여 사냥에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수렵문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Q. 한국에서의 매 사냥은 얼마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나요?

한국 전통 매 사냥은 역사가 오래 됐습니다. 학자들은 선사 시대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는데요. 고구려 고분 벽화에 말을 타고 매를 데리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죠. 또한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다양한 역사서에서 선조들이 매 사냥을 즐겨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매 사냥은 고려 때 상당히 활성화되었는데요. 고려시대 때 원나라 황제들이 우리나라 매를 선호했다고 전해집니다. 고려시대 권력층 역시 매 사냥을 즐겼다고 하는데요. 고려 충렬왕 때 최초로 응방이란 것을 만들었죠. 응방이란 매를 포획하고, 조련하고, 사냥하는 국가기관을 뜻합니다. 이 전통은 조선 숙종 때까지 이어졌다고 하고요.

Q. 매 사냥에 필요한 도구들을 소개해주세요.

매 사냥을 하는 데는 버렁, 먹이 주머니, 멍텅구(인조새), 절끈, 시침 등이 필요합니다.

▲시계 방향으로 버렁, 먹이 주머니, 멍텅구, 절끈, 시침 ⓒ한국 전통 매사냥 보전회

버렁은 매를 다룰 때 손을 보호하기 위해 끼는 장갑입니다. 과거 왕실이나 귀족층은 동물 가죽을 사용했으나 일반 서민들은 무명천을 여러 겹 겹쳐서 버렁을 만들었죠. 시침은 매의 주인을 표시하고, 사냥감을 쫓아간 매가 어디로 갔는지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있는 도구인데요. 매의 꼬리에 달아놓습니다. 그래서 옛날에 매 도둑들은 매를 훔칠 때 가장 먼저 시침을 떼었죠. 여기서 ‘시치미를 떼다’란 말의 어원이 시작된 거랍니다.

Q. 매를 길들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사람하고의 교감, 주변의 환경, 훈련, 먹이 양, 크기, 질, 공복감 정도가 매 사냥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신뢰를 쌓는 것이겠지요. 서로간의 믿음을 쌓은 뒤 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하죠. 세상엔 공짜가 없습니다. 매와의 관계도 철저히 ‘Give and Take’죠.

지속적인 훈련이 없다면 매 사냥은 불가능하다

Q. 훈련은 일주일에 몇 번 하나요?

훈련은 매일 나가야 합니다. 이건 야생이기 때문에 연속성이 끊기면 다시 야생의 것이 회복되기 때문에 꾸준하게 시켜야 합니다. 지능이 높은 개나 원숭이처럼 한번 훈련하면 계속 유지되는 게 아니라 매일 반복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런 점이 매 사냥의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죠. 보통 처음 매가 새로 들어오면 얼마간은 숙식을 같이 하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집니다. 매를 훈련시킨다는 것은 사냥을 가르친다는 뜻이 아닙니다. 매는 선천적으로 사냥을 할 줄 알아요. 다만 훈련을 통해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거죠.

Q. 계절별로 훈련법이 다른가요?

훈련법에서는 별 다른 차이가 없고요. 겨울철에는 먹이를 줄 때 따뜻하게 해서 줍니다. 그렇다고 뜨겁게 해서 줘도 안 됩니다. 반대로 여름에는 먹이를 차게 해서 줘야겠죠? 참매는 열이 많은 새입니다. 그래서 더위엔 취약해 여름에는 훈련을 장시간 하지 않습니다. 이 매는 더울 때 개구호흡(입을 벌린 채 호흡)을 하는데 이럴 경우 기분이 안 좋다는 뜻이므로 훈련을 더 이상 하지 않죠.(웃음)

Q. 응사님이 생각하는 매 사냥의 매력을 꼽자면?

매 모습 자체도 군더더기 없이 몸매가 S라인이죠. 행동도 호쾌하죠. 매는 다른 새와는 다른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사람을 끌게 하는. 역대 영웅호걸이 다 매 사냥을 좋아했던 거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매가 한 없이 좋았어요. 매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쫓아가곤 했어요. 지금 제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지만 하늘의 왕자를 부리는 왕이기 때문에 행복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응사다, 40년 넘게 매와 동거동락한 박용순 응사

Q. 어떻게 매 사냥을 하게 되셨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산에 놀러 갔다가 새매 새끼를 주워왔던 게 인연이 되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매의 매력에 빠졌는데 현재 50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의 매력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네요.(웃음)

Q. 새매는 어떤 매인가요?

참매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Q. 매 사냥을 하면서 있었던 잊지 못할 순간이 있나요?

2004년 겨울에 있었던 일인데요. 그 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훈련하러 나와서 매를 나무 위로 던졌어요. 한참 매가 꿩을 보고 신경을 세우고 있는 순간에 갑자기 뒤에서 트랙터 소리가 난 거예요. 그러자 그게 놀래서 굉장히 멀리 날아가 버렸어요. 아마도 서너 개의 산을 넘어 수 km 날아간 것 같아요. 겨울이니까 4, 5시만 되도 금방 하늘이 어둑어둑해지잖아요. 때 마침 다음날 동호회 모임이 있는데 그 때 당시 매가 한 마리밖에 없었거든요? 주인공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 아닙니까?(웃음)

길들인 매는 멀리 안 날아가요. 그 근방에서 배고프면 바로 내려오는데, 아침에 늦게 오면 이게 먹잇감을 사냥해서 배부르게 되잖아요? 그럼 돌아오질 않아요. 하는 수 없이 아침에 일찍 올라와야겠구나 생각하는데 바람결에 방울 소리가 났어요. ‘내가 너무 집중해서 헛소리가 들리나 보다.’하는데 또 방울 소리가 나는 거죠. 한참을 소리를 따라 가다보니 산꼭대기에서 방울 소리가 딸랑딸랑하고 선명하게 나더라고요. 순식간에 절벽에 올라가서 달빛에 매를 찾아 데려왔던 추억이 있어요.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보통 일어나면 오전엔 공부를 합니다. 옛 문헌도 공부하고 자료도 뒤져 보고 그러죠. 오후엔 응방에서 훈련을 하죠. 오늘처럼 교육이나 시연회가 있으면 매들을 데리고 가고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시연하고 있는 박용순 응사의 모습 ⓒ박미래

Q. 현재 우리나라에 응사는 몇 분이 계시나요?

공인 응사는 2명뿐입니다. 저와 전북의 박정오 응사만이 전통 매사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죠.

Q. 응사님은 현재 ‘한국전통 매사냥 보전회’를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동호회 인원은 몇 명 정도 되나요?

회원 수는 700여명 되고요. 진짜로 현장에 와서 교육을 받고 동호회 활동을 하는 사람은 열 명 남짓 합니다.

Q. 매 사냥은 저 같은 여자도 할 수 있나요? 매 사냥의 전통을 봐도 남자들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한데요.

무리는 없습니다. 매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애정과 부드러움으로 다뤄야 잘 따릅니다. 가까운 일본의 예만 들더라도 여성 매 사냥 동호인들이 많습니다. 실제 매를 부리는 사람도 많고요.

Q. 일반 대중에게 매 사냥이 익숙지 않지만, 전통문화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응사님이 생각하는 해결방법엔 뭐가 있을까요?

매가 지금 환경부 보호종이고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개인적인 매 사육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 제도 안에선 매 사냥이 부활하기란 쉽지 않죠. 제가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자산으로 등재가 된 뒤에도 고작 3명의 이수자가 매 사육 허가를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이수자가 많이 배출될 수 있게 관계 기관에서 최대한 협조를 해줘야한다고 봅니다. 매 사냥 기능 보유자 혼자서 취미 생활로 매 사냥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같이 즐겨야겠죠. 그래야만 전통문화는 살아있는 것이고 오래갈 수 있습니다. 우선은 매 사냥을 교육할 수 있는 상설 체험장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매 무섭지 않아요! ⓒ박미래

Q. 본인에게 있어 매 사냥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매 사냥은 남녀 간의 연애와도 같아요. 연애 초기에 남녀가 서로 관심을 갖게 되더라도 처음에는 마음을 안 주죠. 왜냐하면 서로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서로 밀고 당기는 시간을 거쳐 서로 신뢰를 쌓게 됩니다. 야생에서 살던 놈이 마음은 청산에 있고 구름 위에 뜻이 있는데 사람 사는 환경에서 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겠죠.

매 사냥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고려응방 공식 홈페이지 https://www.kfa.ne.kr:44302

박용순 응사님과 하루를 함께 하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매를 좋아하고 아끼는구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매의 상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매를 다루는 응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답니다. 매 사냥을 일반 대중들에게 더 알리고자 제주도라도 찾아갈 용의가 있다는 박용순 응사님. 하지만 박용순 응사님이 계신 대전 고려응방에 찾아간다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2월에 응방에서 큰 행사가 있다고 하니 한 번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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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용순 응사

“바람도 쉬어 넘는 고개, 고름이라도 쉬어 넘는 고개.
산지니 수지니 해동청 보라매도 다 쉬어 넘는 고봉 장성령 고개
그 너머 임이 왔다 하면 나는 아니 한 번도 쉬어 넘어가리라.”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산의 험준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등장시킨 산지니, 수지니, 해동청, 보라매는 오래전부터는 인간과 함께 지내온 매의 다양한 명칭이다. 우리나라의 매사냥은 이 작품이 지어진 조선시대보다 훨씬 앞선 고대부터 존재한 오랜 역사의 무형문화유산으로 2010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매사냥이 정확히 무엇인지, 심지어는 매를 사냥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아 매사냥이 대중적으로 인식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한국에서 공인된 매사냥 기능 보유자로는 대전의 박용순 응사와 전북 진안의 박정오 응사 둘 뿐이다. 그리고 주로 해당 지방에서 시연을 하므로 매사냥은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렵다. 그런데 마침,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K-Arts 아카데미’ 민속 교육과정 중 박용순 응사의 ‘매사냥’ 강연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있어, 부랴부랴 박물관의 협조를 받아 강연에 참석했다. 이날 박용순 응사가 강연에서 들려주었던 매사냥의 역사와 응사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옮겨본다.

- 매사냥의 역사에 대해

세계적으로 매사냥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우리 민족은 고대부터 근대까지 임금은 물론 일반백성에 이르기까지 약 2,000여 년 동안 매사냥을 즐겨왔다. 고구려 벽화에도 매사냥 그림이 있는데, 고구려뿐만 아니라 발해, 거란, 여진 등 모든 북방민족은 우리의 해동청(송골매)을 이용한 매사냥을 최고로 여겼다. 특히, 고려 충렬왕 때에는 매사육과 매사냥을 전담하는 관청인 ‘응방(鷹坊)’이 설치되었다. 고려 후기 문신인 이조년은 이 무렵 매를 포획하여 사육, 훈련하는 기술을 기록한 매사육교과서인 「응골방」을 집필하기도 했다.

「일본서기(日本書紀)」에는 백제의 귀족이었던 ‘주군(酒君)’이 일본 황실에 매사냥 기술을 최초로 전해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백제는 삼국 중 일본과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었으며, 매사냥의 종주국이었다. 고려 후기에 이승휴(李承休)가 지은 「제왕운기(帝王韻紀)」를 보면 백제를 ‘응준(鷹準)’이라 칭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응(鷹)’은 매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매사냥은 오래전부터 귀족층을 중심으로 부와 명예를 상징하는 고급 스포츠였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을 보면 태조 이성계(李成桂)는 1395년(태조 4) 3월에 지금의 서울 응봉산 기슭에 매사냥과 사육을 담당하는 관청인 응방(鷹坊)을 만들고 이 지역을 왕실전용 매 사냥터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매사냥 애호가로 잘 알려진 세종대왕은 명나라가 조공으로 말 2만 5천 마리를 요구하자 해동청을 비롯한 매 15마리로 조공을 대신하기도 했다.

이처럼 매사냥은 왕에서부터 일반백성까지 모두가 즐기던 국민 스포츠였지만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를 거치면서 거의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몇몇 뜻있는 사람들과 문화재청,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2010년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는 한국이 일본, 중국 등을 제치고 동북아시아에서 매사냥 메카라는 것을 국제적으로 입증받은 셈이다.

- 매를 길들이는 방법은?

매는 겨울에 야산에다 그물을 쳐서 잡는데, 이때 잡힌 매는 야성이 매우 강하므로 숙달된 봉받이가 길들여야 한다. 매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방안에 가두어 키우는데, 이를 ‘매방’이라고 하며 매 주인은 매방에서 매와 함께 지내게 된다. 나도 매와 함께 방에 들어가면 이제는 집사람이 알아서 옆자리를 내준다. (웃음) 매사냥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을 이루어서 하는데, 매를 다루는 봉받이, 꿩을 몰아주는 몰이꾼, 매가 날아가는 방향을 봐주는 배꾼으로 구성되고 있다.

- 강연에 데리고 온 매의 종류는?

오른쪽에 있는 매는 ‘보라매’로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보라매란 난 지 1년이 안 된 새끼를 잡아 길들여서 사냥에 쓰는 매로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용맹스럽다. 그러나 아직 어리기 때문에 숙련도나 능숙함은 조금 떨어진다. 가운데 있는 매는 ‘수지니’로 보라매가 자라면 수지니가 된다. 왼쪽에 있는 매는 중남미에 서식하는 ‘헤리스매’로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특성을 지닌다. 헤리스매는 팀워크와 친화력이 있고 머리도 좋아서 매사냥 시연용으로 가장 적합하다.

- 매의 수명과 매의 먹이는?

매는 야생일 때보다 사람이 키우면 더 오래 산다. 평균적으로 황조롱이와 같은 소형은 10년, 참매 등의 중형은 20~25년, 독수리 등의 대형은 40~45년 정도 산다. 먹이로는 기름기를 제거한 닭고기나 쥐를 주로 준다.

- 시치미란?

시치미는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해 이름이나 주소를 적어 매의 꽁지 속에 매어 둔 네모꼴의 뿔이다. 상급은 사슴뿔로, 중급은 소뿔로, 하급은 대나무로 만들며, 이때 시치미가 딱딱해야 하는 이유는 방울이 여기에 닿아 소리가 잘 나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소뿔을 고수하는 이유는 소뿔이 깃털처럼 적당히 휘어있어서 그렇다. 물론, 요즘 비행기나 공업 재료로 쓰이는 티타늄을 써도 문제는 없다.

한편, 시치미는 ‘자기가 하고도 아니한 체,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매를 잡아 기존의 시치미를 떼에 버리고 자신의 매인 양 행동하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외에도 매와 관련된 관용적 표현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비위에 거슬리거나 마음이 언짢아 성이 났을 때 쓰는 ‘골났다’라는 단어를 들 수 있다. 여기서 ‘골’은 참매를 뜻하는 ‘골’이라는 한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실제 참매는 한번 화가 나거나 삐치면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 매사냥의 내용이 담겨있는 고서(古書)가 있다면?

매사냥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는 고서로는 고려 후기 문신인 이조년이 지은 「응골방」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이염의 「신증응골방」,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삼국사기(三國史記)」, 「삼국유사(三國遺事)」,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해동역사(海東繹史)」, 「동사강목(東史綱目)」 등이 있다.

- 우리나라 매사냥의 현실과 외국의 사례

매사냥은 유네스크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지만, 현실은 이런 국제적 위상과는 거리감이 있다. 예컨대 사냥매를 사육하고 훈련하는 대전시 이사동의 ‘고려응방’의 경우 최소한의 비거리도 확보할 수 없는 좁고 낡은 농가에서 사육부터 전수교육활동까지 이루어지고 있으며 수많은 탐방객에게 쾌적한 편의시설은 고사하고 변변한 화장실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 있다. 또한, 겸업이 가능한 대다수의 기능보유자는 전승활동을 하면서 공방 운영이나 공연, 후학양성 같은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생계유지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매사냥은 사냥매가 생물인 관계로 거의 24시간을 지근거리에서 벗어날 수도 없어 취업이 극히 제한적이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유로운 전승활동에도 큰 부담을 겪고 있다.

외국의 경우 아랍에미리트는 아부다비에 매 전문 병원을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체코, 네덜란드 등 많은 국가도 국가 차원의 매사냥 센터를 운영하여 매사냥 연구는 물론 종 번식, 복원, 질병치료, 재활 등 수준 높은 동물 복지 프로그램과 청소년이나 일반 탐방객들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매사냥이 자유로운 일본은 해마다 신년행사의 일환으로 도쿄의 하마리큐 가든 파크에서 매사냥 시연행사를 여는 등 전통 매사냥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으며, 오래전부터 선진 외국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법을 도입하여 매사냥에 대한 학술적 수준도 상당히 높다. 비록 백제에서 전파된 매사냥이지만 현재는 모든 면에서 한국의 매사냥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 응사로서의 삶

나는 유년시절부터 매를 퍽 좋아하고 동경했다. 하늘에 매만 나타났다 하면 그저 한없이 기뻤고 잠시라도 같이 있고 싶어서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따라다녔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에 드디어 새매로 매사냥을 시작하였다. 이제 내 나이는 불혹을 넘어 지천명의 언덕에 와 있지만, 이직도 매의 해맑은 눈동자를 보면 어릴 적 그대로 가슴이 설렌다. 얼마 전 친구가 ‘너 그거(매사냥)하면 돈은 벌 수 있느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너는 돈밖에 모르느냐! 전통문화를 돈 벌려고 전승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고 속으로 되받아쳤지만, 어쩌면 현실적으로는 그 친구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은 빵(돈)만 먹고 살 수가 없으며 또한 빵이 전부는 아니다. 나는 어릴 적 꿈을 이루었고 지금도 그 꿈을 먹고 산다. 비록 출세는 못했을지라도 꿈을 이루었기 때문에 내 인생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0년 2월,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제8호 매사냥 기능보유자로서로 지정된 이래 뜻을 같이하는 몇몇 후학들과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www.kfa.ne.kr)’라는 단체를 만들어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꾸준히 전승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등재 이후 언론매체에 종종 노출되어 이제는 제법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무엇보다 매사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늘었다. 이렇게 국내에서 매사냥의 인지도를 쌓는 동시에 선진 외국과의 교류도 꾸준히 진행했다. 지난 2004년에는 일본매사냥협회 초청으로 도쿄에서 시연 및 강연을 함으로써 매사냥 종주국으로서의 진면모를 되새겼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세계매사냥축제’에 연속 3회 참가하여 국위를 선양했다. 그밖에 각종 학술단체 강연 등을 통하여 종전의 단순한 놀이 문화로 폄하되었던 우리의 매사냥을 인문학적으로도 승화하고자 노력했다.

현재, 매사냥 기능보유자는 2명밖에 없고, 지원도 부족해 매사냥 전승 및 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그럴수록 더욱 열정적으로 매사냥을 전파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매사냥이 활성화되어 한국의 대표적인 무형문화유산으로 우뚝 설 것이다. 마지막으로, 매사냥은 매를 진정 사랑해야만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

글,사진 최민정 기자 cmj@heritagechannel.tv
강연 박용순 응사 /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제8호 매사냥 보유자
취재협조 국립민속박물관  201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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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늘의 제왕 맹금과 매사냥

응사박용순선생과공주대조삼래교수께서공동집필한매사냥에관한종합책이드디어선을보이는군요.

전통문화의계승과보존을위해외길인생을걷고계신박선생님고생하셨어요.

구입문의041-850-8752공주대출판부

매사냥 저의 스승이자 한때 저을 제자 삼아주신 박용순 응사님

이번에 맹금과 매사냥 관련 서적 발간을 개인적으로도 기쁘게생각하고

많은분들이 구입하여 한국전통매사냥을 보다 쉽게 접하길 바래봅니다..^^

[김봉섭]

좋은 정보 알았습니다.

[長樂山人 이종인]

거 꿩사냥이 재미도 있겠고, 꿩탕이 일미일게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