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도만두나무
▲ 위는 조도만두나무 열매. 가운데가 움푹 파인 데다 파인 곳 주변으로 6개의 골이 있어요. 아래는 주변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대싸리 열매. 가운데에 3개의 얕은 골이 있어 조도만두나무 열매와 다른 모양이죠. /국립생물자원관·위키피디아
설날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로 만둣국이 있죠. 만둣국은 만두의 통통한 모습처럼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먹는 거라고 해요. 이런 만두를 닮아 이름에 만두가 들어간 식물이 있습니다. 열매 모양이 만두와 많이 닮은 '조도만두나무'예요. 이 나무는 1994년 학계에 신종(新種·전 세계적으로 처음 이름 지어진 종)으로 보고된 우리나라 고유종이에요. 학자들이 새로운 식물을 찾아 이름을 지을 때는 보통 발견 지역이나 형태적 특징이 드러나도록 이름을 지어요. 첫 발견 지역이 전라남도 조도이고 열매가 만두를 닮아 '조도만두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거죠.
조도만두나무는 조도를 비롯해 진도·완도 등 서남해 일부 섬의 밭둑이나 풀밭, 숲 가장자리에 자랍니다. 높이는 2~3m 정도로 낙엽 지는 키 작은 나무예요. 잎은 길이 8㎝ 정도의 긴 타원형으로 어긋나게 달리죠. 잎 양면에 털이 많고 잎자루가 1~2㎜로 아주 짧아 줄기에 딱 붙어 있는 느낌이에요.
이 식물은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피는 암수한그루이고, 7~8월에 초록빛이 도는 흰색 또는 노란색 꽃이 잎겨드랑이에 모여 핀답니다. 암꽃은 대개 가지 끝쪽에 달리고 꽃자루가 1㎜ 이하로 매우 짧아 다닥다닥 붙은 모습이에요. 수꽃은 암꽃보다 아래쪽에 달리고 꽃자루가 1㎝ 정도로 길어 꽃이 아래로 늘어지죠. 열매는 9~10월에 붉은 갈색으로 익는데, 지름 1.5㎝ 정도의 납작한 둥근 모양으로 가운데가 움푹해 만두처럼 생겼어요. 열매가 익으면 보통 6갈래로 갈라져 껍질이 벗겨지고 씨앗을 감싼 주황색 헛씨 껍질(씨의 겉부분을 둘러싼 껍질)이 드러나요.
조도만두나무는 우리가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대싸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 피는 특징, 잎, 열매 모양 등에서 차이가 있어요. 우선 광대싸리는 암꽃과 수꽃이 다른 나무에 피는 암수딴그루이지만, 조도만두나무는 암수한그루죠. 그리고 조도만두나무는 잎이 크고 두꺼우며 잎자루가 거의 없는 반면, 광대싸리는 잎이 길이 5㎝ 정도로 조금 작고 잎자루가 약 5㎜로 길어요. 열매 모양도 서로 완전히 달라요. 광대싸리 열매는 지름 4㎜ 정도로 작고 3개의 얕은 골이 있지만 조도만두나무 열매는 1.5㎝ 정도로 크고 6개의 골이 있어 구분되지요.
조도만두나무는 자라는 지역이 매우 좁고 훼손될 위험성이 아주 높습니다. 2016년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가능성이 큰 위급(危急·CR) 등급으로 등재돼 세계적으로 보호받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식물 관찰종으로 2022년에 새롭게 지정됐죠. 이렇게 관찰종으로 지정되는 종은 차기 멸종위기 후보란 의미로 지속적인 조사와 관찰을 통해 멸종위기 지정 여부를 검토한다고 해요. 최근에는 증식과 이식을 통해 가로수·조경수로 이용하고 보존하는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에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