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동물원의 역할은 판다 유치가 아닙니다
‘거점동물원’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2023년 12월 14일 시행)에 따라 동물원 허가제와 함께 새롭게 도입된 제도입니다.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되면 ▲동물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홍보 ▲동물 질병 및 안전관리 지원 ▲멸종위기종의 보전·증식 ▲지역 동물원에 대한 전문 의료·기술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국가로부터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습니다.
환경부가 제시한 거점동물원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전시와 관광이 아니라, 보전과 지원입니다. 거점동물원은 얼마나 많은 희귀동물을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지역 동물원의 의료·교육·종 보전의 허브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하는지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제2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된 우치동물원은 지정과 동시에 판다 유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판다 유치를 위해서는 약 300억 원 규모의 시설 투자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예산은 국내에 남아 있는 200여 마리의 사육곰을 구조·보호할 수 있는 규모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초기 시설비뿐 아니라, 중국과의 협약에 따른 임대 기간 동안 막대한 유지·관리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판다 유치는 거점동물원의 본래 역할과 우선순위에도 부합하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전시 중심 운영에 따른 동물복지 문제는 물론, 리와일딩(Rewilding, 재야생화) 정책과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습니다. 또한 판다는 임대 형식으로 일정 기간 사육한 뒤 반환해야 하는 계약 조건이 일반적이어서, 장기적인 국가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사육곰 문제를 비롯해 산양, 여우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보전과 증식, 불법 밀렵으로 희생된 야생동물의 구조와 자연 복귀라는 시급한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연생태계가 스스로 기능할 수 있도록 회복시키는 리와일딩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중요한 시점입니다.
300억 원의 우선순위는 판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이어야 합니다.
우치동물원이 거점동물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야생동물 구조와 치료, 멸종위기종 보전, 동물복지 교육, 그리고 리와일딩 기반 구축이라는 본연의 공공적 역할에 충실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랍니다.
2026.6.
(사)길냥이와 동고동락, 동물권단체 하이, 사단법인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사) 더 레스큐, 동물학대방지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