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가 서울 시내 대표적 순교성지 중 하나로 성지 개발을 추진 중인 ‘서소문’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지난 11월 4일 발족한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 대책위원회’의 정갑선 실행위원장은 12월 3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통화에서 “역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 서울 중구청이 진행하는 것은 천주교 순교 성지화에 너무 치우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천주교 성인을 추모하는 것은 좋지만, (서소문은) 사육신을 비롯해 홍경래, 근대사에 들어오면 동학혁명의 지도자들도 수난을 당했던 장소”라며 “국민의 혈세로 그런 장소를 천주교 순교성지로 조성하는 것은 너무 종교 편향적이지 않은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 서소문 역사공원과 순교자 현양탑 (사진 출처 = 서울시 중구청 홈페이지) |
서소문공원의 ‘성지화’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된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관광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미 중구청은 2012년 1월 9일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에서 “서소문공원 성지화로 세계적 관광지 만든다”고 했으며, 2012년 6월 18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는 “새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서소문공원을 2015년까지 인근의 서울역 국제컨벤션센터 조성과 연계해 세계적 천주교 성지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정갑선 위원장은 서소문이 천주교뿐만 아니라 동학과 민족역사를 아우르는 역사공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 대책위의 의견이라며, “굳이 서소문을 역사공원으로 만든다면, 한국의 역사, 근대사를 정확히 재정립해서 반듯한 역사공원을 만들어 후손에게 남겨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곳의 공식 명칭은 "서소문 역사공원"이지만 공원 한가운데 천주교의 커다란 순교자현양탑이 자리잡고 있다.
한편 정 위원장은 몇몇 언론이 대책위에 대해 ‘천도교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종교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은 우리도 대단히 걱정하는 사항”이라며, “(대책위에는) 역사학자, 스님도 있고, 사회단체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11월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서소문은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조선왕조 50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사형이 집행된 장소”라면서 “민족의 사적지이자, 국민들의 역사공원을 천주교만의 성역으로 개발하는 것은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또 대책위는 “(서소문에서) 사육신을 비롯한 홍경래 등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며, 또한 동학혁명 지도자 김개남 장군의 수급이 효시되었고, 동학 2세 교조 해월 최시형 선생께서 순국순도-순교 직전 한 달여 옥에 갇혀 온갖 고문과 고통 속에 재판받던 곳으로서 동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동학의 성지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 | | ▲ 서울로 호송되는 전봉준 (사진 제공 =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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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텐츠진흥원이 제공하는 웹사이트 문화콘텐츠닷컴의 ‘최시형 순교 터’에 따르면, 동학 제2세 교조로 동학농민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던 최시형은 1898년 관군에 붙잡혀 서소문 감옥에 갇혀 있었다.
‘한국가톨릭대사전’의 ‘서소문 밖’ 항목에 따르면 천주교 순교 사적지인 이곳에는 한국의 103위 성인 중 44명이 순교한 곳이다. 서울대교구 약현성당 근처로 중구 칠패로(옛 의주로)에 있다. 현재 세워져 있는 ‘서소문 밖 순교자 현양탑’은 1999년 축성됐다.
지난 8월 16일 시복된 124위 중 서소문 밖에서 처형된 순교자는 정약종(아우구스티노), 강완숙(골롬바) 등 25위이며, 광화문 시복미사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순교자 현양탑 앞을 방문하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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