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초조, 대만 통일에 중국 '속수무책', 미·중 내 '뜻밖의 변화' / 11/17(금) / 현대 비즈니스
◎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중국 시진핑 정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1월 15일(현지시간)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중국의 곤경'을 뒷받침한다. 중국은 국내가 불안정해 미국과의 대결을 미루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시진핑 씨는 회담 모두에서 이렇게 운을 뗐다.
〈나는, 지금도 「주요국의 경쟁이 현대의 조류라고 할 수 없고, 중국과 미국, 세계 전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본다. 지구는 두 나라가 성공하기에 충분히 넓다.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쪽의 기회인 것이다〉
이 '지구는 두 나라가 성공하기에 충분히 넓다'는 대사는 시진핑 씨가 2013년 6월 국가주석으로 처음 방미해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전한 '태평양은 미중 양국을 수용하기에 충분히 넓다'는 유명한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는 '중국은 태평양의 세력권 분할을 제안했다'고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태평양에서 지구로 무대를 한층 키웠다. 시 씨는 "우리는 이제 태평양은커녕 지구 전체를 분할하면 되지 않느냐" 며 큰 보자기를 펼쳐 보인 것이다.
이것만 들으면 겉으로는 자신만만해 보인다. 하지만, 한 꺼풀 벗기면, 내실은 전혀 다르다.
시진핑 씨는 대만에 대해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만으로의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멈추고 중국과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제 와서 대만 통일의 깃발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평화적 통일을 언급한 것이 핵심이다.
역대 미 행정부는 1972년 상하이 코뮈니케 등 3개 공동성명과 79년 대만관계법 및 6개 보증에 따라 대만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 중 대만관계법은 대만의 장래를 평화적 수단 이외에 결정하려는 시도는 서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평화적 통일이라면 미국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 중국의 '속수무책'이 드러나다
그런데 8월 25일 공개 칼럼에서 해설했듯이 바이든 행정부의 일라이 러트너 국방차관보는 2021년 12월 의회에서 "대만은 주요 무역로를 따라 위치한 대만은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고 증언하며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원점으로 돌아가 미국은 평화적 통일에 반대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의 중국은 무력침공을 감행할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코로나19 봉쇄 후유증으로 국내 경제는 엉망인데다 정작 정부와 인민해방군은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을 경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저히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전쟁을 벌일 형편이 못 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지금 국면에서 시진핑 씨에게 남은 선택은 평화적 통일밖에 없다.
그는 "나는 무력 침공을 할 수 없다. 그러니 평화적 통일을 지지해 달라" 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속내를 털어놨다고 해도 좋다. 표면적으로는 지구분할 같은 큰 소리를 쳐도 현실적으로는 평화적 통일에 대한 지지를 미국에 탄원하면서 정상회담에 응해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내용으로는 아무리 "내가 바이든에게 당당하게 요구했다"고 허세를 부려봐도 정상회담에 응한 사실 자체가 중국의 속수무책을 보여준다.
◎ '대만 통일'은 점점 멀어진다
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시간을 벌어봤자 중국은 앞으로 갈수록 침체될 뿐이기 때문이다.
국력의 기본은 경제다. 경제가 침체되면 군사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의 군사력은 예전처럼 대포와 군함 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이 열쇠를 쥐고 있다.
그런 첨단기술을 중국은 어떻게 손에 넣었느냐 하면 서방에서 훔쳐왔다. 말 그대로 지적재산을 도둑질해 온 것이다. 이를 눈치챈 미국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등이 총력을 기울여 도둑을 적발하는 한편 첨단 기술을 둘러싼 중국과의 무역, 투자, 기술 협력을 엄격히 제한했다. 이제 중국은 봉쇄되고 말았다.
그러면 중국은 독자 개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수한 젊은이는 직업도 없고, 「잠꾸러기족」의 유행이 나타내듯이, 완전히 의욕을 잃고, 뒤척이고 있다. 오히려 이 칼럼에서 전해왔듯이 기업인도 젊은이도 기회가 되면 외국으로 도망가고 싶어한다. 미국 남부 국경에서는 미국으로의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중국 난민들이 넘쳐나는 형국이다.
그런 마당에 시간을 벌어봤자 서방을 능가하는 군사력을 손에 넣을 리가 없다. 오히려 진부해질 뿐이다. 한마디로 강해졌지만 실제로는 대만 통일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국민이 미국을 어떻게 보느냐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여론조사도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한 미국 조사업체 모닝컨설트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을 '적대적'으로 보는 중국인 비율은 80%를 넘던 2022년 4월에 비해 2023년 10월 48%로 급락했다. 반대로 우호적이라고 보는 중국인은 45%로 급증했다.
첨예한 미중 갈등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중국에서 실시한 조사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있지만, 나는 「중공이 미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본다. 괴로운 나머지 당분간은 친하게 지내자는 것이다. 시진핑 체제에 대한 중국인의 환멸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중국의 자신감 상실과 속수무책이 짙게 묻어난다.
반대로 미국인들이 중국을 어떻게 보느냐 하면 미국 갤럽 조사에서 2023년 1979년 이후 최저치인 15%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인이 너무 싫다'는 미국인의 기분을 반영한다.
그래도 시진핑 씨가 자표자기해서 대만에서 폭발할 위험은 남는다. 중국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본은 냉정하고 착실하게 방위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 틀림없다. 기시다 후미오 정권의 지지율 급락은 친중 노선에서의 결별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