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인경(범종) 소리는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가?

[돌삐]

주례행사처럼 어제도 매형께서 누워 계시는 한양대 병원엘 다녀 왔다.

감기 한번 제대로 앓은 적이 없었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말씨가 어눌해 지시면서 왼쪽 팔의 근육이

그 형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늘어 지게 되어 여러 종합병원을 찾아 선진 의료 기술을 동원하여 진단을 받은

결과는 참으로 황당하게도 희귀병이란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

병의 원인이 확실치 않으니 자연 치료약이 존재치 않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이란 병은 유명한 야구선수 루게릭이

앓았다고 해서 일명 루게릭병이라고들 하는데 자가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자신의 근육세포를 적으로 오인하여 스스로의

근육을 무력화시키곤 결국에는 호흡장애 등을 일으켜 발병후 5년 이내에 거의 100% 사망케 되는 몸서리 쳐지는 병이다.

세계적인 석학 스티븐 호킹 박사가 대표적인 환자이시다.


지난 해 10월 3일 급박하게 응급실로 들어 가셔선 오후까지 산소마스크를 쓰시고 어렵게 버티시다가 그날을 채 넘기지

못하시고 기도에 호흡기를 삽입하여 오늘까지 기계의 힘으로 힘겹게 숨을 쉬시면서 투병하고 계신다.

호흡기를 삽입한 이후론 물론 말을 할 수도 음식물을 섭취할 수도 없어서 겨우 움직이는 왼쪽 엄지로 누나의 손바닥에 어렵게

몇자를 적으시곤 주위사람들의 대화를 들으시면서 언제나 허공만을 응시하신 채 울먹이시기만 하신다.


이제는 입원하신지도 꽤 여러 달이 지났으므로 하루도 걸르지 않고 병실을 지키시는 누나의 건강과 정신적인 의지가

염려되는 상황이 되어 병문안이라기 보다는 간병하시는 누나를 위로키 위한 발걸음이 되어 버렸다.


나와 띠동갑인 큰누나는 갓 스무살을 넘기기 무섭게 반중매로 나타나신 매형 덕분에 졸지에 어린 나이로 그 분들의

표현처럼 군인각시가 되어 버린다.

자식을 여럿 둔 친정아버님의 다른 형제들의 출가를 배려한 깊은 심려 덕분이라고 흘려 버리기엔 너무도 어린 나이에

숟가락 몽뎅이 하나 제대로 없는 시집에서 모진 고생을 하면서 오직 남편 한분 만을 의지한 채 참으로 열심히 가족들을

위해서 헌신하시면서 오늘까지 사셨다.

아들 딸 모두 출가하고 정원이 큰 강남의 단독주택에서 편안한 노후만을 생각하시던 어느 날 정말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농담으로도 평생 거짓말 같은 걸 해 본 적이 없으시다는 매형 내외는 세상에 어째 이런 일이란 말만 가끔 되뇌이신다.

무어라 달리 위로 할 말이 없다.


공직에 계시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헌신적으로 봉직하시던 어느 날 어렵게 쨤을 내어 두분께서 관악산 연주암엘 등산 겸해서

올랐는데 경내에 들어 서기 무섭게 요사채 쪽에서 부하직원 한 분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인사를 하시면서 주지스님께로

안내를 하신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그것도 초면에 대뜸 주지스님께서 던지는 말씀은 연주암 범종불사를 도와 달라는 것이다.

범종은 현장에서 거푸집을 설치하여 쇳물을 붇는 방법과 제대로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완성품을 제작하여 헬기로 들어 올리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전자는 실패할 확률이 높고 후자는 헬기 동원이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범종의 무게가 워낙하니 동원할 헬기는 상부에 프로펠러가 두개가 있는 대형 수송용 헬기인 씨누크 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선

미군에게 그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도무지 성사될 것 같지도 않은 일을 선듯 녜라고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범종이 설치될 위치가 대웅전에서 지척의 거리인지라 긴 와이어에 매단 거대한 범종을 기류도 좋지 않은 관악산 정상부에서

헬기로 제자리에 앉히기는 무척 난해한 일어었는데 불자인 일본인 부인을 둔 미군 헬기조종사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아무런

사고없이 크디 큰 역사를 이루어 낸다.

비단 그 뿐이 아니다. 종각을 마련할 시멘트나 철근 같은 엄청나게 많은 양의 공사재료 또한 수십차례를 오가면서 실어 나르게 된다.


관악산은 건산이라 물이 몹시도 귀해서 그간 사찰에선 많은 고생을 하던 차라 실어 올린 공사재료를 사용하여 종각 밑에

거대한 콘크리트 수조를 설치하여 우기에 많은 물을 저장케 되어 지금도 여러 사람들이 요긴하게 쓰고 있다.


불자들 사이에선 관악산 연주암에 어느 날 귀인이 홀연히 나타나서 범종불사를 하였다는 말이 전설처럼 떠 도는데 본인인

매형도 가끔씩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본인의 힘은 분명 아닌 듯 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 해 미국과의 외교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자신들의 10대 치적 중에 이 연주암 범종불사가

담겨 있었던 걸로 보아서 이는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일이 었음이 틀림 없어 보인다.


아직 등산인구가 그리 많지 않던 시절 콘크리트 수조 덕분에 물사정이 좋아진 연주암은 처음으로 등산객들에게 점심

공양을 올리게 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나게 된다. 물론 웰빙의 유행 또한 한몫 하면서 이래 저래 신도들의

발길이 잦아 들면서 그간 쇠락하였던 연주암은 하루 멀다 하면서 사세가 늘어 나게 되는 듯 하였다.


가끔씩은 연주암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던 두분은 연주암에서 심야에 만인이 피눈물로 감동할 거대한 야단법석이

벌어진 이후론 발길을 끊어 버렸다는 말을 들었다.

민망하여 직설키 어려운 그 날의 야단법석을 이런 식으로나마 겨우 몇자 적어 보면 과연 가당한 표현인지?

"연주암 주지 벼슬 쟁탈 전국 승려 각목 무술경진대회."


지난 주 일요일엔 연주암에 올라 부처님께 인사 올리고 종각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범종 중심부에 매형의 존함만이 뚜렷히 양각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범인으로선 도무지 알 수가 없을 것 같은 세상사의

아이러니를 꼼씹어 보고 또 씹어 보았다.

불전사물 중에서 범종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구제키 위한 법음이라고들 하는데 아직 중생의 탈을 벗지 못한 이

소인배의 눈에는 우선 이 범종불사의 대공덕주이신 매형의 고통과 아픔만이 연신 눈에 어른거린다.

영겁의 세월이 지난 어느 생에 자그만 불심공덕으로 인간의 몸을 받은 어떤 이가 풍우를 견디고 꿋꿋히 그 웅장한 자태를

나투시는 이곳 범종 앞에서 실개천처럼 어느 사이에 흘러 가 버린 혼미했던 어느 생을 연상하며 그제서야 차마 부처님의

인과법을 깨닫고 목 놓아 울부짖을 것인가?

부처님 부처님 거룩하신 부처님! 탐욕과 무명 그리고 혼돈의 영욕으로 얼룩진 이 사바세계부터 우선 고고히 울려 펴지는

이곳 범종소리로 말끔히 씻어 주십시요.

오늘따라 불국토가 너무도 그립사옵니다.

모진 병마로 고통 받는 매형께서 하루 빨리 쾌차하시길 부처님 전에 간절히 빌고 또 빌어 봅니다.


탄천변 황조롱이 돌삐 합장드립니다.

[민산]

_()_

[일지스님]

_()()()_ 빠른 쾌유를 기도드립니다. 나무 약사여래불

[왕손]

예전에 어느 마을에 불심이 깊은 부자가 살았답니다 어느날 지나가던 노스님이 그부자에게 불사를 할것을 권유햇답니다 그래서 그 부자는 전재산의 3분의 1가량을 보시햇다는 군요 그런데 잠시 지나후 바로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답니다그후 다시 그아들이 어버이의 병세가 호전되기를빌며 3분의1가량을다시 불사에 햇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눈이 보이질않드랍니다 화도 나고 회의가 들기도 햇지만 다시한번 나머지 재산을 모두 불사에 내놓았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않은뱅이가 되었다는군요 너무도 화가난 아들이 그 절의 노스님을 찾아가서 따지었답니다 어찌이럴수가 있는지를........ 그러자노스님이 말씀하시길.......

[왕손]

당신의 아버님은사실내생에 귀머거리로한생을...그다음생은 장님으로한생을 ....그다음은 앉은뱅이로한생을 보내셔야할 운명이었으나 이생에크나큰선근을지었기에 3생에 받아야할인과를 한생에모두마칠수잇게되엇다고 말슴하시었답니다..... 거사님이 말씀하신...."범인으로선 도무지 알 수가 없을 것 같은 세상사의 아이러니"... 속에서 어쩌면 설화같은 경전속의 이야기가 우리들에겐 가끔 작은 위안이되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건강해지시길 바랍니다()()()

[돌삐]

훌륭한 가르치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왕손님도 늘 건강하셔서 명상카페에서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