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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daum.net/v/20230331050218270
벼 재고 없는데 산지쌀값 하락 ‘장기화’
하지혜입력 2023. 3. 31. 05:02
25일 20㎏ 4만4545원 기록
전년 동기대비 6.6%나 낮아
격리물량 방출 우려 등 원인
양곡업계 ‘이상 현상’에 불안
“정부, 저가 처분하지 말아야”
정부가 시장격리 계획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산지에 벼가 없는데도 쌀값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적어도 5월까지 약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양곡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쌀값은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5일 기준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20㎏들이 한포대에 4만4545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때보다 6.6%, 수확기 평균 쌀값보다는 2% 낮은 수준이다. 낙폭도 커지는 모양새다. 5일·15일자 쌀값은 전 순기 대비 각각 0.1% 떨어진 반면 25일자 쌀값은 0.6% 하락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 시중에 유통될 쌀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산 쌀 생산량 376만t과 올해 쌀 예상 수요량 367만t, 시장격리 계획 물량 37만t을 감안하면 수요에 비해 약 28만t이 모자랄 거라고 관측했다. 이후 시장격리곡 매입 기간을 이달말까지 연장했지만 37만t 가운데 6만t은 채우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월된 구곡 물량까지 감안하면 올해 약 13만t의 쌀이 부족하단 게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는 4월쯤이면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중심으로 원료곡이 부족해지면서 쌀값이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쌀값이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고 되레 약보합세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4월 쌀 관측’을 통해 5월까지 쌀값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경연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산지유통업체의 재고량은 전년 대비 26.7% 줄었지만, 쌀값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결국은 산지 수급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농경연의 설명이다.
최선우 농경연 전문연구원은 “재고량이 줄면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지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2021년산 역계절진폭(단경기 쌀값이 전년 수확기보다 떨어지는 현상)이 20%에 달했던 것이 시장 심리를 위축시켰고, 정부 매입 물량 증가로 벼값이 강보합세를 띠는 데다 시장격리곡 공매에 대한 불안감으로 민간 RPC의 벼 매입 수요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장의 불안 심리로 인한 저가 출하 역시 쌀값을 낮추는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용경 광주전남통합RPC협의회장은 “지난해 막대한 손실을 본 데다 금리인상 등으로 비축에 부담을 느낀 RPC들이 재고를 빨리 처분하려는 것”이라며 “여기에 할인행사를 하는 유통업체와 소매상들이 저가 판매를 요구하면서 마지못해 싼값에 넘기게 되고 쌀 소비도 부진하니 쌀값이 오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양곡업계는 정부가 이런 기현상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 매입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시장격리곡 방출에 대한 산지 불안감을 잠재우려면 정부가 적정 가격을 제시하고 그 이하로는 방출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농협 RPC 관계자는 “정부는 농협 물량을 매입해서라도 시장격리 계획량을 채우겠다고 했지만 예상 수요량이 나오고 쌀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번복, 물량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기 때문에 공공비축용 산물벼 인수도를 하지 않겠다는 등 공식 발표를 해야 쌀값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정 시기를 놓치고 RPC들이 저가로 재고를 다 처분하고 난 뒤에야 쌀값이 오르면 올 수확기 벼 매입가 상승으로 RPC가 또 큰 적자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5∼6월 산지유통업체들이 재고를 처리하고 원료곡이 부족해진 민간 RPC가 단경기를 앞두고 매입에 나서면 쌀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