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그래도 살아지는데 이선균씨가 하늘의 별로 돌아갔다. 남겨진 아이들과 부인이 떠 올랐지만 그들도 사노라면 살아질 것이다. 그러니까 3년 전 쯤이다. 코로나가 발발하기 서 너 달 전 이였으니까.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스케쥴에 매인 동행자도 없거니와 기왕 멀리 온 김에 스페인 근처의 나라들을 혼자 어슬렁거리다 귀국했다. 같이 동행 하려다가 자잘한 이유로 출국 직전 하차한 친구에게 집에 도착하여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초주검이 되어 전화를 받았고, 나는 놀라서 주저 앉았다.
그러니까 그게 그 친구의 두 딸 중, 둘째 딸이 불시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이었다. 둘째 딸은 9살짜리 아들과 남편을 남겼다. 슬픔에 육신을 못 가누는 나의 친구와 그저 같이 울면서, 말은 못했지만 남겨져 살아가야 할 어린 손주와 젊은 사위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곧, 죽은 사람만 불쌍한 거다. 산 사람은 산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라 하잖는가. 남편이 죽었을 때 오직 "나는 어떻게 살라고"만 한 달 넘게 울부짖던, 나 어릴적의 이모가 생각나며, 나 또한 그렇게 외치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 잘 살고 있잖은가. 살려고 스스로의 기억을 희석 시키는 삼년이 친구에게 흘렀고, 지금의 친구는 몇 가지 희망찬 소원의 기도를 하고 있다.
아들을 앞 세운 작가 박완서씨의 글을 발췌한다. "아들을 잃자 따라 죽고 싶었다...그러나 무서워서 못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것도 용기인지 팔자인지, 죽는 게 무섭다는 것과 생명에 대한 애착하고는 어떻게 다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모질지 못하다는 걸 깨달은 다음에 내가 절실하게 바란 건 슬픔을 참지 못해 서서히 저절로 죽어가는 거였다...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석 달도 안 된 어느 날 느닷없이 밥 짓는 냄새가 구수하게 코에 와 닿았다...나는 짐승 같은 나의 육체에 모멸감을 느꼈지만 결국은 식욕에 굴복하고 말았다... 웃고, 즐겁고, 섭섭해서 삐치고, 사람 할 짓은 다 하고 잘 살고 있는 나를 남처럼 바라보며 처연해지곤 한다."
첫댓글 이선균씨 소식은 충격 이었네요 부인과 아이들. 생각도 했지만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그 마음.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타깝습니다
저도 사실은 너무 공감이 됩니다. 다들 즐거워하는 크리스마스에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사랑하는 가족과
사별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식을 앞서 보내는 사람들과
배우자를 잃은 그 처절한 심정은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안될듯 싶어요.
넋을 잃고 절망에 빠졌을
착코님의 슬픔을 생각하니
등이라도 토닥여 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착코님 힘든시간 잘 견디셨습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지지요.
억지로 목숨을 끊지 않아도
명이 다하면 가게 될텐데
얼마나 못 살겠으면 서둘러 갔을지
그 심정이 오죽했을지
이선균님의 죽음이 너무 안타까워요.
착코님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제라님 덕분에 부지런해 지고 힘도 납니다.
이선균씨도
친구 딸의 죽음도
인간에게 죽음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가져다 주지요
그러기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슬픔은 큰거
같습니다
남아있는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읽으며
마음이 짠해져 옵니다
이선균님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곳에서 영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이 극복 될 때까지는 먼저 간 사람이 부럽기도 하지요.
밥 짓는 냄새가 구수하게 코에 와 닿았다...
살아지지요 세월이라는 시간의 힘으로~
박완서님의 공감할수 밖에 없는, 반박 할 수 없는 솔직한 표현들이지요?
이선균씨의 자살?
이선균씨는 꼭 자살 해야만 햇을까?
자살을 하는 분들이 안타까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절대로 자살 하지 맙시다
충성
영화 두 편이 자신 때문에 개봉을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미안 했을까요.
이선균 씨 자살 소식에 어제는
온종일 우울하더군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싶기도 하고요.
자식을 잃은 슬픔, 가족을 잃은 슬픔.
우리 나이에는 한 번씩 다 겪었겠지요.
그 아픔으로 남아있는 사람은
병을 앓기도 하고요.
착코 님 글이 너무 마음에 와닿는
아침입니다.
글도 어쩜 이리 잘 쓰시는지요.
감사드리며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베리아님.
박완서 님 말씀에 함축미
진솔미가 넘치니 제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작가지요. ㅎ
포기도 자유니
안타깝지만 그 분들 결정을 존중하고
우리 대다수는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요.
건필 유지하시고 즐겁게 지내세요.
맞습니다. 포기도 자유. 감사합니다 한스님
살면서 겪는 슬픔은
자녀가 먼저 세상을 떠는 것이겠지요.
엄마의 아픔은 표현이 안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박완서님의 글에도
진하게 마음이 닿거든요.
생과 사에
생각한다 해도
저로써는 답을 내지 못하네요.
콩꽃님의 마음에 동의 합니다..
'사노라면 살아진다'
제목부터
무거워 보였습니다.
늘 평안과 평화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눈이 오시네요..
쉼과 행복의 날 되십시요 혜전2님.
30년전쯤 복수심에 불타 남편을 곤궁에 빠뜨리려고
자살 한번 시도한적 있는데...
(남편은 술먹고 다니느라 심지어 몰라요)
착코님의 수필에 옛날이 회상되어 웃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1.07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