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없는 시즌/전쟁 그리고 삶
산책을 나섰다. 겨울이 깊어 삭막해진 자연엔 꽃이 없는 시즌이란 느낌이 들었다. 정말 이 세상에 꽃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늦게 피어 추위를 피하던 돌담장밑의 애기국화, 제철 맞은양 호화롭게 피었던 겨울꽃 동백도 시들었다.
화무십일홍? 그러나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햇살 잘드는 언덕배기 아래엔 늦동백이 누가 볼세라 몰래 몰래 꽃몽우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세계는 전쟁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서로에게 질세라 무섭게 포탄을 퍼붓고, 정쟁광 이스라엘과 헤즈블라도 여전히 끊임없이 싸움질이며, 우리의 큰형님과 따거(남의 형님?)인 미국은 중국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역전쟁을 하고 있다.
나라안의 전쟁,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예멘,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콩고공화국 등은 내전 중이다. 참! 근래들어 한 국가가 늘었으니,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도 총칼없는 전쟁을 시작하였다.
어제 산책을 다녀오다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서 외국인들이 무리지어 집회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가가보니 프랑카드엔 미얀마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 그 민주화? 그러한 관경은 처음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그들은 가끔씩 이곳에서 집회를 가졌고, 나의 눈에도 몇번 띄었다.
언제가 이곳을 지나며 기웃거리다 사진을 찍으려니 대표인듯한 사람이 내게 다가와 설명을 하면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달라고 하였다.
미안마, 국가 옛이름은 버마이다. 베트남, 태국, 라오스와 함께 있는 동남아에 위치한 국가, 2차대전 후 영국에서 독립 하였고,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군사독재 정치를 하는 나라이다.
근래들어 민주화의 화신 같은 아웅산 수치여사가 가까스로 정권을 잡기는 하였으나 군부의 허수아비 역활을 하였는지,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녀의 집권기간에 인권을 무시하는 일이 있어 나는 그녀를 달리 생각했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이후 군부에 정권을 빼앗기고, 가택연금을 당하고 살아가고 있단다.
미얀마의 젊은이들이 힘겹게 외국에 돈벌이를 하면서도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이 여긴다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지난해 일시 귀국을 했던 형님내외는 우리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정작 묻혀사는 우리는 느끼지 못해도, 멀리서도 보다 객관적으로 보고 듣는 그쪽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나라가 뒤집어지고, 다른 나라에 먹힌들 두고온 형제나 친척, 지인들에 대한 걱정에 끝날 것이고, 정작 자신들에게야 직접 뭔일 일어날리 없다.
그러나 미국이란 나라는 많은 민족들이 모여 살다보니 자신의 조국이 자랑스럽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불신을 받는단다.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 혼란 때문에 미국의 교포들이 창피스러워 못살겠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들었다.
미얀마의 젊은이들이 지리 어둡고, 소중한 시간을 내어 집회를 하는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일 것이다.
뒷산엔 앙상한 나무가지 사이로 겨울바람이 분다. 언듯 나무가지 사이로 산책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 즈음에 꽃이 없는 것은 소한 대한을 거쳐가며, 식물들도 진정한 한해의 마디를 남기고, 음력설 지나 추위가 풀리면 새로운 기운으로 생명을 연장해 가려는 의도가 아닌가 여겨진다.
나무들은 평화로이 겨울 추위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아가는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전쟁이란 서로가 많은 것을 잃는 것이다.
가난한 국가는 모두 그 이유가 있다. 이유는 공통적이다. 전쟁, 독재, 부패, 지나친 포플리즘정책...
세계의 패권국, 세계 경제가 침체되어도 국가 경제가 활발한 경제대국, 미국의 강력한 파워를 가진 대통령이 등장했다.
많은 국가들이 그들에게 눈도장을 찍기위해 다가가지만, 그들이 분탕질 치기에 바쁜 우리를 곱게 돌아봐 줄란지가 걱정이다.
우리네 삶이 언제부터인가 전쟁이 되고 말았다. 정치야 누가하든 관심없어 마음 팽개치드라도, 먹고사는 경제문제는 우리들의 직접적인 생명줄이다.
한번 꼬꾸라지면 일어서 꽃을 다시 피우기 힘든 세상이다. 꽃이 없는 시즌이 되는 것이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하였으니, 우리네 위정자들이 개탄스럽고, 점차 기울어져 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