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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10
S#1. 은성모 산소
9회와 연결해서...
고평중 : 우리 은성이가 왔었어! (흰 장미 다발과 샴페인 든 쇼핑백 내 팽개치고 휙 돌아서며) 은성아! (뛰어 내려가는)
S#2. 공원묘지 일각 + 환 차 안
시디플레이어 음악 흘러나오는 차 안.
환, 혼자 차에 앉아서 열린 차창 밖으로 손 내밀고 리듬에 맞춰 손 까딱거리며 은성 기다리고 있다.
환 : 배고픈데 왜 안 와. (기웃거리고)
S#3. 공원묘지 길
구르듯이 절박하게 뛰어 내려오는 고평중.
<프래쉬 컷- 9회 66씬에서 ‘환에게 팔 잡혀 내려가던 은성 뒷모습’>
은성이라는 확신과 놓치기 전에 만나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기를 쓰고 뛰는 고평중.
S#4. 공원묘지 일각 + 환 차 안
사이드 밀러로 손수건으로 손 닦으며 다가오는 은성 보는 환, 시동 건다.
은성, 다가와서 차에 타면 저만치 뒤에서 구르듯 뛰어내려오는 고평중 보인다. 동시에 막 출발하는 환.
은성, 손 닦은 손수건 개느라 고개 숙이고 있다.
헐떡거리며 내려온 고평중 출발하는 차 보고 은성아!- 부르며 달려오지만 음악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환 : (백미러로 흙먼지 속에서 달려오는 고평중 보는) 저 아저씨 왜 저래?
은성 : (별 생각 없이 손수건 개서 가방에 넣는)
고평중 : (눈물 어려 필사적으로 달려오며) 은성아!-
은성 : (아련하게 은성아- 소리 들었다. 멈칫하는)
S#5. 도로 + 환 차 안
은성, 환청처럼 느껴지는 은성아- 소리 듣고 환 쪽으로 고개 돌려 뒤 돌아보는데 환, 막 커브 길 돌아 선다.
백미러에서 사라지는 고평중.
환, 운전하다 얘 왜 이래? 힐긋 은성 보는데 뒤 쪽 보는 은성 눈에 눈물 어려 있다.
가까이에 보이는 은성의 눈물 어린 눈 보고 멈칫하는 환.
S#6. 공원묘지 일각
목이 터져라 부르며 쫓아오던 고평중, 땀범벅으로 발걸음 늦춰지다 멈춰 선다.
고평중 : (눈물 가득해 헐떡이며) 은성아...
S#7. 은성모 산소
흰 장미 다발 두 개 나란히 놓인 무덤 앞.
고평중, 자기가 사온 샴페인 종이컵에 따라 은성이 놔둔 잔 옆에 놓는다.
고평중 : 당신이 제일 좋아했던 꽃, 술이라고 유일하게 당신이 마셨던 샴페인... 은성 엄마, 우리 은성이 맞지?...
(감동으로) 고마워요, 오늘은 놓쳤지만 당신 덕에 은성이 만날 수 있게 됐어...
S#8. 국도 변 휴게실 주차장
소머리 국밥과 해물탕 집 등 음식점 두 개 있는 국도변. 환 차 서있고 은성과 환, 음식점 바라보며 서있다.
환, 은성모 산소에서 은성 상황 파악하고 그간의 은성에 대한 오해 풀리고 누그러진 마음.
은성 : 뭐 먹을 거예요?
환 : (심란하게 음식점들 쳐다본다)
은성 : 배고프다면서요?
환 : 해물탕.
은성 : (진심이다) 그럼 내가 소머리 국밥 먹을게요.
환 : 뭐?
은성 : (왜 못 알아듣지?) 따로 따로 먹자구요.
환 : (황당한) 너 진짜 사람 치사하게 만드는 재주 있다?
은성 : (무슨 소리야?) 나랑 밥 먹기 싫어서 매장에서 안 먹고 나가서 먹잖아요. 내가 있어서 집에서도 밥 먹기 싫다면서요?
환 : (멈칫했다가 타박 조) 혼자서 전골을 어떻게 먹어? 1인분 안 팔잖아!
은성 : (그러네? 전골 집 돌아보는)
S#9. 음식점
좌식 탁자에 대각선으로 떨어져서 앉아있는 둘. 탁자 위에 전골냄비 보글보글 끓고 있다.
팔짱 끼고 끓는 전골냄비 쳐다보고 있던 환, 은성 본다.
전골은 먹을 생각도 없이 반찬에 맨 밥 깨작거리듯 먹고 있는 은성, 어느새 1/3 공기 먹었다.
환 : (보다가 전골 다 끓었는데) 안 먹냐?
은성 : (여전히 환은 싫은 사람이다. 안 쳐다보고) 먹잖아요.
환 : 끓잖아.
은성 : (탁 보며) 떠 달라는 거예요?
환 : (어처구니없는) 먹으라구!
은성 : (다시 밥 먹으며) 새우 알러지 있어요.
환 : (새우 알러지? 황당한) 근데 여긴 왜 들어왔어?
은성 : 돈 아까워서요.
환 : 뭐?
은성 : 2만 5천 원짜리 해물탕 혼자 먹음 돈 아깝잖아요.
환 : (기막힌) 야, 그럼 새우 못 먹는다고 말을 해야지, 보란 듯이 맨밥 먹냐?
은성 : (계속 먹으며) 소고기 국밥은 안 먹는다면서요.
환 : (화난다) 얘가 진짜 번번이 사람 치사한 놈 만드네.
은성 : (멈칫 보면)
환 : (나름 변명하는) 가방 때도 너, 내 가방 못 찾을 사정 얘기 진작에 했으면, 내가 너 사기꾼 취급 했겠냐?
은성 : (기막힌) 댁 같은 사람한테 속사정 얘기하는 사람도 있어요?
환 : 뭐?
은성 : (그 때 생각나서 화난다) 나이트에서 만나자 마자 사람 죽일 듯이 몰아 부친 사람이 누군데? 말할 틈 줬어요?
사정 있다는데 들을 생각했나?
환 : (멈칫했다가) 그럼 집에서라도,
은성 : (더 화나는, 말 자르며) 집에서 만났을 땐 도둑 취급 했잖아요!
환 : (멈칫하는)
은성 : 할머니 때문에 왔다고 하는데도 112에 신고하라면서요? (어처구니없는 듯) 그래놓고 왜 진작에 말 안 했냐구?
어쩜 이렇게 자기 자신을 모르냐? 그 쪽이 남의 말 듣는 사람이에요?
환 : (할 말 없어서 더 화나는) 됐어! 밥이나 먹어!
은성 : (수저 탁 놓는)
환 : 너도 참 성질 못 됐다, 그렇다고 밥을 안 먹냐?
은성 : 밥풀 다 튀었잖아요! (일어서며) 먹고 나와요. (나가 버리는)
환 : (기막혀) 지가 다 튀어놓고? (반공기도 못 먹은 은성 밥그릇 보는, 자기는 밥도 못 먹었다. 급하게 앞 접시에 전골 뜨는)
S#10. 환 집 앞
차에서 내리는 둘. 은성, 트렁크로 짐 가지러 가면 먼저 다가서는 환, 짐 꺼내들고 트렁크 탁 닫고 들어간다.
이리, 하는데 벌써 대문 들어가 버리는 환.
S#11. 환 집 거실
은성 짐 들고 들어오는 환.
할머니, 티 테이블에서 회사 자료 보다가 돌아본다.
할머니 : (놀라 타박하듯) 아니 너 왜 혼자 들어와? (일어서고)
표집사 : (주방에서 나오는) 다녀왔냐?
환 : (할머니 말투에 부아 나는, 은성 짐 내밀며) 들어오면 주고, (주머니에서 2만 5천원 꺼내 주며) 남은 돈!
표집사 : (얼결에 받아드는)
환 : 버려두고 왔을까봐... (2층으로 가고)
표집사 : 같이 갔다 오긴 온 모양입니다.
할머니 : 저 저 버티고 뻗대기만 할 줄 아는 저 성질 머리. (걱정에) 적당히 구부리고 휘어질 줄 알아야 인생 제대로 살 텐데...
은성 : (들어오는) 다녀왔습니다-
할머니 : (다가오며) 그래 잘 다녀왔어?
은성 : 네, 할머니 덕분에 편하게 다녀왔어요.
할머니 : (은성 발보며) 아이고 발은 더 심해졌네. 성철아, 안 되겠다.
표집사 : 좀 봐 줄게요. 어르신 방에 가 있어요.
은성 : 저 괜찮아요?
할머니 : (손잡으며) 잔말 말고 이리 와. (방으로 끌고)
S#12. 할머니 방
할머니 앞에서 은성 발목에 냉찜질 수건 놓고 주무르고 있는 표집사. 옆에 조각얼음 담긴 대야 놓여있다.
은성 :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제가 해도 되는데요.
할머니 : 이 사람이 지금 그냥 아무렇게나 하는 건줄 아냐?
표집사 : (수건 걷어내고 은성 발목 이리저리 만져보는) 침 맞고 할 정돈 아닙니다, 어르신. (다시 수건 놓고 주무르며)
오늘 부기 빼고 내일 뜨거운 찜질 한번 만 더 하면 가라앉을 겁니다.
은성 : 아저씬 요리사가 뭐 이렇게 못 하는 게 없어요?
표집사 : (장차 진성 사장 될 은성이라 말 안 놓는) 요리 말고는 잘하는 거 없는 사람입니다.
은성 : 정원 손질도 잘하시고, 찜질에 사람도 잘 찾으시구... (하다) 근데 저한테 왜 말 안 놓으세요?
표집사 : (할머니 보면)
할머니 : 니가 어려운가 보지.
은성 : 제가요? 제가 왜 어려워요?
할머니 : (웃으며 말 돌리는) 니가 이 집을 어려워하니까 표집사도 널 어려워하지. (타박하는) 어머니 기일이란 얘긴 왜 안했어?
그럼 집에서 제사 모시게 준비 했을 거 아냐.
은성 : (대답 대신 웃고)
할머니 : 내일은 출근하지 말고 하루 쉬어.
은성 : 아니에요, 할머니. 매장에 안 움직이면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할머니 : 안 움직이면서 할 게 뭐 있어?
은성 : 서서 설거지하고 카운터도 보고, (웃으며) 손자 분 교육도 시키구요.
S#13. 환 방
샤워하고 들어온 듯 머리 털며 들어오는 환. 영란과 정, 소파에 앉아있다.
정 : (기막힌) 오빠 오늘 은성이 기사 노릇 했다며?
영란 : 오늘이 은성이 엄마 기일이라 산소 간다든데, 거기 갔다 온 거야?
환 : 어.
영란 : 부모 없고 오갈 데 없는 애라드니 거짓말은 아니었네?
환 : (침대에 앉으며 맞다는) 얼마 전에 아버지 돌아가신 것도 맞고, 되게 복잡한 사연 있는 앤데, 사기꾼은 아냐.
정 : 오빠 지금 은성이 편드는 거야?
환 : 무슨 편을 들어! 아닌 건 아닌 거라는데!
정 : (찔끔했다가 궁금한) 둘이 가면서 그런 얘기한 거야?
영란 : 니 오빠가 은성이랑 얘기 했겠니? 걔가 쫑알쫑알 거렸겠지.
환 : (멈칫하는) 그런 건 아니구.
정 : 그럼 걔 사정을 오빠가 어떻게 다 알어? 오빠가 뭐 독심술 있어?
환 : 언제 걔 사정을 다 안대! 부모 다 돌아가셨고, 내 가방 팔아먹으려고 빼돌렸던 건 아니라는 거, 그거 두 개 안다! 됐냐?
정 : 왜 화를 내구 그래?
환 : 피곤해. (침대로 가서 눕는)
S#14. 은성 방
낡은 앨범 옆에 놓여있고 승미가 보던 앨범 보고 있는 은성.
백성희와 승미 사진은 다 빼있고 은성과 고평중, 은우 사진만 꼽혀있다.
은성 : 아빠, 엄마한테 다녀왔어요... 지금 제 처지가 이래서 집에서 제사 못 모시고 산소에 인사만 갔었는데,
아빠 혹시 엄마랑 나 보러 왔었어요?...
S#15. PC방
초조한 얼굴로 포털 싸이트에 비밀번호 치고 엔터 치는 고평중, 그 위로...
백(E) : 은성이한테 연락 오면 당신 메일로 알려줄게.
고평중 : (로그인 되면 긴장해 떨리는 손으로 메일 클릭한다. 서둘러 받은 편지함 열어보지만 여전히 스팸 메일만 있을 뿐
은성 메일은 없다. 놀라) 아니 왜 연락이 없지?
<6회 43씬 중에서>
백성희 : 일주일에 한번쯤 메일 열어봐, 아무 것도 없으면 은성이 연락 없는 거야.
고평중 : (현재, E) 오늘 왔나?... 오자마자 새엄마한테 연락도 안하고 지 엄마 산소 부터 들른 건가... (애타고)
S#16. 흙침대 매장
오픈 앞두고 흙침대 회사 담당자와 매장 둘러보고 있는 백성희.
담당 : 매출 2위 하던 가맹점이라 운영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백성희 : 먼저 일하던 직원들이 있어서 한결 부담도 덜었어요.
담당 : 여기 점주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지 않았으면 절대 나오지 않을 자립니다.
백성희 : 편찮으신 분한테 고맙다 할 수도 없고, 그 덕을 제가 보니 안 고맙다 할 수도 없고 그러네요. (뿌듯하게 둘러보는)
S#17. 승미 집 앞 (저녁)
백성희,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부동산 중개업자와 30대 여자 집에서 나온다.
백성희 : (의아) 누구세요?
중개 : 아 예 부동산인데요, 집 보고 가는 길입니다.
백성희 : (놀라) 집을 보다뇨?
S#18. 거실 (저녁)
급하게 들어오는 백성희. 승미, 방으로 들어가려다 돌아본다.
백성희 : 승미야, 밖에 부동산 사람 말이 무슨 소리야? 니가 집을 내놨다는데,
승미 : (마음의 준비 끝났다) 맞아요, 내가 집 내놨어.
백성희 :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 이냐구! 니가 왜 이 집을 팔겠다고 내놔?
승미 : 이 집 내거잖아? 내 앞으로 된 집 내가 팔겠다는데 그게 왜?
백성희 : (심상치 않은, 승미 팔 잡아끌고 소파로 가며) 이리 와 봐! (앉히고 앉는) 너 왜 이래? 세 살 먹은 애처럼 무조건
억지 쓰지 말고, 무슨 생각으로 이래?
승미 : 이 집 팔아서... 은성이한테 돌려줄 거예요.
백성희 : (경악하는) 뭐?
승미 : 지금도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은성이한테 돌려주고, 미안하다고 할 거야.
백성희 : (기막혀) 너 제정신이니?
승미 : 엄마 나, 은우 잃어버린 거 알고부터 하루도 맘 편히 못 잤어.
백성희 : (은우 얘기에 멈칫하는)
승미 : 걔들 둘이 살 방만 구해줬어도 은우 잃어버리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엄마 이 정도 챙겼으면서,
백성희 : 너 잊어버린 모양인데, 니 입으로 은성이한테 이 집 친 아빠 유산으로 얻은 집이라고 거짓말 했어.
승미 : 알아요!
백성희 : 그런데 이제 와서 사실은 아니었다, 미안하다 그러고 이 집을 준다구? 그럼 은성이가 뭐라 그럴 거 같니?
승미 : 은성인 착하니까 용서해 줄 거야. 아니 용서는 못해줘도, 할머니한테 일러 바치진 않을 거야.
백성희 : (몰아 부치는) 말해 버리면! 내가 집도 빼돌리고 니 말처럼 방 한 칸 안 해주고 지들 내쫓았다고 할머니한테 말해 버리면
너 어쩔 건데!
승미 : 그래도... 돌려줄 거야.
백성희 : 뭐라구?
승미 : (눈물 어려) 엄마 난... 환이 오빠한테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좋은 사람으로 오빠 옆에 있고 싶어.
백성희 : 그럼 더 말을 하지 말아야지!
승미 : 엄만 나한테 환이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죠? 친 아빠는 살아있으면서도 나 한번 찾지도 않고, 엄만 돈 버느라 지쳐서,
아무도 나 쳐다보지 않을 때부터 내 옆에 있어준 사람이야.
백성희 : 그래 그러니까,
승미 : 남들한테 어떤 사람이든, 나한텐 한결같이... 따뜻하게 날 지켜준 사람이야. 그런 사람 볼 때마다 죄책감 느끼면서,
언제 은성이가 말할지 몰라 불안해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백성희 : 니가 돌려주는 순간이 은성이가 말하는 순간이야!
승미 : (눈물 흘리며) 무릎 꿇고 빌 거야!
백성희 : (멈칫하는)
승미 : (떨리는) 은성이가 오빠네로 온 뒤부터 불안해 미치겠단 말야.
백성희 : (기막힌 듯 보다가) 그만 하자... 너 아니어도 지금 내 목 죄는 사람들 많으 니까 승미야, 제발 그만해 주라, 어?
S#19. 서울 역 (밤)
잠 못 이루고 벽에 기대 앉아있는 고평중.
고(E) : (초조한 기다림으로) 내일 아침에는 연락이 오겠지?... 은성아...
S#20. 승미 집 안방 (밤)
불 꺼진 방. 잠 못 이루고 침대에 앉아있는 백성희.
S#21. 환 집 외경 (다음날 새벽)
S#22. 환 집 거실
많이 좋아진 발걸음으로 조용히 현관으로 나가는 은성.
할머니, 방문 열고 내다보고 있다가 은성 나가면 방에서 나온다.
표집사 : (현관에서 신문 들고 들어오다 보고) 편히 주무셨습니까?
할머니 : (기특한 듯 현관 쪽 보며) 요새 저렇게 책임감 있는 아이 봤냐?
표집사 : 저러다 앓아눕지 싶을 정돕니다.
할머니 : (끄덕이고)
S#23. 환 집 앞
은성, 자전거 끌고 나오는데 준세,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얼른 다가선다.
준세 : (타박하듯) 그 발로 패달 밟을려구?
은성 : (깜짝 놀라 돌아보는)
준세 : 용감한 거야, 무식한 거야?
은성 :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
준세 : 웬일로 왔겠어? 너 딱 이럴 거 같아서 왔지.
은성 : 아, 배달요?
준세 : (기막힌 듯) 배달요? 임마, 그 발목으로 자전거 탔다가 덧나면 어쩔려구?
은성 : 걷는 거 보단 나을 거 같아서요.
준세 : 이리 줘. (손잡이 뺏어드는)
은성 : 내 대신 배달할려구요? 집도 모르면서?
준세 : 니가 가르쳐주면 되지.
은성 : (? 보는)
S#24. 동네 길
자전거 앞에 달린 바구니에 우유 가득 실려 있고 준세, 자전거 몰고 있고 은성, 뒤에 앉아 있다.
은성 : (배달 할 집 앞 쪽에서) 스톱!
준세 : (끽 세우면)
은성 : (집 가리키며) 저 집이에요, 500미리 두 개!
준세 : 오케이! (내려서 우유 두 개 집어 들고 뛰어가서 주머니에 넣는)
은성 : (내려서 자전거 잡고 있고)
준세 : (돌아와서 다시 자전거에 타면)
은성 : (얼른 뒤에 올라타며) 쭉 가서 오른 쪽 골목이에요.
준세 : 잘 잡아! (달리는)
S#25. PC방
다시 메일 확인하고 있는 고평중, 여전히 은성 관련 메일은 없다.
고평중 : (낭패스러운) 이럴 리가 없는데... 귀국 해놓고 새엄마한테 연락 없을 애가 아닌데...
(초조한) 이 녀석 이러다 그냥 가버리는 거 아냐?... (하다 뭔가 떠 올리고 뚝 멈추는) 그래, 백마 아파트!
<프래쉬 컷- 백성희 차에서 봤던 아파트 스티커>
고평중 : 502동인가 503동인가에 7백 몇 호였는데... (떠올리려 애쓰는)
<시간경과>
모니터에 포털 사이트 부동산 코너 열려있고 검색 칸에 ‘백마 아파트’ 쳐있다.
그 아래 서울 시내 각각 다른 동에 있는 백마 아파트 세 개 떠있다. 메모지에 고척동, 화곡동, 목동 쓰는 고평중.
S#26. 정 방
침대에 편하게 늘어져 자고 있는 정 흔들어 깨우고 있는 영란.
영란 : 정아, 밥 먹고 자.
정 : (찌푸리며) 안 먹는다니까? 나 오늘은 하루 종일 자고자고 또 잘 거야.
영란 : (부러운) 좋겠다.
정 : (여전히 눈 감은 채) 엄만 이번 일요일에 쉬잖아... (핸드폰 울린다) 누구야...
영란 : (침대 옆에서 집어 들어 보는) 준센데?
정 : (벌떡 일어나 앉는, 채듯이 잡아서 흠흠 하고 예쁘게 받는) 오빠!
영란 : (웃음 나는) 아이구...
정 : (눈 커져) 오빠 정말?
S#27. 할머니 방
할머니 앞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영란과 정.
할머니 : 준세 레스토랑에서 일을 한다구?
정 : (시침 뚝) 오빠네 레스토랑에 서빙 직원 필요하다구, 나 보고 나와 달래.
할머니 : (뻔하다) 에미하고 박이사 둘이서 준세 목을 졸랐겠구만.
영란 : 어머머 아니에요?
정 : 할머니 꼭 할머니 회사 아니어도 일만 하면 된다며?
할머니 : 내 측근한테 억지 신세져도 된단 말은 안 했다?
정 : (준세에 대한 마음 때문에 적극적인) 시작이 할머니 측근이면 죽을 때까지 할머니 측근이야?
내가 준세 오빠 처음 본 게 언젠데? 다섯 살 때, 아빠 장례식 때였어!
할머니 : (안 믿는) 니가 다섯 살 때 본걸 기억해?
정 : 할머닌? 그 오빠가 나 업어줬단 말야, 울지 말라고 달래주면서. 환이 오빤 한쪽에서 벙어리 돼서 정신 나가 있었구!
할머니 : (그 때 일 생각난다. 울컥하는) ...
영란 : (눈치 못 채고) 어머니도 준세 이뻐 하시잖아요?
할머니 : (추스르고) 누군들 안 이뻐 할 수 있는 놈이야?
영란 : 그러니까요, 이 기회에 준세하고 정도 들이구요.
할머니 : (준세 욕심나는 입장이라 잠깐 생각에 잠기는)
정 : (안된다고 할까봐) 몰라! 난 무조건 갈 거야! 할머니 우리한테 돈 아까워 돈도 안 주면서 그래.
할머니 : 대신, 가서 민폐 끼치면 안 돼. 준세 눈 밖에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영란 : (반색하는) 어머니 허락 하시는 거예요?
할머니 : 사람은 유유상종으로 만나는 거야, 또 그렇게 만나야 서로한테 득도 되고.
준세, 속이 알토란같은 녀석이야. 니가 준세를 잡고 싶으면, 너도 준세 같은 여자가 돼야 해.
정 : 걱정 마 할머니. 준세 오빠가 나 얼마나 이뻐 하는데?
S#28. 준세 레스토랑
있는 대로 꾸미고 들어오는 정. 혜리, 유니폼 입고 있다가 얼른 다가온다.
혜리 : (상냥하게 인사하는) 어서 오세요-
정 : (처음 보는 얼굴이다) 못 보던 애네? 너 누구니?
혜리 : (황당한 듯 쳐다보는)
정 : 새로 왔니?
혜리 : (얘 웃기는 애네) 니네 집 마늘 까니?
정 : 뭐?
준세 : (안에서 나오는)
혜리 : 몇 살인데 보자마자 반말이야!
정 : 야!
준세 : (둘 분위기 보고 놀라) 정아!
정 : (보는, 편들어 달라는) 오빠!-
혜리 : (어? 돌아보는)
정 : 오빠 얘 뭐야?
준세 : (다가와서 나무라듯) 오빠가 뭐야? 사장님이지.
정 : (멈칫하는)
준세 : 혜리씨 얘기했죠? 오늘부터 낮 타임 알바로 근무 할 선우정씨. (정 보며) 새로 온 직원이야, 이혜리씨. 인사들 해요.
혜리 : (떨떠름한) 이혜립니다.
정 : 선우정 (이야, 하려다 준세 보고) 이에요.
준세 : 동갑이니까 편하게 지내요.
혜리, 정 : (동갑? 서로 탁 쳐다보는)
준세 : 혜리씬 일 하고, 넌 이리 앉아. (테이블에 앉는)
정 : (앉는)
혜리 : (가면서 맘에 안 드는 듯 돌아보는)
준세 : 너 지금 매장에서 열시에서 네 시까지 일했다 그랬지? 여기서도 그렇게 해. 일주일에 한번 쉬고, 시간 당 오천 원이다.
정 : (놀라) 오천 원? 매장에서는 나 육천 원 받았는데?
준세 : 그게 너희 할머니셔, 그러니까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지. 근데 여긴 진성 식품 규모가 아니라서 그렇게 못 줘.
정 : 시간당 오천 원이면... (머리 굴려 계산하다) 한 달에 90만원도 안되네?
준세 : (시침 뚝) 다시 매장 가고 싶음 그렇게 하고.
정 : (펄쩍 뛰는) 차라리 죽으라 그래!
S#29. 본점 매장
손님 별로 없는 한가한 매장.
은성, 카운터 보고 있고 환, 지시 받은 듯 문 앞에서 팔짱 끼고 서있다. 손님 두 명 들어오면...
은성 : (얼른 환에게 입 모양으로 인사! 인사! 하며 꾸벅 시늉하는)
환 : (할 수 없이 팔짱 풀며 어정쩡한 자세로 건성) 어서 오세요...
은성 : (으휴... 하고 자리로 안내하라고 손짓 하는)
환 : 오세..요... 일루. (자리로 안내하는)
은숙 : (수재와 보고 섰다가) 참 오래 걸린다, 제대로 하는 건 아니지만.
수재 : (걱정되는 듯) 근데요 점장님. 저러다 정말 철들면 어떡해요?
은숙 : 철들라고 사장님이 보내신 건데 철들면 어떡하냐니?
수재 : (겁나는) 우리가 너무 점장님 말만 믿고 쎄게 나간 거 같애요. 나중에 사장 되서 바로 우리 모가지 치면 어떡해요?
은숙 : (덜컥해서) 안 돼! 우리 애들 대학 졸업시킬려면 멀었어-
수재 : 그러니까요? (다시 환 쪽 보면)
은성 : (어느새 주문 받는 환 옆에 가서 딱 서있다)
환 : (뭐야? 쏘아보는) 손님 설렁탕 둘이요.
은성 : (팔꿈치로 환 탁 치는)
환 : (손님 앞이라 성질 못 부리고) 설렁탕 둘..이요.
은성 : (웃으며) 설렁탕 둘, 금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환 보면)
환 : (작게) 니가 했잖아.
은성 : (웃으며) 선우환씨도 해보셔야죠. (손님에게 웃으며) 양해 부탁드립니다, 손님. 지금 신입직원 입 떼기 교육 중이거든요.
손님 : (웃으며) 입 떼기? 그래, 어디 해봐요.
환 : (죽을 맛이지만) 금방... (빨리 해버리는) 준비해드리겠슴다. (돌아서는)
은성 : (상냥히 웃으며)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환 따라가는)
환 : (주문 표 찍고 돌아서며 이리 오라고 손가락 까딱이는)
S#30. 휴게실
황당한 얼굴로 은성과 마주 서있는 환.
환 : 너 왜 나 따라다녀?
은성 : 좋아서 따라 다닐까 봐요? 댁 때문에 점장님한테 나 혼나는 거 못 봤어요? 그쪽이 제대로 못하면 내가 혼나고,
내 인사고과에 영향 미치고, 그럼 승진 늦어지고, 월급도 안 올라요!
환 : 그래서 찐드기 작전으로 바꿨냐?
은성 : 제대로 할 때까지 2인 1조로 움직인다고 점장님한테 보고 했어요.
환 : 뭐?
은성 : (갑자기 손 내밀며) 5천원 줘요.
환 : 5천원?
은성 : 나한테 줄 돈 77만원 있잖아요. 오늘부터 매일 5천원씩 받을 거예요.
환 : (황당한) 야, 그건 월급 받아 주기로 했잖아!
은성 : 이번 달 가불한 경비 30만원 제하고 80만원도 못 받을 텐데 내 돈 77만원을 어떻게 갚아요?
다음 달 경비는 또 가불해 쓸 거예요?
환 : 그렇다구 치사하게,
은성 : 남의 돈 안 갚는 게 치사한 거지!
환 : 누가 안 갚는대?
은성 : 그럼 줘요, 5천 원!
환 : (버티기 치사하다. 주머니 넣어둔 9천원에서 5천원 주는)
은성 : (아무렇지 않은 척 받는,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과 볼펜 꺼내 날짜 쓰는)
환 : 뭐하냐?
은성 : 매일 매일 체크해야죠. (나가는)
환 : (황당한) 독종...
수재 : (문 살짝 열고 눈치 보며) 우리 팀 점심 먹는다는데요?
환 : (점심 소리에 퍼뜩 정신 나는, 손에 든 돈 보면 4천원 남았다. 뒤늦게 아차 하는)
S#31. 본점 매장 일각
휴게실 쪽에서 열 받은 얼굴로 나오는 환. 은성, 점심 차리다가 보고 다가온다.
환 : (손에 든 4천원 보고 은성 보는, 당했다 싶은데)
은성 : (다가오며) 점심 먹어요.
환 : (기막힌) 이제 사기까지 치냐?
은성 : 가방 찾으러 간 사람한테 술값 내게 한 사람이 누군데요?
환 : (멈칫했다가) 그땐 내가 취했잖아!
은성 : 주임님이 삼계탕 하셨는데 직원 수대로 하셨대요. 그쪽이 안 먹으면 한 마리 남잖아요.
환 : (귀찮은 듯) 5천원 내놔.
은성 : 남은 돈 76만 5천이나 갚아요.
환 : 점심 굶으라구?
은성 : 점심을 왜 굶어요? 여기서 먹으면 되지.
환 : 내가 여기서 먹는 거 봤어?
은성 : (딱 정색하고) 나랑 밥 먹기가 싫은 거예요, 우리 직원들하고 먹는 게 싫은 거예요?
환 : (첫날부터 안 먹었는데 새삼 먹기 뻘쭘 할 뿐이다. 뭐라 할 말 없는데)
은성 : 그 쪽이 매일 나가서 먹는 거 알면서도, 식사 담당들은 그쪽 몫까지 항상 준비해요. 혹시라도 먹겠다고 할까봐.
환 : (그건 몰랐다, 직원들 쪽 쳐다보면)
점장, 수재, 은숙 : (모두 이 쪽 쳐다보고 있다)
은성 : 내가 같이 안 먹을게요. (정말 속상한) 나 때문에 직원들이 매일 무시당하 는 느낌 받는 거, 더는 미안해 못 보겠어요.
환 : (은성 눈빛에 멈칫하는)
은성 : (말하다 보니 오르는) 내가 삼계탕 그릇 들고 주방 가서 쪼그리고 먹겠다구요! 딴것도 아니고 닭 한마린데,
하루라도 먹어주면 어디 덧나나?
은숙 : (후다닥 다가와서 잡아끌며) 에이 그러지 말고 갑시다? 내가 삼계탕은 죽이게 끓인다니까?
환 : (배도 고프고 이미 매장에서 가오 떨어졌다. 못 이기는 척 끌려가는)
은성 : (보다가 휴- 한시름 놓는)
<시간 경과>
삼계탕 맛있게 먹는 직원들. 환, 점잖 빼고 먹는데 맛있다... 점점 몸 숙여서 적극적으로 먹는다.
S#32. 다른 백마 아파트 503동 앞
낙심한 얼굴로 나오는 고평중.
S#33. 몽타주 (다른 아파트)
-502동 들어가는 고평중.
-701호 앞. ‘여기 백성희씨 집인가요?’ 묻는 고평중.
-702호 벨 누르는 고평중. 701호 여자, 문 삐죽 열고 내다보고.
-707호 앞. 고평중, 다가와서 벨 누르려는데 다가오는 경비원, ‘당신 뭐야?’ 하며 고평중 끌고 가고.
-503동 앞. 지친 걸음으로 아파트 현관에서 나오는 고평중.
S#34. 승미 방 (저녁)
책상에 앉아있는 승미. 백성희, 노크에 이어 문 연다.
승미 : (미리 긴장해서 보면)
백성희 : (아무 일 없었던 듯) 이번 일요일에 엄마 개업식이야. 환이 데리고 와. (문 닫고 사라지고)
승미 : (더 이상 아무 말 안하는 엄마 이상한 듯 문 쪽 보고)
S#35. 할머니 방 (밤)
알츠하이머 알약 털어 넣고 물 마시는 할머니, 열린 약병 닫아 안 보이게 문갑 안 에 넣다가 안에서 은성이 사준 옷 꺼내든다.
<4회 10씬에서 ‘옷 꺼내주며 이거 입어보라던 은성’>
할머니 : (옷보며 생각에 잠기는)
S#36. 은성 방 (밤)
통화하고 있는 은성.
은성 : (반색하고) 혜리야, 정말 잘됐다. 근데 어디 취직한 건데?
혜리(휠) : 일단 내일 7시에 나무에서 만나. 내가 확 쏠 거니까.
은성 : (웃으며) 어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봐. (끊는데)
할머니 : (노크에 이어 문 열고) 뭐하냐?
은성 : 할머니? 내려오라고 전활 하시지 여기까지 올라오셨어요?
할머니 : (둘러보며) 들여다 본지도 오래됐고 해서... (하다 액자 보는, 다가가서 들여다보며) 아주 애비를 똑 닮았구나.
은성 : 아빠 닮았어요? (헤헤 웃으며) 그럼 저도 되게 예쁘겠네요?
할머니 : 뭐?
은성 : 울 아빠 진짜 잘 생겨서, 젊었을 때 배우하란 말 많이 들었대요. 길거리 캐스팅도 받으셨다죠, 아마?
할머니 : (놀리는) 아이구 미안해서 어떡하냐? 니 애비 보단 2프로 부족한데.
은성 : 할머니!
할머니 : (웃으며) 내일 할미랑 밖에서 저녁 먹자.
은성 : 내일요?
할머니 : 왜 약속 있어?
은성 : 네, 친구가 좋은 데 취직했다고 자축 파티 한다구요, 방금 전에 약속 잡았는데... 다른 날로 약속 바꿔 볼게요.
할머니 : 아냐 아냐, 밥이야 다른 날 먹음 어때서. 보니까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는 모양인데.
S#37. 환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38. 환 방
슈트 입고 거울 앞에 서있는 환, 난감한 표정이다.
승미(E) : 내일 엄마 개업식이야. 오빠 올 거지?
환 : (난감한) 돈도 없는데...
S#39. 환 집 거실
할머니 앞에 앉아있는 환, 겨우 말해놓고 거절 당할까봐 시선 다른 곳 보고 있다.
할머니 : 가불을 해 달라고?
환 : 개업식은 빈손으로 가는 거 아니라면서.
할머니 : (바로) 얼마나?
환 : (어? 뜻밖인 듯 보면)
할머니 : 다른데 필요한 거 아니고 인사치레 한다니까 가불 해 줘야지. 사람이 살아가면서 경조사 무시하면 안 되는 거야.
그래 얼마나 줘?
환 : 알아서 줘요.
할머니 : 작은 화분 하나 사가면 되겠네. (지갑에서 10만원 수표 꺼내주며) 자.
환 : (떨떠름하게 받는)
할머니 : (딱 정색하고) 월급에서 제할 거야.
환 : 가불 해 달랬잖아. (일어나서 올라가면)
영란 : (문 살짝 열고, 보고 있다가 환 올라가자 얼른 소파로 와서 앉으며) 어머니 저두요!
할머니 : (예상했다. 보면)
영란 : 저두 성희 개업식에 가야 되는데 돈이 없어요.
표집사 : (주방 쪽에서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나오는)
할머니 : 성철아.
표집사 : (다가오며) 예, 어르신.
영란 : (무심코 돌아보다 멋진 모습에 어머, 놀라고)
할머니 : 승미 엄마 개업식에 회사 이름으로 화환 하나 보내고, 에미 이름으로 화분 크고 좋은 거 하나 보내줘.
영란 : (휴- 안도하는)
할머니 : 펄 호텔 2시다, 일 보다 늦지 말고 아가씨 기다리지 않게 가.
표집사 : 예, 어르신.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가는)
영란 : 결혼 생각 없다드니 아침부터 나가서 기다린대요?
할머니 : 저 사람은 볼일 없는 사람이야?
영란 : 웬만하면 집에서 안 나가잖아요. 참 어머니, 만약 표집사 결혼하면 우리 음식은 누가 해요?
(아쉬운) 정원이며 집이며 다 꿰고 있는데...
할머니 : (맞는 말이다. 착잡하고) ...
S#40. 흙침대 대리점 앞
개업 플랜카드 걸려있고 진성 식품 화환과 박태수 화환 두 개와 화분 몇 개 놓여있다.
간단한 떡과 과일, 음료수 등 놓여있는 야외 테이블에 둘러 서있는 백성희와 박변 영란,
흙침대 이사장과 회사 관계자들 몇 명 서있다.
영란 : 근데 성희야, 사람이 너무 없다? 니 친구들이랑 남편 쪽 사람들 안 불렀어?
백성희 : 이런 거 한다고 부르면 민폐 같아서... 너도 안 부를까 하다가 니 덕에 박 이사님 도움 받게 된 거라
너한테만 연락한 거야.
박변 : 성격이 너무 깔끔하신 거 아닙니까?
영란 : 얜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어요. 고 3내내 저하고만 친했구요, 애들하고 잘 안 어울렸어요.
결혼해선 집안 살림만 하다가 연락까지 끊어졌었다니까요?
백성희 : (둘러대는) 살림만 하기도 벅차서, 워낙 주변머리가 없잖니...
영란 : 이렇게 겸손하다니까요, 얘가?
박변 : (조신해 보이는 백성희 더 호감으로 보는)
S#41. 매장
발 다 나은 은성, 손님 테이블에 음식 갖다 놓고 돌아서는데 점장 다가온다.
점장 : 은성씨, 사장님 10분 후에 오신다니까 퇴근 준비해요.
은성 : (영문 몰라) 사장님이요?
S#42. 매장 앞
퇴근 차림으로 영문 모르겠는 얼굴로 나오는 은성.
할머니, 경차 안에서 차창 열고 은성 쪽 보고 있다.
은성 : (얼른 다가가서) 사장님.
할머니 : 퇴근해 나와 놓고 무슨 사장님이야? 타!
은성 : 네?
할머니 : 타, 친구들 약속에 안 늦게 해 줄 테니까.
은성 : (영문 몰라 웃으며) 할머니 꼭 남자같이 터프 하시네? (옆 좌석에 타는)
환, 나와서 승미 왔나? 두리번거리다 할머니 차에 타는 은성 본다.
어? 멈춰 서는 환, 차 안에서 은성 돌아보며 웃는 할머니 얼굴 보인다.
묘한 소외감과 서운함으로 출발하는 할머니 보는데...
승미 : (급하게 다가오며) 오빠.
환 : (굳어있던 표정 그대로 돌아보는)
승미 : (멈칫해서) 늦어서 화났어? 미안, 택시가 너무 안 잡혀서.
환 : 택시 탈거면 회사서 바로 가지 여기까지 뭐 하러 왔어?
승미 : (얼른) 택시는 오빠 기다릴까봐 탄 거야. 오빠랑 첫 버스 데이트잖아.
환 : 첫 버스 데이트?
승미 : 오빠 고등학생 때도 택시 타고 다녔잖아.
환 : (기막힌) 그랬는데 이 나이에 너 버스 태운다.
승미 : 난 오빠랑 버스 타는 거 기대했다니까?
환 : (승미에겐 죽어도 해주는 오빠다) 화분 9만원짜리 사고, 택시 타고 가자.
승미 : (? 영문 몰라 보는데)
환 : (손 번쩍 들고) 택시!-
S#43. 대리점 안
직원과 함께 손님에게 설명하고 있는 백성희.
환, 작은 난 화분 들고 승미와 함께 들어온다.
백성희 : 우리나라 황토가 얼마나 좋은 건지는 아시죠? 일단 산소가 공급되니까,
(하다 둘 보는, 손님에게) 죄송합니다, 저희 딸이 와서요. 윤실장 부탁해.
직원 : 네, 사장님.
백성희 : (반갑게 웃으며 다가가는) 환아-
환 : (꾸벅하며) 안녕하셨어요?
백성희 : 이게 얼마만이야? (손 내밀며) 우리 악수 한번 하자.
환 : (손 내밀고 미소로 악수하고)
백성희 : 올 겨울엔 잠깐 들어왔다 가서 못 보고, 작년 여름에 보고 첨이구나?
환 : 네. (난 화분 내밀며) 이거요, 아줌마.
백성희 : 어머 뭐 이런 걸 다 사왔어? 얼굴 보여주면 그게 최고 인산데.
승미 : (천연덕스레 환만 아는 척 하는 엄마 보는)
환 : 승미도 같이 왔어요.
백성희 : (웃으며 안다는 듯 승미 힐긋 보며) 바늘 가는데 실이 안 따라왔겠니? (테이블 가리키며) 이리 와, 차 마시자.
(다정하게 환 팔짱 끼고 데리고 가며) 요새 고생 많지?
환 : 죽겠어요.
백성희 : 그래 너 참 대단해. 한번 맘먹으니까 어쩜 그렇게 잘 버텨?
환 : (그런 건 아닌데, 머쓱하고)
백성희 : 버티는 김에 눈 딱 감고 석 달만 버텨, 그럼 할머니 눈 녹듯 풀어지실 거야.
환 : (석달? 찔끔해서 보는)
승미 : (따라 가는데 핸드폰 울린다. 보면 부동산 떠있다) 오빠 나 전화 좀 받고 올게. (나가는)
백성희 : (환과 가다가 돌아보는, 불안함 스치고)
S#44. 대리점 앞
나오면서 전화 받는 승미.
승미 : 아 그래요? 계약하겠대요?... (잠시) 내일 제가 출근해야 되니까 점심시간이 면 좋겠는데요... (잠시) 네 네...
S#45. 백화점 여성 의류 코너
옷 고르고 있는 할머니. 은성, 어리둥절한 얼굴로 할머니 보고 있다.
할머니 : (쭉 훑어보면서 몇 벌 골라내는) 이거, 이거, 이거!
종업원 : 네. (옷들 뽑아내면)
할머니 : (은성 돌아보며) 뭐하냐? 입고 나와 봐.
은성 : (얼른 다가와서) 할머니 왜 이러세요?
할머니 : 친구들 파티라며? 이쁘게 입구 가.
은성 : 그런 파티 아니에요? 그냥 저녁 먹는 거예요.
할머니 : 이쁘게 입고 저녁 먹어.
<이하 몽타주>
몸매 드러나는 짧은 미니 원피스, 각기 다른 스커트 정장 두 벌, 러블리 스타일의 원피스 등 옷 네 벌 입고 나오는 은성.
할머니 앞에서 각기 어색해하고 빙글 돌기도 하고 포즈 잡아보기도 하는 은성.
<시간 경과>
몸매 드러나는 짧은 미니 원피스 입고 민망해하며 서있는 은성.
할머니 : 당첨! 그거 입고 가라.
은성 : 할머니 이건 정말 제 스타일 아니에요.
할머니 : 어울리면 그게 스타일이야. 정 한 벌만 할 거면 그거 해.
은성 : 이거 사도 저 오늘 한번 밖에 못 입을 거 같은데.
할머니 : (바로) 머리도 하자.
은성 : (놀라) 네?
S#46. 백화점 내 미용실
현재 머리스타일과 완전 다르게 보이는 스타일(밖으로 삐침 머리 정도)로 세팅하고 있는 은성.
할머니, 옆에서 흐뭇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다.
은성 : (거울로 할머니 보면)
할머니 : (헤어디자이너에게) 얘 화장도 시켜 봐.
은성 : (헉! 놀라는)
S#47. 미용실 앞
전혀 다른 사람 같은 스타일로 할머니 따라 나오는 은성.
은성 : 할머니 오늘 정말 왜 이러세요?
할머니 : 넌 나 옷 안 사줬냐?
은성 : 언제요? (하다) 그 옷은 싼 거예요, 노점에서 산거란 말에요.
할머니 : 병원비는? 왜 나한테 병원비 달란 말은 안 해?
은성 : 할머니, 그건 돌려받으려고 내드린 게 아니잖아요.
할머니 : 할미가 니 그 코 묻은 돈 뜯어 쓰고 해준 게 없잖아. (흘기듯) 그러게 누가 겨우 5만 원짜리 신발 한 켤레 사래?
은성 : 옷은 그럼 그래서 사주신다 치구, 화장이랑 머리에 왜 이 돈을 써요? 머리 감고 세수하면 다 날라 가는데.
할머니 : 여자, 자기 가꾸는 걸로 풀리는 스트레스가 얼만데? 시선 받고, 사랑 받고, 관심 받고... 돈 벌어야 하고
동생 잃어버렸다고, 니가 여잔 거 잊고 살지 마. (회한에) 한번 흘러간 물은, 다시 안 돌아온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는)
은성 : (뭔가 느껴지는, 찡해서) 할머니...
할머니 : 내려가는 거 타고 가, 할미 볼일 남았어.
은성 : 할머니?
할머니 : 있다 집에서 보자. (돌아서 가고)
은성 : (왜 저러시지? 보는)
S#48. 여성 의류 코너
좀 전에 은성 옷 샀던 코너에 다시 들어오는 할머니.
종업원 : 또 오셨어요?
할머니 : 좀 전에 우리 애 입었던 거 세벌, 그거 다 싸줘.
S#49. 형진 회사 앞
서서 자판기 커피 마시고 있는 형진. 인영, 퇴근 차림으로 나온다.
인영 : 선배, 나 지금 선배 레스토랑 가요.
형진 : 내 레스토랑?
인영 : 나무요.
형진 : 어? 어... (괜히 커피 마시는)
인영 : 근데 은성이 준세씨랑 연락 하나 봐요? 은성이가 나무로 오라던데요?
형진 : 뭐 연락 못할 이유 있어? (피하고 싶은) 얼른 가봐. (안으로 가는)
인영 : (? 보고 돌아서는)
S#50. 준세 레스토랑 뜰
앉아있는 인영. 혜리, 뜨악한 얼굴로 찻잔 놓아준다.
다른 테이블에서 웃으며 손님들에게 뭔가 설명해주고 있는 준세.
인영 : (뜻밖인 듯) 너 여기 어떻게 취직한 거야? 은성인 모르더라?
혜리 : 모르니까 널 불렀겠지.
인영 : 뭐?
혜리 : (더는 못하고) 암튼 은성이 오면 나 여기서 일하는 거 절대 말하면 안 된다? 내가 서빙의 여왕으로 나타날 때까지, 알았지?
인영 : (슬쩍 준세 보며) 근데 준세씨 겪어 보니까 어때? 사람 괜찮지?
혜리 : 어라?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인영 : 이런데 매니저하면 월급 얼마나 받니?
혜리 : (어처구니없는 듯) 야, 정인영. 김치 국 그릇 내려놓고 꿈 깨라, 어? 박준세는 은성이 남자고,
이 레스토랑 매니저 아니고 사장님이시다.
인영 : (놀라) 뭐? (하는데)
은성 : (멋쩍어 하면서 들어오는)
혜리 : (힐긋 보고 다가가는) 어서 오세요-
은성 : (직원 복장 한 혜리 보고 놀라) 혜리야?
혜리 : (그제야 은성 알아보는) 어? 너... (하는데)
준세(E) : (놀란) 고은성?
은성 : (돌아보면)
준세 : (놀랍다는 표정으로 다가오는, 가까이 들여다보며) 진짜 은성이 맞네? (한 걸음 뒤로 물러서 훑어보는) 이게 웬일이야?
은성 : (민망해 동동거리며) 그렇게 보지 마요오-
준세 : (이뻐 죽겠다) 누가 널 이렇게 만든 거야?
은성 : (민망한, 얼른 혜리 보며) 혜리야, 어떻게 된 거야?
혜리 : 아유 내가 멋있게 서빙하면서 놀래켜 줄려고 했는데, 나 여기 취직했어.
은성 : 정말? 어떻게? (준세 보며) 오빠 어떻게 된 거에요?
준세 : 직원 하나 필요해서 혜리씨 스카웃 했어.
은성 : (너무 좋은) 정말요? 너무 잘됐다? (혜리 손잡고 흔들고)
인영 : (혼자 앉은 채 질투 어린 눈으로 은성 보는)
혜리 : 근데 너 진짜 이쁘다?
은성 : 나 이상하지 않니? 할머니가 이렇게 해놓으셨다?
혜리 : 아냐, 너무 이뻐. 딴 사람 인줄 알았어.
준세 : 에이 혜리씨 그건 아니지. 우리 은성이 원래 이뻤어요.
혜리 : 아유- 좀 전에 눈 튀어나오게 놀란 사람이 누군데요?
준세 : 그건 차림새 달라져서 놀란 거예요. (벙글어지게 웃으며 머리 긁적이는)
S#51. 환 집 거실 (저녁)
은성 옷 몇 벌 든 쇼핑백 들고 들어오는 할머니. 영란, 풀죽고 우울한 얼굴로 맞이하고 있다.
영란 : 다녀오셨어요...
할머니 : 오냐.
영란 : (쇼핑백들 보는, 관심) 어머니 쇼핑 하셨어요?
할머니 : (쇼핑백들 주며) 이거 은성이 방에 올려다 놔.
영란 : 네?
할머니 : 옷걸이에 걸어주면 더 좋고.
영란 : (들여다보는, 기막혀) 어머니가 직접 은성이 옷을 사신 거예요?
할머니 : 성철인 아직 안 들어왔냐? (방으로 들어가는)
영란 : (쇼핑백 다시 보는, 오른다) 더는 못 참아! (쇼핑백 소파 옆에 툭 던지듯 놓고 할머니 방으로 가는) 어머니! (들어가면)
정 : (들어오는, 아무도 없는 거실 보며) 엄마 어디 갔지? (하다 쇼핑백들 보는) 뭐야? (얼른 가서 들여다보는) 어? 내 옷이네?
S#52. 할머니 방 (저녁)
외출복 차림 그대로인 할머니 앞에서 따지고 있는 영란.
영란 : 은성이 한테는 저렇게 잘해 주시면서 저희한테는 어떻게 이러시냐구요.
할머니 : 옷 세벌로 잘해 주는 거면, 트럭에 넘칠 만큼 옷 사 입은 니들은 뭐야?
영란 : 전 어머니 며느리구 환이 정이는 어머니 친손자들이에요.
할머니 : 난 분명히 은성이도 내 가족이라고 했다.
영란 :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데,
할머니 : (버럭)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영란 : (찔끔하는)
할머니 : (눈 부라리며) 니가 은성이 옷 세벌에 장숙자 꼬투릴 잡아?
영란 : (울먹) 너무 서운하니까 그렇죠...
할머니 : 뭐가 그렇게 서운해?
영란 : 환이 정이야 아직 젊은 애들이지만, 어머니 제 나이가 몇인 줄 아세요? (울먹이는) 저 공장에서 얼마나 눈칫밥인줄 아세요?
제가 뭔 일을 해봤어야 죠. 이 놈에 무는 썰어도 썰어도 이쁘게 안 썰어지고, 김치는 버무리다 보면 정말 김치에 코 박고
죽고 싶게 힘들어요.
할머니 : (어쩔 수 없이 맘 안 좋은, 짠해서 보는)
영란 : (그 눈빛에 얼른) 어머니 저 언제까지 공장 일 시키실 거예요...
할머니 : 일 안하고 놀고먹는 건 더 이상 안 된다고 했던 내 말, 언제 또 씹어 삼켰어!
영란 : (세게 나가는) 그럼 저요, 제가 물려받은 대구 땅 팔아서 장사 할래요.
할머니 : (단번에) 그래라. 니 재산 니가 팔아 쓴다는데 내가 뭐래냐?
영란 : (눈 커져) 저 정말 해요?
할머니 : 해! 대신, 내가 먹여주고 재워줄 필요도 없지?
영란 : 네?
할머니 : 그렇잖아? 니 재산 팔아 니 맘대로 장사한다면서 왜 내 집에서 먹고 자고 는 해? 집도 독립해 나가!
영란 : (바로 기죽어) 어머니...
할머니 : 그렇게 공장 일이 힘들면, 집에서 살림 하든가.
영란 : 살림이요?
할머니 : 우리 도우미 내 보내고 집안 살림 맡으면 도우미 주던 월급 주마.
영란 :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정신없이 머리 굴리는데)
할머니 : 선택 해. 공장 갈래, 살림 할래?
영란 : (얼른) 살림이요!
S#53. 거실 (저녁)
할머니와 영란, 방에서 나오는데 정, 영란 방에서 은성 새 옷 갈아입고 나온다.
정 : (둘 보고 신나서) 할머니!
할머니, 영란 : (정 보고 멈칫 서는데)
정 : (싱글벙글) 울 할머니 몰랐는데 완전 센스 있네? 이거 완전 내 스타일이야. 근데 할머니, 정장은 왜 샀어? 나 선보라구?
할머니 : (아이고... 난감한데)
영란 : (속상한) 정이 너 그거 당장 벗어!
정 : (기세에 놀라 멈추는) 엄마?
영란 : 그 옷 니 거 아냐. 은성이 옷이야!
정 : 은성이 옷이라니?
영란 : 할머니가 은성이 옷 사 오신 거니까 빨리 벗어!
정 : (기막히고 서운한) 할머니!
할머니 : (얼른 표정 담담히 바꾸며) 니 옷장에 텍도 안 뗀 옷들이 수십 벌이야.
정 : 그래두 할머니가 직접 사온 옷은 한 벌도 없어!
할머니 : 넌 엄마 있잖아.
정 : (멈칫하는)
할머니 : 어떻게 에미나 딸이나 정신 연령이 똑 같애! 샘만 낼 줄 알고 왜 베풀 줄은 몰라?
영란 : (할머니 눈치 보며) 얼른 갈아입어.
정 : (뿌해서 영란 방으로 들어가는데)
표집사 : (들어오는) 다녀왔습니다.
할머니 : 그래, 아가씨 어떻드냐?
표집사 : (표 안 나게 영란 살짝 보고) 예, 그게...
영란 : (뻔하다는) 제가 낼 당장 밥 하는 거부터 배워야 될 거 같네요, 어머니.
얼마나 맘에 들었으면 2시에 만나서 지금까지 있었겠어요?
표집사 : 밥이라뇨?
할머니 : 내일부터 자네가 에미 살림 좀 가르치게. 앞으로 에미가 살림 할 거야.
표집사 : (놀라서 보는) 여사님이, 살림을요?
영란 : (앞일 예측 못한 채 으쓱하는)
S#54. 환 집 뜰 (밤)
찻잔 놓고 얘기하고 있는 할머니와 표집사.
표집사 : 내일부터 1팀은 광주 시작으로 해서 전남 지역 훑고 2팀은 대구 시작으로 경남 지역 찾는답니다.
할머니 : 예상 보다 찾는 게 늦어지네, 중간에 놓친 거 아냐?
표집사 : 개인이 데리고 있으면 모를까, 비인가 사설 보호소까지 빼놓지 않았습니다.
할머니 : (퍼뜩) 광고!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지? 신문, 방송에 광고 내자.
표집사 : 그건 안 됩니다, 어르신.
할머니 : 왜 안 돼? 사례금 내걸고 광고 몇 번 때리면 사람들 관심 가질 거 아냐.
표집사 : 그 방법도 벌써 생각해 봤는데, 도리어 은우 군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할머니 : (? 봤다가) 하긴... 아귀 같은 인간들이 돈 보고 애를 볼모로 삼을 수도 있겠구만.
표집사 : (걱정에) 어르신, 왜 이렇게 서두르세요? 마음을 그렇게 잡수시면,
할머니 : (말 자르며) 딱히 그래서가 아냐.
표집사 : 네?
할머니 : 은성이한테 그 동생 아이, 꼭 찾아주고 싶어서 그래. 안 그래도 정 많고 마음 여린 아이가 동생 잃어버리고
그 속이 어떻겠어?
표집사 : 그래도 강단 있게 잘 버티고 있습니다.
할머니 : 게다가 점장 말이 우리 환이 버릇 고칠려고 기를 쓴다네. 그 억센 환이 녀석하고 맞짱을 뜬대요.
S#55. 영석 바 (밤)
한쪽에 낡은 피아노 (영석이 11회에 수리나 팔기 위해 중고 매장 찾기 위한) 놓여있 는 작은 바.
테이블에 앉아있는 환, 승미와 영석. 환과 승미, 영문 모르는 얼굴로 바 둘러보고 있다.
영석 : 어떠냐? 작아도 아늑한 맛은 있지?
환 : 이 바를 니가 인수 한다구?
영석 : 어.
환 : 며칠 전엔 니네 사장 바 인수하고 싶다드니 이건 또 뭐야?
영석 : 니가 안한다며? 그니까 내 주제에 맞는 거 잡았지.
환 : (안 믿기는) 돈이 어딨어서 이걸 인수해?
영석 : 대출 한 일이천만 받으면 돼.
승미 : (의외) 그 정도로 돈을 모았어요?
영석 : 그럼요, 몇 년을 안 쓰고 모았는데.
환 : (이 정도로 돈을 모았어? 내심 놀라서 영석 보는)
승미 : 오픈은 언제 해요?
영석 : 하던 가게 받아서 하는 거라, 인수인계하는 중이에요.
승미 : 오빠 우리 앞으론 여기로 와야겠다.
영석 : 너 한 달 버티는 동안 외상술 줄 테니까 아무 때나 와라!
환 : (묘한 기분으로 영석 보는)
S#56. 레스토랑 앞 (밤)
나오는 은성, 준세, 혜리, 인영.
은성 : 정말 안 데려다줘도 된다니까요?
준세 : 어떻게 안 데려다줘?
혜리 : (장단 맞추는) 오늘은 특히나 더 데려다줘야지. 누가 채갈지 모르는데.
은성 : 너 진짜?
준세 : (리모컨으로 차문 열며) 가자.
은성 : (돌아보며) 미안해 인영아, 먼저 갈게.
혜리 : 당연히 먼저 가야지, 방향이 완전히 다른데.
인영 : (애써 웃으며) 그래, 잘 가.
준세 : (은성 탈 옆 좌석 문 열어주는)
은성 : (손 흔들고 타는)
혜리 : (손 흔들고 돌아서다 보면)
인영 : (질투 어린 시선으로 은성 보고 있다)
혜리 : 뭐하냐?
인영 : 어? 어, 아냐... (씁쓸한) 사람 팔자 참 재밌다...
S#57. 환 집 앞 (밤)
터덜터덜 걸어가는 환, 문득 고개 들어보면 집 앞에 준세 차 서있고 은성 막 내리고 있다.
변한 은성 머리 스타일에 은성인줄 모르는 환, 웃으며 인사 나누는 준세 본다.
환 : (멈칫 서는) 박준세네... 정인가? (다가가는데)
준세 : (차에 타서 떠나는)
S#58. 환 집 뜰 일각 (밤)
저만치 계단 올라가는 은성의 뒷모습. 환, 막 대문 쪽에서 걸어 올라온다.
짧은 미니스커트에 늘씬한 다리로 또각또각 올라가는 뒷모습.
환 : (정도 아닌 것 같은, 갸웃하다) 선우정!
은성 : (멈칫 서는)
환 : (놀리는) 준세 형하고 데이트 한다고 엄청 신경 썼구나!... (하는데)
뒤돌아보는 은성.
정이 아닌 낯선 모습에 어? 했다가 은성 알아보고 깜짝 놀라는 환, 순간 너무 다른 은성의 여성스런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에 쿵... 하는 환, 가로등 불빛 아래 보이는 은성 멍하니 보는데...
은성 : (영문 몰라) 왜 그래요?
환 : (퍼뜩 정신 차리는)
은성 : (뒤늦게 자기 변한 모습 자각하는, 머쓱해서 머리 한번 만지는데)
환 : (좀 전의 자기 모습에 당황, 수습하려는, 타박조로) 꼴이 그게 뭐냐?
은성 : (멈칫하면)
환 : 짧게 입으면 다 여잔 줄 알지. (은성 휙 지나쳐 가는)
은성 : 어머... (기막혀 보고)
환 : (자기 느낌 당혹스럽다. 빠르게 가고)
S#59. 환 방 (밤)
뭔가 얼떨떨한 기분으로 들어오는 환, 문 돌아본다.
환 : 쟤가 원래 저렇게 생겼었어?...
S#60. 승미 집 거실 (밤)
피곤한 듯 들어오는 백성희. 승미, 방에서 나온다.
백성희 : (소파로 가며) 첫날이라 좀 늦었어, 뒷정리 할게 많드라. (앉는데)
승미 : (와서 앉으며) 이 집 팔렸어요.
백성희 : (뚝 굳어져) 뭐?
승미 : 살 사람 있대서 낼 점심 때 계약하기로 했어.
백성희 : (경악하는) 계약? 설마 설마 했는데, 너 미쳤어?
승미 : 은성이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 엄마 아파트까지 있으면서 자기들 내보낸 거 정말 화날 일이지만,
끝내 모른 척 해도 될 거 돌려주면, 용서해 줄 거 같애.
백성희 : 니 생각이야.
승미 : 은성인 엄마하고 달라요.
백성희 : 뭐?
승미 : 이렇게 후회하고 잘못했다는데, 어떻게 할머니한테 말하겠어? 할머니한테 말해 버리면 내가 어떻게 될지 뻔히 아는데,
그런 잔인한 짓 못해, 나라도 안 할 거야.
백성희 : (속 터진다) 이 천하에 바보 천치 등신! 너 사람이 제일 견디기 힘든 게 뭔 줄 알아? 배신감이야!
승미 : (멈칫 보는)
백성희 : 은성이가 아무리 착해도... 이건 너무 위험한 짓이야, 승미야. 너무 늦었어.
승미 :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때래요.
백성희 : (간절한) 승미야?
승미 : 세상에 비밀이 어딨어? 은성이가 조금만 의심하면, 이 집 등기부만 봐도 바로 내 이름 나와.
백성희 : (퍼뜩 생각난) 그래, 우리 이사 가자. 이 기회에 이사 가면 되잖아.
승미 : (일어서며) 회사에 직원 전세자금 대출 신청 할게요.
백성희 : (열 받아 벌떡 일어서며) 누구 맘대로 팔아! 니 명의로 돼있다고 니 꺼야?
승미 : 엄마는 이 집 빼돌릴 때 아버지 허락 받았어요?
백성희 : (버럭) 그 사람 허락을 왜 받아!
승미 : (멈칫하는)
백성희 : 공부는 니가 더 잘했는데 유학은 은성이 보낸 사람이야! 너한테 똑같이 해 주겠단 약속 안 지킨 사람이야!
그래서 내 딸 몫 내가 챙겼어! 내가 왜 그 사람 허락을 받아!
S#61. 승미 아파트 **동 앞 (밤)
걸어오는 고평중, 게이트 앞에서 막힌다.
S#62. 승미 집 거실 (밤)
팽팽하게 맞서서 얘기하고 있는 백성희와 승미.
승미 : 엄마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어요! 할거니까, 그러기로 결정했으니까!
백성희 : 그래! 맘대로 해!
승미 : (멈칫 보면)
백성희 : 니가 털어놓으면 나 못 말려! 대신, 후회는 하지 마.
승미 : 후회 안 해요.
백성희 : (기가 차다) 두 남편 때문에 인생 꼬이드니, 이번엔 딸 때문에 영란이네서 죽일 년 되겠구나, 니 엄마.
승미 : 은성이 말 안할 거라니까!
백성희 : (지쳤다)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봐. 낼 아침에 다시 얘기하자. (가방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S#63. 승미 방 / 은성 방 (밤)
책상 위에 등기 권리증 서류봉투 놓여있고 승미, 핸드폰 귀에 대고 있다.
은성(휠) : 여보세요?
승미 : 은성아, 난데... (서랍 열어 도장 꺼내서 권리증 봉투 위에 넣으며) 내일 나 퇴근하고 좀 만나자. (이하 커트 백)
은성 : (씻고 들어온 듯 머리에 묶은 수건 풀며) 내일? 왜 또?
승미 : (표정 단호한) 너한테 꼭... 할 얘기가 있어.
은성 : (의아한) 할 얘기?
승미 : 내일 6시, 지난번에 만났던 공원에서 기다릴게.
은성 : 근데 무슨 일인데?
승미 : 만나서 얘기할게.
은성 : (뭔가 이상하지만) 그래, 알았어... (갸웃하며 끊는)
승미 : (천천히 핸드폰 내리는, 도장 서류 봉투 안에 넣고)
S#64. 승미 아파트 **동 앞 (밤)
막힌 게이트 앞에서 서성이고 있던 고평중, 안에서 사람 나오면서 보안 게이트 열리자 그 틈으로 얼른 들어간다.
S#65. 안방 (밤)
외출복 그대로 초조한 얼굴로 침대에 걸터 앉아있는 백성희.
백(E) : 설마... 못 할 거야... 정말 자식이 아니라 웬수라드니...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눕는)
S#66. 승미 아파트 앞 (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고평중, 양 쪽 집 번갈아 쳐다보다가 승미 아파트 현관 벨 누른다.
S#67. 거실 (밤)
현관벨 소리에 방에서 나오는 승미, 인터폰 화면 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승미 : (현관문에 대고) 누구세요?
고(E) : (조심스런) 실례지만 여기 백성희씨 댁인가요?
승미 : (목소리 귀에 익은 듯 갸웃하며 문 열며) 누구세요? (하다 고평중 보는, 귀신 본 듯 헉! 놀라는)
고평중 : (승미 보는, 찾았다, 안도에) 승미야...
승미 : (믿을 수 없는, 더 놀라 경기 들린 듯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단발마처럼) 엄마!
(하며 무서워 두 손으로 얼굴 가리는데서 엔딩)
<10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