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밀 케익
고구마만 굽던
오븐을 청소하고
반죽을 시작했어요
오트밀 가루에
여러가지 견과와 말린 베리
그릭요거트를 넣고
케익을 구웠습니다
고소한 냄새가 퍼져나오고
알람이 울립니다
노릇하고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졌네요
케익을 구울때마다
나는 조화를 떠올립니다
드넓은 벌판에서 해만 보던 해바라기씨
늙은 호박속에 숨었던 호박씨
덤불을 이루었을 보랏빛 블루베리
따뜻한 어미닭 품에서 나온 알
암소의 뽀얀 젖으로 만든 요거트
붕붕 나는 벌들이 모은 금빛 꿀
나무열매, 딱딱한 껍질 속의 고소한 호두
오트밀은 또 어떤가요
비와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검은 흙속에서 자랐을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200도의 뜨거운 불에 구워져
고소한 오트밀 케익이 됩니다
인생의 오트밀 케익도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일, 어려운 일. 슬픈 일, 화려한 날, 궂은 날....
모이고 모여 나를 빚었습니다
들을 것이 많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은
지나온 시간들이 고난의 불에 잘 구워진 까닭입니다
입술은 무거워져서 가벼이 열리지 않으며
눈빛은 깊어져서 편안해 보입니다
섣부르게 훈수를 두지 않습니다
고난도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공평한 삶입니다
눈물로 베개를 적시는 시간,
해가 떠도 앞이 캄캄한 이때를 지나면
화관을 쓰고 노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