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죽도는 강진만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는 조그만 무인도다.
섬에 신우대가 많아 죽도라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옛날 어느 적 전쟁 통에 화살대로 만든다고
다 잘라 가버리고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한다 들었다.
일본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데 묘하게도 이름이 같다.
무문관에서 보이는 죽도는
마치 잘 익은 찐빵 모양 같기도 하고.
고슴도치가 바늘을 세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때는 밤바다에 고독하게 떠 있을 죽도를 생각하며 가슴 아파하기도 했고.
밤비가 촉촉이 오 는 날은 별들이 세수한 물로
시원하게 샤워하고 있을 죽도가 한없이 부럽기도 했다
그믐이나 보름쯤에 들물과 날물이 심할 땐 먼바다로
떠밀려 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뿌리를 내리고 있고,
바다는 그를 밀어 내 보려고 나름대로
용을 써보는 것 같아 보는 나를 가끔 긴장시킨다.
혜일스님이그 섬을 사서 가운데에다 커다란 부처님상을 모시고
밤이면 멋진 네온등을 켜놓는 게
백련사 불사의 최고봉이라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그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바다를 지켜주는 부처님 등대.....
아주 그럴싸하다
그러려면 ! 천년의 고독을 즐겨온
죽도의 허락을 받는 게 전제 조건이긴 하지만..
하여간 이번 철에 강진만에 둥둥 떠 있는 죽도 덕을 톡톡히 보는 것 같다
많은 대화도 나누고 심심찮게 눈요기도 하게 해주었으니까
8.14.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