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서늘한 이 새벽 가을 비가 추적추적내립니다.
정목스님이 지금 BTN의 '나무아래 앉아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많이 배우지 못했다고 해도
적어도 한 가지는 배웠을 것이다.
조금도 배우지 못했다고 해도
적어도 병이 나지는 않았다.
병이 낫다 해도 죽진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고마워 해야 한다."
정목스님은 태국의 한 스님의 말씀이이라고만 소개한 위 글로 말문을 엽니다.
그리고 서산대사의 해탈시(解脫詩)를 낭송하고 있습니다.
팸플룻 연주의 Blowing in the wind 음악 소리와 함께 청아한 그의 시낭송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힘들고 여럽게 사는 이 시대의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詩)입니다.
서산대사가 입적하기 직전 읊은 해탈시를 여기에 옮깁니다.
끝자락에는 그의 해탈시 한시 원문 일부만 붙였습니다.
서산대사 해탈시
근심 걱정 없는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사람 누군고
흉 허물없는 사람 누구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말고
못 배웠다 주눅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거 많다 유세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마소
세상에 영원한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세상
있고 없음을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같은 거라오 뭘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 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요
푹풍이 아무리세도 지난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것은 버려야지
내것이 아닌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 하리요
줄게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노
내것도 아닌데
삶도 내것이라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오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은 욕심일 뿐
삶에 억눌여 허리 한번 못피고
인생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그리 잘났다고 남의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않소
낮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있게소 살다보면
기쁜일도 슬픈일도 다 있는것
잠시 대역 연기 하는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하여 뭐 달라 지는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하여 모든게 기쁜것많은 아니오
내인생 네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없어짐이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것
죽고 살고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然(생사거래역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