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 여의도 당시 난 그곳에서 군복무라는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민주경찰이라는 이름하에 서울지방 경찰청 기동대 소속으로 첫 근무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초등학교 시절 대학생들의 화염병 시위를 본 것 이후론 처음으로 데모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생존권 사수 란 글씨가 새겨진 빨간색 머리띠를 이마에 둘러매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데모를 하던 철거민 이라는 사람들을 보았다. 당시 나에게 있어서 그들은 한총련이나 민주노총 한국노총등과 같은 단지 내가 방패를 들고 막아야만 했던 대상이었을 뿐 아니라 그들로 인해 무더운 날씨 속에 방패를 들게 만들었던 스트레스의 원인 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2년이라는 군복무를 하는 동안 단 한번 도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관심을 가져 본적도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복학을 하게 되었고 학교를 다니던 중 얼마 전 수업시간에 상계동 올림픽 이라는 철거민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을 보게 되었다.
88서울 올림픽 당시 상계동에 살고 있던 무허가 건물에 세를 들어 살고 있던 사람들은 어느날 재개발 이라는 명목 하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구청 철거반에 의해 자신들의 보금자리인 집이 포크레인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한 그들에 의해 부서졌다. 일부 흥분한 주민들은 철거반원들과 말다툼과 몸싸움을 하였지만 그들은 전 의경을 동원해 그들을 진압한 뒤 상계동에서 그들을 내 쫓아 버렸다. 하루아침 사이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그들은 명동성당에서 비닐하우스 같은 곳에서 집단 생화를 하며 1년 가량을 보낸 뒤 돈을 모아 부천의 도로 근처에 땅을 사서 천막집을 지어 그곳으로 옮겨 살려고 하였다. 추운겨울 땀 흘리며 열심히 지은 그들의 보금자리마저 부천시 소속의 철거반원들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으며 이 와중에 철거민중 40대 가령의 여자가 철거반원들을 막다가 구타를 당하였으며 그녀의 아들로 보이는 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10대 후반의 소년이 이를 막으려 달려들다가 집단 구타를 당하였다. 남들이 88서울 올림픽 한강의 기적이라는 소리를 떠들며 들떠 있었을 때 그들은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를 받았다. 그리고 무등산타잔이라는 다큐멘터리 역시 이와 유사한 철거민을 다룬 작품이다. 간단히 내용 요약을 하자면 무등산에 무허가 건물을 짓고 살던 철거민에게 철거반이 들이닥쳐 그들의 집에 불을 질러 버리고 또 다른 집 당시 노인이 살고 있던 집을 향해 간 5명의 철거반원 중 4명을 박 흥 숙 이라는 당시 21살의 청년이 살해하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두 작품 모두 나에게 있어서 다시 한 번 철거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솔직히 2년 동안 그런 사람들의 적지 않게 봐왔으며 한 번도 그들의 입장을 생각지 않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 내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또한 현재 내가 누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가와 이러한 행복을 누리게 해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새삼 감사할 따름이며 이런 부모님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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