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배절(嘉俳節) 심훈
팔이 곱지 않았으니 더덩실 춤을 못추며
다리 못 펴 병신(病身) 아니니 가로 세로 뛰진들 못하랴
벼이삭은 고개 숙여 벌판에 금(金)물결이 일고
달빛은 초가(草家)집 용마루를 어루만지는 이 밤에―
뒷동산에 솔잎 따서 송편을 찌고
아랫목에 신청주(新淸酒) 익어선 밥풀이 동동
내 고향(故鄕)의 추석(秋夕)도 그 옛날엔 풍성(豊盛)했다네
비렁뱅이도 한가위엔 배를 두드렸다네.
기쁨에 넘쳐 동네방네 모여드는 그날이 오면
기저귀로 고깔 쓰고 무둥서지 않으리
쓰레받기로 꽹가리 치며 미쳐 나지 않으리,
오오 명절(名節)이 그립구나! 단 하루의
경절(慶節)이 가지고 싶구나!
1932년9월 가배절 이튿날
당진 향제에서 심훈
첫댓글 1932년이니까 대륙 당진(현 의창)에서 반도 당진으로 이사 온 후에 쓰여진 시입니다. 풍요로운 대륙에서의 중추절을 그려내고 있습니다.감회가 새롭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