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편지」
-강기희 작가
전날 새벽 노고단 산행을 다녀와서 곤한 몸이라 푹 잠들겠지 했는데 어쩐 일인지 깨어보니 새벽 두 시가 조금 넘었다
뒤척이다 페북을 켜보니 강기희 작가의 부음이다.
“강기희 작가 영면에 들다.
8월1일, 02:00 정선 덕산기 별이 되다.”
아, 요즘 그의 페북을 열어보기가 힘들었는데 기어이 떠나갔다.
어느 핸가 작가회의 모임에서 해화형과 함께 셋이서 활짝 웃으며 찍은 보기 좋은 사진이 있었는데 찾질 못하겠다.
이런저런 모임에서 인사를 나누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폐암 환자라는 동병상련의 처지를 알고부터는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었다.
서성이다가 아직 어두운 길을 나서 화엄사로 오른다.
천왕문 옆에 마악 피어나는 배롱꽃들에게, 깨어나 서로 부리를 비벼대는 낭비둘기들에게, 문이 열려 있는 명부전의 지장보살님에게 그의 부음을 전하며 명복을 빈다.
경내를 서성이다 계곡을 따라 연기암 길을 오른다.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지리산 종주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어
설렌다는 2박 3일 첫종주길 잘 다녀오라 손을 흔들어 주고 보니
오, 강기희 작가도 오늘 새 길을 나선 것이다 싶다.
강작가!
새 길은 아픔이 없는 평화로운 길이기를 바라네!!
-섬진강 / 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