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가 많이 늦어 죄송합니다. 늦었지만 교수님 그리고 사람나라 선후배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올해도 베를린에서 새해를 맞았습니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요 몇달 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을 사겼습니다.
사진 작가 활동을 하는 독일에서 태어난 터키 동생(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깊은 동질감을 느끼고 또 너무 좋아합니다), 팔레스타인 연극 및 예술 운동가, 시리아 친구, 독일 공영 방송 DW에서 일하는 중국계 미국인 친구, 소말리아 출신 인권 운동가 (본인은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소말리아, 케냐 등등의 이름은 식민주의자들이 아프리카를 나누고 약탈하면서 마음대로 이름지었던 것이라는 이유로요).
2020년과 달리 2021년 가장 잘했다 싶었던 일이 이렇게 독일에 사는 비유럽 친구들을 더 사귀고 만나보려 했다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백인 친구들이라고해서 우월주의가 무조건 있다거나 비유럽인 친구들이라고해서 우월주의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비유럽권 친구들을 통해서야만 들을 수 있는 얘기들, 평화학 수업에선 들을 수 없는 이야기(조금 거창하게는 역사)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입니다. 평화학 수업 과정에서 소개되는 서구 학자들에 의해 쓰인 논문만 일다보면 아무리 그것이 평화 및 분쟁 관련 이론이라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제가 그러한 글들을 비판적으로 읽는다 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서구 중심 역사 서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수업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런 글들을 읽어야하지만 수업 밖에서는 반대의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꼭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 친구가 저에게 해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역사로 1982년 이스라엘 사브라-샤틸라 대학살 사건을 상세히 알려주었는데요. 팔레스타인 친구가 저에게 해준 내용은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증언으로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난민 여성으로 하여금 팔레스타인 전통 춤을 추게 하였고 춤을 추던 추지 않던 총살을 했다고 합니다. 죽음을 앞두고서 그 여성은 도대체 어떠한 심정으로 춤을 춰야했을까라며 저에게 얘기해주었을 때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습니다.
아래는 프레시안 기사가 당시 사건을 짧게 정리한 내용입니다.
"참극은 1982년 9월16일부터 사흘 동안 벌어졌다. 이스라엘군 탱크들이 난민촌 외곽을 둘러싼 가운데 150명 가량의 레바논 기독교민병대원(팔랑헤당 무장대원)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어른 아이 남녀를 가릴 것 없이 비무장 난민들을 마구잡이로 죽였다. 희생자 규모는 아직껏 논란거리로 남았다. 줄여 잡아도 800명, 많게는 3000명쯤에 이른다. 희생자 가운데는 어린이들과 부녀자들이 절반을 훨씬 넘었다"고 합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52463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위 역사를 포함해 유럽 친구들과 비유럽 친구들이 가진 분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와 기억하는 역사의 간극이 분명했습니다. 사실 차이나 간극이라기보다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더 맞는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식민주의 역사를 유럽 친구들이 잘 알지 못하면서 아프리카나 중동 분쟁을 해결하려는 그 마음가짐이 그 자체로 식민주의 잔재이며 그것이 백인 우월주의 혹은 백인의 짐이라는 문제를 더욱 강화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잊고 크리스마스 시기 독일을 돌아다니면 즐겁기 그지 없습니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기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리는데요. 아래는 알렌산다 플라츠 크리스마스 마켓입니다. 여러 갖가지 물건들을 팔고 특히 글루바인(Gluhwein)이란 크리스마스 시기에만 마시는 와인을 마실 수 있습니다. 간단히 와인을 끓여 따뜻하게 마시는데 추운 겨울 마켓을 돌아다니면서 마시기 딱입니다. 보통 한 잔 3~4유로 (4~5천원)정도입니다.
독일에서도 군밤을 팔더라구요! 군밤 되게 좋아하는데 독일 마트에서는 밤을 잘 찾아볼 수 없었는데 되게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엄청 비쌌습니다. 100g에 4유로 (5천원)입니다. 베를린 다른 거리에서 군밤 파는 분을 우연히 찾았을 때 가격은 군밤 한 알에 1유로 였습니다. 1알에 거의 1,300원... 그 독일분에게 독일에서 군밤 파는 건 처음 본다며 신기하다고 하니 독일에서 군밤은 남부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비싸서 이젠 안사먹는걸로..
아랍분들 혹은 터키분들이 운영하는 식료품점을 가니깐 1유로에 대충 15알은 들은 삶은 밤을 팔더라구요. 밤 먹고 싶을 땐 거기에서 사먹습니다. ㅎㅎ
크리스마스 시기 독일에 와 조금 당황스럽다 느꼈던 문화인데요. 타문화를 비판하는 게 좋은 아닐텐데 단순히 독일 크리스마스의 아름다운 면만 말하고 넘기기에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짚고 넘어가려합니다 ㅎ
크리스마스 시기가 되면 뿌리 채 잘려진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한 나무를 팝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기 동안 예쁜 장식물로 꾸미고 크리스마스가 끝날 때면 이렇게 나무들이 거리에 버려진 걸 볼 수 있습니다. 10월 말 할로윈 데이 땐 농민들의 땀과 또 다른 생명과 에너지를 통해 길러진 호박이 조각되고 버려지고. 먹는 음식, 생명을 이렇게 낭비하면서까지 무언 갈 기념하는 인간이라는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하는가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복잡한 문제들은 또 제쳐두고 갑자기 글을 마무리하며 또 논문 쓰러 가보겠습니다!
(논문은 아마 3월이나 늦으면 5월이 돼야 마무리가 될 것 같고 한국도 논문이 마무리 된 후 돌아갈 예정입니다)
오후 12시 10분 베를린 카페에서